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249화 (249/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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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에 함성이 쏟아졌다.

    “최고다!”

    “저 친구들 누구야?”

    그들의 질문에 답한 것은 젤리 머피였다.

    “블랙홀이란 팀 이름처럼 남김없이 빛을, 아니 모두의 시선을 빨아들였네요. 제 눈 보이죠? 지금 잘 안 보입니다.”

    젤리 머피가 자신의 한쪽 눈을 까뒤집자 모두가 웃었다.

    같이 웃던 젤리 머피가 눈을 반짝였다.

    눈을 반짝이던 젤리 머피가 다시 마이크를 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경매를 진행해 볼까요?”

    말을 마친 젤리 머피가 엄지와 검지를 모아 돈 모양을 만들었다.

    순간 여기저기서 함성이 울려 퍼졌다.

    경매에 불이 붙은 것이다.

    오늘 자선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던 자선 경매의 무대를 ‘점프’가 달구고 있었다.

    1천 달러에서 시작되었던 경매는 쉴 틈 없이 몰아붙인 진행자 젤리 머피의 입담 덕에 지금은 무려 15만 달러까지 올라갔다.

    낙찰을 받은 사람이 이 곡의 저작권을 갖는 것은 아니었다.

    낙찰자는 이 곡을 줄 권리를 가지게 된다.

    여기서 ‘give’라는 단어는 곡을 앨범에 담을 수 있는 권리였다.

    거기에 더해 엠리의 프로듀싱까지 받을 수 있는 권한이 특별 부록으로 따라붙었다.

    10만 달러까지 올라갔을 때였다.

    누군가 15만 달러를 불렀다.

    모두의 시선이15만 달러를 부른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장경자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셀럽들이 놀라움에 웅성대고 있을 때였다.

    트럼프가 손을 들었다.

    “20만!”

    그 목소리에 장경자가 움찔 반응했다.

    그때 장경자는 도훈의 눈빛을 봤다.

    따라붙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도훈이 이 곡을 자선 경매에 넘긴 것은 바로 파급력 때문이었다.

    이 곡의 가격을 끌어 올린 이들은 대부분 음반사의 사장들이었다.

    자신의 가수에게 곡을 주고 싶어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 것.

    도훈이 그들에게 이 곡을 넘기려고 한 것은 이 곡을 처음 부른 이는 영원히 블랙홀로 남기 때문이었다.

    도훈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안무까지 소화하면서 무대를 소화한 블랙홀.

    그 영상은 셀럽들의 핸드폰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제 미끼를 물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트럼프가 입찰에 참여하다니…….

    도훈은 살짝 실망스럽기도 했다.

    트럼프가 이 곡을 낙찰받으면 누구한테 줄 것인가가 도훈의 관심이었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손을 번쩍 들었다.

    검은 피부에 작은 얼굴.

    딱 보기에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 인물이었다.

    그가 외쳤다.

    “30만!”

    그의 우렁찬 목소리에 트럼프도 고개를 갸웃하다가 허탈하게 웃었다.

    상대가 가수이자 영화배우이며 음반기획자까지 겸하고 있는 웨일 스미스였기 때문이다.

    결국 ‘점프’는 웨일 스미스가 낙찰받았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자선 행사는 끝이 났다.

    도훈으로서는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웨일 스미스 정도면 적절한 상대에게 곡을 전달하리라 확신했다.

    그것은 훌륭한 홍보 효과를 누릴 것이었다.

    메인 행사가 끝나자 셀럽들은 다시 와인 잔을 잡고 담소를 나누었다.

    그 중심에는 도훈과 블랙홀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오른쪽에는 장경자와 최크루지가 있었고 왼쪽에는 트럼프가 바싹 붙어 있었다.

    그들은 중심으로 셀럽들이 호기심을 빛내고 있다.

    도훈의 계획도 성공이었고 장경자에게도 이것은 행운이었다.

    그때였다.

    그들을 둘러싼 인파를 웨일 스미스가 비집고 들어왔다.

    화들짝 놀란 이들이 급하게 갈라졌다.

    억지로 모세의 기적을 만들고 들어온 웨일 스미스가 도훈의 앞에서 눈을 빛냈다.

    “엠리!”

    “아, 그냥 리라고 불러 주세요.”

    “네, 미스터 리! 저와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아, 스미스 씨. 누구에게 주든 부담 안 가지셔도 됩니다.”

    “그게 아니라……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

    도훈은 말없이 웨일 스미스를 바라봤다.

