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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0년 만에 부활한 뉴 키즈.
그들의 성공적인 컴백은 지금 미국 전역에서 화제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작곡가가 누군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도 솔직히 그 작곡가가 궁금했다.
트럼프뿐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제이든의 말을 듣던 이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제이든의 등장에 파티의 주인공은 바뀌었다.
제니스 브라더스에서 뉴 키즈로 말이다.
다른 스타들과 정재계 인사들이 제이든에게 몰려들려고 할 때였다.
주변을 둘러보던 제이든이 눈을 크게 떴다.
제이든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모습에 트럼프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 제이든?”
“자, 잠시만요.”
당황한 제이든이 트럼프의 뒤쪽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트럼프에게 양해를 구한 후 그를 지나쳐 빠른 걸음으로 누군가에게 다가갔다.
급작스러운 상황에 가장 놀란 것은 미쓰부시의 토리야마였다.
그는 제니스 브라더스와 함께 멍하니 제이든을 바라봤다.
토리야마가 제니스의 리더에게 물었다.
“제이든은 어디로 가는 거지?”
“아마도 화장실이요?”
제니스의 리더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제이든이 향한 곳은 모두가 예상치 못한 곳이었다.
그가 멈춘 곳에는 장경자가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제이든의 모습에 장경자가 눈을 크게 떴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아는 얼굴을 만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장경자의 앞에 선 제이든이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미국인에게서는 볼 수 없는 인사 방법이었다.
물론 뒤쪽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은 놀란 듯 입을 벌리고 있었다.
제이든이 갑자기 동양인 할머니에게 허리를 숙이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웅성거렸다.
장경자도 마찬가지였다.
제이든을 이곳에서 만날 줄을 몰랐던 것이다.
제이든은 도훈과 함께 며칠을 장경자의 집에서 보냈었다.
아침이면 같이 일어나 동네 약수터를 산책하던 친구들이었다.
제이든과 뉴 키즈 멤버들은 월드스타이 전에 장경자에게는 손자의 친구들이었다.
월드스타를 만나서가 아니라 손자의 친구들을 만나서 놀란 것이다.
장경자는 제이든의 손을 잡았다.
“잘 지냈어? 그런데 왜 그렇게 말랐어? 여기 밥이 입맛에 잘 안 맞아서 그래?”
“아니에요, 그리고 저 여기 사람이에요.”
제이든이 바닥을 가리켰다.
그 모습에 장경자가 웃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깜빡했네.”
“그런데 할머니는 여기 무슨 일이세요?”
“비즈니스 때문에 왔지.”
“아, 사람들 만나러 오셨구나…….”
“제이든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도훈이 여기에 온다고 해서 급하게 온 거예요.”
“우리 손자가 여기에 온다고?”
“네, 맞아요. 도훈이 여기로 온다고 했어요.”
“나한테는 그런 말 없었는데……. 대체 누가 그래?”
“그때 감자탕 같이 먹었던 아저씨 있잖아요.”
“아, 애론 머시기인가 하는 친구?”
“네, 맞아요. 애론 아저씨요. 그 아저씨하고 여기 온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 멤버들이 마중 나갔어요. 그런데 도훈도 할머니가 여기에 온 건 모르는 것 같던데요.”
“흠.”
장경자가 천장을 올려다봤다.
이번 미국행은 어떻게 보면 비밀리에 이루어진 일정이었다.
생가해 보니 도훈에게도 알리지 않았기에 손자를 탓할 순 없었다.
거기에 도훈은 유레카 LA지사에 출장 간다고 이미 장경자에게 통보해 놓은 상태였다.
LA에서 뉴욕까지 왔다는 게 놀랍긴 해도 같은 나라에서의 이동이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한 정도라는 얘기였다.
그때였다.
트럼프가 조심스럽게 장경자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이든과는 아는 사인가요?”
“네, 우리 손자의 친구들이에요.”
“오, 그럼, 우리도 같은 친구군요. 저도 제이든과 친구니까요.”
말을 마친 트럼프가 손을 내밀었다.
