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드모드 아이돌-44화 (44/320)

44.

SR 엔터테인먼트 신인 아이돌 ‘디아스’ 공개

- ‘비주얼, 실력 모두 독보적인 그룹’ 자신감 보여

SR 엔터테인먼트에서 대세 아이돌 테오스의 뒤를 잇는 차세대 남자 아이돌 그룹 ‘디아스’ 공개가 초읽기 상태라고 발표했다.

야심 차게 발표한 ‘디아스’는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5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으로, 현재까지 멤버들의 이름 외에 공식적인 정보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최근 신인 아이돌 그룹은 데뷔하기 전부터 매체에 얼굴을 알리는 경우가 많지만, 디아스는 완전한 신비주의로 3월 14일 컨셉 포토 공개를 앞둔 지금까지 멤버들의 영상은커녕 사진 하나 공개되지 않아 그 독특한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는 사장된 신비주의 전략을 두고 SR 엔터테인먼트의 김혜미 실장은 자신 있게 말했다.

“박태민 대표님과 제가 직접 찾아낸 아이들이에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아이돌이 될 원석을 알아보는 SR 박태민 대표와 김혜미 실장의 안목은 업계 제일로 알려져 있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이 5년 만에 내놓는 신인 그룹에 주목하는 이유다.

디아스 멤버는 박유찬(23/리더/리드보컬), 정이한(22/메인랩퍼), 백강현(21/메인 댄서), 이서호(20/서브 보컬), 진하온(19/메인 보컬) 이다.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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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 응 다음 듣보~

moo*** 웬 신비주읰ㅋㅋ 자신감 넘치는거 보소 저러다 망해봐야 아 내가 잘못했구나 알지

voi*** 아 재혁오빠 대신 들어간게 진하온 제구나?ㅎㅎ 우리 오빠는 잘돼고 있는데ㅎㅎ 괜히 친한척 질척거리지만 말았으면ㅎㅎ

┗ asx*** 재혁이 누구?

┗ voi*** 클로즈의 준재혁입니다! 아직 데뷔 전인데 영상 많이 올라오고 있어요! 저희 오빠들 한 번 보러 오세요! [링크]

┗ asx*** 듣보 연생 ㅂㅂ

┗ voi*** 부적절한 표현이 감지되어 숨김 처리되었습니다.

lee*** 저기에 우리 두리가 있을까? 스알 캐스팅 된 후로 소식 끊긴 우리 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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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컨포 보고 왔는데 두 분의 안목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백만 배 받으시옵소서. 만수무강하시옵소서.

hee*** 근자감 까려고 갔다가 감기고 옴ㅠㅠ 다섯명 비주얼합 미춌다 진짜 미쳤어...

bas*** 여러분 하온이 보고 오세요. 진짜 너무 예쁨... 남자애가 저렇게 예뻐도 되나?ㅠㅠ 나는 왜 여자인가 자괴감들어... 근데 보다 보면 또 잘생겼어...아니 귀여워... 머선일이고...혼자 다 해먹넿ㅎㅎㅎ

lee*** 하온이가 xx카페 오후 두시 미소년의 그 두리입니다!

┗ cow*** 두리?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그 두리?

┗ apt*** 위에 두 명ㅋㅋㅋ 짜고 올리는 거 넘 티난다 ㅋㅋㅋㅋ 근데 너네가 왜 빨았는지 알겠닼ㅋㅋㅋㅋ

asp*** 아이돌이 얼굴만 좋다고 잘되는 거 아니거든요~ 얼굴로 춤추고 노래할건가?ㅋㅋ

┗ neo*** 스알은 실력 위주 아니에요? 테오스 무대 장인이잖아요. 솔로 가수들도 다 잘하고 ㅇㅇ

┗ asp*** 테오스는 잘하는거 인정하는데 예네는... 글쎄요? 딱봐도 와꾸픽만 모았는데ㅋㅋ

┗ lov*** 님도 얘네가 비주얼 씹탑인건 ㅇㅈ?

***

“너희 포카 반응 괜찮아.”

