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화
농질의 명령이 떨어진 순간.
불문의 성지 중 한 곳인 아미산에 검고, 붉은 파도가 크게 출렁거렸다.
이천 명에 달하는 사흑련의 군세가 일제히 움직이자,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러한 착각을 일으킨 것이다.
“아미타불…….”
아미파의 제자 중 한 명이 떨리는 두 손으로 합장하며, 불호를 외웠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복호사의 산문에서 그들을 대적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이들 모두의 눈이 흔들렸다.
실로 압도적인 광경.
순간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다.
특히 전투태세를 갖춘 귀영대와 혈영대의 기세가 남달랐다.
살갗이 따가울 정도로 강렬한 살기와 사기가 빠르게 퍼지며 단숨에 복호사를, 아미산을 깊게 잠식했다.
타다닷!
동시에 경신법을 펼친 군세는 선두에 서 있는 농질을 지나쳐, 복호사로 달렸다.
귀살보(鬼殺步)와 혈류보(血流步) 등 각자 익힌 경신법을 펼친 그들은 기기묘묘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빠르게 복호사의 산문을 덮쳤다.
일순간 하늘이 새까매졌다.
이천 명에 달하는 군세가 뛰어서 날아들자, 중천에 뜬 하늘이 삼켜진 것이다.
그때였다.
화아아악!
강렬한 빛이 폭사하며, 산문을 넘으려던 이들이 뒤로 튕겨 나갔다.
열댓 명이 단숨에 나자빠졌다.
그 앞에는 윤회육환장을 휘두른 듯 자세를 취한 소운사태가 있었다.
“감히 어디를 들어오려는 것이냐.”
소운사태는 복호사의 문을 포위한 군세를 노려보며, 두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이곳은 아미파……!”
항마후(降魔吼)를 터트렸다.
대정신공의 신묘한 법력이 실린 음성은 일대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며, 사흑련 군세의 진격을 순간 멈칫하게 했다.
그녀의 전신에 법력이 몰아쳤다.
그 자체로 무게감이 느껴지는 법력이었다.
불투명하게 퍼진 그 묵직한 기파에 그녀의 주변이 일그러진 것만 같았다.
왜 일각에서 그녀를 두고 아미산신이라 칭하는지 확연히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너희들같이 악독한 무리가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소운사태가 눈매에 힘을 주며 외쳤다.
보현보살(普賢菩薩)과도 같이 인자한 인상이 일순간 수라처럼 변했다.
인상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존재감이 불쑥 거대해졌다.
홀로 사흑련에 군세에 맞설 것처럼 굳건한 기도를 발한 그녀는 손에 든 윤회육환장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아미의 제자들은 본 파를 위협하는 악적들을 처단하라!”
“장문인!”
“과연 아미파의 장문인이도다.”
수많은 군세에 위축되었던 아미파의 제자들과 무인들이 자신감을 회복했다.
소운사태라는 존재.
절대고수가 함께한다는 것은 문파 간의 전쟁에서는 거대한 힘이었다.
“악적들을 처단한다!”
“사파의 무리에게 단죄를 내릴 때다!”
아미파의 산문에 모인 이들이 마음을 다잡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아미의 제자들은 항마복룡진(降魔伏龍陳)을 펼쳐라!”
아미파의 제자들은 장로들의 계도에 따라, 합벽진(合壁陳)을 펼쳤고.
“청성의 제자들은 검을 뽑아라!”
“사파의 무리를 처단한다.”
아미파를 도우러 온 청성파의 도사들과 무림맹의 무인들 또한 사기가 오른 모습으로 기수식을 취했다.
한편, 사흑련의 군세는 잠시 멈칫하긴 했으나, 소운사태와 그런 무인들의 모습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은 채, 각자의 병기를 꼬나 쥐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면이 아닌 사방으로 흩어져, 포위하듯이 달려들었다.
천라지망의 모습과 일치하는 형태였다.
잠시 후, 마침내 그들이 부딪쳤다.
대규모 격전의 시작.
채앵! 퍼억! 쿵!
“컥!”
“큭!”
사방에서 온갖 소리가 터져 나왔다.
비명 소리, 살이 관통되거나 베이는 소리, 칼이 부딪치는 소리 등등.
목숨을 빼앗고 뺏는 생사결이 일어나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들이었다.
그리고 그 속.
유달리 고요한 곳이 있었다.
아니, 소란조차 끼어들 생각을 하지 못하는 듯했다.
