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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237화 (237/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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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연이 장경자의 미소를 보며 물었다.

“그냥 두시게요?”

“그냥 안 두면 어떻게 하게?”

“평소 같으면 잡으셨을 거잖아요, 회장님.”

“지가 뛰어 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

장경자가 자신의 손바닥을 활짝 펼치며 여유 있게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웃던 장경자가 갑자기 인상을 썼다.

그러더니 가슴 쪽을 만진다.

이마에 지렁이 몇 마리가 흘러가는 듯한 모습에 엄지연이 놀란 듯 장경자를 부축했다.

“회장님, 어디 편찮으세요?”

“왜 그렇게 놀라?”

“심장이 안 좋으신 건가 해서요.”

“엄 비서보다 내가 더 오래 살 테니 걱정 마.”

말을 마친 장경자가 등산 재킷 안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엄 비서야, 내 전화 좀 대신 받아라.”

“전화요?”

“여기!”

장경자가 엄지연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핸드폰은 아직도 작게 떨리고 있었다. 장경자가 인상을 쓴 것이 아무래도 핸드폰의 진동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엄지연은 조심스럽게 장경자의 표정을 살폈다.

장경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영감탱이가 뻔하니까, 그냥 나 대신 받아.”

“누구요?”

“엄 비서가 확인해 봐. 그리고 그냥 잔다고 그래.”

“네, 알겠습니다.”

엄지연은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화면에는 ‘문송 황 영감’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엄지연은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엄 비서입니다. ……네, 저희 회장님이 지금 주무시고 계셔서요. 네,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통화를 끝낸 엄지연은 핸드폰을 장경자에게 건넸다.

“여기요, 회장님.”

“참, 어찌나 귀찮게 하는지…… 손자 잘 둔 것도 피곤하단 말이야.”

장경자가 이전보다 더 진한 미소를 피워 냈다.

마치 봄날 갓 피어난 개나리처럼 화사한 미소였다.

그 모습에 엄지연도 마주 웃었다.

엄지연은 대충 상황을 눈치채고 있었다.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는 게 손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정략결혼을 추진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단지 손자에게 압박을 넣어서 결과를 빨리 보고 싶을 뿐이었다.

그게 재벌 집이 되었든 이름 모를 가문의 여식이 되었든 관계없었다.

그때였다.

엄지연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유레카 대표 옆에는 황수영 씨가 있잖아요. 그전에 경제인의 밤에서 선도 보고 사업 파트너도 되고 그런 거 아니었나요?”

“그때 서로 사업 파트너로만 남겠다고 해서 선을 없던 일로 했었지. 엄 비서는 황백석 영감 손녀가 마음에 드나 봐?”

“아,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요. 둘이 일도 잘하고 하니…….”

“뭐, 몰아붙이면 지도 어딘가로 머리를 들이밀겠지.”

장경자가 묘한 웃음을 피워 냈다.

* * *

이틀 뒤.

삼성역의 코엑스의 멀티플렉스.

그곳에서는 블랙홀 멤버들이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우시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나저나 잘됐으려나 모르겠네.”

“혹시 누가 나오는지 알아?”

서찬휘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묻자 우시원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수영이 누나가 말해 주지 않았는데.”

사실 그들이 이곳에 온 것은 도훈의 소개팅 때문이었다.

그들은 황수영에게 도훈에게 소개해 줄 사람을 부탁했다.

그들의 부탁에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황수영은 알았다고 하며 약속을 잡았다.

그게 바로 오늘이었다.

그냥 말하면 도훈이 싫다고 할까 봐.

그들은 조그만 상영관 하나를 통째로 빌리고 단체로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물론 조그만 상영관에 표는 딱 두 자리.

한 장은 도훈에게 줬고 한 장은 황수영에게 줘서 소개해 줄 사람에게 전하라고 한 상태였다.

이 모든 것은 블랙홀 멤버들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각출해서 부담했다.

