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227화 (227/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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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훈을 본 황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소환하라 1987의 첫 방송이 있는 날이다.

도훈이 어디로 향할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뻔했다.

도훈이 보폭을 크게 넓히며 성큼성큼 걸어가자 황수영은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그때 황수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도훈을 불렀다.

“실장님.”

“왜 그래요?”

“대회의실 지나쳤잖아요.”

“오늘은 모니터링에 참석 못 해요.”

“그럼 대체 어디 가시는 거예요?”

황수영은 눈을 크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모니터링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전통이었다.

유레카의 배우나 아티스트가 참여한 프로그램의 첫 방영에는 모두가 유레카 회의실에 모여서 모니터링하는 것이 하나의 전통이 되어 버렸다.

황당하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황수영에게 도훈이 미소를 지었다.

“오늘만은 모니터링에 참석할 수 없어요. 이유는 중요한 미팅이 있거든요. 어찌 보면 업계의 판도를 바꿀 만남일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수영 씨가 제 파트너로서 참석하는 거고요.”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 왜 갑자기…….”

“보안이 필요했거든요.”

“보안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왜 저한테 한마디도…….”

“수영 씨니까 비밀로 한 겁니다.”

“저라서요?”

황수영은 황당하다는 듯 도훈을 바라봤다.

그것도 잠시 홀린 듯 도훈의 뒤를 따랐다.

사실 황수영은 어떤 일이 있어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업계의 판도는 이미 바뀌었다.

쓰러져 가던 케이넷은 기적처럼 살아나서 TVL을 따라잡고 있었다.

오늘 소환하라 1987의 첫 단추만 제대로 끼워진다면, TVL과 대등한 위치로 자리 잡을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등한 위치가 아니었다.

드라마 중심의 TVL을 단번에 뛰어넘을 수도 있었다.

드라마와 예능 그리고 음악 방송까지…….

뉴스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우뚝 솟을 수 있었다.

이대로 나아가면 또 하나의 종합 채널이 탄생할 수도 있었다.

물론 그것은 황수영이나 도훈이 바라는 바는 아니었다.

그들은 케이넷이 엔터 채널이라는 고유의 특성을 지키는 것에 찬성했다.

이제까지도 성공적이었는데, 업계의 판도를 바꿀 미팅이라고?

황수영은 도훈의 말에 과장이 섞여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더해 왜 자신에게만 비밀로 한단 말인가.

그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하며 도훈의 뒤를 따라가던 황수영이 걸음을 멈췄다.

회의실 앞에 후드티에 모자를 눌러쓴 사내가 삐딱하게 서 있었기 때문이다.

묘하게 사내의 자태가 눈이 익숙했다.

그때 도훈이 황수영을 잡아끌었다.

“수영 씨 뭐 해요?”

“저, 저 사람 어디서 본 것 같은데요.”

“추억을 소환하라 2회 때 봤잖아요.”

“그럼…….”

황수영이 말끝을 흐리자 도훈이 그에게 걸어갔다.

모자를 푹 눌러썼던 사내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와, 형님 빨리 오셨네요.”

“미안해, 손님을 기다리게 했네.”

“손님은 무슨 손님이요. 그냥 제자라고 생각하세요.”

“형, 동생 하기로 했으면 거기서 끝이지 무슨 제자야.”

“저 말고 안에 있는 친구들이요.”

“그렇지…… 그 친구들이 있었지.”

도훈은 소회의실 쪽을 바라봤다.

그들의 대화에 황수영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자, 장혁 오빠 맞죠? 그때 주 경기장에서 뵙고 처음이네요. 여긴 웬일이에요? 아, 오셨다고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반가워서요, 헤헤.”

도훈에게 이미 들었지만, 황수영은 다시 확인했다. 그녀는 두서없이 말을 뱉더니 해맑게 웃었다.

심각할 정도의 아이돌 덕후였던 흔적이 아직 벗겨지지 않은 듯싶었다.

