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립 셀레니스 기사단 - #Xmas2. 이게 뭔지 나도 모르겠다 (2)
크리스마스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외전은 시작되었습니다ㅋㅋㅋ 그냥 가볍게 즐겨주세요!
본작과는 전혀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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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대충 정신을 차리고 로비로 나왔을 때 아시엘은 루이카엔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때리려니 기운이 영 나지 않아 아시엘은 다음을 기약하며 마침 차를 마시고 있는 카이스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 못 잤어? 안색이 안 좋은데."
"그럴 일이 좀 있었어."
아시엘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애매하게 웃었다. 너무나도 선명한 꿈 속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은 탓이었다. 카이스는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했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그래도 생각보다 평온하게 시간이 흘러서 아시엘은 속으로 안심하고 있었다. 안 좋은 예감은 무슨 얼어죽을. 기분 나쁜 꿈이야 항상 꿔 왔던 거니 새삼스럽게-물론 그 종류가 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일일이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나중에 루이카엔을 만나서 한 대 때려주고 나면 찜찜함 역시 사라지고 없을 터였다.
하지만 불행은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 벌컥, 소리와 함께 생활관의 문이 거칠게 열어 젖혀지는 것과 동시에.
"으엥?"
"자네들! 오래 기다렸을 터! 드디어 신작 약이 발명되었다네!"
잠시 잊고 있었던 한 사람, 로웰 백작이 들이닥쳤다. 나이 불명, 성별 남, 황실 연금술사. 그리고 그의 존재는 셀레니스 기사단에게 해악과 같았다. 케빈이 발작적으로 외쳤다.
"아무도 안 기다렸어!"
"애초에 왜 이쪽으로 오는 겁니까, 백작님!"
루이카엔도 기겁하며 슬금슬금 물러나자 백작은 서운하다는 얼굴을 하며 손에 든 약병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아시엘은 오소소 소름이 끼치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로비에서 빈둥대고 있는 것은 그와 카이스, 케빈, 오스카, 루이카엔 그리고 한 구석의 제르닌과 아델레트. 이 멤버와 이 상황은 분명 절망으로 이어질 게 뻔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예감은 훌륭하게 들이맞았다. 백작의 손에 있던 병이 미끄러져 떨어졌고, 쨍그랑!
"......"
기사들은 흠칫 굳어버렸다. 잠깐, 잠깐잠깐.
"으아아아아아악!"
"결국 일 저질렀어!"
케빈과 오스카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비명을 질렀다. 대리석에 엎질러진 액체가 맹렬한 속도로 기화해 뭉게뭉게 연기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초록색과 푸른색이 섞인 기묘한 기체는 삽시간에 생활관을 휩쓸어 무방비 상태의 기사들의 호흡기로 침투했다.
"켁! 콜록! 우엑! 냄새 이상해!"
"이게 뭐야! 콜록! 콜록!"
급하게 코를 손으로 막았지만 소용 없는 일이었다. 아델레트가 비틀거리며 어떻게든 창문을 열어 젖힌 덕분에 바깥의 바람이 불어닥치며 공기를 순환시켰다. 곧 빽빽하게 깔려있던 연기가 창문으로 빠져나간뒤, 모두는 서로의 모습을 확인했고 곧 이마를 짚을 수밖에 없었다.
"이쯤되면 진부하잖아..."
제르닌의 탄식은 하이톤의 여성의 목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다른 이들 역시 아연실색해 차마 다른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로웰 백작이 나타난다면 거의 80퍼센트의 확률로 일어나는 일. 성별 전환이었다.
"왜 또 나만!"
모두가 얼이 빠져 있을 때, 마침 울려퍼지는 아시엘이 억울하게 악을 쓰는 소리에 기사들의 시선이 그에게 모여들었다. 이 상황이라면 분명 그곳에는 10대 중반 남짓의 소녀가 있어야 할 테지만- 그 자리에는 아직 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작은 여자아이가 있을 뿐이었다.
깨끗한 금발이 발치까지 치렁치렁 내려가는 것을 거칠게 쓸어 넘긴 아이, 아시엘은 반사적으로 로웰 백작이 있을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변했으니 분명 그에게도 문제가 생겼을 터였다. 하지만 그런 그의 예측은 어이없이 빗나가 버렸다. 다른 이들 역시 그것을 발견한듯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당신..."
"연금술사에게 연구 중의 사고 예방은 필수니까..."
백작이 변명하듯 말하며 방독 마스크를 벗었다. 뿌드득, 케빈이 거칠게 이를 갈아 붙였다.
"당신 진짜-!"
"약효는 내일이 되기 전에 사라질 테니까 걱정하지 말게나! 그럼!"
척, 손을 이마에 붙여 경례를 한 백작은 빛의 속도로 생활관에서 도망쳐 버렸다. 콰앙! 문이 다시 거칠게 닫히고 기사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한 채 그 자리에 굳어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콰아앙!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문이 굉음을 내며 열렸다.
"뭐뭐뭐뭐야!"
"또 뭔데!"
기사들이 놀라 기함을 터뜨렸다. 난데없이 생활관에 들이닥친 침입자는 낯선 한 남자였다. 기세 좋게 문을 연 자세 그대로, 남자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하하! 이 몸은 드래곤 중의 드래곤이라 불리는 레드 드래곤 드레드 래곤이다! 인간 신부를 찾기 위해 친히 이 곳까지 왔다!"
"드래곤이란 말을 몇 번이나 말하는 거야! 그것보다 드래곤이라니, 그거 진짜로 있는 거였어?"