블랙홀 멤버 모두는 도훈에게 여자 친구가 생기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깜짝 놀랄 계획을 실행에 옮긴 그들은 도훈의 소개팅 자리를 확인하기 위해서 이곳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말랑말랑한 눈빛으로 도훈이 잘되기를 기도하며 시선을 교환했다.

그때 서찬휘가 주변을 살피며 헛기침했다.

“흠.”

“그래도 다행이네,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서 마스크가 어색하지 않아.”

우시원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마스크 껴도 다 티 나거든!”

서찬휘가 눈을 가늘게 뜨자 우시원이 이해 안 된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다시 화재가 바뀌자 동생들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그들의 대화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우시원이 쏘아붙였다.

“이 정도면 완벽한 변장이잖아, 서찬휘 지금 나 무시하는 거지?”

“시원아, 무시가 아니라 칭찬이다. 지금 지나가는 사람 봐 봐. 모두 널 보고 있잖아.”

“음.”

우시원은 작게 탄성을 흘렸다.

서찬휘의 말대로 지나가는 사람이 모두 우시원을 보고 있었다.

다른 멤버도 아닌 정확하게 우시원만 보고 있었다.

우시원은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었다.

똑같이 마스크를 쓰고 비밀 작전을 위해서 이곳에 모인 것이다.

그런데 왜 자신만…….

그때 장선우가 한숨을 푹 내쉬며 끼어들었다.

“휴, 시원이 형, 협찬 때문이잖아요!”

“협찬이라니?”

“그 안경 말이에요. 협찬해 주면서 국내에 딱 열 개밖에 없다고 했잖아요.”

장선우가 우시원이 쓰고 있는 안경을 가리켰다.

우시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안경을 어루만졌다.

“안경?”

우시원이 만진 것은 며칠 전 ‘스타 맛집’에 출연하면서 꼈던 안경이었다.

협찬 물품이라서 얼마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안경.

물론 편안한 착용감 덕분에 평상시에도 끼고 다닌다.

안경 회사에서 말하기를 셀럽을 위해서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고 했다.

눈이 나빠 평소에는 안경을 껴야 하는 우시원은 넙죽 절하며 협찬을 감사히 받았었다.

물론 다른 안경테와 달리 안경을 쓰지 않은 것처럼 편했다.

그러고 보니…….

우시원도 그제야 눈치챘다.

그의 표정을 본 장선우가 말을 이었다.

“그 안경테 지금 엄청나게 유명해졌어요. 그 안경 회사에서 광고 요청 들어왔었잖아요.”

“아, 그건 듣긴 했는데…….”

“거기에다가 이 비율에 그 피부에 그 안경테를 낀 사람이 전국에 몇 명이나 된다고 봐요? 그러니까…… 찬휘 형 말은 칭찬이 맞죠.”

그들이 이곳에 온 이유를 잠시 잊고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지나가는 사람 중에 몇 명이 슬금슬금 블랙홀의 멤버들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중에 두 학생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저기 저 사람 거기 나왔던 오빠들 맞지?”

“그래, 맞아. 블랙홀.”

“와, 신기하다. 아이돌이 지하상가에 오다니.”

“지난번에도 여기서 촬영했잖아, 그 뭐더라…….”

“추억을 소환하라!”

“그래 맞다, 오늘도 촬영 때문에 온 것 같은데…….”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뭐가? 이상해?”

“잘 봐 봐 주변에 아무도 없잖아. 녹화라면 카메라가 있어야 하는데……. 잘 보면 매니저나 경호원도 없잖아.”

“그러면 놀러 온 거야?”

“그런 것 같은데…… 우리 사인해 달라고 할까? 지난번에 우리 학교 옆에 왔었잖아. 진짜 왜 우리 학교에는 오지 않고…… 이렇게 유명해질 줄 알았으면 담장을 넘어가서라도 미리 받아 놔야 하는 건데.”

“지금도 늦지 않았어.”

“늦지 않다니?”

“잘 봐 봐, 우리를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

“그, 그래도 될까?”

“일단 가 보자, 아영아.”

