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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235화 (23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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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녹음실로 향하기 위해 짐을 챙길 때였다.

언니를 따라 이곳까지 온 장소연은 어쩔 줄을 몰랐다.

룰렛이라는 이름으로 데뷔를 앞둔 언니를 따라왔지만, 녹음실로 간다고 하자 거기에 끼어도 될지 몰랐다.

단순히 생각해도 일반인이 녹음실까지 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언니 따라 강남까지 가는 것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

그때 도훈이 장소연을 발견하고는 피식 웃었다.

표정에서 그녀의 심정을 읽었기 때문이다.

“소연이라고 했지?”

“네.”

“구경하고 싶으면 따라와도 돼.”

“저, 정말로요?”

“당연하지. 언니가 유레카 식구면 너도 우리 가족인 거야.”

“가, 감사합니다.”

장소연은 손을 배꼽에 대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 모습에 도훈이 웃었다.

전생보다 인연이 조금 더 추가된 느낌이었다.

*  *  *

같은 시간.

문송 그룹의 황 회장은 눈썹을 꿈틀대고 있었다.

황 회장은 불시에 자신의 계열사를 방문하곤 한다.

예고하고 방문한다면?

그들은 보여 주고 싶은 것을 잘 포장해서 선보이려고 한다.

황 회장이 보고 싶은 것은 날것 그 자체였다.

그 날것 자체를 봐야 기업의 문제도 알 수 있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물론 기업뿐이 아니다.

자식들도 마찬가지였다.

황 회장은 오늘 큰아들의 집에 방문했다.

큰아들은 없고 큰손주와 손녀만 집에 있었다.

문제는 황 회장의 귀에 그들의 말다툼이 들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뭐지?”

“그, 그게 아니고…….”

“이 할애비가 항상 말했지, 잘못해도 고개를 숙이지 말라고.”

“네, 할아버지. 그러니까 학교에서…….”

황미주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황미주가 오빠와 싸운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언제든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생각한 연예인한테 농락당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연예인이 아니라 딴따라라는 표현을 썼다.

그 딴따라는 황 회장이 평소에 쓰는 단어였다.

황 회장의 기분을 맞춰 주려고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한 것.

“제일 기분 나빴던 것은 그 이 실장이라고 하던 매니저예요. 지가 뭔데…….”

모든 설명을 듣고 난 황 회장이 황강찬을 바라봤다.

“네 생각을 말해 봐라.”

“…….”

황강찬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동생이 가장 기분 나빴다고 한 이도훈 실장이 바로 자신의 뒤통수를 친 인간이기 때문이다.

말이 뒤통수를 맞은 것이지 진검 승부에서 목이 달아났다고 해야 정확했다.

그 모습에 황 회장이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없겠지, 미주가 기분 나쁘다고 하는 사람한테 짓밟혔으니!”

황 회장의 말에 황미주가 눈을 크게 떴다.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할아버지?”

“네가 기분 나쁘다고 하는 인간이 바로 장경자의 손자다.”

“네?”

“내가 전에 말했던 장경자의 손자.”

“그 사람이 왜 딴따라를 하고 있어요?”

“그 딴따라가 돈이 되니까. 너희들에게 묻겠다. 문송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을 아느냐?”

“그건 항상 최고를 만들라는 할아버지의 경영 이념 때문…….”

황 회장이 말을 끊었다.

“아니다.”

“아니라니요? 할아버지가 항상 저희에게 말씀하셨잖아요.”

“비결은 따로 있다. 우리 그룹이 성장할 수 있던 것은 바로 내 안목 때문이다.”

“그야 당연한 얘기죠.”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안목이 아니다. 나는 항상 나보다 더 강한 자를 알아본다.”

“…….”

“나는 이제까지 나보다 강한 자와 싸운 적이 없다. 기업은 절대적인 수치에 의해서 돌아간다. 어찌 보면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게임과도 같지. 이해하겠느냐?”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황강찬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가르침을 주려는 듯한 황 회장의 태도에 분위기는 더욱 숙연해졌다.

손자의 모습에 황 회장이 입꼬리를 올렸다.

“9는 10을 이기지 못한다. 9가 10을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9가 10을 이기려면 2를 흡수해서 11을 만들면 된다. 간단하지?”

황강찬은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다.

생각해 보니 지금의 문송은 수많은 기업을 흡수하면서 덩치를 불려 왔다.

기업뿐이 아니라 기술도 힘과 돈으로 전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할아버지가 말한 ‘2’란 숫자는 수많은 중소기업의 피를 뜻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그럼 10이 9를 먹으려고 든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친구를 만들어야지. 그리고 내가 11이 되었을 때 10을 치면 되지.”

“어떻게 적을 친구로 만듭니까?”

“고려의 태조!”

“네?”

“태조 왕건의 정책을 기억하느냐?”

“혹시?”

“그 혹시가 맞다. 너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하면 그를 우리 사람으로 만들어라. 바로 지금부터!”

말을 마친 황 회장은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미주의 천둥벌거숭이 같은 행동도 탓하지 않았으며 황강찬의 실패도 따지지 않았다.

황 회장은 지금 그들을 꾸짖어 봐야 미라클의 막내와 관계만 악화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느니 친구로 만드는 것이 나았다.

물론 황 회장이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황 회장은 그 싸움에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는 것도 원치 않지만, 장경자와 붙어서는 쉽게 이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지도 않겠지만, 만약 싸운다면 둘 다 기둥뿌리가 뽑혀야 끝날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재벌의 서열 싸움에서 칼을 휘두를 세대가 이제부터는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뒤돌아선 황 회장은 머릿속에 손녀들을 쭉 떠올리고 있었다.

황 회장이 말한 왕건의 정책은 다름 아닌 혼인 정책이었다.

