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마-281화 (281/391)

281화

먹구름이 낀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새까만 하늘과 다르게 서서히 떨어지는 새하얀 눈.

상반되는 풍경 아래.

다그닥― 다그닥―

수십 필의 말이 관도를 달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말들에는 하나같이 새하얀 피풍의를 걸친 자들이 타고 있었다.

혈우검가를 빠져나온 멸절대였다.

“미친 듯이 달리는걸.”

천휘는 앞을 보며 중얼거렸다.

평소라면 선두에 달렸을 자신이었지만, 현재 가장 앞에는 한 필의 말이 미친 듯한 속도로 내달리고 있었다.

선두에 가는 것은 단리관천이었다.

멸절대에서 유일하게 사천에 적을 둔 그는 천휘에게 임무에 대해서 듣자마자, 누구보다 서둘러 움직였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등과 말고삐를 쥔 손밖에 없지만, 멸절대의 모두가 단리관천의 심정을 느끼고 있었다.

조급함과 불안 그리고 걱정.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품은 그는 정면만 주시한 채, 계속 달려갔다.

그때 말을 몰며, 천휘 옆으로 바짝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호광개였다.

“문파가 위험에 처했다는데 당연한 것 아니겠어? 나라도 개방이 위험하다면 한달음에 달려갔을 테니.”

천휘의 옆에 바싹 붙어 온 호광개가 단리관천을 주시하며, 말을 건넸다.

“대주도 그럴 것 같은데.”

“뭐, 그렇기는 하죠.”

천휘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화산파가 위험하다?

상대가 누구든 당장 족치러 달려갈 것이다.

‘내가 화산파를 이 정도로 키우려고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데.’

암향단과 합격진을 만드는 데만 해도 품이 꽤 들었다.

한데 그뿐인가, 별의별 거를 해 주지 않았나.

천하제일 문파가 되기 전까지 무너져서는 절대로 아니 되었다.

화산파가 습격당하는 상황을 상상해 본 천휘가 미간을 좁힐 무렵.

“그것보다 대주.”

호광개가 천휘를 다시 불렀다.

그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렸다.

태연한 척 가장하고 있었지만, 어느 때보다 크게 흔들리고 있음이 느껴졌다.

“이번 임무에 따로 계획을 세워 둔 것은 있어?”

호광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쉬운 상대들이 아니었다.

물경 이천 명의 무인.

그것도 그냥 무인들인가?

혈영대와 귀영대였다.

사흑련의 무력 사대 중 두 곳이 힘을 합쳐서 공격해 오는 것이었다.

어찌 걱정이 되지 않으랴.

그런데.

“아뇨. 딱히 없는데요.”

돌아온 대답은 간결했다.

“뭔 거창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나요? 그냥 부수면 되는데.”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천휘의 모습에 호광개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이번 혈우검가를 습격할 때도, 그 전 첫 임무로 적호채에 쳐들어갔을 때도 무작정 돌진만 명령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번에도 그럴 줄이야.’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무 주먹구구식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다름 아닌 천휘였다.

패혈검과 무정도객을 쓰러트리고 흑야차와 성휘나찰사를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도록 만든 자.

‘대주 정도의 무위라면 계획은 필요 없겠지. 거기다 어중간하게 계획을 짰다가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도 생기면 오히려 패가망신으로 향하는 길이니.’

사실 천휘 정도의 힘을 지닌 고수는 계획을 세워도 무의미하게 만들기 일쑤였다. 그러니 오히려 천휘의 말대로 계획 없이 일단 부딪쳐 힘을 가늠해 보는 것이 나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던 호광개는 순간 헛웃음을 내비쳤다.

예전이라면 계획이 없는 것에 불안하기만 할 테지만, 지금은 달랐다.

‘대주가 있으면, 무서울 게 없지.’

그의 눈동자가 천휘를 담았다.

같이 지내면 지낼수록 천휘의 대단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지금의 모습마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몰아치는 눈보라의 추위에 피풍의를 푹 눌러쓴 다른 멸절대원들과 다르게 천휘는 얼굴을 훤히 드러낸 채였다.

아주 멀쩡한 모습으로.

마치 추위를 안 느끼는 듯했다.

‘아마도 한서불침지체의 경지에 도달한 거겠지?’

생각하던 그가 혀를 내둘렀다.

한서불침지체를 완성했단 것은 최소한 환골탈태까지 이루었다는 뜻.

‘대주야말로 천재라고 불리는 부류에서도 진짜 중 진짜배기지.’

처음 천휘를 보았을 당시.

약간의 시기심도 있었다.

그 또한 무인이지 않은가.