아까는 청하지 않았던 악수였다.
장경자도 아무렇지 않게 그의 손을 맞잡았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다른 사람들도 트럼프 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장경자는 몰려드는 사람들과 정신없이 인사를 나눴다.
어떤 이는 트럼프가 소개시켜 줬고.
어떤 이는 제이든이 소캐시켜 줬다.
갑자기 장경자가 자선 행사의 중심에 서게 된 상황.
뒤쪽에서 이를 지켜보던 토리야마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제니스 브라더스를 보니 고개를 흔들었다.
“상대는 장검을 쥐고 있었는데 난 단검을 휘두르고 있었어…….”
물론 일본어였다.
문제는 제니스 브라더스가 일본어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제니스 브라더스의 리더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지금 우리가 단검이라는 건가요?”
“하하, 그런 뜻은 아니었어. 내가 그냥 말이 헛나온 거니 이해하게.”
“그래도 기분이 좀 그러네요.”
말을 마친 제니스 브라더스의 리더는 멤버들에게 눈짓했다.
이제부터는 편하게 파티를 즐기라는 신호였다.
모두가 흩어지자 제니스 브라더스의 리더는 조심스럽게 제이든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렇다고 그 대화에 끼어든 것도 아니었다.
그는 조용히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형사가 잠복근무를 하는 것과 같았다.
제니스 브라더스의 리더인 켄은 지금 잠복을 하고 있는 것이 맞았다.
켄은 뉴 키즈가 죽도록 싫었다.
빌보드 차트 1위에서 제니스를 몰아낸 것이 뉴 키즈의 신곡이었다.
켄은 그들만 아니었으면 제니스는 적어도 3주 정도는 1위에 더 머물렀을 것이다.
이건 켄의 생각이 아니라 음악평론가들의 이야기였다.
제니스의 이번 앨범은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시장에 나오자마자 빌보트 차트를 찢었다.
그런데 뉴 키즈의 새 앨범 덕분이 제니스의 곡들이 묻히게 된 것.
켄이 봤을 때는 뉴 키즈는 보이 그룹이 아니라 아저씨 그룹이었다.
거기에 목소리나 기교 모두 전성기에서 훌쩍 지나 있었다.
이런 단점에도 자신들의 앨범을 밀어내고 빌보드 1위를 찍었다는 것은 그들의 힘이 아니라 곡의 힘이었다.
문제는 그 작곡가와 작사가가 누군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우연히도 조금 전 그 작곡가가 이곳에 온다는 것을 들었다.
이것은 하늘에 내린 기회였다.
제니스의 리더 켄은 지금 트럼프와 장경자 그리고 제이든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곁에서 뉴 키즈가 같이 작업했던 작곡가를 기다릴 뿐이었다.
켄은 화장실까지 참고 있었다.
그 작곡가만 영입할 수 있다면 빌보드의 지배자란 말을 들을 수도 있었다.
이것은 예감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켄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있을 때였다.
파티 홀의 입구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켄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뉴 키즈의 멤버들이 누군가와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켄은 순간 조심스럽게 그들을 관찰했다.
그것도 잠시 켄은 고개를 흔들었다.
누가 작곡가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뉴 키즈의 멤버들이 데리고 온 사내들은 무려 여섯 명이었다.
그 옆에 있는 금발은 켄도 아는 기업인이었다.
가끔 파티에서 만나는 애론이라는 CEO였다.
그렇다면…….
켄은 고민을 지웠다.
동양인 여섯 명이 모두 작곡가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켄은 뉴 키즈의 앨범을 같이 작업한 사람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명의 작곡가라고 생각했다.
흔히 말하는 작곡가 그룹 혹은 집단 창작 체제일 수도 있었다.
조금 이해가 안 가는 것은 그들이 하나같이 젊다는 점이었다.
거기에 외모도 범상치 않았다.
동양인치고는 비율이 너무 좋았다.
거기에 그들의 주변에서 아우라가 흘러나오는 것 같기도 했다.
