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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34화 (34/304)

34화 대참수 (3)

그래서 계획을 세웠다.

이후 아이템을 구매할 일이 생긴다면, 무조건 모든 초점을 무기에 집중하기로 말이다.

창공의 환희도 충분히 좋은 무기지만, 돈만 있으면 이것보다 훨씬 더 좋은 단검을 얻을 수 있다.

강후는 전투에서 더 확실히 화력을 뽑아내기 위해서라도 무기를 1순위로 두기로 했다.

3등급 수준으로만 무기가 올라가도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 * *

무리하지 않고 착실하게 공략을 한 덕분에 강후의 레벨은 쭉쭉 올라갔다.

어느덧 37이었다.

레벨업으로 얻은 보너스 스탯은 전부 체력으로 들어갔고.

소울 메이트 장갑의 특별한 효과인 ‘비례 체력’ 역시 차곡차곡 잘 올라갔다.

“살짝 피곤하군.”

강후는 뻐근해진 어깨를 어루만지며, 정면에 있는 보스를 바라보았다.

흑마법사 발트만.

좀 더 세부적으로 구성을 뜯어보면 발트만은 ‘체력형 마법사’다.

무슨 말인가 하면, 맷집도 좋으면서 마법까지 부릴 줄 아는 마법사라는 얘기다.

버티는 능력이 좋기에 근접전도 거부감이 없고, 경우에 따라선 적극적인 공격이 가능했다.

보통 마법사들은 자신이 피해를 입는 것이 두려워, 근거리 교전을 꺼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체력형 마법사는 회복과 맷집에 자신이 있으니, 뒤를 생각하지 않고 퍼붓는 것이다.

발트만의 주특기는 ‘작열(灼熱)’이다.

발화 능력이 주특기이고, 그래서인지 전장도 불에 관련된 형태로 설계되어 있다.

3m의 간격을 두고 전장 전역에 횃불이 피워지고 있고, 멀지 않은 곳에서는 용암이 흐르고 있다.

여차하면 발트만에게 죽는 것이 아니라, 용암에 녹아서 죽을 수도 있지 않겠나 싶을 정도다.

“후우.”

심호흡을 했다.

발트만을 제거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아니다.

녀석의 특수 방어 스킬을 유도하는 것이 먼저다.

발트만은 상대의 스킬을 막아내기 위해, 종종 ‘태워 먹기’라는 스킬을 쓴다.

투박한 이름처럼 실제의 구현도 그랬는데, 날아드는 스킬을 불로 태워서 입으로 삼켰다.

그렇게 되면 상대가 스킬에 투자한 마나의 50%를 흡수할 수 있었다. 괴상한 스킬이다.

강후는 발트만이 태워 먹기 스킬을 대참수 스킬북에 쓰도록 판을 짤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스킬북을 태워 삼키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참수 스킬이 학습되기 때문이다.

보스 몬스터는 헌터와 달리 성향이 다른 스킬북을 학습해도 페널티 처분을 받지 않는다.

그렇기에.

강후가 발트만을 죽이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그에게서 대참수 스킬을 강탈할 수 있었다.

그것도 말끔하게 페널티가 지워진, 순도 100% 위력 그대로의 스킬로 말이다.

터업.

솔라키움 줄기 하나를 입에 물었다.

아무리 호흡을 조절하면서 싸워도 발트만쯤 되는 녀석을 과민증 발동 없이 죽일 수는 없다.

그러니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하찮은 피조물이여! 괜한 고생 하지 말고, 냉큼 이곳에서 돌아가는 것은 어떠냐?”

멀리서 발트만이 무어라 지껄여댔지만, 강후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가끔 저런 말에 욱해서 달려드는 헌터들이 있는데, 가장 멍청한 케이스다. 아무 도움이 안 된다.

파앗!

강후는 대답 대신 도약과 가속 스킬을 동시에 연계하면서 전투의 포문을 열었다.

도약은 스킬 자체로, 원하는 방향으로 달려나가는 힘이 어마어마한 스킬이다.

한데 여기에 가속 스킬까지 추가하면, 전광석화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활용할 수 있는 스킬의 개수가 늘어나면서, 강후는 두 스킬을 묶어 연계하는 구성을 짜고 있었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각성 – 스킬 캐스팅 시간을 상당히 줄여주는 – 효과를 발동할 수 있어서다.

“타올라라.”

발트만이 즉각 대응했다.

강후의 미친 속도의 접근에 당황할 법도 하지만, 발트만은 오히려 잘 됐다는 표정이었다.

