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241화 (24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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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은 도훈을 폭행범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도훈이 댓글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을 때였다.

황수영도 옆으로 바싹 붙어 댓글을 확인했다.

그녀의 얼굴은 팔팔 끓는 주전자처럼 달아올랐다. 어찌 보면 도훈 본인보다도 더 화가 난 표정이었다.

그때였다.

아영 학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실장 오빠, 저한테 반박할 영상이 있어요.”

“영상이라니?”

“아까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블랙홀 오빠들이 사인해 줄 때부터 제가 촬영해 놨거든요. 혹시라도 딴소리하는 이상한 사람이 있을까 봐요.”

아영 학생의 설명에 도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한번 볼 수 있을까?”

“여기요…….”

아영 학생이 핸드폰을 조작하더니 영상 하나를 띄웠다.

그 영상을 본 도훈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 영상 내가 사도 될까?”

“그, 그냥 드릴게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 거야,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때?”

“어떻게요?”

“블랙홀 평생 콘서트 초대권? 팬 사인회 10회 초대권…….”

도훈은 쭈르륵 조건을 읊어 나갔다.

지난번 스타 맛집 번외 편에서 나왔던 바로 그 상품들이었다.

사실 이 영상이 아니라도 깡그리 잡아넣을 힘은 있었다.

문제는 그게 돈 있는 자의 강압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아영 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아무래도 좋아요.”

옆에 있던 희재 학생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건 오케이예요.”

“그래, 거래는 성립한 거다.”

도훈이 미소 지으며 핸드폰을 가리켰다.

말을 마친 도훈은 그 영상을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송했다.

그러고는 몇 번 클릭했다.

도훈은 이런 작업을 해 줄 적당한 인물을 알고 있었다.

도훈은 통화 목록에서 미디어 패스의 한수진 기자를 찾았다.

미디어 패스가 어디인가.

스타들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온라인 파파라치라 불리는 매체였다.

물론 도훈과는 끈끈한 동업자 관계에 가까웠다.

아마도 한수진 기자가 필요한 내용일 것이다.

미디어 패스는 스타들의 스캔들을 폭로하지만, 스타들을 보호하는 방패막이 역할도 한다.

기사가 한쪽으로 쏠리면 매체로서의 힘을 잃기 때문이다.

각종 스캔들을 터뜨리긴 해도 미디어 패스는 공신력을 유지하기 위해 힘쓰는 온라인 뉴스 매체 중 하나였다.

도훈의 표정은 시종일관 여유로웠다.

그 모습에 아영 학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신 거죠?”

“그 게시 글 다시 한 번 봐 봐.”

“네?”

“새로 고침 해 보라고.”

도훈이 아영 학생을 가리켰다.

옆에 있던 친구 희재가 자신이 핸드폰을 새로 고침 하며 입을 크게 벌렸다.

“대, 댓글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와, 미디스 패스 기사 떴다. 거기 현장 영상 있는데……. 사인 받으러 몰려간 게 팬이 아니고 폭도였나?

└진짜 미쳤다! 경호원도 없이 나온 아이돌 잡으려고 포위한 거 사실?

└그런데 게시 글 작성자는 누구한테 맞은 거래?

└그러게 영상 확인해 보니까, 매니저는커녕 직원 비슷한 사람도 안 보이던데! 누구한테 맞은 거래?

└이거 내가 아카이브에 떠 놨으니까. 발 뺄 생각하지 말아라!

└나도 캡처해서 지금 유레카로 보냈다.

└야, 그 매니저 괜히 욕먹을 뻔했잖아.

└ 그 매니저 순둥순둥하게 생겼던데, 아니 그 정도는 데뷔해도 될 정도지.

└무슨 말이야. 오디션 출신 매니저가 흔해? 벌써 데뷔한 거지.

희재가 댓글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새로 고침 하고 있을 때 아영 학생은 재빨리 미디어 패스의 기사를 확인했다.

〈팬심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가?〉

네이토 판 게시 글에는 매니저가 자신을 폭행했다는…… 미디어 패스는 긴급하게 관련 영상을 입수했습니다. 영상의 분석 결과…….

