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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52화 (52/304)

52화 사냥개 (3)

【그림자 걸음】

파앙!

신속하게 그림자 걸음을 전개한 강후가 최대한 멀리 뻗어져 나간 그림자를 선택해 위치를 바꿨다.

공간 이동 스킬이 있기에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꼼짝없이 불에 타 죽었을 공격이었다.

화르르륵!

방금까지 강후가 있었던 자리가 온통 새까만 그을음으로 도배 되어 버렸다.

강력한 불길 탓에 마침 위에 있던 CCTV도 순식간에 녹아버린 아이스크림 신세가 됐다.

강후는 틈을 놓치지 않고, 회피에 무력화된 차소희를 향해 창공의 환희를 투척했다.

연계한 스킬은 전광비도였다.

대참수가 근거리 필살 스킬이라면, 전광비도는 원거리 필살 스킬이다.

우우웅!

다량의 마나를 소진하며 폭발적인 기운이 담긴 창공의 환희가 차소희를 향해 날아갔다.

바람을 가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찢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굉음이었다.

“쳇.”

날아드는 단검을 확인한 차소희가 몸을 낮추고는 전면부에 방어막을 만들어냈다.

마법계 헌터라면 필수적으로 갖고 있는 방어막이었다.

보통 실드라는 영문으로 많이 불린다.

【납치】

강후는 차소희가 방어막을 펼칠 즈음에 이미 다음 스킬을 전개하고 있었다.

보통은 방어 기제가 활성화되면 납치 같은 스킬은 빗나가거나 자동적으로 회피된다.

하지만 미리 스킬을 쓴 것은 다음 상황에 대한 밑그림이 이미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카치이잉!

“아앗!”

차소희가 펼친 방어막을 타격한 창공의 환희가 한방에 전체를 깨부숴버렸다.

전광비도의 힘이었다.

단순한 단검 투척이었다면 손쉽게 막혔겠지만, 전광비도는 그런 단순한 스킬이 아니었다.

차소희의 오판이었다.

강후에게 투척형 필살 스킬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한 것이다.

애초에 이런 스킬 자체가 암살자 계열의 헌터와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었다.

“꺄악!”

동시에 납치가 이뤄졌다.

방어막은 사라져 버렸고.

단검에 정신이 팔려있던 차소희는 강후의 납치를 인지할 틈도 없이 그대로 끌려갔다.

순식간에 강후와의 거리가 좁혀지자, 차소희도 크게 당황하여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반면에 강후는 이런 상황을 예상한 듯, 연계에 거침이 없었다.

‘……빌어먹을.’

차소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는 강후에게 끌려가는 와중에 즉각적인 대응을 꺼냈다.

【화신】

화아아악!

그것은 바로 스킬 ‘화신’.

그녀 자신이 하나의 거대한 불덩어리가 되는 것이었다.

‘차소희답네.’

활활 타오르는 불이 되어 끌려오는 차소희를 본 강후가 미련 없이 뒤로 쭉 물러섰다.

당초 계획은 납치와 동시에 몸의 어디든 노려서 상처를 입힐 생각이었지만.

이대로는 단검을 찔러 넣기 전에, 심한 화상을 입을 판이었다.

차소희의 불은 성좌 효과를 받아, 기존의 구성보다 500%는 강력해졌다.

스치듯 지나가는 불길이라도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단순 화상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충분히 거리를 벌린 강후가 달라진 차소희의 외형을 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음.”

“왜, 이런 몸은 처음 봐?”

“운동 열심히 했나 보네.”

“너도 나처럼 열심히 몸을 불태워봐. 있던 뱃살도 전부 사라지고 없어지게 될 거야.”

제복 차림이었던 차소희는 스포츠 브래지어에 속바지를 착용한 형태가 돼 있었다.

입고 있었던 옷은 방금 몸 전체를 불덩어리로 바꾸면서, 말끔하게 태워 먹은 듯했다.

속옷이 멀쩡한 것은 아마도 특수 코팅 처리를 해 두었기 때문일 터다.

바로 그때.

후웅!

“윽!”

이번에는 강후의 몸이 들렸다.

차소희가 납치를 쓴 것이다.

성좌 ‘처세술의 달인’이 보유한 효과 덕분에 가능한 것으로 직전 스킬의 카피 활용이었다.

다만 효율이 25% 수준이라 그런지, 끌려가는 속도가 강후의 납치보다 빠르진 않았다.

‘차라리 잘 됐어.’