화르르륵!

발트만이 손끝으로 가리킨 지점을 중심으로 거대한 화염 장벽이 솟구쳐 올랐다.

새빨갛게 이글거리는 장벽은 마치 작은 태양을 이곳에 갖다 놓은 것처럼 열기를 뿜어냈다.

이는 강후도 무시하면서 통과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위력을 갖고 있었다.

이런 불을 코앞에 두면 발트만의 몸에도 어떤 변화가 생길 법도 하련만.

정작 당사자는 코앞에서 불길을 일으키고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뜨거워하지도 않았다.

‘시야를 가리는 구역을 만들어주면 나야 좋지.’

강후도 발트만의 즉각적인 대응에 놀라기보다는 오히려 좋은 이용수단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보호 방벽에 화염 속성을 부여함으로써, 똑같이 시야를 가릴 수 있는 불의 벽을 만들었다.

보호 방벽은 설치형이기 때문에 원하는 곳에 얼마든지 자리를 잡는 것이 가능했다.

그 상태로 강후가 미리 봐둔 발트만의 자리를 향해 손을 살짝 뻗었다.

연계한 스킬은 바로 납치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불길 너머에서 무언가가 자신을 끌어당길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 했는지.

“흐억!”

발트만이 모양이 빠지는 비명과 함께 허공에서 파닥거리며, 순식간에 강후의 앞으로 끌려왔다.

콰악!

발트만이 쉽게 빠져나갈 수 없도록 옷깃을 비틀어 잡아챈 뒤.

푹! 푸푹! 푹! 푹!

출혈 찌르기 스킬을 활용해 쉴 새 없이 발트만의 어깨와 가슴팍에 단검을 꽂아 넣었다.

“크아아악……!”

발트만이 신음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오른손을 활용해 다른 스킬을 펼쳤다.

즉사나 중상(重傷)과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가기 전에 공격적으로 던진 대응의 수였다.

화르르륵!

“제길.”

강후가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일단 뒤로 쭉 물러섰다.

발트만은 불의 가호라는 스킬을 활용해 스스로를 지켰다.

몸 전체를 거대한 불길로 바꾸는 스킬로 화염에 절대 면역이 있는 그이기에 가능한 대응이었다.

확실히 까다롭다.

그간 손쉽게 목숨을 끊었던 보스 몬스터와 달리, 발트만의 대응에는 짜임새가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강후가 손 놓고 아무것도 못 한 것은 아니다. 방금도 상처를 입혔고.

이제 값을 매길 차례다.

【혈화】

퍼퍼퍼펑!

“크어어아악!”

혈화를 사용하기 무섭게 발트만의 양어깨와 승모근, 흉부 상단에서 동시다발의 폭발이 일었다.

이것이 혈화의 힘이었다.

앞서 만들어둔 상처를 매개체로 삼아, 상대에게 생각지도 못한 추가 피해를 입히는 것!

강후가 다시 몰아쳤다.

후우웅! 후우웅!

이번에는 그림자 걸음이었다.

다섯 개 그림자가 전방으로 쏜살같이 달려나가기 시작하고.

각성 효과로 재차 사용이 가능해진 그림자 걸음을 강후가 또 한 번 썼다.

카득!

그리고 미련 없이 솔라키움 줄기를 꽉 깨물어, 안에서 흘러나오는 진액을 게걸스럽게 삼켰다.

곧 마나 과민증의 발동이 확정적이기 때문이다.

다시금 발트만의 빈틈을 만들어냈을 때, 확실하게 휘몰아쳐야 한다. 정신없이.

“다 태워버려 주마!”

발트만이 사방으로 흩어진 강후의 그림자를 보고는 신경질적으로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어느새인가 만들어진 불의 비가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강후를 특정하고 공격할 수 없으니, 모든 대상을 동시에 타격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자기가 자기 속성을 활용한 공격에 당하지는 않으니, 이런 공격적인 대응이 가능하군.’

내심 발트만이 부러워졌다.

단검을 누구보다 잘 다룰 줄 아는 만큼, 단검 공격에 무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파팟.

강후가 아직 형태가 남아 있는 그림자 중 하나를 선택해서 순식간에 위치를 바꿨다.

발트만은 그림자에는 관심이 없었다. 계속 본체 쪽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갑자기 강후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동공이 흔들리며 당황했다.

이윽고.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발트만에게 다시 접근한 강후가 이를 악물고 단검을 꽂아 넣었다.

