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18화 (18/304)

18화 스킬 강탈 (2)

‘셋이 뭉쳐 다니는 것으로도 모자라 미들 보스 타이틀을 달고 나온 것으로 얘기는 끝난 거지.’

강후는 상황을 담백하게 봤다.

정말 세 명의 디펜더들이 까다로웠다면 이 던전에서 메인 보스 타이틀을 가져갔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치명적 약점 또는 태생 자체의 문제나 변수가 있음을 뜻한다.

환영술로 포문을 열었다.

강후와 함께 출발한 다섯의 환영이 가장 가까운 디펜더를 특정하고 달려들었다.

지이잉! 지잉!

저마다 특화된 스킬을 활용하며 방어에 나섰다. 가장 대응이 빠른 것은 전방 디펜더였다.

아무래도 자신의 시선을 기준으로 앞에 방어막을 형성할 수 있다 보니 대응이 기민한 듯했다.

‘예상대로.’

가장 반응이 늦은 것은 후방 디펜더였다.

등 뒤에 방어막이 생기니, 곧바로 정면 대응이 안 되는 것이다.

터업!

강후가 속주머니에서 꺼낸 솔라키움을 입술에 꽉 문 채로 돌진할 준비를 마쳤다.

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결과까지 보려면, 중간에 마나 과사용이 필수일 것 같아서다.

퍼펑! 펑!

여기저기서 환영이 터져가며 연막을 만들었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작업도 머리 아픈데, 그나마 가짜를 맞춰도 연막으로 뒤끝이 남는다.

3초의 연막 효과는 강후가 디펜더와의 거리를 좁히고, 한 녀석을 노리기에는 충분했다.

강후는 계속해서 환영을 만들어내며, 집요하리만치 ‘측면 디펜더’만 노렸다.

전방, 후방 디펜더는 무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철저하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강후의 맹공격을 측면 디펜더가 전력으로 막아내며 버티고 또 버텨내자.

전방, 후방 디펜더가 어느 정도 전투 흐름이 하나의 결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공격적으로 임했다.

덩치 좋은 녀석들의 협공이었기에 강후는 절대 정면으로 공격이 맞부딪히는 그림은 주지 않았다.

그 대신, 측면 디펜더의 몸을 중심으로 꾸준히 횡 이동을 전개하며 위치를 바꿨다.

일단 뒤로 넘어가서 은신을 해 버리면, 협공하려던 둘도 목표를 재설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심’의 개념이 없는 몬스터의 경우에는 이럴 때, 동족이 피해를 입어도 공격을 거칠게 퍼붓는다.

이를테면 동료의 얼굴에 붙어있는 벌레를 잡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뺨을 때리는 식이다.

동료의 아픔보다 벌레의 제거라는 명제에 충실하려고 하기에 조심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디펜더 삼인조는 달랐다. 서로 조심했고, 그래서 역설적으로 기회를 몇 번 놓쳤다.

강후가 피하고 또 피하며, 계속 측면 디펜더의 빈틈을 공략했다.

확실히 내실이 탄탄함과 동시에 두 동료의 지원을 받아서인지, 쉽사리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전투 도중에도 꾸준하게 시선을 떼지 않고 있던 후방 디펜더의 빈틈이 포착됐다.

착용하고 있었던 건틀릿이 살짝 틀어졌는지, 손목 부분을 만지면서 재조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별것 아닐 수 있는, 아주 잠깐의 조정 과정이지만 강후에게는 선명한 구멍으로 보였다.

순간적으로 정면이 아닌 옆으로 팍 튀어버린 강후의 몸이 순식간에 후방 디펜더에게 닿았다.

너무 가까운 거리였기에 도약과 동시에 순간이동을 하다시피 강후가 그에게 붙었다.

【출혈 찌르기】

푸슛! 푸슛! 푸욱!

강후가 출혈 찌르기를 신속하게 어깨에 꽂아 넣었다.

좀 더 강화된 형태의 찌르기 스킬이라 그런지, 단검이 깊게 파고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억! 어억! 억!”