피차 서로 거리를 좁히면 이득을 보는 구조다. 동상이몽인 셈.

강후도 가까워져야 단검 공격을 원활하게 할 수 있고, 차소희 역시 불길의 위력을 높일 수 있다.

화르르륵!

끌려오는 강후를 향해 차소희가 일찌감치 시뻘건 화염구를 만들어냈다.

그 색깔만 봐도, 닿는 순간에 몸이 깨끗하게 지우개처럼 지워질 것 같은 위력이었다.

【호신 – 2단계】

강후 나름대로의 노림수가 있었지만, 일단 화염구를 한 번 방어할 필요는 있었다.

그래서 호신 2단계를 전개했다.

1단계와 구성은 같되, 상황에 따라 연속 전개가 가능한 녀석이다.

후아아아!

끌려오는 강후의 속도에 맞춰서 차소희의 손끝을 출발한 화염구가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호신 1단계의 회피 효과에 걸려든 화염구는 강후에게 닿기 전에 증발해 버렸다.

“……어?”

차소희의 두 눈에 물음표가 잔뜩 찍혔다.

스킬이 이렇게 증발해 버리는 사례를 본 적은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암살자 계열인 강후에게 이런 스킬이 있을 것이라고는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처업!

그 사이, 강후가 장갑 ‘몰리스 마니체’의 무기 회수를 활용해 창공의 환희를 거둬들였다.

이어서 곧바로 아래로 내리꽂으며, 스킬 ‘풍뢰진’을 사용할 사전 준비를 마쳤다.

풍뢰진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매개가 될 무기가 지면에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해서다.

매개 무기가 하나의 완성된 마법진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되는 셈이다.

【풍뢰진】

버프형 스킬인 풍뢰진.

반경 5m 안에서 시전자를 제외한 모든 대상을 거센 광풍과 칼바람으로 휘몰아치는 스킬이다.

낮은 확률이기는 하지만, 강력한 전류 폭풍을 발생시켜 감전을 유도할 가능성도 함께 존재했다.

직감적으로 강후가 이상한 수작질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예감한 것일까?

차소희가 하늘 높이 양손을 들었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었던 허공에 소환된 붉은색 구름이 불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풍뢰진이 강후에게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 것처럼.

지금 내리는 불비는 차소희에게는 전혀 피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지켜줄 것이다.

쿠과과과과!

“꺄아악!”

하지만 선공은 강후가 빨랐다.

활성화가 완료된 풍뢰진이 차소희를 매섭게 할퀴기 시작했다.

입고 있던 옷까지 불에 타 없어진 상황이라, 하얀 피부 위로 쉴 새 없이 붉은 상처가 생겨났다.

치이익! 치익!

“제기랄.”

물론 강후도 멀쩡하진 않았다.

쏟아지는 불비에 닿은 몸 여기저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살갗과 피부를 태웠다.

같은 상처에 다시 불비가 닿으면, 그때는 안의 근육들과 뼈마저 녹아버릴 느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화염 하나하나의 크기가 커서, 실제의 빗줄기보다 양은 적다는 점이었다.

【정조준】

그래서 정조준 스킬을 활용해, 가장 가까운 화염의 위치와 경로부터 확인했다.

확대해 움직임을 살피니, 확실히 경로와 그 위력이 미리 예상되는 부분이 있었다.

“씨X……!”

뺨에 깊은 상처가 두 줄로 만들어진 차소희가 욕을 내뱉으며,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풍뢰진이 정해진 반경 안에서 강후는 전혀 건드리지 않고, 자신에게만 공격을 하는 구조임을 알아차린 듯했다.

【환각】

강후가 아직 풍뢰진 안에서 허우적대는 차소희에게 환각 스킬을 날리는 한편.

정조준으로 예측 경로의 파악을 끝낸 화염 사이를 단숨에 도약으로 가로질렀다.

계산이 잘못된다면 도약 자체의 가속에 맞물려, 그야말로 화염 샤워를 하게 될 수도 있었지만.

정확한 타이밍을 계산한 덕분에 스치듯 화염 몇 개가 닿은 수준에서 위험 지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화르르륵!

그 사이, 차소희의 손끝을 출발한 화염이 어디론가 날아갔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녀의 노림수라고 하기에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 한 방.

‘걸렸군.’

환각이 먹혀든 듯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헌터를 상대로 이런 잔재주의 지속 시간은 절대 길지 않다.

