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233화 (23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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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훈의 발표에 학생들이 입을 다물었다.

지금 도훈이 목청 높여 소개하고 있는 경품들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 온 스타들과 팬 미팅 1회 초대권부터 콘서트 초대권까지. 그리고 축가 초대권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있었다.

축가 초대권은 본인이 결혼할 때 축가를 불러 줄 연예인을 소환할 수 있는 권한이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들고 있던 행운권과 스타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이건 올스타전이네.”

“맞아, 이건 올스타전이야.”

모두가 올스타전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그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이돌 올림픽이나 기타 음악 프로그램에서 저들이 어울리는 것을 본 적은 있었다.

그것은 대형 프로그램이었고 지금은 아기자기하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작은 코너였다.

그들이 스타 맛집에서 같이 음식을 준비할 줄을 몰랐다.

가필드와 미스트의 팬덤 간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전통이기에 더욱 놀라웠다.

가필드와 미스트 멤버들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후배인 블랙홀을 돕고 있었다.

탑 아이돌이라 불리는 두 팀이 신인을 챙기는 모습은 실로 아름다워 보였다.

교장 선생님의 눈에도 한 폭의 풍경화 속 구름을 타고 있는 신선처럼 보였다.

말랑말랑해진 학생들과 교사들의 눈빛을 본 도훈은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이번에 이런 행사를 만든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팬덤 간의 화해였다.

주전자 속 물처럼 끓어오르는 팬들의 열정이 때로는 아티스트에게는 독이 될 수 있는 법이었다.

말이 좋아 팬덤이지, 그릇된 팬 문화는 영국의 훌리건을 떠올리게 할 때도 있었다.

이건 실화였다.

합동 콘서트에서 마찰이 있었던 팬들이 공연이 끝난 후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성난 팬들이 경쟁 그룹의 임원 차량을 반파시켰다.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가능한 일일까?

가능한 일이다.

물론 뒷이야기도 있었다.

팬들이 파손한 차량이 경쟁 그룹의 차량이 아니었던 것.

그 차량은 어느 방송인의 차량이었다.

후문으로는 차량을 파손시킨 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그 방송인에게 차량 성금을 보냈다는 훈훈한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이건 해피 엔딩이고.

앞으로 이런 불협화음을 낳은 원인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블랙홀이 잡음 없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영양제도 중요하지만, 제초제도 필요한 법이었다.

도훈이 계획한 일은 지금 제초제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일이었다.

그때 강영웅이 이마에 땀을 닦으며 말했다.

“이 실장,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무리라니요?”

“돌발 이벤트에 자본을 다 쓸어 넣은 느낌인데…….”

강영웅이 푸드 트럭을 가리켰다.

사실 푸드 트럭에 담긴 음식들은 이제까지 스타 맛집에서 선보인 아이템을 끌어온 것이었다.

거기에 메뉴 하나하나의 단가도 만만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경품이었다.

경품으로 마련한 팬 미팅 주최하는 데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유레카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도훈이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솔직히 팬의 레벨이 있는 건 좀 그렇잖아요.”

말을 마친 도훈은 어딘가를 바라봤다.

도훈이 바라보는 것은 어느 교실의 창문 쪽이었다.

물론 황미주가 있는 교실이었다.

도훈인 창문을 보며 씩 웃었다.

조금 유치하긴 해도 이것을 마지막으로 황강찬과의 한판이 마무리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황금만능주의로 팬들의 마음을 사려고 하다니!

다른 그룹이라면 몰라도 도훈과 관계있는 블랙홀과 가필드 그리고 새 식구가 된 미스트의 팬들은 돈으로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줘야 했다.

흐뭇한 도훈의 표정에 선생님들도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학생들이 순한 양이 되어 추첨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교장 선생님, 다행이네요. 그런데 저 친구들은 뭐죠?”

선생님이 가리킨 것은 푸드 트럭에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외국인들이었다.

교장 선생님의 입술이 달싹였다.

탑 티어 보이 그룹인 가필드와 미스트가 함께한 푸드 트럭에서 뉴 키즈의 존재가 희미해진 것이다.

‘말해야 하나?’

교장 선생님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외국인 노동자인가 보죠, 현지 음식을 만들려면 아무래도…….”

“아, 역시 교장 선생님은 바로 알아보시네요. 제 생각에도 그런 것 같아요.”

너무 빠른 수긍에 교장 선생님은 어색하게 웃었다.

졸지에 뉴 키즈를 외국인 노동자로 만들어 버렸기에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    *

도훈과 아이돌 멤버들이 추첨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같은 시간, 1학년 교실의 학생들은 들썩이기 시작했다.

황미주의 회유에, 교실에 남아 있던 아이들이 동요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도훈이 제공한 도시락은 이제까지 스타 맛집에서 선보인 최고의 메뉴로 구성되어 있었다.

스타 맛집은 시청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케이넷의 효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상태였다.

한참 자랄 청소년들이 그 프로그램을 모를 리 없었다.

어제도 재방송을 보고 침을 삼키며 ‘아빠 우리 저거 먹으러 가자!’를 연발하던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돌아오는 답은 ‘나중에…….’라는 기역 없는 약속밖에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서 그토록 먹고 싶었던 음식들이 간식으로 나온 것이다.

진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 학생 중에는 장소연과 제법 가까이 지내는 오유정도 있었다.

오유정은 우정과 실리 사이에 실리를 택했다.

지금은 살짝 불안감이 가슴 속에 피어오르고 있었다.

자신이 선택이 잘못되었을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오유정이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차라리 소연이 따라갈걸.”

“지금 뭐라고 했어?”

황미주가 도끼눈을 뜨며 오유정을 바라봤다.