매니저 형이 활짝 웃으면서 연습실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우리에게는 ‘서칭 금지’ 명령이 떨어졌고, 아직까진 다들 충실히 지키는 중이었다. 솔직히 난 봐도 상관없는데 유찬 형을 필두로 서로서로 감시하는 눈이 대단했다.

특히 나는 통제가 엄격해서 휴대폰만 쥐어도 감시권에 들어갔다. 이건 전부 상태 이상 때문이다. 내가 심리적으로 몰리면 큰일 나는 줄 안다. 웬만한 악플은 내 멘탈에 스크래치도 못 내는데 말이야.

“그런데 하온아.”

“네?”

“너를 두리라고 부르는 사람 있는 거 알아?”

매니저 형이 나한테 댓글을 보여줬다.

─ 두리 이름이 하온이였구나! 어쩜 이름도 이쁘니 너무 찰떡이다! 누나가 꽃길 깔아줄게!

─ 두리야 데뷔 축하해!!!!! 태어나줘서 고마워!!!!

─ 윗댓 받고! 두리야! 내 돌이 되어줘서 고마워ㅠㅠ

“……응? 두리가 누구예요?”

“너 몰라?”

고개를 저었다. 두리가 누군데. 다른 사람이랑 착각하는 것 같다. 나랑 되게 닮았나 봐. 태어나줘서 고맙대. 저런 말 들으면 되게 행복할 것 같다.

“너 데뷔 전에 XX카페 자주 갔지? 대표님 캐스팅도 거기서 됐고.”

“맞아요.”

“항상 오후 두 시에 거기 출몰했다며? 그래서 알음알음 오후 두 시의 미소년으로 알려졌었나 봐. 그때 생긴 별명이 두리야. 오후 두 시. 오둘이. 두리.”

“……두리가 저라고요? 닮은 사람 아니고?”

매니저 형이 자신 있게 웃었다.

“너 맞아. 대표님한테 캐스팅됐다는 목격담 게시글 있었거든. 사진 돌아다니는 건 없었고, 실제로 본 사람들 몇 명이 가끔 앓는 글 올린 것 같더라.”

“그럼 저게 진짜 저한테 하는 말이에요?”

“응.”

나는 다시 한번 내 사진 밑에 달린 글을 꼼꼼히 읽었다. 이게 진짜 나한테 하는 소리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 굳어 있었더니 유찬 형이 내 등을 톡톡 두들겼다.

“기뻐?”

“……좀 안 믿겨요.”

나는 금광을 발견한 것처럼 황홀한 얼굴로 같은 내용을 읽고, 읽고, 또 읽었다. 신기했다. 처음 받아 보는 우호적인 댓글이 자꾸 날 간지럽혔다. 기뻤다.

“매니저 형, 제 댓글은요? 전 뭐 달렸어요?”

“너 귀여워 죽겠대. 완전 강아지라고 깜찍하다는데?”

매니저 형은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 위주로 짧게 보여줬다. 나만큼 격렬한 반응은 없어서 다들 날 놀려대기 시작했다.

“하온이가 원탑이네~”

유찬 형은 장난스레 말했는데…….

“우리 하온이는 이미 팬덤이 있었어? 대단해!”

초롱초롱한 정이한이 부담스럽다. 저거 진담이야, 농담이야. 헷갈린다.

“진하온 또 얼굴 빨개진다, 으햐햐햐!”

“……시끄러워.”

다른 건 다 숨길 수 있으면서 얼굴색은 왜 못 숨기는 거야. 이럴 땐 너무 솔직한 내가 원망스럽다.

***

시간은 하루하루 정말 빠르게 흘러 벌써 주말이 됐다. 유찬 형을 제외한 멤버들은 모두 금요일 연습이 끝난 뒤 집으로 갔다. 휴일이라 느긋하게 일어났더니 유찬 형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형? 아직 안 갔어요?”

“너 밥 챙겨주고 가려고.”

“내가 알아서 먹을 수 있는데…….”

“핫도그?”

“아침에 먹으면 아침이죠. 종류가 무슨 상관이에요.”

유찬 형이 삐죽하게 웃으면서 고개 저었다.

