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248화 (248/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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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가 허락하자, 제니스 브라더스의 리더 켄이 질문을 던졌다.

“곡 이름만 듣고는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편안하게 제안해 보시죠.”

젤리 머피가 능글맞은 표정으로 턱짓하자 켄이 말을 이었다.

“작곡가가 이 노래를 직접 불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 데모 버전이라도 부탁드립니다.”

말을 마친 켄은 자선 행사에 참석한 셀럽들에게 동의를 구한다는 듯 주변을 둘러봤다.

그 모습에 대다수의 셀럽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진행자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노래 제목만 보고 어떻게 입찰하겠는가?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흠, 그것도 일리 있네요. 작곡가분!”

젤리 머피가 작곡가를 불렀다.

모두의 시선이 트럼프와 장경자가 있는 쪽으로 모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엠리(M. LEE)라는 작곡가는 이곳에 모인 셀럽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는 인물이었다.

젤리 머피도 눈을 가늘게 뜨고 그것을 바라봤다.

모두의 시선이 모인 가운데 장경자와 트럼프 사이에서 도훈이 걸어 나왔다.

도훈이 유창한 영어로 물었다.

“그래서 뭘 원하시지요?”

제니스 브라더스의 켄에게 한 말이 아니라 젤리 머피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젤리 머피가 빙긋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직접 불러 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그는 할리우드 최고의 코미디언답게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모두의 호응을 끌어냈다.

순간 이곳에 모인 셀럽 모두가 최면에 걸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약속한 듯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엠리!”

“엠리! 프리즈!”

이어지는 환호에 도훈이 주위를 둘러봤다.

사실 원하는 반응이었다.

이곳에 도훈이 온 이유는 바로 팝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미국 공략을 위해서였다.

도훈이 이곳을 공략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미국 시장이라는 단단한 성벽을 K팝에 의해서 허물어진다.

도훈은 그 시기를 앞당기고 싶었다.

뒤쪽에 이곳을 공략할 후배들의 최초라는 타이틀을 빼앗는 것은 미안하지만, 그들이 이곳의 지배자가 될 발판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

과연 될까?

자신이 다져 놓은 유레카라는 기업을 발판으로 삼는다면 불가능은 없었다.

도훈은 조용히 매니저의 비밀 수첩을 바라봤다.

그동안 알파벳은 몇 개가 더 모였다.

이러다가는 모든 알파벳을 모두 모으는 건 아닌지 호기심도 생겼다.

도훈은 젤리 머피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모두의 시선이 도훈에게 모인다.

젤리 머피는 천천히 걸어오는 도훈을 보고 호기심을 느꼈다.

도훈에게는 보통 작곡가들에게서는 없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한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스타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젤리 머피가 말하는 스타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글로벌 스타를 말함이었다.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있을 때 도훈이 경매로 제출한 악보를 낚아챘다.

도훈이 악보를 들고 조용히 물었다.

“누가 불러 주는 게 좋을 것 같나요?”

“…….”

갑작스러운 질문에 모두는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그때 도훈이 말했다.

“제가 쓴 이 곡은 몇 가지 파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제가 모든 파트를 소화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제일 자신 있는 파트만 소개해 주시면 어떨까요? 딱 보니까 그 정도는 소화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젤리 머피가 웃으며 악보를 가리키자 도훈이 미소로 받아쳤다.

“오렌지 껍질이 예쁘다고 맛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오, 조크를 잘하시는군요.”

젤리 머피가 웃었다.

지금 도훈이 한 말은 미국식 농담이었다.

도훈이 마주 웃었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실 분 계신가요?”

도훈은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는 이는 없었다.

도훈이 어딘가를 바라봤다.

“혹시 노래를 부탁한 제니스의 리더분? 어떠십니까?”

“저는…….”

제니스 브라더스의 리더 켄이 말을 맺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도훈의 제안이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괜히 나섰다가는 이곳에서 망신당하기 십상이었다.

제니스 브라더스는 소위 말하는 장비에 많이 의지하는 그룹이었다.

보컬인 리더 켄의 경우가 특히 그랬다.

괜히 라이브로 모르는 노래를 불렀다가는 음 이탈은 기본이고 밑천이 드러날 수도 있었다.

도훈은 켄을 곤란하게 할 의도는 없었다.

그는 바로 고개를 돌려 다른 이를 바라봤다.

“아니면 여기에 계신 다른 싱어분도 괜찮습니다.”

도훈이 악보를 내밀며 모두에게 보여 줬다.

자선 행사에 동원된 카메라가 악보를 비추었다.