오유정이 바로 꼬리를 내렸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저런 음식이 뭐라고…… 무슨 거지도 아니고!”

그 말에 오유정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황미주가 저 음식들의 정체를 모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황미주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흥, 눈빛을 보니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말해 봐.”

“넌 저게 뭔지 모르는 거야?”

“글쎄…… 개밥에 도토리?”

“너, 스타 맛집이라고 알아?”

“스타 맛집이라고?”

황미주가 눈을 가늘게 떴다.

황미주도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방송 후 항상 관리인에게 프로그램에 나온 음식을 사 오라고 지시를 내리곤 했다.

물론 그 음식을 그날 맛본 적은 없었다.

방송이 나간 후에는 그날 등장한 메뉴를 만드는 맛집에는 바로 ‘재료 소진으로 인한 영업 종료’라는 문구가 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이 좋은 것이 다음 날에는 음식점의 위치가 어디가 되었든 모두 황미주의 앞에 놓였다.

황미주는 그것이 자신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유정이 왜 그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황미주는 자신도 모르게 콧김을 뿜어냈다.

“지금 뭐라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야?”

“모르긴 뭘 몰라?”

“저기 있는 푸드 트럭…… 스타 맛집 트럭이야.”

“스타 맛집……?”

황미주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스타 맛집은 황금만능주의에 물든 황미주의 약점이었다.

사실 스타도 돈으로 살 수 있었다.

문송이라면 광고주 중에도 갑이니까.

하지만 줄을 서서 파는 메뉴는 돈 주고도 못 한다는 것을 이번에 배웠다.

사람들을 시켜서 줄을 세워도 그 전에 음식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잠시 말끝을 흐리던 황미주가 말했다.

“스타 맛집이 우리 학교에 왜 와?”

“지금 들어 보니 유레카 소속 가수 하나가 우리 학교에 다니는 아이 언니래.”

“뭐?”

“그게 누군데?”

“그건 잘 모르겠고…….”

오유정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도 장소연의 언니가 유레카와 계약한 장소담이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이것은 장소연의 입이 무겁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장소담이 유레카와 계약한 사실은 절대 집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단속했다.

단속을 시킨 것은 물론 도훈이었다.

만약 계약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안다면 장소담의 친척들이 몰려올 것은 뻔했다.

물론 계약서의 특약 사항 때문에 통장에서 돈을 함부로 빼지는 못하겠지만,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는 법이었다.

덕분에 장소담의 계약은 장소연의 가장 친한 친구조차 몰랐다.

그때 황미주가 다시 콧방귀를 꼈다.

“흥, 스타 맛집이 뭐라고 돈만 있으면 다 사서 먹을 수 있는 거 아니야? 내가 사 줄 테니까…… 괜히 얼쩡거리지 마!”

“저건 돈이 있어도…….”

“닥치고 그냥 앉아 있어.”

끝까지 콘셉트를 유지하는 황미주였다.

황미주가 풍기는 분위기는 재수 없음이었다.

다른 학생들의 생각도 모두 비슷했다.

물론 다른 학생들은 내색하지 않았다.

황미주가 쥐고 있는 것은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황금으로 된 칼자루였으니까.

갑자기 교실 안이 조용해졌다.

그때 옆 교실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뭐라고!”

“아니, 그걸 왜 이제 말해.”

“그건 옆 반에 있는 미주가…….”

“다 필요 없어, 지금 상황에서 황미주 얘길 왜 꺼내!”

그 소란에 황미주는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의 반이 조용해서 옆 반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황미주는 재빨리 옆 반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신발을 챙겨서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황미주가 물었다.

“너희들 대체 뭐 하는 거야?”

“넌 조용히 해.”

“이게!”

“저기 가필드 오빠들 왔어.”

“가필드?”

“미스트 오빠들도 왔고.”

“미스트가 왜 여기에?”

“넌 거짓말 좀 하지 마!”

“너 미쳤어?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다고 그래?”

“미스트의 리더 자현하고 가필드의 리더 장혁이 유레카의 대표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는데 못 들었어?”

“유레카의 대표? 그게 누군데?”

“그걸 내가 알아? 그래서 블랙홀하고 의형제 맺었다고 하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가 팬 미팅 약속…….”

“됐어! 네 약속을 언제 기다려. 우리는 저기에 갈래.”

“이런 미친…….”

“야, 너는 좀 옆으로 짜져 있을래!”

뒤쪽에서 누군가 외쳤다.

앞을 막아선 황미주의 모습에 화가 난 것이다.

그때였다.

황미주의 뒤쪽에 있던 오유정도 옆 반 아이들을 따라나섰다.

이건 마치 백화점의 문틈을 뚫고 나오는 오픈런 광경을 보는 듯했다.

투다닥.

투다닥.

마치 군마가 지나가는 듯한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황미주는 멍하니 그것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통화 목록을 살폈다.

그녀의 오빠인 황강천을 찾는 눈동자가 위아래로 왕복운동을 했다.

시선이 멈춘 후 그녀는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오빠!”

*    *    *

몰려드는 학생들의 행렬에 교장 선생님과 교사는 다시 한 번 긴장했다.

갑자기 2백여 명의 학생이 건물에서 운동장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그 모습에 교장 선생님이 재빨리 도훈에게 달려갔다.

도훈이 책임자라는 걸 이제는 인정한 것이다.

“실장님, 어떻게 좀 해 봐요.”

“잠시만요.”

말을 마친 도훈이 가필드의 장혁에게 눈짓했다.

가필드의 장혁이 일회용 위생 장갑을 벗고 마이크를 들었다.

그러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외쳤다.

“꼼짝하지 마, 움직이면 죽는다!”

상상도 하지 못할 외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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