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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231화 (23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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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꼬리를 올리며 눈을 흘기던 황미주가 입을 열었다.

“흠, 블랙홀이라면 그런 식으로 뿌릴 수 있겠지. 그런데 미스트와 가필드는 그런 식으로 막 초대권을 뿌리지 않지.”

졸지에 블랙홀의 체면까지 깍여 버리자 장소연이 눈썹을 꿈틀댔다.

“너 정말…….”

“너 그거 알아?”

“또 무슨 얘기를 하려고?”

“우리 큰오빠가 미스트가 있는 기획사 인수한 거.”

“…….”

“아마, 조금 있으면 블랙홀이 있는 유레카도 인수할걸?”

순간 주변이 고요해졌다.

이건 황금만능주의의 끝판왕이었다.

뭐, 맞는 말이긴 했지만, 곱씹어 보면 누가 들어도 왕재수라고 손가락질할 정도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에게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황금만능주의를 반박할 수 있는 아무도 없으니까.

물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사람 중 하나가 눈썹을 꿈틀대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최면에라도 걸린 듯 똑같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팬질이 문제가 아니라 그 소속 기획사를 인수해 버렸다니, 이 부분에서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변에서는 경이로운 눈으로 황미주를 바라봤다.

“와, 역시 미주는 달라.”

“지난번에 미스트 오빠들이랑 식사 자리 마련한다고 했잖아.”

그들의 성화에 황미주가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래, 상황 봐서.”

그 말 한마디에 학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때였다. 뒤쪽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체육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가 분명했다.

*    *    *

호루라기 소리에 그들의 대화를 듣던 도훈은 등을 돌렸다.

조심스럽게 그곳을 빠져나가는 도훈을 본 진시현이 물었다.

“뭔가 끼어들기가 애매한데…….”

“그런데 저 아이가 한 말 사실이에요?”

“무슨 말이요?”

“유레카를 누군가 인수한다는 거요? 그런데 저 아이는 누군데 유레카를 인수한다는 거예요?”

“제가 아는 친구 중에 황강천이라고 있거든요. 지금 보니 그 친구 동생 같네요.”

“그, 그럼 문송이요?”

“네, 맞아요.”

“그럼, 문송이 SW 인수했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네, 그것도 맞아요.”

“헉.”

진시현은 놀라는 눈치였다.

사실 SW엔터를 문송이 인수했다는 것은 아직까지 엠바고였다.

엠바고인 이유는 간단했다.

문송은 SW와의 계약을 무효화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알맹이 없는 껍데기를 인수해서 어찌하겠는가?

물론 알맹이가 유레카로 왔다는 것도 아직은 발표되지 않았다.

관계자들만 알고 있는 상황이기에 진시현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진시현은 놀랐는지 이것저것 캐물었다.

도훈은 허용된 한도 내에서 그녀에게 사실을 공유했다.

진시현이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화를 마친 도훈은 뭔가 생각에 잠긴 듯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 모습에 진시현이 물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아무래도 아까 학생들의 다툼에 끼어들기는 뭐하지만, 선물은 하나 주고 가야 할 것 같아서요.”

“무슨 선물?”

“제가 요즘 밥차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아까 그 학생이 식사 얘기를 하니 갑자기 떠올라서요.”

“밥차…….”

진시현이 눈을 크게 떴다.

도훈이 말한 밥차는 다름 아닌 스타 맛집이라는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 스타 맛집을 촬영장에서도 확인하지 않았던가?

도훈은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 모습에 진시현이 침을 삼켰다.

도훈이 말하는 밥차가 스타 맛집이라면 분명히 보통 메뉴가 아닐 것이다.

침을 삼키는 진시현의 모습에 도훈이 웃었다.

“에이, 작가님 너무 속보여요.”

“내가 뭘 했다고 그래요?”

“지금 머릿속으로 메뉴 떠올리고 계시잖아요.”

“흠.”

진시현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    *    *

뉴 키즈와 함께한 학교 탐방은 성공적이었다.

제이든과 나머지 멤버들은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한국의 학교에 대해서 안내를 받았다.

마지막에는 교무실까지 들러서 선생님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재미있는 것은 선생님 중 제이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진시현과 동행한 외국인 정도로 생각하고 선심 쓰듯 기념 촬영에 응해 줬다.

물론 그 대신 진시현이 선생님들과 기념 촬영을 해야 했다.

도훈은 주현빈, 장선우 그리고 박수호의 담임 선생님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도훈은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았다.

같은 반의 아이 중에 장선우와 주현빈 그리고 박수호가 이번에 데뷔했다는 것을 아는 친구가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티를 안 내고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즐긴다는 것이다.

도훈은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아까의 상황이 이해되었다.

블랙홀의 멤버가 셋이나 같은 학교에 다니는데도 팬이 그리 적은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것.

학교에서 용무를 마친 후 도훈은 학교에 작은 선물을 제안했다.

바로 스타 맛집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스타 맛집은 촬영장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연예인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예능.

덕분에 제공하는 양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많아야 200명 정도가 한계였다.

하지만 학교는 달랐다.

지금 이야기를 들어 보니 800명 정도의 식사가 필요했다.

도훈은 이 모든 것은 한 시간 안에 준비하기로 했다.

학교 측에서는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교장은 턱을 어루만지며 도훈을 바라봤다.

5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단발머리 사이에 희끗한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보이는 그녀는 한눈에 보기에도 포근한 인상의 사람이었다.

사람 좋은 그녀의 얼굴에 미소와 불안감이 뒤섞였다.

교장 선생님의 걱정은 한 가지였다.

그녀는 2시간 안에 전교생에게 줄 간식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상대는 아이들에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했다.

잠시 고민하던 교장 선생님이 말했다.