"이 곳에 인간계 제일의 미녀의 기운을 느끼고 찾아온 것이다!"
새빨간 적발을 휘날리며 등장한 남자는 케빈이 고함을 치는 것도 무시하고 휘익 로비를 크게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이 꽂힌 것은 다름아닌, 소파에서 이 상황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멍때리고 있는 아시엘이었다. 그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와 아시엘의 앞에 섰다.
그의 관찰하는 듯한 시선이 소녀의 전신을 훑었다. 인간 같지 않은 아름다운 외모에 길게 굽이치는 금발. 그리고 무엇보다 몸집이 작아진 덕분에 원래 입고 있던 셔츠와 코트가 허술해지며 언뜻언뜻 안의 살이 보이는 매혹적인 자태!
"결혼해 주오!"
"돌았어? 로리콤이야? 변태야?"
아시엘의 입에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욕설이 튀어나갔다. 하지만 이름도 괴장한 남자- 자칭 드래곤-는 다짜고짜 그녀, 아니 그의 작은 손을 덥석 잡았다.
"아름다운 입에서 그런 독설이라니, 그마저도 이 몸의 반려에 모자라지 않는군! 결혼해 주오!"
"잠깐만, 결혼이라니! 누구 마음대로!"
뒤늦게 정신을 차린 루이카엔이 달려가 그를 아시엘에게서 떼어 놓았다. 카이스 역시 아시엘의 앞을 지키듯 가리고 섰고 다른 이들 역시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며 그들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 때, 이미 반쯤 부서진 문짝이 다시 우장창창, 굉음을 내며 박살나고 말았다.
"또 뭐야?"
"순도 있는 마력의 향기가 나는군.... 이것은... 내 오른팔의 흑염룡을 달래 줄 수 있는 내 반려의 기운이다!"
저건 또 무슨 미친놈이야. 기사들은 아연실색했다. 두 번째로 들이닥친 남자의 차림은 방금 자칭 드래곤이란 자보다 더욱 해괴했다. 너덜너덜 찢어진 정복 아래로 둘둘 말린 붕대가 보였다. 눈동자 중 오른쪽은 푸른 색을 띠고 왼쪽은 붉은 빛을 띠는 오드아이에다 귀에는 해골 모양의 피어스가 박혀 있었다.
"나는 마왕! 마계의 왕이다! 최근 내 측근들이 이곳으로 소환되는 일이 잦기에 내 아들도 이 곳에 있나 하고 친히 찾아와 봤더니, 설마 이런 보석을 발견할 줄이야."
"마왕..."
아시엘이 어이없이 중얼거렸다. 그때, 또다시 안의 사람들을 살피던 그의 시선이 아시엘에게로 꽂혀들어갔다. 남자는 수순대로 성큼성큼 그에게 다가가 드래곤을 밀어내 버리고 아시엘의 손을 와락 껴안듯 낚아챘다.
"그대야말로 내 반려에 적합한 자로군. 순도 높은 악의가 이 몸의 곁에 있기에 한 치의 모자람이 없구나! 이 세상은 마도의 길... 자, 나와 함께 악의 길을 걷지 않겠는가."
"꺼져, 로리콘 악당 변태 중이병."
아시엘이 다시금 독설을 쏟아냈다. 그때 졸지에 밀려나 불만스럽게 인상을 구기던 드래곤- 드레드 레곤이 마왕을 제치고 다시 아시엘의 손을 빼앗았다.
"내가 진짜 드래곤인지 의심스럽다면, 하나 선물을 해 줄게. 나의 피앙세. 자, 내 기운을 받아들여 보라고."
"뭐?"
아시엘이 인상을 와락 찌푸렸지만 레곤은 그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소녀의 손등에 살짝 입맞췄다. 아시엘이 질색하며 손을 빼자, 그의 입술이 닿았던 곳에는 선명한 인장 하나가 남아 있었다.
"무슨 짓이야, 이 변태. 이게 뭐야?"
"앞으로 널 보필할 정령이다. 나와 접촉한다면 불의 정령과의 계약도 어려운 일이 아니지."
"정려엉? 그런 거 있었어?"
케빈이 다시금 의미 모를 태클을 걸었다. 하지만 아시엘은 방금 전까지는 사뭇 다른 눈으로 자신의 손등을 살폈다. 그리고는 다른 이들이 채 말릴 새도 없이 마력을 운용해 손등에 집중시켰다. 이내 붉은 인장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하더니 곧 허공에서 화르륵, 불길이 치솟았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나타난 것은 이글이글 불타는 털을 가진 강아지와 비슷하게 생긴 한 존재였다.
"어라."
"안녕하세요, 주인님! 저는 불의 중급 정령. 절 어떻게 부르시건 주인님 마음이에요."
아시엘이 얼빠진 소리를 내자, 강아지가 헤죽 웃으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드래곤이 의기양양하게 팔짱을 끼며 콧대를 높였다.
"어때? 진짜지? 넌 지금 정령사가 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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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의 아이디어는 마왕과 드래곤을 소환하신 광대마녀 님과 정령을 소환해주신 파들님, 그리고 성전환을 외쳐주신 zkfk 님과 어려지기 엘하즈님에게서 나왔습니다!
사실 연재에 들어가기 전 아시엘의 초기 설정이 불의 정령사였어요ㅋㅋㅋㅋㅋ 그래서 그때 생각 하면서 즐겁게 쓸 수 있었습니다.
중2병 마왕님과 또라이 드래곤의 등장입니다! 저도 이제 몰라요
뒷편으로 이어집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