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242화 (24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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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자는 ‘하나’에 힘주었다.

그녀의 모습에 엄지연이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얘기는 저도 들었어요. 지구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스타를 만들겠다고 큰소리쳤잖아요.”

“그래, 그놈은 딱 하나를 중시하는 놈이야. 그런데 기성품을 커플링으로 맞췄다고? 거기에 손에 뭘 끼기 그렇게 싫어하는 놈이?”

“아.”

“거기에 커플링이 불편한지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만지작거리더라고. 엄 비서는 속여도 내 눈은 못 속이지.”

“그런데 왜 모른 척하셨어요.”

“뭐, 그러다 보면 서로 정들겠지.”

“그럼 황수영 씨가 마음에 든 거예요?”

“뭐, 하는 거 봐야지. 일단 황백석 영감한테 전화는 넣어 줘야겠네,”

장경자가 씩 웃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밖으로 나오는 도훈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들을 기다리던 한민국은 도훈을 보자마자 뒷문을 열었다.

“어서 타세요.”

“고마워, 한민국.”

탁.

차 문이 닫히자 도훈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있던 황수영이 위로하듯 말했다.

“오늘의 연기는 완벽했어요, 이 커플링도 그렇고요.”

“그렇겠죠? 할머니 표정을 보니 완벽하게 속아 넘어간 것 같기는 한데…….”

“걱정할 필요 없어요, 완벽했다니까요! 생각해 보니 저도 완벽했던 것 같아요, 헤헤.”

황수영이 실없이 웃었다.

그때 도훈이 표정을 바꾸었다.

그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황수영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수영 씨 집이네요, 모레 맞죠?”

“앗.”

황수영이 당황한 듯 표정을 굳혔다.

그들의 모습을 룸미러로 보고 있던 한민국이 씩 웃었다.

운전대를 잡은 한민국은 도훈이 안 보이게 입술을 움직였다.

마치 좋을 때라고 하는 것도 같았다.

* * *

유레카는 순풍에 돛을 단 듯 잡음 없이 순항하고 있었다.

이건 도훈의 표현이고 한민국은 그 표현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레카는 돛이 필요 없는 순양함급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말에 도훈도 반박하지 않았다.

도훈은 오늘은 블랙홀 공식 팬 카페의 운영진에게 인증서를 전달하기 위해 가는 중.

오늘 행사에는 도훈과 한민국 그리고 황수영이 참석하기로 했다.

사실 황수영은 아침부터 두통이 심하다고 했다.

살짝 인상을 쓰는 것으로 봐서 그냥 넘길 통증 같지는 않았다.

두통에도 불구하고 황수영은 자신이 관리하는 아이돌이 관련된 행사에 빠질 수 없다며 바득바득 우겨 따라왔다.

장소는 대형 연회장을 빌렸다.

한민국은 낑낑대며 포스터와 응원봉 그리고 여러 가지 굿즈가 담긴 상자를 운반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도훈이 한숨을 쉬었다.

“민국아, 제발 로드 하나 새로 뽑자!”

“안 돼요, 실장님. 왜 저를 자르시려고 그래요?”

“아니, 광고까지 찍은 놈이 왜 이렇게 짐을 들고 다녀?”

“이런 캐릭터 덕분에 저 엄청나게 떴잖아요.”

“야, 너만 뜨면 뭐 해? 내가 욕먹잖아.”

도훈이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한민국은 절대 운전기사를 그만두려 하지 않았다.

지금 들어온 광고료만 해도 매니저를 그만둬도 된다.

천천히 휴식 시간을 가지고 연기에만 전념해도 충분할 텐데 굳이 로드를 자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도훈은 그게 궁금했다.

뭐, 좋다니까 시키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얼마 전 이렇게 운전하고 다니면서 짐을 들고 이동하는 한민국의 모습이 한 팬의 카메라에 담겼다.

그 사진은 정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키워드는 겸손!

덕분에 한민국의 기사로 오전 연예계 뉴스가 도배되었다.

어떤 온라인 사이트를 눌러도 한민국의 기사로 가득 찼다.

〈매니저 출신 배우의 소박한 일상〉

〈연기자로서 성공했지만, 아직 저는 매니저입니다〉

〈매니저가 연기력을 숨김!〉

대충 이런 제목들의 기사였다.

