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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221화 (22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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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출연료라면 우리가 제시한 걸로 착각한 금액보다 더 챙겨 줬을 텐데 무슨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거죠?”

“이 실장 말이 맞아요. 얘기 들어보니 꽤 챙겨 줬더라고요.”

“그런데 왜 문제가 생깁니까?”

도훈이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진시현을 바라봤다.

그 정도로 챙겨 줬으면 잠잠해야 한다.

사실 출연료가 아니라 다른 문제라면 이해됐지만 말이다.

그때 진시현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김주현이 자기 출연료를 오픈했나 봐요.”

진시현이 눈을 빛내며 TVL이 있는 방향을 다시 가리켰다.

“흠.”

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침음을 삼켰다.

출연료를 오픈했다고 하니 그 후 들이닥쳤을 파장이 상상되었다.

사실 연예인의 출연료는 고무줄이다.

작품의 화제성을 어필하기 위해 주연 배우들의 출연료를 부풀려서 보도하기도 한다.

어떤 배우는 눈에 띄는 것이 두려워 출연료에 대해서 노코멘트하기도 한다.

그래서 외부에 발표되는 출연료를 믿는 배우는 없었다.

문제는 해당 배우가 자신의 출연료를 언급했을 때의 일이다.

출연료가 적정하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도훈의 표정을 본 진시현이 말을 이었다.

“광고 같은 이면 계약까지 자랑하고 거기에 출연료로 치면 자기가 주연이라고 했나 봐요.”

“촬영장이 들끓겠네요. 그 정도 급에 이면 계약까지…….”

“맞아요. 그 출연료를 들은 다른 배우들은 안 하겠다고 대본 리딩에도 불참했대요.”

“심각하네요.”

“거기서 일이 끝났으면 양반이라고 할 거예요.”

“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촬영장에 이상하게 조폭 비슷한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대요.”

“…….”

도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상황을 떠올려봤다.

전생의 기억과 비교해 본 도훈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전생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의 지금 행동을 전생과 비교한다면…….

한 4년 정도는 지나가야 벌일 만행이었다.

뭔가 역사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김주현 배우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하네요. 지금 그쪽 분위기가 되게 심각해요, 호호.”

해맑게 웃는 진시현의 모습에 도훈이 말했다.

“분위기가 심각하다는데 웃으시네요. 은미호 작가님이랑 친하시잖아요.”

“그러니까 더 재미있죠. 그 언니는 자기가 왕인 줄 안다니까요. 이번 기회에 한번 당해 봐야 해요. 다 뼈가 되고 살이 될 거예요.”

“제가 보기에는 너무 즐거워하시는 것 같은데요.”

“우리 일이 아니잖아요. 원래 강 건너 불구경이 제일 재미있는 법이잖아요. 그다음은…….”

“그다음은 싸움 구경이죠, 하하.”

도훈이 씩 웃자 진시현이 말을 이었다.

“실장님은 뭘 좀 아시네요. 시실 제가 미호 언니한테 언질을 줬거든요. 김주현 조금 이상하니까 조심하라고요. 그런데도 딱 물었으니 누굴 탓해요.”

“작가님도 김주현 배우를 원하셨잖아요.”

“일단 한다고 해도 생각해 보려고 했어요. 적당한 야비함이 아니라 뭔가 최적화된 야비함이 눈빛에 보였거든요. 뭔가 찝찝했어요.”

“제가 섭외에 성공했어도 안 썼을 거란 말씀이시죠?”

“네, 정확해요.”

“작가님!”

“갑자기 왜 그렇게 크게 불러요.”

“저하고 몇 작품만 더해요! 마음이 완전히 맞는데요.”

“벌써 소환하라 시리즈로 네 작품 계약했잖아요.”

“지금 욕심 같아서는 작가님과 몇 작품 더 계약해 놓고 싶네요.”

“저 목줄 차기 싫어요. 그래서 지상파에서도 나온 거고요.”

“네, 알겠습니다.”

도훈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번 인사에는 진심을 담았다.