신음을 토해내는 와중에도 후방 디펜더의 양팔이 강후의 몸을 노리고 접근해왔다.

애초에 강후가 그의 상체에 매달린 것처럼 붙은 형태라, 손쉽게 잡힐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 시점에 강후는 횡 이동을 이용해, 그의 등 뒤로 이동해 있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시야 강탈】

【얕은 혼돈】

감각 체계를 교란하는 성좌 스킬을 연달아 퍼부었다.

카득!

강후는 미련 없이 솔라키움 줄기를 씹었다.

마나가 폭발적으로 빠져나가는 지금부터 슬슬 느낌이 올라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허엇······!”

시각과 공간 감각을 모두 잃은 후방 디펜더가 제대로 갈피도 잡지 못하고 양팔을 바둥거렸다.

그것이 오히려 자신에게는 독이 됐다.

다른 두 동료가 쉽게 접근할 수 없게, 경로를 방해하는 역할을 해버려서다.

강후에게는 기회였다.

터억!

과감하게 디펜더의 목 뒷덜미로 올라탄 강후가 양어깨를 발판 삼아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크아아아악!”

양 손가락을 그의 왼쪽, 오른쪽 눈에 가져간 뒤. 그대로 눈을 찔러버렸다. 후벼 파버린 것이다.

“눈은 강철이 아니거든.”

강후가 손에 더욱 힘을 줬다.

제아무리 강력한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가장 취약한 부위 중에 하나는 역시 눈이다.

물론 높은 레벨로 올라가면 눈 자체에도 강화된 ‘막’을 가진 경우가 종종 나타나긴 하지만.

레벨 100 미만 던전이면, 그렇게 ‘고급스러운’ 몬스터가 나올 수준은 아니었다.

푹푹푹! 푹푹!

강후가 연달아서 출혈 찌르기를 더 쑤셔 넣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10개의 중첩이 쌓이면서, 특유의 출혈 효과를 볼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

샤아아!

‘역시.’

때를 맞춰 디펜더의 상태 회복을 도와주는 ‘대회복’이 활성화됐다. 초고속의 회복 기제였다.

하지만 여기서 출혈이 빛을 발했다. 대회복이 무력화된 것이다.

이곳보다 상위 몬스터라면 이를 무시하고 일정량의 회복을 이뤄냈겠지만······.

애석하게도 디펜더들은 그 정도까지의 하이 스펙은 아니었다. 한계가 명확했다.

“흐어!”

후방 디펜더가 탄식을 터뜨렸다. 믿었던 대회복이 무위로 돌아가자 대단히 좌절한 모습이었다.

그사이.

강후는 이미 피가 철철 흐르고 있는 디펜더의 눈으로 단검을 돌려, 온 힘을 다해 쭉 잡아당겼다.

“······!”

그것으로 끝이었다.

【강탈이 활성화된 대상에게서 빼앗을 수 있는 스킬은 다음과 같습니다.】

【후면 방어술】

【전면 방어술과 측면 방어술을 획득하면, 본 스킬과 합쳐져 ‘보호 방벽’ 스킬이 재생성됩니다.】

‘이거였군.’

조금 특별한 메시지가 떴다.

보통 독립된 스킬 하나를 얻으면 거기서 끝이지만.

이 스킬의 경우는 다른 스킬과의 연관성을 인정받아 세트 효과를 볼 수 있는 듯했다.

마치 조각을 모으듯.

각 방향의 방어를 담당한 스킬 조각을 완성하면 하나의 완전체 스킬이 되는 것이다.

한 놈이 죽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놈.

강후가 더욱 공격의 템포를 높였다. 지금만큼 휘몰아치기 좋은 때는 없다.

바로 납치를 이용해, 전방 디펜더를 소환했다. 동시에 강탈한 후면 방어술 스킬을 썼다.

여기까지는 강후가 왜 후면 방어술 스킬을 썼는지 의도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그림이었다.