그와 동시에 그 댓글은 ‘연기자를 로드로 부려 먹는 기획사’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물론 그 댓글에 하나하나 정성 들여 해명한 것도 한민국이었다.

스타가 댓글 하나하나에 해명 글을 남기자 팬들은 그야말로 뒤집혔다.

이런 경우는 연예계 역사상 처음이라는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벽 4시까지 댓글을 직접 남기는 스타가 어디에 있을까?

누가 봐도 과한 정성이었다.

덕분에 한민국 노예 계약설까지 나왔다.

그 후 한민국의 직속 상사가 스타플레이어에 출연한 사실이 알려지자, 대세는 ‘유레카 매니저 다재다능설’로 바뀌었다.

배우나 가수로 데뷔하려면 유레카의 매니저를 거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유행어까지 생겨났다.

덕분에 지금 유레카의 매니저로 입사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선 상태였다.

그때 한민국이 말했다.

“쉬, 쉬었다 가요.”

“반은 나 달라니까.”

“실장님한테 짐 맡기면 회장님을 무슨 면목으로 봐요.”

“일단 얼굴 가린 짐부터 치우자.”

도훈이 한민국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짐을 치웠다.

옆에 있던 황수영도 박스를 하나를 나누어 들었다.

그제야 겨우 중심을 잡은 한민국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살았네요.”

“그러니까, 힘들면 말을 하라고 너 혹시…….”

“왜요?”

“나 몰래 사고 친 건 아니지?”

“절대 아니에요.”

“조금 수상해서.”

“저는 이 일이 좋다니까요. 생각해 봐요, 내 손으로 직접 글로벌 스타를 만든다! 이건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일이잖아요.”

“네가 이런 얘기를 한다는 자체가 수상한 거야. 어쨌든 거의 다 왔으니, 잠시 숨 좀 돌리자.”

도훈은 잠시 화단에 상자를 세워 둔 뒤 숨을 돌렸다.

그때였다.

도훈의 옆으로 낯익은 고등학생 하나가 걸어갔다.

얼굴을 아니 고등학생이라고 한 것이지 차림새만 보면 사회 초년생이나 대학생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 고등학생은 다름 아닌 황미주였다.

황강천의 동생인 재벌 집 막내 손녀 황미주.

공식 팬 카페가 정해지고 그 임원들과 만나는 자리에 황미주라.

우연일 가능성은 없었다.

황미주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이곳은 대중교통으로 적어도 30분은 걸리는 거리였다.

이곳은 서초동에 있는 교육문화회관의 연회장 앞이었다.

사실 미라클 본사가 있는 삼성역이나 유레카 사옥에서 행사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묘하게 여러 행사가 겹쳐서 가장 한가한 장소를 고른 게 이곳이었다.

블랙홀은 참석 안 하는 행사이기에 기자도 없고 장소에 대한 제약도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 황미주가 나타났다고?

도훈은 입술에 엄지를 갖다 댔다.

그러고는 눈을 찡끗했다.

몰래 따라가자는 의미였다.

도훈은 조심스럽게 황미주를 따라갔다.

황미주가 도착한 곳은 뜻밖의 장소였다.

다름 아닌 블랙홀 공식 팬 카페 운영진 모임이라 팻말이 쓰여 있는 연회장이었다.

도훈은 일단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잠시 지켜보자는 뜻이었다.

지난번에 상황을 지켜봤던 황수영은 콧김을 뿜어냈다.

“아무래도 제가 손 좀 봐 줘야 할 것 같아요.”

상자를 내려놓은 황수영이 손가락 관절을 꺾었다.

도훈의 앞에서 순한 양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한 성깔 하는 황수영이었다.

도훈도 그것을 알기에 재빨리 황수영의 소매를 잡았다.

그러고는 검지로 안쪽을 가리켰다.

* * *

팬 카페 운영진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모여 있었다.

블랙홀 팬 카페를 처음 개설했던 것은 다름 아닌 장소담과 윤장미.

그리고 장소담의 동생과 친구들도 나와 있었다. 바로 장소연과 오유정이었다.

어찌 보면 혈연과 학연으로 뭉친 운영진이었다.

