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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239화 (239/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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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검증도 안 된 얼굴로 모르는 사람과 결혼을 한다고?

아니 사귀는 것조차 시간 낭비일 수도 있었다.

물론 사람을 만나 보지도 않고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할 수도 있다.

전생에 배신자도 처음에는 도훈에게 간 쓸개 다 빼줄 정도로 헌신적이었다.

그런 식으로 접근해 오는 사람을 믿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결론은 무자비한 뒤통수였다.

그냥 뒤통수 정도가 아니라 등에 칼을 꽂았다.

다시 과거로 돌아온 지금.

도훈은 사업이든 애정이든 검증 안 된 사람을 믿지는 않기로 했다.

그때 초원의 집의 스크린에서 주르륵 지나간다.

도훈은 자신의 생각을 굳혔다.

초원의 집은 검증된 작품.

그리고 이번 생에도 훌륭하게 성공시켰다.

자신의 인생도 이번 영화처럼 훌륭하게 성공시키려면 검증된 파트너가 필요했다.

과연 누가 있을까?

도훈의 머릿속에 딱히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차선책을 선택해야 했다.

도훈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도훈의 얼굴에 어색하게 웃고 있는 황수영이 들어왔다.

과연 무슨 일이 있기에 저리 안절부절못하는 것일까?

황수영은 믿을 수 있는 사업 파트너였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의 고민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사업적 리스크가 컸다.

파트너의 고민이 자신 고민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 있었다.

자신의 고민이 된 후에는 유레카의 고민이 될 것이고 나아가서는 미라클 전체의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고민을 그냥 둔다면 도미노처럼 차례대로 쓰러질 것은 훤했다.

도훈은 자신의 고민도 말하고 황수영의 고민도 들어주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이제까지 깊은 얘기도 못 했던 것 같았다.

도훈은 이런저런 생각에 장면 몇 개를 놓쳤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초원의 집은 지금 몇 번이나 다시 봤었기에 훤했다.

도훈이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스크린 위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엔딩 크레딧을 보며 도훈은 피식 웃었다.

대한민국과 연예계의 미래를 알지만, 자신의 미래는 모르는 상황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생을 통해 자신의 애정사를 알 수는 없었다.

전생에도 혼자고 지금도 혼자니까.

그때 황수영이 물었다.

“왜 그렇게 웃어요?”

“그냥요. 참, 우리 식사나 하고 갈까요?”

“저, 정말로요?”

“수영 씨 오늘 좀 이상하네요.”

“제가요? 저 평소하고 똑같은데…….”

“아, 다른 식구들이 안 와서 걱정되시나 보구나. 뭐, 다들 바쁘니까 못 왔겠죠.”

도훈이 뒤쪽을 가리키며 웃자 황수영이 다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자신도 모르게 찔렸기 때문이다.

그때 도훈이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

“혹시 고민 있으세요?”

“저는 고민이 그다지…….”

“딱 보니까 고민이 있는데요. 저부터 말해 볼까요?”

“네?”

“뭐, 밥때까지는 시간도 좀 있잖아요. 시원이한테 얘기 들어 보니 여기 대관 시간이 오후 8시까지더라고요. 잠시 얘기나 하다 가죠.”

“좋아요.”

“저부터 얘기할게요, 그러니까…….”

도훈은 장경자와의 일을 솔직하게 털어 왔다.

아무렇지 않게 털어놓는 도훈과는 달리 황수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다.

그 모습에 도훈이 물었다.

“안색이 안 좋네요.”

“감정이입을 해서 그런가 봐요, 어멋, 내가 무슨 말을…….”

“감정이입요?”

“그, 그러니까, 저도 비슷한 상황이라서요.”

황수영은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그의 할아버지 황백석 회장은 그녀에게 결혼을 독촉한 적이 없었다.

지금 그녀가 보이는 행보에 만족하면서 까짓것 결혼이 대수냐고 손을 내젓기까지 했다.