사실 마리나의 공연 때 가필드가 등장했을 때 당시에도 한차례 호들갑을 떨었었다.

마리나보다 가필드의 등장에 더 놀랐던 그녀였기에 지금의 행동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장혁이 활짝 웃으며 황수영을 반겼다.

“아, 수영 씨.”

“그런데…… 이 실장님이 중요한 미팅 있다고 했던 게 장혁 오빠였어요?”

“아, 저는 오늘만큼은 까치 역할입니다.”

“까치라니요?”

“견우와 직녀가 만날 때 그 뭐야…… 오작교 놨던 게 까치잖아요.”

“오작교의 구성에 까마귀도 있잖아요.”

“하하. 까마귀보다는 까치가 듣기 좋잖아요. 어쨌든 오늘은 중매쟁이 역할입니다. 주인공은 저 안에서 기다리고 있고요.”

장혁이 뒤쪽을 가리켰다.

그 모습에 황수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장혁이 가리킨 쪽은 소회의실 쪽이었다.

말을 마친 장혁이 소회의실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연 장혁은 마치 손님 접대라도 하듯이 안쪽을 가리켰다.

도훈은 당연하다는 듯 안으로 들어갔다.

황수영도 그 뒤를 따랐다.

도훈의 옆에 앉은 황수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모자를 쓴 사내 여럿이 맞은편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고개까지 숙이고 있어서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고개만 숙인 게 아니라 마스크까지 끼고 있다.

마치 독감이라도 걸린 것처럼 철저하게 딱 눌러쓰고 있었다.

장혁과 왔으니 가필드의 멤버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뭐지?

황수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가필드의 멤버라고 하기에는 어딘가가 어색했다.

잘 생각해 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장혁을 제외한 나머지 사내의 숫자가 여섯이었다.

가필드의 멤버는 다섯 명.

장혁을 제외하고 네 명이어야 했다. 그런데 마스크를 낀 사내들은 모두 여섯 명이었다.

황수영은 그 여섯 명을 뚫어지라 바라봤다.

여섯 명의 사내는 어딘가 눈에 익었다.

여섯 명 모두가 같은 자세로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은 그들이 팀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그들이 앉아 있는 자체만으로도 주변이 환해진 느낌이었다.

황수영의 눈빛이 강렬해질수록 그 사내들은 고개를 더욱 숙였다.

분위기를 살핀 장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옆을 바라봤다.

“다들 뭐 해? 내가 말한 이 선생님이셔. 빨리 인사드려. 마스크 좀 벗고.”

“아, 형이 쓰라고 했잖아요.”

“회의실에서는 벗어도 돼.”

“진짜죠?”

“의심 많기는…….”

“알겠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엄청 답답했습니다.”

말을 마친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마스크를 벗었다.

마스크를 벗자 로댕이 환생해서 하나하나 직접 깎은 듯한 턱선이 드러났다.

그리고 모자를 벗자 머리가 찰랑거리며 아래로 내려왔다.

그는 다름 아닌 미스트의 리더 자현이었다.

순간 황수영이 소리쳤다.

“꺄악!”

그 소리에 사내들이 다시 마스크를 썼다.

미스트의 리더 자현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장혁을 바라봤다.

“형, 마스크 벗어도 된다면서요?”

“앗, 미안!”

손바닥을 보이며 리더 자현을 진정시킨 장혁이 황수영을 바라봤다.

“수영 씨, 애들이 놀라잖아요.”

“제가 더 놀랐어요. 미스트가 여기에 왜 있어요?”

“왜 있긴요, 계약 때문에 온 거죠.”

“계약이요? 무슨 계약이요?”

“전속 계약이요.”

“그, 그러니까…… 미스트가 유레카랑 계약한다는 거예요?”

“왜 그렇게 놀라세요?”

“아니, SW엔터에서 우리 쪽으로 온다는 게 이상해서요.”

