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립 셀레니스 기사단-209화 (209/289)

황립 셀레니스 기사단 - #196. 도화선(3)

"오빠, 좋은 아침이에요!"

저 인사를 받는 것도 이제 며칠 째인가- 침대에 기대 앉아있던 아시엘은 버릇처럼 미소지으며 막 방에 들어온 세이라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잘 잤어?"

"네! 오빠, 어제 설교 진짜 멋있었어요! 오늘 저녁에도 해 주실 거죠?"

"물론이지."

여전히 웃는 낯으로 아시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날 밤 침대 아래로 기어 들어가 시트를 뜯어 굵은 철사 하나를 빼놓은 상태였다. 덕분에 멀쩡하던 오른손에도 생채기가 생겨 버렸지만  아시엘은 뭐 어때, 하고 그냥 넘겨버렸다.

"하지만 내가 어제도 말 했지? 내가 설교한 건 에쉬리아 님이나 제스퍼 님께는 비밀이야."

"네!"

세이라는 천진하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양 손이 모두 엉망이란 사실을 깨닫고 아시엘은 다시 손을 등 뒤로 숨겼다.

"그것보다 세이라, 지하 3층으로는 아무도 내려갈 수 없는 거지?"

"거의 그래요. 저도 아랫층은 잘 몰라요. 몇 번 드나들긴 했지만 에쉬리아 님이랑 제스퍼 님 방까지 밖에 못 가봤거든요."

"흐음-"

에쉬리아의 방이라면 아시엘도 한 번 들어간 적이 있었다. 계단참을 내려가 복도를 걸으면 두 사람의 방이 곧장 나오는 단순한 구조였으니 대충 길 역시 기억에 남아 있었다.

"세이라,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종이랑 펜 좀 가져다 줄 수 있어?"

"아... 네!"

세이라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곤 바로 몸을 빙글 돌려 다다다 달려나갔다. 역시 못할 짓 하는것 같단 말이지. 소녀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며 아시엘은 뒷머리를 긁적이다 따끔하니 손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움찔하고 팔을 내렸다.

"후-"

마력이 모여야 할 심장은 여전히 무언가에 뒤덮힌듯 갑갑하기만 했다. 억지로 마력을 운용해 보려 해도 진득한 통증만이 되돌아올 뿐이었다.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지 않으려 해도 조급함이 도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아시엘은 다시 깊게 한숨을 내쉬고 귀걸이에 손을 가져갔다. 일단 지금쯤 후카덴 백작령에 다다랐을 그에게 연락을 해 보기로 했다.

"아."

품 속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카이스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첫 번째 두 번째 가게에서 거래를 끝내고 세번째 식료품 점에 다다른 상태였다. 계속해서 곁을 알짱대던 페리스 역시 카이스의 일관된 무심함에 질려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그는 잠깐 사람들의 눈치를 보다 짐마차의 그늘 아래로 몸을 숨겨 목걸이를 꺼냈다.

"아시엘?"

[영지 안으로는 들어 왔어?]

아니나 다를까, 소년의 반가운 미성이 들려오자 카이스는 환호성을 지를 뻔한 것을 겨우 눌러담았다.

"괜찮아? 안그래도 연락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야말로 지금 통신 가능해? 상인들 틈에 섞여서 들어왔다면서.]

"상관 없으니까 걱정 마."

그렇게 대꾸하면서도 카이스는 주변을 다시 한번 더 살폈다. 여전히 물건을 옮기는 데만 정신이 팔린 상인들과 영지의 점주는 소년에게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뭐 새로운 건 없어?]

"안 그래도 얘기할 게 꽤 있었어."

그는 목소리를 더욱 작게 죽였다. 아시엘이 뭔데 그래? 하며 재촉해왔다. 잠깐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카이스는 없는 말재주를 최대한 쥐어 짜내기로 했다.

"그... 분위기가 그때보다 좀 더 묘하게 들떴다고 해야 하나. 모이는 사람들이 죄다 '새로운 선구자'라면서 수군대는데- 새로운 지도자라도 나타난거야?"

[아아. 그거 나니까 신경 쓰지 마.]

아. 간단한 대꾸에 카이스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잠깐 방황하는 동공을 수습하지 못하고 허공을 바라보던 그는 겨우 굳어버린 혀를 움직였다.

"아, 그래... 전에도 물은 것 같긴 한데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뭐긴 뭐야, 사이비 종교에서 사이비의 사이비 사도 노릇이지.]

".... 고생이 많네."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넨 카이스는 곧 흠,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그 네가 말한 약초. 아무래도 교단에서만 영향을 받는게 아닌 것 같아서."

[무슨 말이야?]

"그냥 평범하게 영지민들이 약초를 채취해서 바로바로 교단에 공급하는 게 끝일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닌것 같아. 집마다 그 약초를 가득 재놓고 쓰고 있어."

[그래..?]

처음의 상점에서 봤을 때 까지만 해도 긴가민가한 상태였다. 하지만 두번째 가게 안 창가에 가득 펼쳐진 약초를 보고 기겁하고, 또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물에 타 먹는 여주인을 보고 한번 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상인들에게 저 약초가 뭔지 아느냐고 물어 봤지만 저거 별로 돈도 안 돼, 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답이 돌아왔을 뿐이었다.

[정말?]

"그걸 캐물으면 거래가 끊길지 모른다고 못 본체 쉬쉬하는것 같더라. 아무튼- 네가 교단에서 약을 차단해도 바깥의 약이 많이 있으니까... 이쪽도 어떻게든 해야 할 것 같다."

[흐음...]

아시엘은 고민에 빠진듯 신음을 흘렸다. 카이스는 그의 뒷말을 얌전히 기다렸다. 그러다 잠시 후, 아시엘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 카이, 터무니 없는 부탁을 해도 될까?]

"얼마든지. 지금 너에게 도움이 되는 거라면."

생각할 것도 없이 명확한 답을 내린 친구가 황당한지 아시엘은 킥킥 웃음을 터뜨렸다.

[아주 고마워 죽겠네.]

"그리고 네가 터무니 없는 짓 하는 덴 이미 적응했으니까. 그래서 뭘 하면 되는데?"

[일단-]

아시엘은 차근 차근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의 설명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카이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터무니 없다고 했을 때부터 어이가 없었지만 이건-

"... 농담이지?"

[한다며.]

히죽 웃고 있을 친구의 얼굴이 떠올라 카이스는 이마를 짚었다. 지금 녀석은 분명 개구쟁이 악동 같은 미소를 걸고 있을 터였다. 뭔가 일을 꾸밀 때 그 고운 얼굴에 떠오르는 사악한 웃음. 그리고 카이스는 하나 더 알고 있었다.

"...알았어."

거부권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황립 셀레니스 기사단 - 200회를 맞이하여 간단한 Q&A 입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대학 생활 때문에 지각도 잦고 분량도 줄어버린 몹쓸 작가 가언입니다ㅠㅜ 그래도 여러분의 사랑 덕분에 베스트리그에 와서 곧 본편 200회에 다다르게 되었어요! 그래서 작게나마 감사의 의미로 간단한 질문답변을 해 볼까 합니다.

이 아래 캐릭터들에게 궁금한 점, 저에 대해서라도 좋고 작품에 대해서도 좋아요! 댓글로 남겨 주신다면 200회가 되는 주에 Q&A 로 답변과 함께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적다면 최대한 다 답해 드릴 테지만 일정 수가 넘어가면 비슷한 질문들은 모으고 또 따로 선별해서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모자란 작품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질문 많이 참여 부탁으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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