황수영의 대답에 도훈이 눈을 빛냈다.

얼마나 티가 났는지 황수영이 움찔할 정도였다.

황수영은 속으로 뜨끔하며 표정을 수습했다.

자신의 거짓말을 도훈이 알아챘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황수영은 변명할 거리를 찾아 머리를 굴렷다.

그때 도훈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수영 씨…….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뭘 어떻게요?”

“지금 비슷한 처지잖아요.”

“아, 그, 그러니까…… 비슷한 처지는 맞죠.”

“아까 그 표정이 왜 어두웠는지 알 것 같아요. 할 일은 태산인데 집에서 결혼하라고 독촉하고…….”

도훈은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누가 보면 랩을 하는 줄 알 정도로 정신없이 단어를 나열했다.

대부분의 단어가 일에 대한 것이었다.

황수영은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회의를 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황수영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공감을 해서가 아니라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도훈이 콜라를 들이켜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표정을 보니 제 심정에 백 퍼센트 공감하는 것 같네요.”

“그건 그런데…….”

“혹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라도 있나요?”

“그거 제 콜라인데요!”

황수영이 손가락으로 도훈이 들고 있는 콜라를 가리켰다.

물론 도훈을 지적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무심결에 나온 말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나가서 하나 더 사 드리죠.”

“아, 아니에요. 그런데 아까는 말씀하실 제안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은데…….”

황수영이 슬쩍 눈치를 봤다.

그 모습에 도훈이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다른 건 아니고…… 양쪽 집에다가 둘이 사귄다고 하는 게 어떨까요?”

“네!”

“응답이 빨라서 좋네요.”

“지금 말한 건 긍정이 아니라, 놀라서 그런 거예요. 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 할머니라 황백석 회장님이 모르는 사이도 아니잖아요. 제 생각에는 둘이 사귄다고 하면 당분간은 조용할 것 같아서요. 얼마 전에도 할머니가 사진첩을 주면서 고르라고 하는데…….”

도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황수영이 외쳤다.

“좋아요.”

말을 해 놓고 황수영은 재빨리 자신의 입을 막았다.

계속 맞선을 보다가 눈이라도 맞으면 어떻게 하나를 생각하니까. 저절로 대답이 나온 것이다.

생각해 보면 퀴즈 프로에서 정답을 외치는 속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모습에 도훈이 웃었다.

“역시 수영 씨는 비즈니스에 감각이 탁월해요, 그럼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다니요?”

“일단 커플링부터 맞춰야 하지 않겠어요?”

“커플링이요?”

“일단은 양쪽 집안에서 믿게 만들어야죠. 솔직히 우리가 일로 얽힌 관계라는 걸 뻔히 아는데, 커플링도 없이 둘이 사귄다고 하면 우리 할머니 성격에 사람 붙여서 조사할걸요. 그러면 들킬 게 뻔하잖아요. 수영 씨가 승낙했으니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보죠.”

도훈의 계획은 거침없었다.

누가 옆에서 들었다면 오랫동안 계획했던 것으로 착각할 것이 분명했다.

계획의 배경은 도훈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수많은 드라마들의 클리셰.

그것을 맛있게 비벼서 내놓은 것뿐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도 이보다 더 좋은 계획은 없었다.

도훈은 황수영도 자신의 계획에 찬성할 것이라고 봤다.

황수영은 도훈의 데뷔를 위해서 손을 내밀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도훈이 결혼을 한다면?

그 목적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터.

설명을 마친 도훈이 조용히 황수영을 바라봤다.

“조, 좋아요.”

황수영의 고개가 태엽 인형처럼 상하로 움직였다.

말을 더듬는 것이 조금 이상했지만, 역시 도훈의 예상대로였다.

도훈이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자는 제스처였다.

“갑자기 왜 손을…….”

“악수하자고요.”

“아, 그, 그렇죠. 새로운 계획을 위해서 악수해야죠.”

*    *    *

잠시 후.