“저도 여기 오고 싶어요. 솔직히 우리 기획사 대표가 작은아버지만 아니라면 저도 벌써 유레카로 왔어요.”

이건 진심이었다.

장혁은 음악적으로 코드가 맞는 도훈과 함께하고 싶었다.

하지만 작은아버지를 배신하고 이곳으로 올 수는 없었다.

그래서 도훈과는 협업만 하기로 했던 것.

물론 장혁은 작은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도훈과 함께한다는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작은아버지가 은퇴하는 즉시 회사를 옮길 생각이었다.

황수영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말, 진짜예요?”

“물론이죠. 그러니 일단 진정하시고!”

이번에는 황수영에게 손바닥을 보였다.

그 모습에 도훈은 그저 웃기만 했다.

황수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스트의 열혈 팬이었다.

처음 만나던 그날도 경제인의 밤을 뒤로하고 미스트의 콘서트에 가려 하지 않았는가.

갑자기 만난 자신의 최애 그룹이 반가웠을 것이다.

상황이 진정되자 미스트의 멤버들이 마스크를 벗었다.

그러고는 리더 자현이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선생님. 장혁 형한테 귀가 닳도록 들었어요. 사실 선생님이 저희를 위해서 이 정도로 준비해 주실 줄은 몰랐어요.”

“내가 신경 써 준 게 뭐 있다고…….”

“아닙니다.”

“어쨌든 잘 왔어요, 계약서는 검토해 봤죠?”

“네, 저희 쪽 변호사님께 보여 주니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도리어 얼른 계약하라고 독촉하시던데요.”

“검토는 확실하게 했다고 하니 진행하죠.”

도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자, 여기…… 전에 검토한 서류와 같은 내용입니다.”

“다른 건 볼 필요도 없어요.”

계약서를 받은 미스트의 리더 자현은 뒷장부터 살폈다.

뒷장의 맨 위에는 ‘붙임1’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자현은 다른 건 확인하지 않고 붙임1에 적힌 내용만 뚫어지라 바라봤다.

그러고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에 적혀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곡명이었다.

미스트의 리더 자현도 장혁과 비슷한 캐릭터였다.

음악에 있어서 욕심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었다.

그런 자현에게 장혁이 천재 작곡가가 있다면서 바람을 집어넣었다.

그 천재 작곡가는 당연히 도훈이었다.

사실 도훈은 시큰둥했다.

블랙홀 하나만 키우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다른 그룹을 돕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황강천과 SW엔터 인수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SW엔터는 국내 3대 기획사 중 하나.

SW엔터를 인수하게 되면 단번에 탑으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황강천으로는 당연히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그는 막대한 금액을 쏟아 넣으며 SW엔터 인수에 총력전을 펼쳤다.

그 결과, SW엔터는 그의 손에 떨어졌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황강천이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SW엔터라는 회사의 중심이 바로 미스트라는 점이었다.

미스트가 SW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징적인 면까지 고려하면 50%가 넘어간다고 하는 증시 전문가도 있었다.

도훈은 인수 전쟁이 일어나자 가격만 올리고 바로 튀어 버렸다.

그리고 미스트의 멤버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것은 그들에게 딱 맞는 곡을 준다는 것이다.

사실 미스트 멤버들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도훈은 며칠 만에 곡을 만들어 그들에게 들려주었다.

곡을 듣는 순간 그들은 도훈을 재촉했다.

물론 도훈이 순수하게 작곡한 것은 아니었다.

도훈이 들려준 것은 미스트의 리더 자현이 앞으로 작곡할 곡도 포함되어 있었다.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서 미스트와 가장 잘 어울릴 거 같다고 생각한 곡을 뽑았다.

이건 작곡이 아니라 선곡이라고 해야 정확했다.

미스트의 멤버 모두 그 선곡에 빠져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건은 SW에 있었을 때와 같지만, 마지막 장에 적힌 곡을 모두 그들에게 주기로 약속한 것.

그 곡을 확인한 자현과 멤버들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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