소운사태와 농질.
지닌 무가 하늘에 닿은 자들…….
천외천(天外天)의 두 존재는 서로를 죽고 죽이는 격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꿈쩍하지 않고, 서로를 응시했다.
강호의 싸움에서 고수란 중요했다.
특히 소운사태와 농질처럼 각 무리의 최고수라면, 그 중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둘은 서로만 바라봤다.
이 격전의 판도를 바꿀 만한 힘이 그 둘에게 있었기에.
“후우.”
그렇게 한동안 소운사태를 보던 농질이 곰방대를 물더니, 하늘을 향해 연기를 내뿜었다.
새하얀 연기는 하늘에 끝까지 닿지 못한 채, 중간에 흩어지며 사라졌다.
그녀는 이내 곰방대를 밑으로 털더니.
휘리릭―
그것을 손에서 한 바퀴 돌리며, 고쳐 잡았다.
수려한 손놀림이 섞인 잡기를 펼친 그녀는 곰방대를 검처럼 파지했다.
“놀라운 법력이야.”
농질이 말을 하며, 눈을 치켜떴다.
뱀처럼 길게 찢어진 동공이 먹잇감을 발견한 듯 매서운 빛을 발했다.
“그것이 아미파의 신공이라고 불리는 대정신공의 공력이겠지?”
“요물이 보는 눈은 있구나.”
소운사태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후후후, 역시…….”
농질이 웃음소리를 흘렸다.
하나 그녀의 눈은 전혀 웃지 않은 채로 소운사태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빛은 미쳐 버린 자의 것과 같았다.
“피가 끓어. 아주 많이…….”
곧 그녀의 머리카락이 흔들리며, 전신에서 거무튀튀한 기운이 흘러나와 실타래처럼 퍼졌다.
기운이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사이하고, 지독한 기운이었다.
그렇게 퍼져 나가던 기운은 어느 순간 곰방대에 촘촘하게 모여 갔다.
곰방대를 휘감고 있는 형태였다.
신비로운 조화의 발현.
하지만 그걸 이루어 낸 농질도, 바라보는 소운사태도 표정에 아무 변화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당연시되는 것이었다.
우우우우―
그때, 돌연 귀곡성(鬼哭聲)이 울었다.
삽시간에 경기를 실은 곰방대가 거무튀튀한 기운을 품은 채, 위에서 아래로 ‘뚝’하고, 떨어졌다.
소운사태를 향해서였다.
둘 사이의 공간이 일그러졌다.
콰지지지직!
강렬한 경기가 실린 참격.
‘아무 까닭 없이 악명을 얻은 자가 아니도다.’
소운사태의 눈이 착 가라앉았다.
상대는 강했다.
괜히 칠요선이니, 혈루열왕이니 하며 악명을 크게 떨친 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미타불.”
그녀 또한 보통 고수는 아니었다.
스윽―
소운사태가 윤회육환장을 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법력, 대정신공의 공력이 응축되었다.
그렇게 뭉쳐진 법력이 윤회육환장의 여섯 고리에 스며들기 시작했고.
번쩍!
이내 눈이 부시게 찬란하게 빛나는 금빛의 광채를 발했다.
불광보조(佛光普照) 광멸(光滅).
응축된 대정신공의 공력이 실린 경력이 폭발적으로 터지며, 나아갔다.
무지막지한 굉음을 흘리면서였다.
빠르게 쏘아지는 금빛의 광채가 잔상처럼 꼬리를 길게 그렸다.
이윽고 찰나지간에 쇄도한 광멸은 농질이 휘두른 참격과 충돌했다.
정면충돌이었다.
콰아아아앙!
뒤늦은 폭발음과 충격파가 터졌다.
모든 것이 아득해질 정도였다.
* * *
쿠구구구―
발바닥에 느껴지는 진동에 천휘는 무인을 베어 낸 화월을 ‘휙’하고 털어 내면서, 그 진원지를 바라봤다.
“음?”
현재 산문과의 거리는 대략 이백여 장.
상당히 먼 거리였다.
다른 이들이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터였지만, 천휘는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고 있었다.
소운사태가 기묘한 차림새의 여인과 맞서 싸우고 있는 모습을.
“꽤 재밌어 보이는걸.”
살짝 흥미가 갔다.
소운사태의 무위는 물론이거니와, 여인의 무위 또한 만만치 않았다.