“작가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그냥 이 실장이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저는 진 작가님이 옆에 계시기에 작가님인 줄 알았죠. 그럼 이 실장님!”

“네, 말씀하시죠.”

“솔직히 2시간 안에 전교생에게 줄 간식을 만든다는 게 불가능하잖아요. 그냥 마트에서 사서 나눠 주셔도 부족할 시간인데…….”

“걱정하지 마세요, 교장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한 시간 만에…….”

“저만 믿으세요.”

“제가 못 믿는다는 게 아니라 학생들한테 큰소리쳐 놓고 준비가 안 되면…… 아이들이 실망할 거예요. 차라리 내일 준비해 주시는 건 어떨까요?”

교장 선생님이 미안한 표정으로 부탁하자, 도훈이 답했다.

“오늘 아니면 안 됩니다.”

“네?”

“제가 조금 바빠서요.”

“바쁘시다고요?”

교장 선생님이 눈을 크게 떴다.

도훈이 자신이 바빠서 내일은 힘들다고 할 줄은 몰랐던 것.

그 모습에 진시현이 나섰다.

“제가 책임질게요.”

“작가님이 책임지시겠다고요?”

“네, 여기 있는 이 실장이 바쁘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저보다도 바쁘거든요!”

“매니저가 바쁜 거야 알겠지만…….”

“여기 있는 뉴 키즈의 제이든도 사실 이 실장 때문에 한국에 온 거예요.”

“뉴 키즈요? 혹시?”

“네, 맞아요. 지난번에 추억을 소환하라에서 20년 만에 한국에 온…….”

진시현이 신이 나서 옆에 있는 뉴 키즈 멤버들을 소개했다.

진시현은 작가답게 단순한 설명으로 끝내지 않았다.

1990년대에 그들이 방한했을 때의 얘기서부터 어떻게 해서 재결성하게 되었는지 등 그들의 역사를 늘어놓았다.

물론 그녀의 설명을 귀 기울여 듣는 이는 없었다.

도훈은 이미 아는 내용이었고 교장 선생님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듣는 둥 마는 둥 뉴 키즈 멤버들을 보던 교장 선생님의 입술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저, 정말이에요?”

“맞아요. 제가 리더 제이든이에요.”

제이든이 유창한 한국어로 답하자, 교장 선생님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는 진시현을 바라봤다.

“이거 깜짝 카메라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선생님.”

“뉴 키즈의 제이든이 무슨 한국말을 이렇게 잘해요? 저 완전히 속아 넘어갈 뻔했어요, 호호.”

교장 선생님이 즐거운지 푼수처럼 웃었다.

그러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돌아가는 카메라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카메라는 없었다.

그때 도훈이 태블릿을 꺼내 교장 선생님에게 내밀었다.

그곳에는 추억을 소환하라 1회가 재생되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는 제이든과 멤버들이 열띤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관중의 함성이 스피커에서 울려 나왔다.

교장 선생님의 귀에는 그 함성이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태블릿과 제이든 사이에서 왕복운동을 했다.

잠시 후, 제이든과 뉴 키즈 멤버들은 교장 선생님과 셀카를 찍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물론 도훈이 요청한 스타 맛집에 대한 전체 방송이 교내에 울려 퍼졌다.

―모든 수업이 끝난 후 학교 실내 체육관 옆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간식을 제공할 예정이니…….

물론 강제는 아니었다.

카메라로 녹화한다는 내용과 간식이 필요 없는 학생은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도 달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참석 여부는 학생의 자율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스타 맛집의 오늘 스페셜 게스트가 블랙홀과 친구들이라고 밝혔다.

모든 방송이 끝난 후 교장 선생님은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메뉴는 뭐든 상관없으니 시간만 지켜 달라는 부탁이다.

*    *    *

스타 맛집이라는 프로그램을 아는 장소연은 종이 치자마자 체육관 쪽으로 뛰어갔다.

생각해 보면 스타 맛집의 고정 출연자는 강영웅과 그의 딸 다미였다.

중요한 것은 강영웅과 다미가 유레카 소속 연예인이라는 것이다.

장소연에게 유레카는 최고의 기획사였다.

대표와 블랙홀을 좋아하다 보니 다른 연예인들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장소연의 언니인 장소담이 최고였다.

그런데 스페셜 게스트로 블랙홀이 출연한다니!

장소연은 반 친구들을 모두 모아서 푸드 트럭이 오기로 한 체육관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들은 장소연을 앞을 누군가 막아섰다.

장소연이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바라봤다.

상대는 두 시간 전에 만났던 황미주였다.

장소연의 눈썹이 자연스럽게 살짝 올라갔다.

“지금 왜 길을 막고 그래?”

“블랙홀이 해 주는 스타 맛집 안 가는 사람은 내가 미스트 초대한다.”

짧게 용건을 뱉은 황미주가 팔짱을 끼고 장소연 일행을 바라봤다.

순간 장소연의 뒤쪽에 있던 학생들이 게걸음으로 옆으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황미주의 앞에 줄을 섰다.

황당한 것은 뒤쪽에 쫓아오던 다른 반 학생들까지 황미주의 뒤에 섰다는 것이다.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장소연이 밖으로 나왔을 때는 주변의 학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것은 고작 열 명.

황미주가 미스트의 팬 미팅 자리에 초대하겠다며 증서까지 써 주는 만행을 벌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가필드까지 언급하며 이번 행사를 차단했다.

가필드의 팬에게는 별도의 팬 사인회 초대권을 주겠다고 했다.

*    *    *

한숨을 내쉰 장소연은 드디어 교내 방송에서 안내한 장소에 도착했다.

푸드 트럭 앞에 줄을 서려고 했던 장소연이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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