진시현은 배우 보는 눈이 아니라 사람 보는 눈이 있는 작가라고 메모해 둬야 할 것 같았다.

*    *    *

그로부터 8일 후.

정확히 일주일 뒤 ‘소환하라 1987’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촬영 둘째 날이었다.

이번 촬영에는 이지유와 한민국이 동시에 등장하는 씬이 있었기에 도훈도 참석하기로 했다.

도훈은 남양주에 자리한 촬영소에 차를 세웠다.

도훈은 촬영장에 도착해서 시간을 확인했다.

“10분 남았네.”

혼잣말을 뱉은 도훈은 시계를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민국의 빈자리가 컸다.

한민국도 지금쯤은 떨고 있을 테지만, 도훈도 이곳까지 오면서 꽤 헤맸다.

도훈은 차의 시동을 끄고 세트장으로 뛰려다가 손뼉을 쳤다.

“깜빡할 뻔했네.”

도훈은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했다.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 도훈을 불렀다.

“이 실장, 뭘 깜빡했다고 그래?”

고개를 돌려보니 머리가 희끗한 정여진이 도훈 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도훈이 재빨리 그녀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선생님, 그런데…….”

고개를 갸웃하며 정여진의 주위를 둘러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혼자 오신 거예요?”

“맞아, 오늘은 혼자 온다고 한 팀장한테 얘기해 놨어.”

“네, 괜히 제가 죄송하네요.”

도훈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한민국이 배우로서 촬영에 참여하는 바람에 이지유와 한민국의 케어는 한유라 팀장이 맡기로 했다.

덕분에 정여진은 혼자 운전대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언질이라도 해 줬으면 다른 매니저를 붙여 줬을 것이다.

하지만 정여진은 집에서 쉰다고 하며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안심시켜 놓고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도훈은 정여진과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주고받으며 주변을 살폈다.

그 모습에 정여진이 물었다.

“이 실장은 여기서 누굴 기다리는 거야?”

“푸드 트럭이 오기로 해서요.”

“푸드 트럭?”

정여진이 깜짝 놀라자 도훈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그렇게 놀라세요?”

“아니, 나도 주문했거든. 제자가 드라마에 첫 출연하는데 내가 해 줄 것도 없고 해서…….”

“아, 혹시 메뉴가 겹치실까 봐 걱정하시는 거죠?”

“그래, 차라리 물어볼 걸 그랬나 봐. 내가 괜한 주책을 부렸네.”

정여진이 어색하게 웃자 도훈이 손을 내저었다.

“겹치지 않을 거예요. 그러지 않아도 장동일 배우님에게 전화 왔어요.”

“뭐라고 왔는데?”

“오늘 보낼 메뉴가 뭐냐고 물어보셔서 제가 베이커리 쪽이라고 했더니……. 그럼 겹치지는 않겠네 하고 웃더라고요.”

“아, 동일이가 벌써 말했나 보네.”

“선생님이라고는 얘기 안 하고 트럭 하나 정도 더 올 거라고만 했어요. 트럭은 제가 기다릴 테니까, 선생님은 들어가 계세요.”

“그래도 혼자 들어가려니 미안하네…….”

“밖은 춥잖아요. 일단 들어가셔서 몸 좀 녹이고 계세요.”

날씨가 살짝 풀리긴 했어도 아직은 입김이 보일 정도였다.

도훈은 정여진을 조심스럽게 밀어냈다.

영화제를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정여진이었다.

아마 여독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이지유를 응원하기 위해서 온 것이 분명했다.

정여진이 세트장으로 향하려다가 힐끔 도훈을 바라봤다.

“그런데 이 실장은 내가 뭘 주문했는지 궁금하지도 않나 봐?”

“아, 궁금하죠. 그런데 지금 알면 기대감이 없어지잖아요. 트럭이 올 때까지 기대하면서 있겠습니다. 선생님.”

“하하. 여전히 말은 잘하네.”

정여진이 피식 웃으며 세트장으로 향하자 도훈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도훈은 정여진이 무엇을 주문했는지 알고 있었다.

도훈은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도훈이 푸드 트럭을 부른 이유는 간단했다.

