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정이한이 “역시 그러는 게 좋겠지?”라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 체력이 부족한 거지 건강해요. 병원 갈 정도로 놀란 것도 아니고…….”

“음. 정곤 형한테 말해볼게.”

“……유찬 형?”

이런 대우는 곤란하다. 나는 떨어트렸다고 산산조각 나는 유리가 아니다. 상태 이상 패널티 여파가 너무 크게 오는 것 같다. 멤버들 눈엔 내가 대체 어떻게 보이는 거야?

“형들.”

네 쌍의 눈이 동시에 나를 향했다. 조금 부담스럽군요…….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저 연약한 이미지로 비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제가 자꾸 병원에 들락거리면 저 좋아해 주는 팬분들이 분명 알게 되실 거고, 걱정하실 거예요. 형들이 저 걱정하는 것처럼.”

유찬 형은 내 말의 의도를 알아차린 모양이다. “아…….”하고 작게 탄성 소리를 냈다. 형을 향해 눈웃음 지은 뒤 말을 이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게요.”

내 오른쪽 팔을 꽉 붙잡은 정이한의 손 위로 내 손을 겹쳐 올렸다. 과보호는 때때로 곤란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만큼 날 귀하게 여겨준다는 증거니까.

내 동생이 어릴 때 자주 아팠기에 안다. 어머니는 언제나 동생한테 붙어 있었다. 잔기침만 해도 걱정 어린 눈길로 살폈고, 조금만 열이 나면 곧장 병원으로 데려갔다. 열이 내리면 열 내린 것만으로도 칭찬받았다. 좋아하는 음식을 한가득 차려주시곤 했다.

칭찬받기가 그렇게 쉬웠다. 내게는 전부 어려운 것들뿐이었는데. 그래서 날 걱정하는 말에 담긴 마음 하나하나 전부 소중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가장 원하는 건 따로 있었다.

“저는 절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절 걱정해서 마음 졸이는 것보다 절 보고 편안하게 웃을 수 있도록요.”

“나는 널 보면 행복해.”

정이한이 웃었다. “저도 그래요.” 하고 대답해주자 이서호가 진저리치면서 팔을 마구 문질렀다. 이서호와 반대로 정이한은 아주 환하고 맑은 미소를 지었다. 이런 거 좋아하는 것 같으니 자주 해줘야겠다.

“아! 분위기 오글거려!”

하여간 이서호. 남이 기껏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데 초를 친다. 병원 문제로 실랑이하기 싫어서 일부러 무겁게 분위기 잡았는데. 어차피 병원 가봤자 ‘건강합니다.’ 진단받고 돌아올 게 뻔하니까.

“나도 병원은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강현 형이 내 편을 들어줬다. 유찬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하지만 꼭 약속해줘. 아프면 솔직하게 말하기. 하온이 뿐 아니라 너희들도. 알았지?”

“형! 나 여기 아파!”

이서호가 팔꿈치를 들이밀었다. 아까 넘어지면서 부딪힌 곳이었다. 강현 형의 헛기침 소리에 민망함이 느껴졌다.

“어어. 우리 서호 많이 다쳤어? 병원 갈까?”

유찬 형이 장난스럽게 받아주면서 소매를 걷어 올렸다. 너무 멀쩡해서 내가 다 민망할 지경이다. 얼마나 튼튼한지 꽤 세게 부딪혔는데도 멍든 곳 하나 없었다.

“어디가 아플까? 여기? 여기?”

유찬 형이 콕콕 찌르자 이서호가 으햐햐! 하고 크게 웃었다. 그 웃음이 점차 전염되어 우리 모두 웃고 있을 때였다.

“얘들아, 미안해. 기다렸지?”

매니저 형이 운전석 문을 열면서 들어왔다.

“걱정했는데 분위기 좋아서 다행이다. 오늘 다들 고생 많았고, 마지막에 사고가 좀 나긴 했지만 문제없을 것 같아.”

“네!”

정곤 형은 안전벨트를 메면서 뒤를 돌아보고는 우리를 한 명씩 살폈다.

“너희 많이 놀랐지? 병원 들러서 안정제라도 좀 처방받자.”