“집에 가면 엄마한테 반찬 좀 얻어 올게. 그리고 너 아침에 일어나면 나 좀 깨우라고 몇 번 말해? 혼자 꼬물꼬물 준비해서 쌩하니 가버리지 말고 같이 가자니까.”

“새벽에 일어나는데 형 피곤하잖아요. 더 자야지.”

“그 새벽에 너 혼자 나가는 거잖아.”

“에이, 알람 듣고도 못 일어나는데 깨운다고 일어나겠어요?”

“그 알람 네가 끄는 거 모를 줄 알고?”

우리 유찬 형이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됐지? 더는 할 말이 없어서 배시시 웃었다.

“최소한 강현이랑 같이 움직이던가.”

“요즘 강현 형은 저보다 더 빨라요. 일어나면 거의 없어요. 가끔 시간 맞을 때가 있는 거지.”

“강현이한테 너 데리고 다니라고 말해야겠다.”

“제가 애도 아니고 괜찮아요. 지금까지 문제없었잖아요.”

유찬 형이 숟가락을 놓은 뒤 날 식탁에 앉혔다. 같이 먹어주려는 듯 맞은편에 앉는다.

“지금까지 없었다고 앞으로도 없으리란 보장은 없어. 이제 데뷔하고 나면 알아보는 사람도 생길 텐데 혼자 다니지 마. 넌 특히 사생 많이 붙을 것 같아서 더 그래.”

“신기하다. 그 소리 전에도 들었거든요.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

우물우물, 입 안 가득 밀어 넣은 밥을 꿀꺽 삼키면서 말했다.

“들었으면서도 혼자 다녀?”

“아니, 뭐. 아직 괜찮잖아요.”

“됐으니까 천천히 많이 먹어.”

“이유가 궁금한데…….”

궁금한 건 왜 대답 안 해 주냐! 유찬 형은 숟가락에 예쁘게 밥을 올려서 천천히 꼭꼭 씹어 먹은 뒤 말했다.

“그냥 느낌이 그래. 뭔가 넌 사람 홀리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거든.”

아, 스탯 효과인가 보다. 여기 들어와서 하도 이리저리 치여서 그냥 있다고 인식만 하고 살았다. 실제로 ‘넌 내 취향이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이 끌려!’ 같은 소리 못 들어봤거든.

“몇몇 연생 애들이 너랑 친해지고 싶으니까 다리 좀 놔달라더라.”

“여자애들이요?”

“우리 연생 중에 여자 없어. 소속사에서 남녀 섞이면 연애한다고 남자만 뽑는 거 몰라?”

아, 맞다. 그랬지. 남자 연습생만 뽑았다.

“나랑 왜 친해지고 싶은데요?”

회사에서 돌아다닐 때 말 거는 사람은 없었는데 이상하다.

“예쁘대.”

“컥, 쿨럭, 켁켁.”

미쳤나? 돌았나? 소름이 쫙 돋았다. 무슨 그런 이유로 친해지고 싶대? 유찬 형이 내미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넌 이상하게 끌린다더라. 부끄러워서 말 못 걸겠다고 나보고 다리 놔 달라던데?”

와, 매력 스탯. 와! 부끄러워 말도 못 걸겠다니, 이게 남자한테도 통하는 거였어? 취향 아니어도 통한다는 게 성별 불문이었냐고? 당황스럽다. 진짜. 진심.

“절대 연결해 주지 마요…….”

“당연하지.”

내가 모르는 곳에서 유찬 형이 날 지켜주고 있었다. 정말 다행이야. 어우. 생각만 해도 징그럽다.

“너 남팬도 많이 모을 것 같으니까, 그만큼 위험할 수 있는 거 자각하라고 말해주는 거야. 혼자 다니지 말라고. 사생은 정확하게 말하면 스토커야. 스토커는 성별 상관없이 그 사람의 성향이 정상이 아니란 뜻이고. 알았어?”

“……네. 그럴게요. 형 깨울게요.”

“그래. 약속했다?”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 퍼먹었더니 내 밥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졌다. 유찬 형은 여전히 가득이었고. 배부르니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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