순간 그의 악보가 뒤쪽 스크린에 확대되어 나타났다.

화면을 본 대부분의 스타들이 고개를 돌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악보만 보고 이곳에서 작곡가와 호흡을 맞춘다라?

이건 자살행위였다.

싱어도 아니고 작곡가가 노래를 도와 달라고 한다.

거기에 스크린에 뜬 악보를 보면 이건 댄스곡이었다.

차라리 발라드면 혼자 곡을 이끌어 나간다지만, 댄스곡을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그것도 연습도 없이.

중요한 것은 이곳에는 보는 눈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실수라도 한다면?

아마도 웃음거리가 될 것이었다.

모두가 외면하고 있을 때 제이든이 손을 번쩍 들었다.

용기 있는 제이든의 행동에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와아! 역시 뉴 키즈야.”

“제이든이 또 한 건 하는 건가?”

웅성거림은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커져만 갔다.

블랙홀의 서찬휘도 지지 않겠다는 듯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기세등등하게 뉴키즈의 리더 제이든과 블랙홀의 리더 서찬휘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젤리 머피가 재미있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오호,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아니 명곡을 얻는 법이죠. 일단 두 분 다 앞으로!”

젤리 머피는 마치 사관 학교의 교관처럼 마지막 단어에 힘을 주었다.

그러고는 제식 훈련의 ‘앞으로 가’ 동작을 흉내 냈다.

장내의 셀럽들이 그의 유머에 호응하듯 웃었다.

셀럽들의 웃음 속에 제이든과 서찬휘가 앞으로 나왔다.

스크린에 확대된 악보는 사실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런 관계로 둘은 조심스럽게 다시 악보를 확인했다.

악보를 확인하던 제이든과 서찬휘가 동시에 얼굴이 파래졌다.

제이든이 자신 있게 나간 것은 자신이 들어 봤던 곡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서찬휘도 마찬가지였다.

도훈이 작곡한 노래는 어설프게나마 한 번씩은 들어 봤다.

제이든이 서찬휘의 어깨를 토닥였다.

“브라더, 내가 양보하지!”

“네?”

“그 곡을 부를 수 있는 영광을 양보할 테니, 잘해 보라고.”

제이든이 서찬휘를 토닥이고는 재빨리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로 돌아간 제이든은 다른 뉴 키즈 멤버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다른 뉴 키즈 멤버들은 오뚝이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도훈이 피식 웃었다.

그때였다.

서찬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거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긴 불러 봐야지.”

“그거 처음 보는 악보잖아요.”

그들의 대화에 젤리 머피가 웃음을 피워 냈다.

“진짜 새로 쓴 악보인가 보네요. 만약 여기 있는 친구의 표정이 연기라면 오스카 남우주연상은 예약해 놓은 상황일 겁니다.”

젤리 머피가 잠시 말을 끊고 모두를 바라봤다.

지금 스크린에는 서찬휘의 표정이 클로즈업되어서 보이고 있었다.

이어서 스크린이 현장에 있는 셀럽들을 비추었다.

모두가 일리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스크린을 확인한 젤리 머피가 도훈을 바라봤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제 친구들과 함께 시연하도록 하죠.”

도훈이 서찬휘를 가리켰다.

신호를 받은 서찬휘가 뒤쪽에 있던 블랙홀 멤버를 불렀다.

그들의 앞에 서자 도훈은 젤리 머피에게 귓속말을 속삭였다.

젤리 머피가 눈을 크게 뜨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는 마이크를 잡았다.

“딱 오 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그럼, 다른 경매 물품부터 진행하고 엠리가 내놓은 경매 곡은 5분 뒤에 확인하겠습니다.”

*    *    *

5분 뒤.

블랙홀 멤버들은 자선 행사의 무대에 자리 잡았다.

긴장한 블랙홀 멤버들은 연신 마른세수를 했다.

손바닥의 땀과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땀으로 뒤범벅이 됐다.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상황.

우시원은 마른침을 삼키며 도훈과 함께했던 5분의 시간을 떠올렸다.

도훈이 말한 내용은 간단했다.

도훈은 그들에게 블랙홀의 천재성을 믿는다고 했다.

우시원은 그 말에 꼭 운명처럼 들렸다.

처음 보는 곡이 마치 아침에 흘러나오는 추억의 명곡처럼 귀에 익숙했다.

아마도 이런 것이 첫눈에 반한다는 것.

우시원은 앞을 바라봤다.

긴장해서인지 아니면 집중해서인지 무대 아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암막이 드리워진 것처럼 캄캄하게 보인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동료들과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도훈밖에 없었다.