‘여기서 승부수를 던진다.’

바로 세컨드 플랜을 꺼냈다.

처음부터 적요석 하나만 쓴 것으로 차소희를 정리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객관적인 레벨과 스탯의 차이는 분명하고, 전투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변수는 많아진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했을 때, 결국 불리해지는 것은 강후 자신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스킬 강화를 사용합니다.】

【강화가 이루어질 스킬은 ‘보호 방벽’입니다.】

미련 없이 갖고 있던 한 차례의 스킬 강화 기회를 보호 방벽에 썼다.

호신 스킬이 한 차례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것에 특화된 방어 스킬이라면.

보호 방벽은 설정된 내구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버텨내는 데 특화된 방어 스킬이었다.

【보호 결계】

【스킬 숙련도 : Ultimate】

【시전자의 사방을 보호하는 원형의 투명 결계를 만들어냅니다.】

【특정 공간에 설치하는 설치형, 시전자를 중심점으로 함께 움직이는 일체형 모두 가능합니다】

【내구력 감소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마나가 소진되며, 내구력 0이 될 경우에는 0.1초의 무적 결계가 활성화됩니다.】

【보호 결계가 파괴될 경우, ‘황폐화’ 효과가 발동되어 반경 10m의 모든 마나가 증발합니다.】

혈화에 이어 두 번째 궁극기 스킬이 생겼다.

보호 방벽의 상위 버전인 보호 결계였다.

항상 설치형으로만 만들 수 있었던 보호 방벽과 다르게, 이제는 강후와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방어 스킬에 투자하는 것은 옳았다.

암살자는 방어에 신경 쓰고, 집중하는 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여야 하는 클래스다.

보호 결계가 있다면, 결계의 내구력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별도로 방어에 신경 쓸 이유가 사라진다.

즉, 공격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여러모로 효용 가치가 높았다.

위이잉!

강후가 보호 결계를 펼치며, 바로 차소희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양의 마나가 폭발적으로 소모되는 것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매드 솔라키움은 완벽히 고통을 억제하고 있고, 덕분에 마나 수급에 일시적이지만 페널티는 없다.

효과가 끝나고 난 이후의 후폭풍은 있겠지만, 그건 그때에 가서 몸으로 정산하면 될 일이다.

【가속】

【도약】

【무영】

승부를 보기로 한 판국이라 스킬 연계도 거침없었다.

최대 가속 상태에 돌입하자, 주변 모든 경관이 하나의 줄처럼 길게 늘어졌다.

이어 연계된 도약은 가공할만한 운동량을 몸에 담을 수 있도록 만들었고.

무영은 그 와중에도 기척과 소리를 최대한 없애서, 차소희로 하여금 늦게 알아차리게 만들었다.

그녀가 막 환각의 늪에서 헤어나고 있었지만, 그것보다 강후의 다음 스텝이 반 박자 빨랐다.

【대참수】

강후는 움켜쥔 혈루에 모든 힘을 담아둔 상태였다.

대참수는 그럴 만한 파괴력이 있다.

“되겠냐고……!”

독기가 잔뜩 담긴 차소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쿠화아악! 화악! 쿠화악!

분노로 가득 찬 차소희가 사방으로 쏟아낸 화염 줄기는 강후에게도 날아들었다.

하지만 보호 결계는 넉넉한 내구력을 바탕으로 한 차례 정면 타격을 받아냈다.

일체형인 덕에 공중에 뜬 강후를 보호함에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어느새.

강후와 차소희의 거리는 손가락 한 뼘도 채 되지 않을 거리까지 좁혀졌다.

그리고.

푸욱……!

강후의 오른손에는 묵직한 느낌이, 차소희의 하복부에는 차가운 느낌이 서로에게 전해졌다.

같은 상황이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이하게 된 두 사람의 운명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

순간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모든 움직임을 정지한 차소희의 두 눈이 조심스럽게, 아니 두려움을 담아 아래로 향했다.

그 순간.

푸슈슈슛!

그녀는 볼 수 있었다.

지금껏 아주 작은 생채기 한 번 난 적 없는 자신의 배 위를 잔뜩 적시기 시작한 붉은 색의 피를.

그것은 분명 활활 타오르는 자신의 새빨간 화염을 쏙 빼닮은 피였다.

동시에 강후의 싸늘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서늘하게 깔렸다.

“레이디 퍼스트. 저승길에도 그 매너는 지켜주지.”

차소희의 미래를 확신한 강후의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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