순간적으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눈을 맞췄다. 또 웃음이 나왔다. 다 같이 웃음을 터트리자 정곤 형이 우리를 의아하게 바라봤다. 나도 내가 왜 웃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뭐가 웃긴 거지?

“얘, 얘들아? 나도 같이 웃자…….”

“형, 우리 병원 안 가도 돼요. 다 멀쩡해요.”

“……그래. 그러면 다행인데.”

우리를 지켜보던 매니저 형까지 피식거리면서 웃기 시작했다. 저 형은 왜 웃는 거야? 아, 어떡해. 더 웃겨!

“너희 웃는 거 보니까 내가 다 기분 좋다. 아, 그리고 하온아.”

“흐으, 네, 네에.”

필사적으로 웃음소리를 죽이면서 대답했다.

“특정 팬한테 너무 과한 서비스 하지 마. 앞으로는 사전 논의 없이 무대에서 내려가지 말고. 전부 위험한 짓이야. 오늘은 네 덕분에 별일 없긴 했지만 조심해야 해.”

“네에, 유찬 형한테, 흐흣, 이미 들었어요.”

“그랬어?”

“네, 네.”

매니저 형이 그럼 됐다면서 벤을 몰았다.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검지로 슥 닦아낸 뒤 거칠어진 숨을 골랐다. 너무 웃으니까 광대도 아프고, 배도 아프다.

***

[1보] 엔터로 광장 ‘꿈의 그릇’ 조형물 추락사고

신인 아이돌 그룹의 데뷔 쇼케이스 도중 엔터로 광장 중앙에 설치된 ‘꿈의 그릇’ 조형물이 분수대로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현장 사진: ‘꿈의 그릇’ 조형물과 함께 일부 파손된 난간. 당시 현장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현장 사진: ‘꿈의 그릇’ 조형물이 추락한 지점인 엔터로 광장의 대형 분수대. 관계자는 “분수대의 자재를 외국에서 들여와야 하는 만큼 보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 밝혔다.]

voz*** 언젠가 사고날 줄 알았지ㅋ

lol*** 저기 탑씨 홈마들 고정 자리잖아 ㄷㄷ

zeq*** 헐 누구 하나 추락한거 아니야?

lov*** 접시 주제에 거창한 이름이 있었네

co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has*** 아무도 안 죽었어;;

[영상] 신인 아이돌 그룹 디아스 “위험하니까 내려오셨으면 좋겠어요.” 참사 막았다

rea*** 부상, 사망 0명이래서 신기했는데 이유가 있었네 ㄷㄷ

moo*** 저거 말하는애 ㄴㄱ?

┗ yon*** 진하온이예요! 18살, 메인 보컬이고 막내입니다!

zqp*** 데뷔 쇼케였다고? 근데 쟤네 와꾸 왜 저래?

┗ kim*** 뭐 문제있어?

┗ zqp*** ㅇㅇ ㅈㄴ 잘생겼음 ㅅㅂㅠ

pas*** 저 노래 아시는분! 제 취향인데ㅠ

┗ yon*** 권세화 님의 겨울바다 라는 곡인데, 개인 자작곡이래요!

┗ pas*** 검색해도 안 나오는데 정보 없나요/ㅠ

┗ yon*** 하온이가 버스킹 할 때 들었는데 그분 자작곡이래요ㅠㅠ 저도 현장에서 들은거라 ㅠㅠ...

┗ pas*** ㅠㅠ 감사합니다.. 그럼 혹시 저 노래 풀버전 있을까요?ㅠㅠ

┗ yon*** 우리 하온이가 부른거 있어요! [링크]

┗ pas*** 감사합니다!!

하온이한테기댈게♡ @boy_doll

앞으로 본 계정에는 디아스 진하온

움짤과 사진이 업로드됩니다.

영상 너튜브 채널 링크 남깁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들 블언블해주세요.

∞ 1.1만 ♡ 2,186

┃

하온이한테기댈게♡ @boy_doll

@boy_doll 님에게 보내는 답글

자꾸 이유 물어보시는데요.