전방에 있는 적을 끌고 왔는데, 뒤를 방어한다는 것은 대단히 부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 부자연스러움에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진즉에 인지했어야 했지만.

애석하게도 전방 디펜더는 강후의 노림수를 전혀 읽지 못했다.

그리고 횡 이동과 함께 강후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제야 심상찮은 기운을 느꼈다.

이미 그때는 상황이 벌어지고 난 후였다. 강후가 전력으로 디펜더를 밀치고 있었던 것이다.

치이이이익!

“끄으아아아!”

이윽고 사고가 터졌다.

후면 방어술로 만들어낸 방어벽에 전방 디펜더의 몸이 닿으면서, 하얀 연기가 타올랐다.

설치형으로 만들어진 방어벽에 디펜더의 신체가 닿으면서 발생한 현상이었다.

물론 강후의 노림수였다.

방어막은 일종의 결계라서 스킬 등에 대해선 저항하고 튕겨내는 효과를 갖는다.

하지만 생체에 대해선 마치 달아오른 철판에 닿은 것처럼, 급격한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격에 전방 디펜더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사실 반쯤 넋이 나갔다.

허를 찔린 것은 물론, 몸 뒤쪽이 통째로 불타오르는 느낌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비틀거리는 녀석을 두고 강후가 등지며 섰다.

적에게 등을 보인다는 것. 그것은 전장에서 최우선으로 지양해야 할 덕목 중에 하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치이이익······!

“끄어어어!”

강후가 등진 상태에서 만들어낸 후면 방어술 스킬의 방어막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몸 앞에 방어벽을 만들기 위해, 다분히 의도적으로 몸을 돌렸던 것이다.

그 바람에 전방 디펜더는 마치 위아래가 막힌 석쇠 안에서 통째로 구워지는 고기 신세가 됐다.

창의적인 공격의 연계!

쿠웅!

처음부터 강후의 손바닥 안에서 놀 수밖에 없었던 디펜더 3인조 중 두 번째가 죽었다.

전면 방어술 스킬의 강탈.

이제 하나만이 남았다.

“다음은 너다.”

그리고 강후가 마지막 희생양이 될 미들 보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 *

순식간에 동족 둘을 잃고, 전의를 상실한 측면 디펜더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

레벨은 30을 코앞에 둔 위치까지 쭉 올랐다. 수치로 보면, 29.7은 족히 될 법한 레벨이었다.

【‘보호 방벽’ 스킬이 생성됩니다. 기존의 방어술 스킬 3종은 폐기되었습니다.】

동시에 스킬 세트 효과에 따른 통합이 이루어졌다.

보호 방벽.

앞선 3종 스킬과 달리 모든 방향을 방어할 수 있는 구조였다.

스킬 시전자를 따라다니는 ‘이동형’이 아닌 ‘설치형’이기에 전략적인 활용도가 더 높았다.

아울러 스킬 숙련도 최대 효과로 보호 방벽의 중복 사용이 가능해졌다.

껄끄러운 공격이 쏟아지는 루트에 전술적으로 여러 개를 설치하는 그림이 가능해진 셈이다.

【성좌 ‘기동전의 대가’가 성좌도 울고 갈 당신의 전략에 눈물을 흘립니다.】

【성력을 다수 소모하여 당신에게 쓸만한 버프를 후원합니다.】

【경험치 증가 +1%】

“······?”

강후가 눈을 부릅떴다.

‘기동전의 대가’가 점점 자신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쯤은 알았지만, 후원 수준이 확 높아질 줄이야?

보통은 소량의 성력을 소모하는 약간의 버프를 후원하지만 지금은 그 규모가 달라졌다.

【이 계약자는 나의 것이다. 너 같은 하찮은 성좌가 함부로 다룰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의도한 건지, 실수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차원 강탈자의 날이 잔뜩 선 메시지가 보였다.

성좌 간의 경쟁은 강후의 입장에서는 천번 만번이라도 반길 일이었다.

결국은 후원 ‘랭킹’ 싸움이기 때문이다.

많은 후원을 받을수록, 계약자의 마음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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