푸욱!

“크억! 이, 이놈……!”

불의 가호 스킬은 한 번 경험한 적이 있기에, 같은 대응을 할 때 살짝 물러섰다가 다시 접근했다.

발트만의 대응 패턴이 하나둘씩 분석되자, 움직임도 더 이상 복잡해 보이지 않았다.

‘그림자 걸음에 호되게 당했으니, 또 당하고 싶진 않겠지.’

강후가 미끼를 던졌다.

재차 그림자 걸음 스킬을 전개하며, 이번에는 대놓고 그의 앞으로 그림자를 하나 보냈다.

앞서서 그림자와 본체의 위치가 바뀐 경험을 했으니, 같은 레퍼토리에 또 당하고 싶진 않을 터.

바로 그때.

품속에서 대참수 스킬북을 꺼낸 강후가 전력을 다해서 발트만에게 책을 던졌다.

그림자의 속도를 살짝 조절하면서, 그것보다 스킬북이 먼저 닿도록 타이밍을 맞췄다.

강후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것에 대한 분노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라 있었던 탓일까?

“으아압!”

얼굴이 터질 듯이 붉게 달아오른 발트만이 마치 드래곤 브레스처럼, 화염을 전방으로 뿜어냈다.

태워 먹기 스킬이었다.

‘됐어.’

화르르르륵!

이내 태워 먹기에 휘말린 대참수 스킬북이 순식간에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그 대신, 푸른빛 정수의 형태로 치환된 내용물이 발트만의 입안으로 쏙 들어갔다.

스킬을 태워 먹었으면 발트만에게 마나를 보충시켜줬겠지만.

애석하게도 발트만이 얻은 것은 필요한 마나가 아니라, 활용 방법도 모르는 이상한 스킬이었다.

어쨌든 먹였다!

이제 발트만을 죽여도 된다.

그에게서 대참수 스킬을 강탈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스스로 헛짓거리를 했다고 생각했는지, 열이 바짝 오른 발트만이 강후를 향해 양손을 뻗었다.

“죽여버리겠다!”

이번에는 그의 손 위로 길쭉한 채찍 같은 것이 만들어졌다. 불의 채찍이라고 불리는 스킬이다.

제멋대로 줄었다가 늘어나길 반복하는 것은 물론, 타격 즉시 불이 붙기에 매우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강후는 당황하지 않고 도약을 활용해 극단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발트만에게 가까이 붙었다.

그리고 거센 채찍질이 몸에 닿기 전, 횡 이동을 활용해서 발트만의 뒤로 돌아갔다.

“윽.”

강후가 인상을 찌푸렸다.

쉬지 않고 스킬을 휘몰아치듯이 쓴 탓인지 몸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솔라키움과 끈질긴 인내 반지의 고통 경감 효과가 적용되고 있는데도 이만큼의 고통이 느껴졌다.

아마 두 가지 보조 수단이 없었으면, 지금 전투가 아니라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을 것이다.

새삼 보조 수단의 존재에 감사하게 됐다.

마나 과민증이 계속 체력을 갉아먹고 고통을 유발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틸 정도는 됐다.

푸욱!

“끄아악!”

뒤에서 발트만의 허리와 옆구리 사이의 움푹 파인 공간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마법사 직업군의 보스 몬스터라서 그런지, 안에 덧대 입은 갑주의 강도가 썩 높지 않았다.

강후는 그 상태로 찔러 넣은 단검을 꽉 잡고는, 잔혹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비틀었다.

마치 꽉 잠긴 통의 뚜껑을 여는 것처럼 전력으로 돌리고, 또 돌렸던 것이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지옥일 수밖에 없었다.

피부와 근육, 살점은 물론이고 내장까지 뒤틀리는 고통이기 때문이다. 고통을 조금이라도 버틸 수 있다면 그게 비정상일 정도다.

“크아아아!”

발트만이 절규했다.

강후는 멈추지 않고, 연이어 시야 강탈과 얕은 혼돈 스킬을 발트만에게 쑤셔 넣었다.

녀석에게 시야를 빼앗고, 공간에 대한 혼란을 줘야 최후의 일격을 확실히 먹일 수 있다.

피날레(Finale) 말이다.

강후는 전투를 길게 끌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

기회에 두 번은 없다. 다음이라는 것도 없다. 운이나 요행 같은 것도 없다.

처음 잡은 기회가 반드시 마지막 기회여야 하는 것이다!

강후는 여기서 끝을 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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