(노래 부르면서 아이컨택하는 우리 하온이♥.gif)

이유입니다.

∞ 6,819 ♡ 1.2만

┃

하온이한테기댈게♡ @boy_doll

@boy_doll 님에게 보내는 답글

우리 애 욕하시는 분들 PDF 다 땄습니다.

제가 정착한 게 우리 애 욕먹을 이유는 아니잖아요. 스알 악플 대응 어떻게 하는지 아시죠?

∞ 2,187 ♡ 4,168

[제목] 짹에 보덕님 ㄷㅇㅅ한테 정착하셨네... (댓글 999+)

앞으로 뭔 신인돌 찍는다고 공지함ㅋㅋ

닉도 보이그룹덕질에서 다른거로 바뀜ㅋㅋ

아... 내가 웃는게 아니야........

이제 우리애들 사진 안 올라오나?ㅅㅂㅠ

[댓글]

─ ????????? ㅁㅊ 뭐라고???????????

─ ㅠㅠㅠㅠㅠㅠ 화보 찍어주시던 분이었는데ㅠㅠㅠㅠㅠㅠ

┗ ㄹㅇ 팬아저 양산하던 분인데...

─ 뭐야? ㅂㄷ 내가 알기로만 5년차 잡덕인데 정착한겨? 최애 생긴겨? 누군데?

┗ 디아스 진하온이래

┗ 누겨

┗ 신인ㅋ

─ 얘두라 근데... 보덕님이 올려주신... 이유 움짤보고 나도 감김ㅎ... 아 타당해서 뭐라 말을 못하겠더랗ㅎㅎ

┗ 2222

┗ 3333445555

─ 헐 나 몰랐는데 보덕님을 덕질하고 있었나봐... n년차 잡덕러.. 같이 정착함니다..녜에...

─ 나 보고 왔는데 저거 구도 보니까 접시에 올라갔던 사람 보덕님이셨네;;;

┗ ㅇ? 왜?

┗ [기사 링크] 생명의 은인임

┗ 어.. 이건 정착 ㅇㅈ;

[제목] 디아스 하온이한테 감겻어ㅠ (댓글 45)

일단 하온이가 누구냐면

바로 얘야!

(웃으면서 손 흔드는 요정 하오니.gif)

디아스 메보!

일단 웃는게 진짜 너무 예뻐...

나 완전 홀려가지고

꿱꿱 소리질렀는데

하온이 무반주 노래 할때

무대 밑으로 내려왓거든?

그래서 나 또 헉헉! 미쳤다! 헉헉!

요정님! 헉헉! ㅅㅂ ㅁㅊㅁㅊ!

ㅈㄴ 깡패다 얼굴로 날 후려친다! 미쳐따!

하느라 정줄놧지

그래서 사진이 없어ㅠㅠㅠㅠㅠㅠ

망태기 같은 나녀뉴ㅠㅠㅠㅠㅠ

하온이가 자구 날 꼬셔

내 잘못이 아니야 이건

하 ㅅㅂㅠㅠ...뭔데 ㅠㅠㅠ 이거 뭔데 ㅠㅠ

[댓글]

─ 덕통사고 제대로 당한건 알겠다 ㅋㅋㅋ

┗ 앜ㅋㅋㅋㅋㅋ 의식의 흐름대로 쓰느랔ㅋㅋㅋ

─ 갈아탄거?

┗ ㄴㄴ... 나 5년차 휴덕이었어... 근데 팬싸 가고 싶어서 앨범삼ㅎ

┗ ㅋㅋㄱㄲㄲㄲㅋㅋㅋㄲ

─ ㅋㅋㅋㅋㅋㅋ 최애 생긴거 축하해

┗ 고마웡ㅠㅠㅠㅠ 하 나 자꾸 사진이랑 영상 핥고이써ㅠㅠㅠ 침수되면 어뜩하징...

[제목] 영업주의) 막내 온탑 좋아하는 덕들 나랑 디아스 팔래? (댓글 325)

내가 이번 디아스 데뷔 쇼케보고

덕통사고 제대로 당했는데....

나만 여기 관계성 존맛임?