그들 말고 두 명이 더 왔는데 그들은 블랙홀과 인연이 있는 신아영과 백희재였다.

사실 오늘의 팬 카페 모임은 기획사로부터 공식 팬 카페로 인정받는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팬 카페의 회장을 다시 선출하는 행사도 중요했다.

장소담과 윤장미가 룰렛이란 이름으로 데뷔 무대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듀엣으로 데뷔하게 될 그들이 블랙홀 팬 카페의 운영진을 맡게 된다는 건 누가 봐도 무리가 있었다.

오늘의 모임에서는 신임 회장 선출도 해야 했다.

물론 장소담의 동생 장소연이 유력했다.

언니들이 연습 때문에 정신없을 때 팬 카페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것은 장소연이었으니까!

장소연은 벽에 걸린 디지털시계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 오기로 한 운영진 중 한 명이 지각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우리 고문님이신 매의눈님께서는 오늘 불참하신다고 했고…….”

장소연이 주변을 둘러보자, 오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테도 매의눈님이 미리 연락 주셨어. 아무래도 오늘은 우리끼리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그런데 한 명이 안 보이네.”

그녀의 말에 장소연이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장소연이 이렇게 시간을 보는 이유는 한 명의 회원 때문이었다.

“혹시 블랙사랑포에버님 전화번호 아시는 분?”

“저도 단톡방에서만 봐서요.”

신아영이 고개를 갸웃하자 대화를 지켜보던 장소담이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 친구를 제외시키고 바로 안건으로 넘어가는 게 어때? 조금 있으면 실장 오빠하고 매니저님들이 오신단 말이야. 그때까지는 회의 끝내 놔야 해.”

나이가 모두 그녀의 아래였기에 장소담은 편하게 제안했다.

그때였다.

굳게 닫혔던 연회장의 문이 열렸다.

“식사가 벌써…….”

장소담은 말끝을 흐렸다.

한눈에 보기에도 잘 꾸민 친구가 하이힐을 신고 걸어오고 있었다.

분명히 유레카의 직원은 아니었다.

유레카의 직원이 청담동에서나 본 듯한 스타일로 한껏 꾸미고 이곳에 나타날 리가 없었다.

흔히 말하는 청담동 며느리 스타일.

모두가 고개를 갸웃한 사이에 발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또각또각.

그사이에 정체 모를 하이힐의 주인은 장소담의 앞까지 걸어왔다.

고개를 갸웃한 장소담이 물었다.

“누구신지요?”

“호호, 저는 블랙사랑포에버라고 해요.”

“블랙사랑포에버? 그럼 마지막 남은 한 명의 운영진?”

“네, 바로 그게 저예요.”

그때였다.

뒤쪽에 있던 장소연이 일어났다.

까무러칠 듯 놀란 장소연이 검지로 블랙사랑포에버를 가리켰다.

“너, 너는 황미주 아니야, 네가 여기에 왜 와? 왜 얼굴에 화장을 떡칠하고…….”

“왜 오다니? 정정당당하게 운영진으로 뽑혀서 온 거라고…….”

“그러니까, 네가 왜 운영진이냐고.”

“내가 어떻게 알아? 신규 운영진은 카페 회원들이 투표로 뽑은 거잖아. 그중에 추려서 날 운영진으로 임명한 건 바로 회장님이잖아.”

황미주는 조용히 장소담을 바라봤다.

장소담은 이게 어찌 된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옆을 보니 윤장미가 눈을 가늘게 뜨고 현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그 모습에 장소담이 혀를 차며 물었다.

“윤장미, 지금 상황에서도 분석하는 거야?”

“분석은 이미 끝났어.”

“그게 무슨 말이야?”

“보면 몰라? 딱 각이 나오잖아.”

“무슨 각이 나오는데?”

“딱 봐도 거대 자본을 온몸에 두르고 우리 카페를 접수하려는 거잖아.”

“그런 것 치고는 그때 지원서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적극적이었는데…….”

장소담은 당시 지원서를 떠올렸다.

팬 카페 운영진 모집 공고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지원자 선정까지!

장소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당시 블랙사랑포에버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지원서를 썼다. 안타까운 사연이 지원서를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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