“저게 아미파의 장문인과 칠요선의 무위란 말이지? 생각보다 꽤 실력이 있는데, 무공도 독특한 것 같고.”
천휘가 흥미를 드러내며, 산문의 상황을 구경하는 그때.
탓!
땅을 박차는 소리가 들렸다.
절강귀수였다.
천휘가 고개를 돌린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은 그는 바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지체 없는 행동이었다.
‘저놈은 결코 이길 수 없어.’
그의 나이 칠십.
사파의 무인으로서 그동안 살아남은 것은 그의 무위도 무위였지만, 눈치가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지금 그는 직감했다.
매화신협이란 녀석은 이곳에 있는 놈들이 아무리 뭉쳐 봐야 결코 이길 수 없는 고수란 걸.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극한의 보법을 펼치면서 도망치는 절강귀수를 본 천휘는, 그 순간 발을 뗐다.
흙바닥이 짓밟히며 검이 종으로 그어졌다.
불현듯 휘둘러진 검격은 대기를 가르며, 절강귀수의 뒤를 바짝 쫓았다.
눈으로 좇기도 힘든 속도였다.
“……!”
도망치던 절강귀수는 뒤늦게 검격을 발견하고 몸을 피하려 했지만.
스걱!
그가 움직이기 전에, 검격이 허리춤을 그대로 자르고 지나갔다.
절강귀수의 사체는 달리던 속도를 잃지 않은 채, 바닥에 나뒹굴었다.
처참한 광경이었다.
천휘는 절명한 절강귀수의 사체에는 눈길도 두지 않은 채, 몸을 벌벌 떨고 있는 다른 사파 무인들을 노려봤다.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하나 사파 무인들에게 그것은 마치 구유(九幽)에서 나온 목소리기라도 한 것처럼 절로 공포감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차피 모두 죽을 테니까.”
천휘의 입에서 선고가 내려졌다.
사파 무인들은 그 선고에 몸을 부르르 떨더니,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러더니 모두 병기를 쥐었다.
도망은 불가였다.
그렇다면 결국 남은 것은 하나뿐.
“좌는 내가 맡겠소.”
추건이 악심군에게 말했다.
절강귀수가 죽은 이상 이곳에 고수라 하면 자신과 악심군 그리고 저 표독스러운 눈을 한 노인밖에 없었다.
“음풍노괴(陰風老怪).”
음풍노괴는 추건의 부름에 미간을 찡그리며 대꾸했다.
“뭐냐?”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하오.”
“저 괴물 놈을 상대로 말이냐? 죽으려고 환장한 것이냐?”
“그러면 다른 방법이 있소?”
“…….”
음풍노괴는 침묵했다.
그 말대로 방법은 없었다.
입을 다문 음풍노괴를 보던 추건이 검을 다시 파지하며, 입을 뗐다.
“정면을 부탁하오.”
그 말을 끝으로 추건은 홍양기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며, 땅을 박찼다.
쿵!
선명한 발자국이 밑에 남았다.
희미한 진동마저 느껴질 만큼 강하게 진각을 밟은 그는 축진비(縮進飛)를 펼쳤다.
쾌속에 풍경이 어그러졌다.
천휘의 좌측으로 움직이던 그의 눈에 반대쪽에서 도를 든 악심군과 쌍수를 치켜들며, 천휘에게 정면으로 부딪치는 음풍노괴가 언뜻 보였다.
단 일초.
그들은 그것에 승부를 걸었다.
곧 셋은 천휘의 지척까지 도달하며, 각자의 성명절기를 펼쳤다.
홍천광망검(紅天光芒劍).
군림벽력(君臨霹靂).
음풍귀천파(陰風歸泉波).
동시에 이루어진 그들의 공격이 세 방향에서 천휘에게 짓쳐들어왔다.
사이한 기운이 사방에서 몰아쳤다.
그뿐이 아니었다.
끼기기기긱―
우측에서 휘둘러지는 도에서는 불쾌한 소리가 울리며 귀를 괴롭혔다.
도신에 작게 뚫린 구멍에서였다.
그리고 추건은 어떤가.
홍양기공이 실린 검이 매서운 검기를 발하며, 대기를 찢어발겼다.
마지막으로 정면에서 맞서는 음풍노괴가 펼치는 혼신의 일격, 음풍귀천파가 서늘한 바람을 부르니.
무극지경의 고수라고 할지라도 뼈를 못 추릴 만한 지독한 합공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동시에 돌진하는 셋을 보던 천휘의 전신에서 고아한 적빛이 떠올랐다.