1. 리더 박유찬 ♥ 막내 진하온

(박유찬_진하온_백허그 맛집.gif)

2. 메랩 정이한 ♥ 든든한 막내 진하온.

(든든한_막내와_ㅁㅊ팔목두께차이봐.jpg)

(하온이만_보면서_랩하는_이한이ㅋㅋㅋ.gif)

3. 막내 지키는 백강현 ♥ 형아 의지하는 진하온

(위험한_순간_형아가_나선다.gif)

(손목_잡힌거_내심장이_나대네.jpg)

4. 갱얼쥐 가짜 막내 이서호 ♥ 찐막내 진하온

(멍냥이들_얼굴부비작_귀여워서숨지겠네.gif)

(형은_정신연령낮아서_공식귀염둥이맞아요ㅋㅋㅋ_서호야_넘어가면어떡해.avi)

왜 안팜?

디아스 같이파자 흥할상임

[댓글]

─ 이한이는ㅋㅋㅋㅋ 막내 듬직하다함ㅋㅋㅋㅋ 저 마른 나뭇가지 같은 팔을 보고ㅋㅋㅋㅋ

┗ 맞아 나 저때 개빵터짐ㅋㅋㅋ

─ 화니가 이한이 끌고가서 하온이 옆에 세운겈ㅋㅋㅋㅋ 진짜 내 웃음벨이다 ㅋㅋㅋㅋㅋㅋㅋ

┗ ㅇㅈㅋㅋㅋ 표정개웃겼음ㅋㅋㅋㅋㅋㅋ

┗ 근데 이한아... 랩 할때는 우리를 봐줘 ㅠㅠ 하온이만 보지말곸ㅋㅋㅋㅋㅋㅋㅋㅋ

┗ 22222

┗ 사납게 생겼는데 지 몸 반만 한 막내한테 의지하는거 넘 ㄱㅇㅇ..

─ 야 왜 유찬이 얘기 없냐? 유찬이 성대모사 하찮고 귀여웠는데!!!

┗ RGRG 진심ㅋㅋㅋㅋㅋ 너무 하찮았엌ㅋㅋㅋㅋㅋㅋ

┗ ㅈㄴ못하는데 ㅈㄴ 당당함ㅋㅋ

┗ 나중에 당황하는거 보고 씹덕사 하는줄ㅋㅋㅋ

┗ 생긴 건 전교1등 학생회장인데 허당 느낌 솔솔 나더라 ㅋㅋㅋ

─ 난 특히 서호랑 하온이! 정신연령 낮다고 디스했는데 공식 귀염둥이 인정 해준거라니까 갸우뚱하는거 ㅈㄴ 커엽ㅠㅠㅠ

┗ 순둥이 리트리버 그 자체! 강얼쥐 서호 ㅠㅠㅠ

┗ 쟤네 은근 투닥거릴 거 같지 않음?ㅋㅋㅋ

┗ ㄹㅇㄹㅌ기대중...

┗ 스알이니까 자컨 무조건 있겠지? 제발...!

─ 내 웃음벨은 강현이 토끼 춤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루브르 박물관 조각상이 심각한 얼굴로 깡충깡충 하고있는데 안 웃고 배기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제대로 추는건 ㄹㅇ 시강이더라...

┗ ㄹㅇㅋㅋ 나 걍 저항없이 웃음ㅋㅋ

─ 백강현 반사신경도 봐줘라ㅋㅋㅋ (반사신경_걍미침.gif)

┗ 리트리버 나뒹굴었어!ㅠ

┗ 반응속도 5G급이넼ㅋㅋㅋㅋ

┗ 이때 사고났던 거 아님? 그걸 영업하는데 써먹다니 ㄷㅇㅅ 바이럴인지 팬들이 개눈새인지 모르겠네ㅋㅋㅋ

┗ 왜?

┗ 접시 그거.. 추락했자나..

┗ 예민하네 ㅎㅎ 어차피 다친 사람 없는데 뭐 어떰

─ 쓰읍... 댓글 영업이 더 맛있는데?

┗ 받아라! (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

┗ ㅁㅊㅋㅋㅋㅋ 그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