그리고 따로 말한 적은 없지만, 그 역시 개방의 후개 중 한 명으로서 그 무위는 후기지수들 중 손에 꼽히는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최근 강호에 큰 명성을 떨치는 천휘는 시기심과 질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멸절대에 소속되고 난 뒤, 질투와 시기심은 씻은 듯 사라졌다.

‘시기는 무슨.’

질투나 시기도 뭐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야 가능한 거지.

이렇게 너무나도 압도적인 차이다 보니 그런 생각은 아예 들지도 않게 된 것이다.

그때 천휘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며 한순간에 눈이 마주쳤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물음에 호광개가 바로 대답했다.

“응? 묻고 싶은 거?”

그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가슴을 두드렸다.

“하하핫! 뭐든 말해 봐. 내가 아는 거라면 뭐든 다 답해 줄 테니.”

“농질(蠪侄)이란 놈이 병력을 이끌고 온다는데, 누군지 알아요?”

천휘가 연통에 적힌 이름을 떠올리며 물었다.

처음에는 잘못 읽었나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설 속 요괴의 이름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같았기 때문이다.

머리와 꼬리가 아홉인 여우.

어린아이와 같은 울음소리로 사람을 꾀어 잡아먹는다는 요괴의 이름과.

‘잘못 적은 건 아닐 테고.’

그때 호광개가 입을 떡 벌렸다.

“무, 뭐라고?! 농질이 온다고……? 그 혈루열왕(血淚悅王)이 사천에?”

얼마나 당황했는지, 덮어쓴 피풍의 사이로 겨우 드러내놓은 눈동자만으로도 현재 그의 심정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반응에 천휘는 더욱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혈루열왕? 유명한 사람이에요?”

“대, 대주. 갑자기 뭔 장난을 하나? 혈루열왕을 모를 수 없을…….”

호광개가 당황하며, 물었지만.

“네? 무슨 장난이요?”

돌아온 건 의아해하는 답뿐이었다.

호광개의 표정이 미미하게 굳었다.

강호에 몸을 담은 자로서 농질을 모르는 자가 있을 거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저 눈은 진심이야.’

물어 오는 천휘의 눈은 순수하게 궁금증으로 어우러져 있었다.

‘설마 대주가 이렇게까지 세상 물정을 모르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당황한 호광개는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대주. 칠요선(七妖仙)은 알고 있겠지? 설마 이것도 모르는 건…….”

“아, 그건 알아요.”

천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 사흑련주 휘하에 있는 고수들인가, 뭔가 하는 놈들이잖아요.”

칠요선은 천휘의 머리에도 있는 자들이었다.

용주개와 현도가 사흑련과의 전쟁에서 조심해야 할 인물이라고 알려 주며, 마주치게 되면 무리하지 말라고 누누이 말했었으니.

‘만약 사흑련과 오황문이 없었다면, 모두 한 성에 패자로 군림했을 만한 자들이라고 했었나?’

사흑련주의 명령만 듣는 직속 수하로 그 무위는 하나같이 강호를 독보할 실력이라고 들었다.

“아! 그래서 농질인 거였네.”

칠요선을 떠올리다 보니 이제야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칠요선은 본명 대신 요괴의 이름을 따와 자신들을 일컫는다고 했었다.

“뭔 괴상한 이름이 다 있다 했더니.”

“후우, 알고 있다니 다행이군. 혹시 이것도 모를까 봐 걱정했는데…….”

호광개가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아무리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해도 칠요선을 모르는 건 심각한 사안이었다.

다름 아닌 사흑련의 중요 전력이지 않은가.

하나 그것도 잠시.

‘아니, 안도할 일이 아니지.’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전쟁에서 정보는 중요한 것이었다.

한데 아무것도 모르는 천휘를 보자니, 약간의 위기감이 몰려왔다.

‘일단 정보부터 알려 줘야…….’

호광개는 바로 말을 이어 갔다.

“그들, 칠요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어?”

“뭐, 적당히요. 간단히 말하면 사흑련주의 명령만 따르는 고수들인가, 그 정도?”

천휘는 담담하게 말했다.

“당장은 그거면 충분해.”

고개를 끄덕인 호광개가 안광을 번뜩였다.

“농질은 칠요선 중 한 명이야.”

“그야 그렇겠죠.”

천휘가 당연하다는 듯 반응했다.

이미 호광개가 칠요선에 대해 물은 순간부터 어느 정도 추측해 둔 바였다.

“그리고 현재의 농질은 칠요선이 정해진 이후 처음으로 전대의 농질을 죽이고 자리를 쟁탈한 인물이지. 그 때문에 악명이 더욱 자자…….”

“네? 쟁탈이요?”

순간적으로 천휘가 의문을 뱉었다.

“그냥 더 안 받아들이고요?”

