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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229화 (229/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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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현이 재미있다는 듯 기분 좋게 소리 내 웃었다.

한참을 웃던 진시현은 도훈을 향해 턱짓했다.

마치 ‘그것 봐!’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도훈이 피식 웃었다.

도훈은 진시현의 지금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도훈의 평소 행동 때문인 것 같았다.

항상 ‘비밀인데요!’를 남발하는 도훈에게 소소한 복수를 한다는 것이 분명했다.

‘저 작가님 생각보다 귀엽네!’

도훈은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냥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자 진시현이 말을 이었다.

“궁금하지 않아요?”

“뭐, 안 봐도 훤하죠.”

“누군데요?”

“이 정보를 분 사람은 한민국이라는 데 저는 500원을 걸 수 있습니다.”

“너무 쪼잔하다.”

“더 걸까요?”

“아니, 됐어요.”

진시현이 손을 내저었다. 뭐, 알고 보면 뻔한 내용이었다.

드라마 판에 있어서 배우에게 절대 갑은 감독이 아닌 작가!

작가가 물어봤으니 한민국은 술술 털어놨을 터였다.

*    *    *

진시현의 도움으로 그들은 블랙홀 멤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의 교정을 거닐고 있었다.

진시현의 힘은 생각보다 막강했다.

단순한 인터뷰가 아닌 자유 취재 권한을 얻어 낸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진시현의 사인 하나로 끝났다.

학교의 교장 선생님에게 진시현은 아이돌 스타에 버금갔다.

아이돌은 몰라도 진시현이 집필한 드라마는 몇 번씩 다시 보는 장년층은 허다했다.

교정에 들어선 도훈 일행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들은 스타가 아닌 취재진으로 이곳에 온 것이다.

그들은 대충 모자를 쓰고 목에는 네임 태그를 달고 있었다.

그 네임 태그에 쓰여 있는 것은 ‘학교 탐방’이었다.

각국의 학교를 취재한다는 콘센트의 프로그램이 지금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방영되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이 유행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콘셉트의 코너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 탐방이란 이름은 그리 낯설어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이렇게 자연스럽게 위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취재 내용 중 학교에 해가 될 만한 내용은 내보내지 않는다는 확인서도 썼다.

이제 완벽하게 취재진으로 위장해서 학교를 누빌 수 있었다.

사실 도훈도 블랙홀의 학교생활이 궁금했다.

혹시라도 아는 블랙홀 멤버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주위를 둘러보던 제이든이 검지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아이들이 농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체육 시간인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장선우와 주현빈이 있는 반이었다.

고3으로 올라가면서 관리를 위해 같은 반으로 배치했다는 얘기는 들었다.

도훈은 장선우와 주현빈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운동장에서 농구공을 가지고 뛰는 모습은 여느 고등학교 학생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가수 활동을 하며 정상적인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데뷔 때는 물불 안 가리고 연습에 몰두해야 하고 어느 정도 물이 오르면 투자한 금액을 뽑기 시작해야 한다.

잘 키운 멤버 하나하나는 중소기업 이상이다.

그런데 학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멈춘다면?

사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일단 데뷔하고 나면, 그들의 학창 시절은 날아간다.

성공이라는 이름 아래…….

팬과 소속사 그리고 본인조차도 그 시기를 스킵해 버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블랙홀만은 달랐다.

그들이 학창 시절을 원한다면 그 추억을 남겨 주고 싶은 것이 도훈의 마음이었다.

지금의 경험이 언젠가는 재산이 될 것이 분명하니까.

그들이 부족한 시간은 도훈이 채워 줄 수 있었다.

넉넉한 재력으로 죽자 살자 행사를 뛰지 않아도 되었고.

촘촘한 인맥으로 그들이 움직이지 않아도 이미지 메이킹이 가능했다.

그때였다.

도훈 일행을 본 장선우가 뛰어왔다.

“와, 실장 형! 여긴 무슨 일이에요?”

“너희들 보러 왔지.”