이상 미디어 패스의 한수진 기자였습니다.

한수진의 기사는 정말 깔끔했다.

그녀가 무서운 것은 팔에 멍들었다고 밝힌 게시자를 영상 속에서 추정한 것이다.

누가 봐도 게시 글 작성자는 정상적인 팬이 아니었다.

분석 영상에 따르면 다른 팬들을 선동해서 블랙홀을 궁지에 몰아넣은 것도 그자였다.

지금 그자는 실시간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중이었다.

댓글 중에는 게시 글 작성자의 신상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도 간간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우시원이 말했다.

“이 사람 큰일 났네, 괜찮을까?”

“괜찮으면 안 되지, 우리 실장 형이 그냥 악플에 묻힐 뻔했는데.”

서찬휘가 콧방귀를 뀌자 우시원이 한숨을 쉬었다.

“에휴, 실장 형 건드리고 살아난 사람을 못 봤는데……. 운도 지지리 없지.”

그들의 말에 아영과 희재가 도훈을 유심히 바라봤다.

아영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더 열심히 활동할게요.”

“저도요.”

희재도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 주일 후.

코엑스에서의 게시 글 사태 이후, 블랙홀의 인지도는 더욱 올라갔다.

블랙홀의 인지도뿐 아니라, 이제는 도훈의 이름도 가끔씩 오르내리는 상황이었다.

도훈은 장경자의 저택으로 향하는 순간에도 밀려드는 제안에 정신이 없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안서 보내 주시면 검토하겠습니다.”

다시 전화가 울린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듯이 전체 멤버가 출연하지 않으면 계약은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네, 네. 단가는 모두 똑같이 맞춰서요. 그럼, 내일 뵙죠.”

도훈은 통화를 마치고 무음으로 바꾸어 놨다.

업무보다 중요한 일이 닥쳐왔기 때문이다.

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심호흡했다.

“휴.”

그 모습에 옆에 있던 황수영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었다.

“괜찮으세요? 도훈 씨.”

“네, 괜찮아요. 수영 씨도 마음의 준비 잘하시고요. 우리 할머니가 눈치가 얼마나 빠른지 조금만 실수하면 의심할 거예요.”

“저는 잘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황수영이 방긋 웃었다.

그때 뒷자리에 있던 한민국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런데 저는 왜 데려오신 거예요? 운전도 직접 하실 거면서요.”

“갈 때는 민국이 네가 해야 될 것 같으니까 그렇지. 너도 우리 할머니가 눈치 얼마나 빠른지 알잖아. 한두 시간 정도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 나면…….”

도훈이 설명을 이어 나가자 한민국이 재빨리 손을 내저었다.

“알았어요.”

“참, 한민국! 낼모레 광고 찍어야 하는 거 알지? 이지유랑 미리 콘셉트 확인하고 준비해.”

“흠, 그거 정말 해야 합니까?”

“첫 광고인데 싫어?”

“저, 그냥 기사 하면 안 됩니까?”

한민국이 볼멘 목소리로 애원했다.

그의 눈에는 살짝 눈물이 맺혀 있었다.

사실 한민국에게는 스타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아니, 처음에는 재벌에 대한 동경이었다.

미라클 그룹에 채용되어서 도훈의 기사로 일하면서 그 동경은 단숨에 날아갔다.

경영권이 뭐라고 친족의 금고에 손을 대고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누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다.

한민국은 조금만 늦었다면 도훈이 쫓겨났을 것을 알고 있었다.

이건 운전기사 특유의 육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도훈이 변해서 반격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재벌에 대한 동경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러던 중 도훈을 따라 매니저 일을 하게 되었다.

새로 발을 들여놓은 연예계는 한민국에게는 한마디로 신세계였다.

이전에 좋아하던 아이돌 출신 배우 이지유를 케어하게 되었고 TV에서나 보던 강영웅을 실제로 보고 그의 집들이까지 갈 수 있었다.

그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가 아니라 황금이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없는 추상적인 별이 아닌 언제나 잡을 수 있는 황금.