“칠요선의 자리는 딱 일곱 자리로 고정된 채로 그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생사결을 청해 빼앗아야 한다더군.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지만, 사흑련주가 그리 정했다던데…….”

설명에 천휘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 생사결을 청해 자리를 뺏어? 잠깐만…….’

무언가가 익숙했다.

천휘는 바로 그에게 물었다.

“설마 생사결에 기한이 있는 건 아니죠? 일 년에 칠 주야만이라거나.”

호광개의 눈이 커졌다.

“그걸 어떻게…….”

놀라움을 감추기 어려웠다.

칠요선의 이름과 별호는 널리 알려졌지만, 쟁탈전에 관한 것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였다.

농질이 누군지 물었던 천휘가 오히려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알고 있으니, 호광개로선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편 천휘의 안광이 가라앉았다.

‘이 방식을 중원에서 볼 줄이야.’

천휘가 물은 내용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진 천마신교의 서열을 정하는, 마위쟁탈전(魔位爭奪戰)의 방식이었다.

천휘는 놀란 호광개를 보며 툭 말을 던졌다.

“그냥 시도 때도 없이 생사결을 펼치면 기존 칠 인이 너무 불리하니까, 아무래도 기간을 정하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그런가……?”

호광개는 의아하단 얼굴을 하다가, 이내 의심을 거뒀다.

‘농질이 누군지도 몰랐는데, 그것을 어찌 알겠어.’

천휘의 말이 꽤 그럴듯하기도 했기에, 호광개는 바로 설명을 이어 갔다.

“어찌 되었든 그가 악명을 떨친 것은 그 외에 무자비한 살수와 높은 무위 때문도 있지만…… 그가 익힌 무공의 연원이 더한 악명을 불렀지.”

“무공의 연원?”

“사황전(邪皇殿).”

호광개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것은 공포였다.

“그는 백 년 전 멸문한 사황전의 무공을 익히고 있다고 들었어.”

“사황전의 무공이요.”

순간 천휘의 흥미가 짙어졌다.

사황전의 무공이라면 과거 그도 무영신투의 비동, 아니. 비마의 비동에서 몇 개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로삼대수법 중 하나, 잔백잔혈조.

‘꽤 뛰어난 수법이었지.’

잔백잔혈조는 천휘가 봐 온 많은 사파의 무공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안 그래도 다른 사황전의 무공도 뭐가 있는지 좀 알고 싶었는데.’

씨익―

천휘의 입매가 천천히 비틀렸다.

기대감이 차올랐다.

“한 번 만나 봐야겠는걸.”

* * *

아미파(峨嵋派).

평소라면 아주 평화롭고 고요한 곳이었으나, 현 아미파의 중심, 복호사(伏虎寺)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내려앉아 있었다.

“사흑련이라니……!”

“……본사로 온단 말인가.”

아미파의 비구니들은 침음을 흘리면서, 눈앞에 있는 자들을 봤다.

청성파의 장로, 고청검(孤淸劍) 남천(南泉)이 쓴웃음을 흘리며, 아미파의 비구니들을 향해 말했다.

“빈도와 제자들이 미약하지만 도움을 주고자 왔습니다.”

도움을 위해 왔다는 말에도 아미파 비구니들의 눈 밑에는 어두운 그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때였다.

짤랑―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아미타불.”

뒤이어 들려오는 불호.

그 은은한 불호 소리가 한순간 복호사의 내부에 울려 퍼지며, 상쾌한 기운이 몰아쳤다.

그리고 잠시 뒤.

저벅― 저벅―

길게 이어진 복호사의 계단으로 중년의 비구니가 천천히 내려왔다.

손에 육환장(六鐶杖)을 든 채였다.

한 걸음마다 육환장이 땅에 닿고.

짤랑―

육환장의 방울이 울렸다.

그렇게 몇 걸음을 걸었을까.

우뚝.

비구니의 발걸음이 멈췄다.

순간 비구니들이 모두 합장을 취했다.

“아미타불.”

나직한 불호가 사방에 울렸다.

곧 비구니는 청성파 도사들의 앞에 서며 육환장과 함께 정중한 합장을 취했다.

“아미타불. 오랜만이구려.”

남천이 다급히 마주 합장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한차례 고개를 숙인 남천은 눈앞에 있는 비구니를 보며 속으로 감탄을 터트렸다.

나타난 비구니는 아미파의 장문인.

소운사태(疏韻師太)라 불리며 칭송을 받는 유수약(柳水畧)이었다.

세간에는 세수가 옛적에 환갑을 넘었다 알려진 이었건만, 이제 겨우 불혹을 넘었을 법한 중년의 모습이었다.

“이야기는 연통으로 들었소이다.”