“어차피 이따 볼 텐데…….”

“나 말고 여기 있는 친구들!”

도훈이 뉴 키즈 멤버들을 가리키자 장선우가 눈을 크게 떴다.

“앗, 마스크라도 쓰세요. 이렇게 여기 오면 우리 학교 다 뒤집혀요.”

장선우가 불안한 듯 주변을 살폈다.

갑작스러운 반응에 제이든을 비롯한 뉴 키즈 멤버들이 불안한 듯 일제히 모자를 눌러썼다.

그 모습에 도훈이 손을 내저었다.

“너만 가만히 있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괜찮다고요?”

“잘 봐 봐. 누구 하나 우리를 눈여겨보는 친구들이 없잖아.”

“흠.”

“아닌데…… 지난번에 장산시 공연 이후로 뉴 키즈 인기가 엄청나단 말이에요.”

장선우는 변호하듯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인기 문제가 아니라,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뉴 키즈가 여기에 나타날 리가 없잖아. 아마 저 친구들은 외국인들이 왜 여기에 나타났지? 하고 궁금해할 뿐 뉴 키즈라고는 생각도 못 할걸.”

“생각해 보니 그렇겠네요. 그런데 우리 영어로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형들이 못 알아듣잖아요.”

그때였다.

제이든이 한 발 앞으로 나와서 손을 내저었다.

“노노, 나 한국말 이제는 잘해.”

“네?”

장성우가 눈을 크게 뜨자 제이든이 말을 이었다.

“실장 브라더와 소통하려면 한국어는 필수잖아.”

“아, 그렇죠. 실장 브라더!”

장선우가 도훈을 보며 활짝 웃었다.

장선우는 사실 도훈이 바꿔 놓은 세상이 너무 신기할 뿐이었다.

하는 일마다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는 도훈을 보면 묘하게 믿음이 간다.

사실 도훈 덕분에 학교에 안심하고 다니고 있었다.

도훈의 조언이 아니라면, 벌써 학교의 수업을 모조리 빼고 연습과 행사에 올인했을 것이다.

사실 도훈이 학창 시절을 즐기라는 말에 반항도 해 봤다.

지금 시기에 정신 차리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서였다.

추억을 소환하라 같은 메인 프로그램 이외에는 블랙홀이 화면에 비칠 일은 없었다.

밀려들어 오는 광고조차 거절했다.

처음에는 도훈을 원망도 했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장선우는 아버지와 떨어져서 가장 역할을 했었다.

가장은 돈을 벌어야 하는 법.

물론 지금은 도훈 덕분에 아버지 장진수와 재회했지만,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없었다.

그런데 들어오는 광고를 거절하니 장선우는 미칠 것 같았다.

물론 도훈의 선택이 맞았다는 것을 몇 개월이 지난 후에 깨달았다.

장선우는 도훈이 며칠 전 보여 줬던 광고 제안서들을 떠올렸다.

이제까지 들어온 광고 제안들이었다.

그 제안들은 생각보다 단가가 낮았다.

단가가 낮은 것도 그렇지만, 광고의 제안이 모두 우시원에게 몰려 있었다.

광고주들은 블랙홀이 아닌 우시원 하나만을 원한다는 것이다.

실망도 잠시, 시간 순서대로 보여 주는 광고 제안서를 보고 장선우는 적잖게 놀랐었다.

광고주의 제안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변했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이 아닌 블랙홀 전체를 원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거기에 단가도 점점 올라갔다.

며칠 전 마지막 들어온 광고 제안서에는 이제까지 광고비를 다 합쳐 놓은 것에 버금가는 금액이 찍혀 있었다.

아마도 도훈의 모든 계획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블랙홀에 대한 신비감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라는 것이 멤버들의 의견이었다.

그날 멤버들은 도훈에게 말은 안 했지만, 평생 도훈과 함께하겠다고 때아닌 도원결의를 맺었다.

그때 블랙홀 멤버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었다.