둘은 편안한 표정으로 영화관에서 나왔다.

도훈은 모든 고민이 해결되었다는 듯 활짝 웃고 있었고 황수영은 약간은 멍해진 얼굴로 팝콘 통을 들고 있었다.

그들이 다 먹은 팝콘과 콜라 통을 처리했을 때였다.

갑자기 도훈의 핸드폰이 거칠게 울렸다.

지잉, 지징.

재빨리 핸드폰을 확인한 도훈의 눈이 커졌다.

우시원으로부터 온 문자 메시지였다.

그런데 이건 SOS 호출이었다.

잠시 와 달라는 문자와 함께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그냥 SOS 호출이 아니라 진짜 상황이 긴급해 보였다.

잠깐 찍힌 사진에는 누군가에게 밀리고 있었다.

마치 좀비 영화의 한 장면같이 긴박하게 보였다.

괴물은 없고 형체만으로도 공포감을 주는 장면과도 같았다.

뭔가에 밀리는 것 같은데 형체가 정확하지 않았다.

그때 다시 문자가 왔다.

―베스킨로빈스 앞이에요.

그 문자에 도훈은 황수영에게 눈짓했다.

“빨리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어디를요?”

“이 근처에서 블랙홀 친구들이 난처한 일을 당한 것 같아요.”

“난처한 일이라고요?”

황수영이 고개를 갸웃하자 도훈은 재빨리 핸드폰 화면을 보여 줬다.

순간 황수영도 속도를 높였다.

타다닥.

둘은 황급히 문자에 나와 있는 가게 앞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한 도훈은 일단 상황부터 파악해야 했다.

아이스크림 가게는 사람들로 막혀 있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아이스크림 가게 안쪽의 아르바이트 학생이었다.

그들은 겁에 질린 채 입을 벌린 채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까치발을 들자, 조금 더 시야가 넓어졌다.

그제야 블랙홀 멤버들이 보였다.

서찬휘가 가게 안쪽에 팻말을 돌려놓고 있다.

‘Opne’에서 ‘Close’로 돌려놓은 서찬휘가 가게 앞을 막고 있는 군중을 향해 공손하게 인사를 건넨다.

아무래도 미안하다는 표시 같았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막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 사인해 주고, 누군 안 해 주고…….”

“아, 블랙홀이랑 사진 찍고 싶었는데.”

“뭐, 여기서 기다리면 나오겠지.”

“그래, 여기는 뒷문도 없잖아.”

“그래, 일단 기다리자.”

“배고픈데 햄버거라도 사 올까?”

그들의 목소리에 도훈은 어떤 상황인지 바로 눈치챘다.

블랙홀 멤버들은 자신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채 유동 인구가 많은 이곳에 왔을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자 사인을 해 줬을 것이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자 감당이 안 되어서 아이스크림 가게 쪽으로 피신한 것이 분명했다.

아마 영화관에 가려다가 이 봉변을 당했을 것이 뻔했다.

물론 이것은 도훈의 착각이었다.

블랙홀은 도훈의 소개팅을 감시하기 위해 온 것이지 영화관에 들어갈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입술을 다문 도훈은 조심스럽게 어딘가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황수영이 물었다.

“뭐 찾으세요?”

“수영 씨 잠시만 여기 계세요.”

“경찰에 연락할까요? 아니면 유레카 쪽 경호팀이라도…….”

“방법이 있을 것 같으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 알았어요. 조심하세요.”

황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던 황수영은 눈을 크게 떴다.

도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조금 전까지 자신과 대화를 하고 있던 도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놀람도 잠시, 황수영은 핸드폰을 손에 쥐고 앞쪽의 상황을 살폈다.

앞쪽의 상황은 변한 것이 없었다.

삼 분 뒤, 코엑스 상가를 관리하는 직원들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도착했지만, 상황은 똑같았다.

마치 중세 시대의 공성전을 보는 것 같았다.

굳건히 닫힌 성문과 그것을 공격하려는 병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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