TVL의 모솔전쟁과 케이넷의 소환하라 1987 사이에 묘한 경쟁 분위기 때문이었다.

김주현 때문에 발칵 뒤집힌 모솔전쟁 촬영 현장은 이제 진정되었다고 한다.

황강천이 선택한 해결 방법은 간단했다.

나머지 배우들의 출연료까지 모두 올려 버린 것이다.

문송 그룹의 직계다운 해결 방법이었다.

그가 배우들에게 끌려다니는 것처럼 보여도 그것은 착각이었다.

황강천은 언제든 패가 필요 없어지면 버릴 인간이었다.

어쨌든 그 후 모솔전쟁의 촬영 현장에는 푸드 트럭이 끊이지 않았다.

황강천이 지원하는 푸드 트럭이었다.

소문으로는 호텔 식당 부럽지 않은 맛이라고 했다.

덕분에 어제 첫 촬영에 들어간 소환하라 1987의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줄을 잘못 탔다느니. 모솔전쟁에 참여할 걸 그랬다느니 하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도훈은 먹을거리에서만큼은 질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식사의 질에서 밀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    *

도훈은 푸드 트럭을 세트 가까이 있는 지하 주차장까지 안내한 뒤 현장으로 들어갔다.

현장에는 컷이 연신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오늘따라 제작진과 배우들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정여진의 등장 때문인 듯싶었다.

정여진은 현장에도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없는 배우였다.

하지만 모두는 긴장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그녀는 존재만으로 촬영장이 꽉 차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배우였다.

출연자 중 가장 연장자인 장동일도 정여진에게는 선배님 대신에 선생님이란 칭호를 썼다.

컷이 연달아 울려 퍼지길 몇 번.

메가폰을 잡은 정찬성이 손가락을 말아쥐었다.

드디어 정찬성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진 것이다.

도훈은 조용히 정여진의 옆으로 갔다.

“다녀왔습니다. 선생님.”

“이 실장 드디어 왔네.”

“푸드 트럭은 밖에 세워 놨어요. 한 십 분정도면 준비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 휴식 시간이라네.”

“그럼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럼 부탁해. 이 실장.”

“네,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

도훈은 정여진에게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정찬성에게 다가갔다.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이 실장님은 언제나 씩씩하네요.”

“고생 많으셨죠. 오늘은 미리 말씀드린 대로…….”

도훈은 자신과 정여진이 부탁한 푸드 트럭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밖에 추운 관계로 푸드 트럭은 실내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었다.

실내 주차장에 선 두 개의 푸드 트럭을 본 정찬성 감독이 배를 어루만졌다.

“와, 보기만 해도 배부르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찬성이 정여진을 향해서 고개 숙였다.

“나도 준비해야 하니 조금 뒤에 보자고, 정 감독.”

정여진이 푸드 트럭 쪽으로 뛰어갔다.

그러고는 머리끝에 앞치마까지 찼다.

모두는 정여진의 모습에 입을 벌렸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정여진의 푸근한 모습을 처음 보는 듯했다.

오직 장동일만이 정찬성의 소매를 끌고 푸드 트럭으로 향했다.

“정 감독, 멍 때리지 말고 가서 먹자고.”

“하하.”

정찬성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연기자 중에도 가장 원로라고 해야 할 정여진이 직접 주문한 음식이었다.

그런데 단순히 주문한 게 아니라 정여진은 앞치마까지 두른 뒤 배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솔직한 말로 부담 백배였다.

가까이 가서 메뉴를 확인한 정찬성은 눈을 크게 떴다.

푸드 트럭에 쌓여 있는 것은 세미 뷔페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재미있는 것은 모든 것이 도시락처럼 포장되어 있다는 거다.

따끈한 밥만 뜨면 완벽한 도시락이 되었다.

문제는 도시락의 종류가 한두 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보쌈에 족발에 불고기까지 도시락을 꽉 채우고 있었다.

정찬성이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몰라 망설이자 정여진이 포근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 감독, 이거 하고 이거…… 전부 한 세트야. 그러니까 다 가져가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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