황 회장이 자리를 떠나자 황강찬과 황미주는 멍하니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던 중 황미주가 물었다.

“아까 할아버지가 말한 왕건의 정책이 뭐야?”

“왕건은 호족을 통합하려고 했거든, 그중에서도 가장 약발이 잘 먹혔던 게 바로 혼인 정책이지.”

“그럼 문송하고 미라클하고 사돈지간이 되라는 거야?”

“그렇게 해서라도 친구를 만들라는 거지. 아마 할아버지 머릿속에는 매파에게 줄 명단이 순서대로 떠올라 있을걸.”

“내가 나설까?”

“그게 무슨 말이야?”

“나도 3년만 있으면 결혼할 나이잖아.”

“이런 미친!”

황강찬은 동생이 머리를 쥐어박았다.

황미주는 뒤로 물러서며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봤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유레카의 매니저 도훈을 떠올리고 있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냥 매니저가 자신에게 무안을 줬다고 생각할 때는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그런데 그가 장경자의 손자라는 것을 알게 되자 호감이 생긴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 매니저는 꽤 유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오디션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은 아직도 짤로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  *  *

뉴 키즈가 녹음을 마치고 한국을 떠난 후 정확히 한 달.

드디어 블랙홀의 아윌비백이 온라인 스트리밍 차트 1위를 찍었다.

업계에서는 이 사실을 무척 놀라워하고 있었다.

팬덤이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스트리밍 차트에서 1위를 하려면 팬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오죽하면 한 곳에 모여서 곡을 재생하는 사람들도 있을까.

1위에 오른 곡의 팬들을 보면 보통 숨을 쉬는 것처럼 스트리밍을 한다.

즐기려고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1위에 올려놓기 위해 재생하는 것이다.

팬층이 단단히 굳지 않은 블랙홀의 아윌비백을 스트리밍해 줄 팬들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였다.

1위를 찍은 배경에는 블랙홀의 팬보다 미스트와 가필드 팬덤의 도움이 컸다.

스타 맛집 번외편이 방송되고 블랙홀과 미스트 그리고 가필드 관련 댓글에는 심심치 않게 도원결의란 키워드가 눈에 띄었다.

삼국지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로 의형제를 맺었던 것에 대입해서 블랙홀과 미스트, 가필드의 우정을 표현한 단어였다.

우시원은 신이 난 듯 입꼬리를 올리고 블랙홀의 1위 기사를 캡처하고 있었다.

캡처를 마친 우시원은 기분 좋게 댓글을 확인했다.

―1위 축하합니다. 그런데 우리 미스트의 공도 있다는 건 잊지 마세요. 행복하세요. @미스트사랑.

댓글을 확인한 우시원은 본능적으로 대댓글을 달려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 모습에 서찬휘가 재빨리 우시원의 핸드폰을 뺏었다.

“아, 우시원!”

“왜 남의 핸드폰을 빼앗아?”

“너 지금 대댓 달려고 했지?”

“그래,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지.”

“실장 형이 이런 거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래도 고마운 걸 어떻게 해?”

“고마우면 장혁 형하고 자현이 형한테 기프티콘이라도 보내!”

“그 형들한테…….”

우시원이 턱을 어루만지자 서찬휘가 말을 이었다.

“아니, 그보다 이런 성과를 만들어 준 실장 형한테 고마워해야지.”

“아, 그건 그렇지.”

우시원이 아기 곰처럼 고개를 끄덕이자 주변에서 맴돌던 동생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우시원과 서찬휘의 주변에 모인 주현빈과 장선우 그리고 박수호는 눈을 빛냈다.

그들을 본 서찬휘가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너희들 생각도 똑같지.”

“네.”

동시에 셋이 외치자 서찬휘가 그것 보라는 듯 우시원을 보며 턱짓했다.

서찬휘의 신호를 받은 우시원이 난처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어떤 걸 보내면 될까…….”

“흠, 그러니까…….”

서찬휘도 생각이 안 난다는 듯 동생들을 바라봤다.

장선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솔직히 실장 형이 없는 게 뭐가 있을까요?”

“돈 많은 실장 형에게 기프티콘을 보내는 게 조금…….”

주현빈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박수호가 말했다.

“실장 형에게 돈과 명예는 필요할 것 같지 않아요.”

“그래, 형에게 돈과 명예는 필요 없어. 기프티콘은 더욱더!”

주현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서찬휘가 한숨을 내쉬었다.

“휴, 대차게 까였네.”

서찬휘도 자신이 제안한 기프티콘이 무리수라 판단했다.

“거봐, 기프티콘은 조금 무리가 있었어. 아무리 생각해도…….”

우시원이 턱을 어루만졌다.

그때 서찬휘가 손가락을 튕기더니 갑자기 우시원의 등을 내리쳤다.

짝.

찰진 소리가 울리고 나서 서찬휘가 사악한 미소를 머금고 말을 이었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좋은 생각 하고 내 등판이 무슨 상관이 있는데?”

“네 등판을 치면 꼭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든.”

“아하! 그 아이디어라는 게 마음에 안 들면 열 배로 갚아 주지!”

우시원이 주먹을 말아 쥐자 서찬휘는 뒤로 몸을 빼며 말을 이었다.

“잘 들어 봐. 옛날 노래 가사에도 나오잖아. 소망, 믿음, 사랑 중에 최고는 사랑이라고!”

“그거 노래 가사에 나오는 게 아니라 성경 구절 아니야?”

우시원이 눈을 가늘게 뜨자 서찬휘가 받아쳤다.

“노래에도 있어.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우리 실장 형 나이가 몇이야?”

“이제 서른 넘었지.”

“그래, 그런데 옆에 누가 있는 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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