소운사태가 눈을 지그시 감으며 말했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미파는 그동안 한 번의 침범도 허락하지 않았다.

한데 오늘.

그런 아미파에 위기가 찾아왔다.

혈루열왕과 이천 명의 수하들.

특히 혈영대는 악랄한 사술을 익힌 자들로, 불도(佛道)를 걷는 아미파와는 아예 상극을 걷는 이들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소운사태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며, 입을 달싹였다.

“청성은 괜찮겠소?”

“본 파는 그나마 괜찮습니다. 당장에 위험한 것은…….”

남천이 뒷말을 흐렸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모두가 이어질 뒷말을 유추할 수 있었다.

소운사태가 합장을 취했다.

“청성도 위험할 텐데, 도움을 주러 와 줘서 고맙구려.”

“아닙니다.”

남천이 손사래를 쳤다.

“본 파의 장문께서는 더 많은 인원을 보내고 싶어 하였으나,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아니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오.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전쟁이거늘 먼 길을 무릅쓰고 도우러 오지 않았소이까? 수십 번 감사를 표해도 모자를 따름이오.”

소운사태는 옅게 웃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그녀 또한 청성이 위험하다고 하면 지원을 보내겠지만, 아미파에 더 많은 인원을 남겼을 터였다.

그것이 장문인으로서의 책임이니.

“같은 사천의 정파로써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말로는 쉬우나, 행동으로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소. 고청검 대협과 그 뒤를 따라온 소협들의 용기는 감사 인사를 받아 마땅한 일이외다.”

소운사태가 남천과 그 뒤를 따라온 제자들을 향해서 정중히 합장했다.

아까 전보다 느릿하고 그 진심이 가득 담긴 예였다.

“아미타불. 오늘 청성의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소이다.”

그 말이 끝나자.

“아미타불.”

“아미타불.”

사방에서 비구니들이 합장했다.

아미파의 진심이 담긴 행동과 말에 남천은 마주 웃으며, 포권을 취했다.

이내 합장과 포권을 풀 때.

“그래도 무림맹에서 지원이 온다고 하니, 기다려 보시지요.”

남천이 무언가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거 다행이구려.”

소운사태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림맹의 지원이라면 그저 그런 이들이 오는 것은 아닐 터.

눈빛에 안도감이 감돌 무렵.

“자, 장문인!”

복호사의 산문을 지키던 어린 비구니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체면도 잊어버린 채였다.

몇몇 비구니들이 그러한 모습에 살짝 당황한 표정을 내비칠 무렵.

“무, 무림맹에서 지원군이 도착했습니다!”

이어지는 비구니의 말에 그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무림맹의 지원이 벌써?”

“역시 무림맹이구나!”

주변 비구니들이 들뜬 만큼 걱정이 가득했었던 소운사태의 표정도 밝아졌다.

소운사태는 바로 정보를 전하러 달려온 비구니에게 물었다.

“그래, 몇 명이나 온 게냐?”

기대감이 어린 질문이었다.

순간 젊은 비구니의 표정이 어색해지더니, 이내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그, 그게 사십 명 정도입니다.”

지원군이란 말에 한참 기뻐하던 비구니들의 표정이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그대로 굳어 버렸다.

“사, 사십 명?”

“그게 지원군의 숫자라고?”

적이 이천 명이었다.

그런데 지원은 겨우 사십이라니.

“……사십 명이라?”

소운사태 또한 미간을 좁혔다.

하나 한편으로는 이해했다.

갑작스러운 습격이지 않은가.

인원을 많이 보내기에는 시간이 촉박했으리라.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한 그녀는 다시 한번 중요한 것을 물었다.

“그러면 맹에서 어떤 자들이 온 게냐? 삼단이더냐, 사대더냐. 아니면 고수들을 선별해 온 것이냐?”

소수 정예 하면 떠오르는 부대.

그 이름들을 입에 담은 소운사태는 아주 약간의 기대감을 품으며 어린 비구니를 바라봤다.

“며, 멸절대라고 했습니다.”

“멸절대……?”

처음 듣는 명칭에 소운사태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질 때.

“이번에 맹에서 새로이 창설한 별동대입니다.”

남천이 대답했다.

말하는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또한 아미파에 목숨을 걸고 도우러 온 자였다.

한데 무림맹의 지원이라고 온 것이 겨우 사십 명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도…….

남천의 눈이 찡그려질 무렵.

“멸절대가 어떤 곳이오?”

소운사태가 물었다.

실낱과도 같은 희망을 담아서였다.

그러나 곧 이어지는 남천의 대답에 소운사태의 희망은 바로 무너졌다.

“……무림맹의 후기지수들로 이뤄진 별동대라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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