물론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찬휘도 오직 동료와 도훈만을 시야에 담고 있었다.

그때 피아노 선율이 무대를 덮었다.

가벼운 터치로 튕기듯 연주가 시작되자, 서찬휘는 마치 악보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따다단.

서찬휘의 어깨가 자연스럽게 들썩였다.

무대 옆으로는 그들을 바라보는 부드러운 시선이 있었다.

시선의 주인은 물론 도훈이었다.

도훈은 아빠 미소를 하며 블랙홀 멤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블랙홀 멤버들이 묘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도훈이 준 스킬의 효과 덕분이었다.

도훈은 이 무대에 스킬을 모두 쏟아 넣었다.

모두가 하나로 만들어 주는 ‘원포올’에서부터 알파벳까지.

도훈은 블랙홀이 모두를 열광시키길 바랐다.

솔직히 엔터 분야의 비즈니스를 하기에 이곳보다 좋은 무대는 없었다.

이곳에 모인 방송국 관계자만 십수 명이었다.

거기에 자선 행사에 참가한 셀럽들은 걸어 다니는 기업에 가까웠다.

지금 이 무대가 미국 공략의 첫 스텝이었다.

도훈은 아빠 미소를 지웠다.

그리고 손가락 끝에 집중했다.

도훈의 손에서 희미한 황금빛 광채가 흘러나왔다.

이것은 수첩이 주는 에너지.

그 에너지가 희미하게 퍼지면서 블랙홀 멤버들에게 이어졌다.

두둥! 단단!

인트로가 끝나고 첫 소절로 들어간다.

우시원이 한 발 앞으로 나왔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빠져 더는 난 움직일 수 없어! 점점 빠져드는 것은 무한의 시간…….

우시원이 들어가고 이번에는 서찬휘가 나왔다.

―멈춘 시간 속에서 발버둥 치는 너…….

서찬휘의 아련한 목소리를 박수호가 받았다.

―가쁜 너의 숨소리에 이젠 견딜 수 없어, 차갑게 떨리는 나의 숨결…….

주현빈이 자연스럽게 턴을 하며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난 우리 안에 있는 힘을 믿어! 끝없이 너의 파워. 무한한 나의 파워! 일어서…… 일어나!

발라드로 시작한 노래에 속도가 붙었다.

순간 블랙홀의 래퍼 장선우가 튀어 올랐다.

―희망을 향해.

―네 꿈을 향해.

―멈추지 말고 그렇게 걸어가, 아니 뛰어가. 그리고 날아가! 희망이란 기차가. 꿈이라는 버스가. 그렇게 그렇게! 지나가고…….

장선우의 속사포 랩이 이어졌다.

발라드로 진행하다가 갑자기 쏘아붙이는 랩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입을 여는 이는 없었다.

무대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선우가 손짓하자 뒤쪽에 있던 다른 맴버들도 모두 한 발씩 앞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마이크를 들었다.

―Jump higher, 더 높이 점프해

―하늘을 향한 꿈을 찾아 날아가

―ump higher 다가올 내일을 위해

―나의 희망으로 더 밝은 빛을 비춰

―비춰! 비춰!

―너를 위한 꿈을 세상에 비춰줘!

코러스가 점점 작아지더니 블랙홀 멤버들이 멈췄다.

모두는 그제야 숨을 쉬었다.

“휴.”

“뭐야? 처음 부르는 노래라고 하지 않았어?”

“와우.”

“그런데 이 곡을 사면 어떻게 되는 거지?”

모두가 웅성이고 있을 때였다.

다시 피아노 소리가 이어졌다.

그들은 재빨리 대화를 멈췄다.

피아노 선율에 맞춰 다시 블랙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블랙홀 멤버들은 처음보다 숙달된 듯 동작이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이제는 시선 처리도 편안했다.

마치 무대가 자신의 안방인 것처럼 누비는 블랙홀.

따단!

피아노 연주가 멈췄지만,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여운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젤리 머피도 마이크를 내려놓고 여운을 즐겼다.

잠시 시간이 흐르도록 방관한 젤리 머피가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저는 숨도 못 쉬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무대였습니다. 제 가슴 보이죠. 숨을 잔뜩 들이켠 걸요.”

젤리 머피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자, 셀럽들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같으면 폭소를 터뜨렸을 테지만, 아직 노래의 여운에서 못 빠져나온 것.

그때 누군가가 박수를 쳤다.

짝짝!

그때부터 한참 동안 박수가 이어졌다. 그제야 분위기가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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