    웨일 스미스가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얼굴에는 진지함을 거의 1cm 두께로 깔고 있었다.

    결심한 도훈이 답했다.

    “좋아요.”

    “저 친구들 블랙홀이라고 했죠? 가능하면 저 친구들도 함께 얘기하고 싶습니다.”

    *    *    *

    3개월 뒤.

    도훈과 블랙홀은 미국에 다시 왔다.

    마케팅 때문도 아니었고 관광 차원도 아니었다.

    바로 미국의 첫 공연 때문이었다.

    3개월 전 웨일 스미스는 도훈에게 제안을 하나 했었다.

    그것은 그가 낙찰받은 ‘점프’를 블랙홀에게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에 도훈은 고개를 갸웃하자 웨일 스미스는 웃으며 말했었다.

    자선 공연에서 블랙홀이 보여 준 무대보다 더 그 곡을 잘 소화할 수 있는 가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블랙홀의 미국 활동을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의 활동은 유레카가 맡아서 하되 블랙홀의 미국 활동은 유레카와 웨일 엔터의 협업으로 진행하자고 했다.

    그 결심을 보여 주기 위해서 30만 달러라는 거금을 들인 것이라고 했다.

    웨일 스미스의 진심은 도훈에게 통했다.

    그 후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장 비서가 도훈을 대신이 미국에서의 일을 진행했으니 말이다.

    웨일 스미스는 어마어마한 인맥과 자신의 팬들을 통해서 블랙홀이 부른 ‘점프’의 영상을 온라인에 퍼뜨렸다.

    덕분에 스트리밍 사이트에 블랙홀은 낯선 그룹이 아니었다.

    미국 활동 한 번 없이 이렇게 유명세를 탄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덕분에 미국판 드림 콘서트라고 하는 유나이트 드림에 초대를 받았다.

    낯선 무대에 초대받았지만, 블랙홀은 주눅 들지 않았다.

    블랙홀의 옆에는 도훈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훈이 우시원과 서찬휘의 등을 떠밀었다.

    “자 가서 보여 주고 오자!”

    도훈의 외침에 블랙홀 멤버 모두가 눈을 빛냈다.

    파티홀이 아닌 10만 명 규모의 스타디움에 울려 퍼지는 그들의 목소리.

    도훈은 팔짱을 끼고 흐뭇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때 웨일 스미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요.”

    “그때 제안 감사합니다, 스미스.”

    그들은 블랙홀이 공연을 펼치는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누군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바로 황수영이었다.

    그녀는 웨일 스미스에게 악수를 건넨 뒤 할 말이 있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스미스 씨의 눈은 틀렸어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웨일 스미스가 황당하다는 듯 황수영과 무대 위의 블랙홀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때 블랙홀 말고 다른 사람을 먼저 유심히 보셨어야죠.”

    “그게 누군가요?”

    “우리 이 실장님이요.”

    “미스터 리요?”

    “바로 제가 케어하고 있는 아티스트죠. 사실 매니저는 부업이랍니다.”

    “하하,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때 피아노 솜씨를 보고 알았죠. 그리고 한국에서 펼친 오디션 프로그램도 봐 뒀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안하려고 했어요.”

    웨일 스미스가 활짝 웃자, 도훈이 놀라 물었다.

    “제안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혹시 뮤지컬에 출연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뮤지컬이요?”

    “이번에 켈리 존슨이란 뮤지컬 감독이 배우 오디션을 보고 있어요. 뭐, 솔직히 제 친구입니다.”

    “…….”

    도훈은 눈을 크게 떴다.

    켈리 존슨은 오 년 후에 세계 최고의 거장이 되는 뮤지컬 감독이었다.

    시작은 뮤지컬이지만, 나중에는 음악 영화로 큰 성공을 거두며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다.

    영화 두 개로 거장이라는 호칭까지 듣는 감독.

    아마도 그 첫 번째 작품이…….

    도훈이 기억을 떠올리려고 했을 때였다.

    웨일 스미스가 더 빨랐다.

    “피아노맨이라는 뮤지컬입니다. 동양인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그린…….”

    그는 쉬지 않고 설명을 이어갔다.

    도훈도 그제야 떠올릴 수 있었다.

    웰메이드 뮤지컬 ‘피아노맨’.

    그중 타이틀 곡이 바로 빌리조엘의 피아노맨이었다.

