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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217화 (217/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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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현의 행동에 도훈과 한지혜가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웃음이 지나간 후, 냅킨에 적힌 캐스팅 명단을 그들은 다시 확인했다.

마지막 주연 둘을 남긴 상태.

진시현이 어깨를 감싸 쥐며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에 도훈이 물었다.

“작가님 왜 그러세요?”

“소름 돋아서 그래요. 이게 말이 돼요? 어떻게 이렇게 똑같아요?”

말을 마친 진시현은 옆을 힐끔 바라봤다.

냅킨을 입에서 걷어 낸 정찬성 피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앉아 있었다.

진시현 작가의 시선을 받은 정찬성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작가님 왜 그렇게 봐요?”

“솔직히 말해 봐! 정 피디.”

“또 뭘 꼬투리 잡으시려고요?”

“이거 깜짝 카메라 맞지? 여기 있는 이 실장한테 캐스팅에 대해서 회의했던 거 정 피디가 미리 말해 준 거잖아.”

“하하, 그럴 리가요……. 저도 엄청나게 놀라고 있어요.”

“정말이야?”

눈을 가늘게 뜬 진시현이 도훈을 바라봤다.

그녀는 의심 한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이 실장님, 진짜예요?”

“네, 진짜 맞습니다. 사실 저도 살짝 고민되는 부분은 있었어요…….”

“뭐가 고민됐는데요?”

“가장 역할의 장동일 배우님이요.”

“장동일 오빠가 왜요?”

“정수민 배우를 캐스팅하면 어떨까 하고 사실 고민해 봤거든요.”

“헛, 미쳤다!”

진시현의 반응은 다소 격했다.

덕분에 가만히 구경만 하던 한지혜가 대화에 끼어들 수 있었다.

“진 작가님, 왜 그러시는 거예요?”

“아니, 이 실장 말이야. 직업이 뭐야?”

“매니저잖아요.”

“그럼 전에는 뭐 했고?”

“그건…….”

한지혜는 말끝을 흐렸다.

어디까지 말해 줘야 하나 몰라서였다.

당황한 한지혜의 모습에 진시현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거봐, 한 피디도 이 실장이 어디서 뭐 했는지 모르잖아. 전직 점쟁이가 분명해.”

“작가님 왜 그런 결론이 나와요?”

“그렇지 않고서야, 내 머릿속까지 다 들여다볼 리 없었잖아.”

“그럼, 지금 이 실장님이 한 말이 사실이에요?”

“사실이야, 사실 장동일 오빠하고 정수민 오빠 사이에 조금 갈등했거든.”

“결정한 이유는요?”

“뭐, 정수민 오빠가 시큰둥하더라고요, 호호.”

해맑게 웃는 진시현의 모습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유였다.

두 배우를 저울에 올려놓고 재 봤는데 똑같다면?

적극적인 사람 쪽으로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

모두가 웃음 지었지만, 각자의 마음은 서로 달랐다.

도훈은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럴듯하다는 의미였다.

도훈은 정확한 내막을 알고 있다.

장동일과 비교하면 네 살 나이가 적은 정수민은 아직도 젊은 실장 혹은 혹은 기업의 본부장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는 중견 배우였다.

여기에는 동안으로 보이는 얼굴도 한몫했다.

도훈은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나중에 어느 토크쇼에서 이 배역에 왜 그렇게 소극적이었는가를 밝혔었다.

고등학교 자녀를 둔 은행원을 배역으로 맡게 되면 그동안 꿀 빨던 배역인 실장 혹은 본부장 역할이 줄어들까 해서라고 했다.

그 토크쇼에서 정수민은 그때 그 배역을 내가 맡아야 했는데 하는 멘트로 좌중에 웃음을 주었다.

도훈은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것.

사실 도훈도 이번 드라마에 투자하면서 유레카의 배우 풀을 살펴봤다.

하지만 이곳에 출연시킬 만한 배우는 없었다.

일단 출연만 한다면 광고는 떼놓은 당상이라는 신드롬을 낳는 드라마이기에 살짝 아쉬움은 있었다.