“그럴까…… 희재야.”

두 학생의 이름은 아영과 희재였다.

그들은 주변 눈치를 살피더니 게걸음으로 블랙홀에 다가갔다.

주변의 눈치도 봐야 하고 블랙홀 멤버의 눈치도 봐야 하는 상황.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겠지만, 그들은 최근 블랙홀의 팬 카페에 가입까지 한 상태였다.

아영과 희재는 소위 말하는 입덕 초창기였다.

막상 팬 사인회에 초대받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이 들던가.

거기에 더해 블랙홀은 아직 정식 팬 사인회를 개최한 적이 없었다.

융기를 한 번만 내면 단번에 사인을 받을 수 있으니 이것은 하늘이 주신 기회였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될까?’라는 의문이 두 학생을 움찔하게 했다.

덕분에 게걸음으로 접근하던 두 학생은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긴장하고 있는 상황.

블랙홀 멤버 중 하나가 눈길을 돌렸다.

그 멤버는 다름 아닌 우시원.

우시원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마치 학이 걸어오는 듯한 착각에 아영이 입을 딱 벌렸다.

그때 희재가 입을 벌리고 있던 아영의 팔을 잡아당겼다

“튀자.”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뭔가 들켰을 때 뇌 속에서 아무런 여과 과정 없이 튀어나온 말에 모두의 시선이 두 학생에게 몰렸다.

입을 벌리고 있던 아영도 왠지 튀어야 한다는 생각에 친구를 따라가려고 했다.

일단 은밀하게 블랙홀에 다가가려고 했다는 자체에 묘하게 찔렸다.

하지만 누군가 그 아영의 팔을 잡았다.

아영은 앞으로 주춤했다.

희재가 끌어당기는 힘과 뒤쪽에서 잡아당기는 힘이 물리적인 충돌을 일으킨 것이다.

뒤쪽에서 당기는 힘이 더 강했기에 아영은 뒤쪽으로 끌려갔다.

아영의 앞에는 우시원이 팔짱을 끼고 있었다.

순한 얼굴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마스크를 써서 그런지 이상하게 무서워 보였다.

보고 싶었던 아이돌을 눈앞에서 봤다는 기쁨.

뭔가 일을 저지르려다 들켰다는 묘한 죄책감.

마지막으로는 현행범이 된 것 같은 두려움까지.

아영의 감정은 뒤죽박죽 엉켰다.

물론 이건 아영과 희재의 착각일 뿐이었다.

오해할 건더기도 없고 잘못도 없었지만,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당황한 것이다.

아영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잘못했어요.”

“자, 잠시만요.”

“원래 그러려고 했던 게 아닌데…….”

“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대체 무슨 잘못이요?”

“저희가 허락도 없이 사인받으려고…….”

“지금 사인이라고 했어요?”

“네, 사인 맞아요. 방해해서 죄송해요.”

아영이 다급하게 허리를 숙였다.

그 모습에 우시원이 손뼉을 쳤다.

짝!

그러고는 뒤를 돌아봤다.

“야, 서찬휘, 사인받으러 온 거라고 하잖아. 내기는 내가 이겼다.”

“에이.”

서찬휘가 고개를 흔들었다.

난데없는 모습에 아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기라니요?”

“제가 사인받으러 오는 팬분일 거라고 하니까. 찬휘가 아니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내기를 했죠.”

“아…….”

아영이 긴 탄성을 흘리자 우시원이 손을 내밀었다.

“주세요.”

“…….”

“사인받으러 오셨잖아요. 혹시 제 사인은 필요 없나요? 그럼 찬휘 사인을?”

우시원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서찬휘! 그리고 너희들도 다 와.”

우시원의 손짓에 블랙홀 멤버가 아영과 희재의 주변에 모였다.

갑자기 둘러싼 블랙홀 멤버에 아영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이름까지 담은 사인을 끝내자 아영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감사해요. 이 은혜…….”

아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찬휘가 말했다.

“그렇게 감격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 블랙홀은 고객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중시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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