뉴 키즈 멤버들의 안내를 받아 파티 홀로 향하던 우시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한 외국인 남자애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눈빛은 조금 묘해서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머나먼 타국까지 왔는데 저런 기분 나쁜 시선이 좋을 리 없었다.
우시원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그때 서찬휘가 물었다.
“우시원! 왜 그래?”
“저 친구가 우리를 째려봐서.”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지금 안경 안 껴서 잘 안 보이잖아.”
“아니야, 느낌이 우리를 째려보고 있는 게 분명해.”
“에이, 여기서 우리를 째려볼 친구가 어디 있다고 그래?”
“지세히 봐 봐, 저기 저 친구!”
우시원이 눈짓하자 서찬휘가 티 안 나게 그쪽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진짜 십 대로 보이는 젊은 친구가 하나 있었다.
우시원의 말대로 그는 블랙홀의 동선에 따라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눈빛도 심상치 않았다.
그냥 동양인이라고 신기해서 보는 게 아니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서찬휘가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 소리에 우시원이 깜짝 놀란 듯 물었다.
“왜 그래?”
“저 친구 몰라?”
“저 친구가 왜?”
“제니스 브라더스의 리더 켄이잖아.”
“제니스?”
“몇 주 전까지 빌보드 1위 찍었던 그룹.”
“잠시만…….”
우시원이 재킷에서 안경을 꺼냈다.
안경을 낀 우시원은 세상이 밝아진 느낌이 들었다.
파티라는 단어에 일부러 안경을 안 끼고 왔다.
그런데 제니스 브라더스라는 말에 할 수 없이 안경을 꼈다.
안경을 끼고 상대를 확인하던 우시원이 눈을 크게 떴다.
상대는 진짜 제니스의 리더 켄이 맞았다.
우시원은 안경을 몇 번이고 고쳐 썼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시원이 멍하니 그쪽을 보고 있자 서찬휘가 소매를 잡아끌었다.
“그냥 모른 척해.”
“아니, 빌보드 1위를 한 제니스의 리더가 왜 우리를 저렇게 보냐고.”
“너는 진짜 모르겠어?”
“모르니까 묻는 거잖아.”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그게 무슨 말이야.”
“영화에서도 보면 급이 되는 고수는 자신의 상대를 알아보는 법이잖아. 저 친구는 우리가 자신에게 위협이 될 거라는 걸 알아챈 것 같아.”
“무슨 위협?”
“동양에서 온 보이 그룹에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고 긴장하고 있는 거지, 저기 봐.”
“뭘 보란 거야?”
“켄의 입술을 보라고…… 움찔거리고 있잖아.”
“그게 왜?”
“서부의 총잡이가 권총의 방아쇠를 당길 때처럼 근육이 흔들리고 있잖아!”
“그거 맞는 비유야?”
“내 예감은 정확해.”
그들의 말에 뉴 키즈의 막내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우리를 보고 있는 겁니다, 찬휘.”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제니스를 빌보드 1위에서 밀어낸 게 우리거든요. 그러니 저럴 수밖에 없죠.”
“아, 언제 1위 찍었어요?”
“며칠 전에요.”
“에이, 그럼 연락 좀 하시지.”
서찬휘가 너스레를 떨자 뉴 키즈의 멤버들모두가 어딘가를 쏘아봤다.
그곳에는 도훈이 아무렇지 않게 파티 홀을 살피고 있었다.
사실 뉴 키즈는 빌보드 1위를 찍고 가장 먼저 도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블랙홀 멤버들이 모르는 것을 봐서는 아무 말도 안 한 것이 분명했다.
이번 1위 곡에는 블랙홀의 멤버의 목소리도 들어가 있었다.
당연히 그들에게도 그 소식을 전해야 했다.
아니 뉴 키즈가 연락을 안 했더라도 알고 있어야 했다.
뉴 키즈 멤버들은 그게 서운했다.
그것도 잠시 뉴 키즈의 멤버들은 고개를 저었다.
도훈은 그만큼 바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뉴 키즈의 멤버가 빌보드 1위를 찍은 것은 도훈에게는 당연한 일일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