도훈은 흥행 보증 수표가 될 전시현과 정찬성 콤비의 판에 자신의 배우를 억지로 밀어 넣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잠시 놀라움이 지나가고 전시현이 말했다.

“그럼 나머지 배역을 확인하죠. 하나, 둘, 셋!”

전시현의 숫자에 따라 도훈이 냅킨을 뒤집었다.

순간 진지현이 다른 의미에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것도 잠시, 전시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냅킨을 가리켰다.

“이제야 사람 같네요. 이번에는 왜 이름을 안 적었어요?”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서요.”

“딱히 없다라, 이제까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캐스팅을 정하셨잖아요. 그런데 이번 배역은 공백으로 남겨 놨다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데요?”

“뭐, 그렇습니다…….”

도훈은 말끝을 흐렸다.

이번만은 자기 생각을 냅킨에 적지 않았다.

진시현 작가가 집필한 ‘소환하라 1987’은 전생과는 살짝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전생에는 없던 배역이 추가되었다.

남주와 여주를 서포트할 조연 역할의 남녀 배우가 한 명씩 필요하다.

대본을 읽어 보고 떠오른 배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진시현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준다는 의미에서 공백으로 남겨 둔 것이다.

어색하게 웃는 도훈을 본 진시현이 웃었다.

“혹시, 내 캐스팅이 궁금하지 않아요?”

“궁금합니다, 작가님.”

도훈이 눈에 힘을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훈은 전생과는 달리 새롭게 추가된 배역에 대한 캐스팅이 진짜로 궁금했다.

진시현은 도훈에 반응에 기분 좋은지 냅킨을 바로 뒤집었다.

순간 도훈의 눈이 커졌다.

“하하, 이지유요? 혹시 유레카의 이지유 배우를 말하는 겁니까?”

“맞아요, 그 이지유 말고 다른 이지유도 있나요?”

“이건 조금 뜻밖인데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이건 느낌이니까요.”

“혹시 말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에요?”

“흠.”

“그냥, 아이돌 출신의 상큼한 이미지가 필요해서 캐스팅한 거예요. 사실 연기력이 필요한 역할이 아니잖아요.”

“저도 작가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혹시 다른 이유는 없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죠?”

진시현이 고개를 갸웃하자 도훈은 손을 흔들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도훈은 빠르게 표정을 수습했다.

이지유를 단순히 아이돌 출신에 상큼한 외모 때문에 뽑았다고?

토론토 영화제에서 수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에 출연했고, 그 작품에선 상큼한 이미지의 배역도 아니었다.

그런데 진시현이 모른다고?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에 싹텄다.

그때 진시현이 마지막 남은 냅킨을 가리켰다.

“실장님, 마저 펴 보죠.”

“네.”

도훈이 냅킨을 뒤집자 진시현도 이번에는 뜸 들이지 않고 바로 냅킨을 펼쳤다.

도훈의 냅킨에는 역시나 배우의 이름이 없었다.

진시현이 빙긋 웃으며 도훈의 냅킨을 가리켰다.

“이번에도 캐스팅할 만한 배우가 없었나 봐요.”

“그건데 마지막 배우에 김주현 배우…….”

“표정이 왜 그렇죠? 문제라도 있나요?”

“그런 건 아니지만…….”

도훈은 말끝을 흐리며 마지막 배역에 적힌 김주현이라는 이름을 바라봤다.

그 모습에 진시현이 피식 웃었다.

“김주현 배우 알죠? 이 실장님.”

“네, 알죠.”

도훈은 영혼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진시현이 말을 이었다.

“상위 1%의 외모에 모나지 않은 연기력, 거기에 더해서 서글서글한 성격까지…….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요?”

“서글서글한 성격이요?”

“지난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는데, 성격 완전 좋더라고요. 그때 딱 낙점했잖아요.”

“아, 그러시구나.”

“이 실장 표정이 바뀌지 않네…… 왜 그래요?”

“그 배역 말이에요, 제가 추천해 드리면 안 될까요?”