매화신공의 조화였다.
곧 천휘의 주변으로 마치 황혼이 내려앉은 듯한 신비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휘릭―
동시에 천휘의 소매가 흔들렸다.
그 소매 아래 황혼을 담은 화월이 들리며, 붉은 기의 파동이 요동쳤다.
세상이 기의 파동에 물들어 갔다.
새하얀 눈과 내리쬐던 햇빛이 적빛에 감싸여지고, 이내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적빛이 그려 낸 건 한 줄기의 궤적이었다.
이윽고 모든 것들이 궤적에 흡수되어 가더니, 이윽고.
스걱!
고요 속 하나의 소리가 울렸다.
무언가 잘리는 작은 소리.
하지만 이곳에 있는 자들에게는 어떠한 소리보다 크게 들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푸슉―
세 곳에서 피가 솟구쳤다.
천휘에게 달려들던 세 명은 가슴팍에 깊은 상처를 입고 앞으로 쓰러졌다.
비명은 없었다.
그들이 힘없이 쓰러지는 소리만이 뒤늦게 울릴 뿐이었다.
천휘는 쓰러진 이들에게는 시선도 두지 않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남은 잔당들은 덜덜 떨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몇몇 이들은 뒤로 슬금슬금 움직이는 것이 언제든 도망치려고, 준비를 하는 듯한 자세였다.
“좀 전에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말귀를 못 알아먹네.”
천휘가 곧바로 암향표를 펼쳤다.
그의 신형이 명멸했다.
너무 빠른 속도에 천휘의 움직임이 끊겨 보인 것이다.
눈으로 좇을 수조차 없는 보신경.
곧 그들 주변에 검을 휘두르는 천휘의 모습이 잔상으로만 남았다.
사방에 피를 뒤늦게 남기면서.
잠시 후.
털썩, 털썩.
피 웅덩이가 흙바닥 곳곳에 조금씩 차오르고, 점차 정적만 쌓여 갔다.
천휘는 자신이 쓸어버린 곳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멸절대를 바라봤다.
그들 역시 거의 정리가 된 상황이었다.
멸절대 주변에는 사파 무인들의 시체가 쌓여 있었다.
권장을 펼친 이들의 피풍의와 소매는 피에 의해서 검붉게 변해 있었고, 검과 도 끝에서는 핏물이 뚝뚝 떨어지며, 혈향을 피워 냈다.
멸절대 대원들은 하나 같이 숨이 차는지, 가슴을 크게 들썩였다.
군세 중 대대가 아닌 군소 방파의 오합지졸들이 모인 무리를 상대한 거라고는 하지만, 꼭 약하지만은 않았다.
몇몇은 강호에서 잔뼈가 굵은 자들이라 까다로웠고, 몇몇은 오히려 대대인 귀영대와 혈영대보다 강한 듯했다.
그 때문일까.
그들을 처리한 멸절대도 썩 좋은 상태라고는 할 수 없었다.
몇몇은 피풍의가 갈기갈기 찢겨 있었고, 몇몇은 상처가 드러나 있었다.
치열한 혈투의 흔적이었다.
‘그래도 내상은 없고…….’
천휘는 지금 상황에 만족했다.
내상이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였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이제 좀 제대로 된 실력을 선보일 수 있겠군.’
멸절대 대원들의 표정이 처음 임무를 하러 갔을 때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전신에서 풍기는 기세는 날카롭게 벼려져 있으며, 한껏 격양된 상태였다.
피비린내 속 목숨이 오고 가는 싸움이 그들의 신경을 바짝 세우며, 오감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것이리라.
‘이제 날뛸 차례인가?’
씩 웃은 천휘가 화월을 털어 냈다.
검신에 묻어 있던 피가 발밑의 피 웅덩이에 튀면서, 혈향을 사방에 뿌렸다.
그 행동에 숨을 고르던 멸절대가 천휘에게 시선을 돌리며 집중했다.
“이제 산문에서도 싸움을 시작한 것 같으니 좀 쉬워졌네요. 그 많은 인원을 다 관리하지는 못할 테니.”
천휘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바로 가죠.”
그 명령에 숨을 고르던 멸절대 대원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날카로운 기세를 풍기면서였다.
멸절대의 임무는 이제 시작이었다.
결연한 얼굴의 그들을 보던 천휘가 수많은 군세를 응시하며, 뇌까렸다.
“저놈들을 각개격파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