그들의 주변에 떠다니는 것은 별빛이 아니라 황금빛이고 말이다.

한민국이 보기에 스타란 언제든 손을 뻗으면 돈을 쥘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자를 말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 황금은 한민국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들과 같이 일하다 보니 어느덧 도훈이 그들의 곁에 나란히 한 것을 보았다.

한민국이 보기에는 도훈도 그들만큼 빛이 났다는 말이다.

한민국은 그때 결심했었다.

자신도 언젠가는 스타가 되어 보기로 말이다.

그런데 막상 연기자의 길에 발을 들여놓자 두려움이 몇 번씩 뒷골을 때렸다.

도훈이 오는 날은 그나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도훈이 촬영장에 오지 않는 날은 불안감 때문에 그 전날부터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민국은 결론을 내렸다.

돈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최고라고 말이다.

물론 한민국이 이렇게 태세 전환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제는 넉넉해진 경제 사정이 한몫했다.

한민국은 도훈이 투자하는 곳에 이제까지 모아 놓은 종잣돈을 도훈과 똑같은 비율로 투자했다.

도훈의 옆에 있다 보니 그 움직임을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덕분에 지금은 서울에 조그만 아파트 하나를 매입해 놓을 수 있었다.

조금만 지나면 조그만 상가 건물도 하나 장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연기를 해서 돈을 버는 것과 도훈의 옆에서 정보를 들으면서 돈을 버는 것 중 어떤 것 택할 것이냐고 신이 선택권을 준다면 한민국은 무조건 후자를 택할 것이었다.

도훈이 운전기사를 새로 뽑겠다고 했을 때 한민국이 극구 말린 것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었다.

지금도 자신이 운전하려고 바득바득 우겼다가 뒷자리로 쫓겨난 상태다.

남들이 보면 복에 겹다고 뭐라 할 수 있지만, 한민국은 진심으로 떨고 있었다.

그때였다.

장경자의 저택 앞에서 차가 멈췄다.

뒷자리에 타고 있던 한민국은 잽싸게 뛰어내려서 황수영의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반대로 뛰어가서 도훈이 탄 운전석의 문을 열었다.

“조심해서 내리세요, 실장님.”

“편하게 오라고 뒤에 태웠더니,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어차피 올 때는 저보고 운전하라면서요. 그럼 다녀오세요.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 오십시오. 파이팅입니다.”

한민국이 주먹을 불끈 뒤며 진심 어린 미소를 보내자 옆에 있던 황수영이 빙긋 웃었다.

차에서 내린 도훈은 황수영의 손을 잡았다.

깜짝 놀란 황수영이 눈을 크게 뜨자 도훈이 눈짓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CCTV가 있었다.

*    *    *

잠시 후.

도훈과 황수영은 장경자의 배웅을 받고 저택에서 나왔다.

멀어지는 도훈과 황수영을 본 장경자가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그 모습에 엄지연이 웃었다.

“마음에 드시나 봐요, 잘 어울리네요.”

“잘 어울리지? 엄 비서.”

“네, 아주 잘 어울려요.”

“둘이 맺어 줄까?”

“그냥 놔두면 맺어질 것 같은데요…….”

“아이고, 엄 비서야.”

“네, 회장님.”

“엄 비서가 내 옆에 몇 년이나 있었지? 그래도 십 년은 훌쩍 넘었잖아.”

“그죠. 그런데 왜 그러세요?”

“나는 사람 보는 눈을 가르쳤는데 어따 팔아먹었나 하고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회장님?”

“이제까지 도훈이 저놈이…… 뭐 손목이나 손에 뭐 낀 적 있어?”

“없죠, 시계도 귀찮다고 안 찰 때가 많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저놈이 지금 커플링이라는 걸 끼고 왔어.”

“네, 회장님도 그거 보고 잘 어울린다고 하셨잖아요.”

“조금 이상하지 않아?”

“커플링이요?”

“그래, 그놈이 연예계에서 스타를 키우면서 항상 하는 말이 하나 있어.”

“그게 뭔데요?”

“딱 하나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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