    피아노맨의 가사와는 달리 동양인 뮤지션의 이야기를 다른 뮤지컬.

    아마도 일본인 아티스트가 그 주연을 맡았을 것이다.

    브로드웨이에서 꽤나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었다.

    그것을 기반으로 두 개의 음악 영화를 모두 히트시켰으니 말이다.

    음악 영화 두 개로 쓸어 담은 오스카상이 무려 여덟 개.

    피아노맨은 동양인 주연이라는 점 때문인지 뮤지컬의 오스카라는 토니상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때 웨일 스미스가 웃었다.

    “하하. 왜 그렇게 표정이 심각합니까? 그냥 오디션 한번 보라는 거예요. 제가 도훈의 영상을 보여 주니 존슨이 입맛을 다시더군요. 어때요? 오디션은 일주일 후입니다. 뉴욕까지 갈 필요 없이 존슨이 이곳으로 오기로 했습니다.”

    “저는 오케이입니다.”

    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디션 때문이 아니라 켈리 존슨과 라인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도훈이 승낙하자 황수영이 물개 박수를 치며 흥분했다.

    “지, 진짜죠. 드디어 데뷔하는 건가요?”

    “일단 만나는 게 먼저죠.”

    도훈이 웃었다.

    *    *    *

    시간이 흘러 6개월 뒤.

    블랙홀 멤버는 뉴욕의 브로드웨이를 거닐고 있었다.

    누군가 블랙홀을 알아보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다.

    어디선가는 대포를 닮은 카메라로 블랙홀의 일거수일투족을 찍고 있다.

    값이 나가는 카메라의 주인들은 바로 파파라치들이었다.

    파파라치가 블랙홀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엄청난 변화가 있었음 간접적으로 말해 줬다.

    블랙홀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찍었다. 그것도 2주간 1위에 머물다 내려왔다.

    덕분에 팝의 본고장 미국이 K팝에 점령당했다는 기사가 타임지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지나가는 이들이 그들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달려드는 이는 없었다.

    서찬휘는 이게 불만이었다.

    이 정도 유명세면 경호원이 붙어야 정상인데, 묘하게 팬들은 블랙홀과 일정 거리를 뒀다.

    물론 이것은 도훈이 그들에게 심어 놓은 스킬 때문이었다.

    도훈은 그동안 꽤 많은 스킬과 알파벳을 모았다.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일정 기간은 상대를 케어할 수 있는 능력까지 얻게 되었다.

    그 능력을 블랙홀에게 적용시킨 것이다.

    이유를 모르는 서찬휘는 아쉬운 듯 사람들을 바라봤다.

    서찬휘는 그들이 블랙홀에게 거리를 두는 것이 인종 차별이라고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나머지 멤버는 그런 서찬휘를 구박했다.

    이렇게 편하게 다니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데 그러냐고 말이다.

    어쨌든 그들은 어딘가를 향해 바쁘게 걷고 있었다.

    11월의 뉴욕 거리는 쌀쌀한지 그들은 옷깃을 올려 목덜미를 감쌌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자 그들은 고개를 들었다.

    뮤지컬 극장에 걸린 간판을 확인한 서찬휘는 손뼉을 쳤다.

    “와, 드디어!”

    “그러게 말이야. 오늘은 우리가 응원하자고.”

    그들이 보고 있는 극장에 걸린 작품은 바로 ‘피아노맨’이었다.

    *    *    *

    앞자리에 앉아 무대를 기다리는 우시원은 안경을 벗고 마른세수를 했다.

    그가 긴장하면 나오는 버릇이었다.

    서찬휘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우시원, 왜 네가 긴장하는데?”

    “그럼 긴장을 어떻게 안 해? 실장 형이 주연이야!”

    “그래도 너는 조금 오버다.”

    서찬휘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도훈의 얼굴이 나와 있는 팸플릿으로 우시원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그때 눈에 들어온 영문 이름에 우시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실장 형이 왜 엠리야?”

    “참, 일찍도 물어본다.”

    “너는 알아?”

    “전에 이든이 형한테 들은 건데……. 마스터에서 따온 알파벳이래.”

    “아, 그렇구나! 그런데 왜 이든이 형이야?”

    “뭔가 성이 꼭 ‘제’ 씨 같잖아. 이든이 형도 그렇게 불러 주니 좋아하던데.”

    “그럼, 나도 그렇게 불러야겠다.”

    그때였다.

    무대의 막이 오르자 관객들이 모두 고개를 길게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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