며칠 전 일을 생각한 장선우가 갑자기 눈물을 글썽였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주현빈이 장선우의 소매를 잡아끈다.

“얘가 하품만 하면 눈물을 흘려서요.”

“헤이 브라더, 하품하면 눈물이 나는 건 당연하잖아. 그건 기압 차에 의한…….”

제이든이 갑자기 과학 시간에나 들을 법한 정보를 쏟아 냈다.

때마침 종소리가 울렸다.

주현빈이 장선우를 끌고 교실로 들어가며 고개를 숙였다.

도훈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참, 수호는 몇 반이지?”

“2학년 2반이요.”

그 말을 마친 주현빈이 장선우를 끌고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자 이제 가야 할 곳이 정해졌다.

바로 2학년 2반이었다.

그들은 휑한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 건물로 향했다.

운동장의 가운데를 지났을 때였다.

제이든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눈을 빛내며 운동장 바닥을 내려다봤다. 그 모습에 도훈과 진시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들이 왜 그리 놀라는지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눈동자를 굴리던 제이든은 한국의 학교가 신기한지 탄성을 토해 냈다.

“와, 진짜 원더풀!”

“제이든, 왜 이렇게 놀라는지 알 수 있을까요?”

“도훈! 지금 그걸 몰라서 묻는 건 아니죠?”

“몰라서 묻는데요.”

“여기 이 모래를 보세요.”

바닥을 가리킨 제이든이 운동장의 바닥에 깔린 흙 한 줌을 집었다.

그러고는 손에서 털며 신기한 듯 흩날리는 흙을 바라봤다.

도훈은 진시현을 힐끔 봤다.

고개를 갸웃하는 것으로 봐선 진시현도 모르는 것 같았다.

도훈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제이든을 바라봤다.

“흙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제이든?”

“그게 아니라, 해변에서나 볼 수 있는 모래를 운동장 바닥에 뿌려 놨잖아요. 이건 상상도 할 수 없어요. 대체 무슨 훈련을 하려고 이런 모래를 뿌린 거예요. 한국 사람들은 모두 특수 훈련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혹시 하이 스쿨부터 훈련을…….”

제이든을 말끝을 흐리며 다시 한 번 주변을 바라봤다.

그 모습에 도훈은 한숨을 몰래 삼켰다.

제이든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사실, 한국인이 특수 훈련을 받는다는 소문이 그들 사이에서 떠도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사람 중 반은 훈련소를 거친다.

기타 복무를 하든 현역으로 갔다 오든 관계 없이 훈련소 기간에는 사격을 한 번쯤은 한다.

훈련소의 꽃은 크게 세 가지.

사격과 수류탄 투척.

그리고 화생방이다.

물론 그들은 그때의 이야기를 안줏거리 삼아 털어놓는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해외에서 털어놨다면?

취미가 아니라 진짜 소총으로 표적을 겨냥하고.

살상용 수류탄을 참호 너머로 던지고.

화생방이란 명목하에 연기 자욱한 공간에서 눈물을 쏙 빼며 노래까지 부른다.

한국인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의 관점에서는 이건 특수 훈련이 맞았다.

거기에 지금 지적한 흙은 다름 아닌 마사토라 불리는 굵은 모래다.

마사토가 학교 운동장에 쓰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물이 잘 빠져서 관리가 쉽고 가격이 우레탄이나 잔디보다 저렴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곳에서 축구도 아무렇지 않게 한다는 점이다.

거기에 슬라이딩 태클 흉내까지 내는 아이들도 있다.

어찌 보면 굵은 사포를 아래에 깔고 운동하는 것 같은 느낌일 수도 있다.

제이든의 눈에는 이런 환경이 이상하게 보였을 수도 있다.

훈련을 위해 깔아 놓은 모래로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이건 그냥 깔아 놓은 거니 신경 쓰지 말아요, 제이든.”

“아무래도 수상한데요.”

“일단 수호부터 보러 가죠.”

“오케이, 서둘러요.”

제이든의 태세 전환은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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