“그건 조금 힘들 것 같아요.”

“흠.”

도훈이 헛기침하며 조용히 천장을 올려다봤다.

지금의 김주현이 싫다는 것은 아니었다.

도훈은 미래의 김주현이 조금 아쉬웠다.

솔직한 표현으로는 증오한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외모는 지금이 전성기였다.

연기력은 현재 기준으로 평균 이상.

현재 상황만 보면 김주현을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다만, 전생의 기억이 문제였다.

이때쯤 김주현은 지상파의 한 작품에 출연했다.

그 후 그 작품을 거하게 말아 먹는다.

당시는 신인 배우 하나가 어떻게 작품을 말아 먹느냐고 고개를 갸웃한 이들도 있었다.

그 의문이 밝혀진 것은 그로부터 4년 뒤였다.

당시를 돌아본 작가와 피디는 김주현과 만남이 악몽이었다고 한다.

촬영이 중반 정도 진행되자 김주현은 뜬금없이 대본 수정을 요청했다.

수정 요청한 것은 다름 아닌 촬영지의 배경이었다.

거기에 소품까지…….

배우로서는 선을 넘는 행동이었다.

그가 왜 그랬을까?

그가 누군가의 조언을 받았다는 게 업계의 추측이었다.

조언을 준 상대가 누구라는 것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당시에는 ‘신인배우의 갑질’이라 다소 황당한 제목으로 각 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었다.

그 후 그는 반성한다는 말을 남긴 채 몇 년 동안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물론 차후에 배우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도훈이 걱정하는 것은 김주현의 미래가 아니었다.

사실 그의 미래는 걱정할 게 못 된다.

정확히는 김주현은 드라마판을 놀이터로 생각한다.

그가 가진 배경이었다.

김주현은 어찌 보면 도훈과 닮은꼴이었다.

장경자가 드러난 큰손이라고 하면, 김주현의 부모는 음지에서 활동하는 큰손이라고 보면 된다.

대본에 입김을 불어넣은 것도 모두 자신의 이익 때문이라는 것이 진실.

신문에 나왔던 갑질이라는 단어가 사실이었던 것이다.

이쪽 바닥에 김주현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아마도 손에 꼽을 것이다.

전생에도 그의 배경이 알려진 것은 십 년도 더 지나서의 일이었다.

자신의 배경을 밝히고는 막대한 자금으로 드라마의 제작 판도까지 흔들었다.

배우로서는 실패했지만, 제작자로서는 성공한 인생.

나중에는 만나도 괜찮지만, 지금 당장 입에 넣었다가는 입천장이 델 정도로 뜨거운 감자.

바로 그게 김주현의 정체였다.

지금은 만나도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것이 핵심.

이번에 전생처럼 깽판 친다면?

전생에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칭송받았던 ‘소환하라 1987’은 세상에서 지워질 것이었다.

거기에 이지유와 출연진이 받을 상처까지 생각한다면?

도훈은 어떻게 말려야 할까를 고민해 봤다.

하지만 전생 기억에 의하면 그놈이 이 작품의 빌런이 될 것이니 조심하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도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흠.”

“표정이 왜 그래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작가님.”

“아니긴요. 딱 보니까…… 표정에서 팍 티가 나는데요.”

“제 표정이요?”

“네, 김주현 배우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죠?”

“묵비권을 행사하겠습니다, 작가님.”

“푸웁.”

진시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냅킨으로 입술을 살짝 닦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유머 감각을 유지하시네요. 사실 김주현 배우를 캐스팅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캐스팅을 못 한다고요?”

“지금 TVL하고 저하고 기 싸움 중이거든요.”

“아…….”

도훈이 입을 별렀다.

대충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진시현은 정창성과 함께 TVL로 향하다가 방향키를 케이넷으로 돌렸다.

그러니 좋게 보일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기 싸움은 배우 섭외 과정에서 벌어졌을 것이다.

도훈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TVL 쪽에 빼앗길까 봐 걱정되시는 건가요?”

“걱정은 안 돼요.”

“그럼, 김주현 배우가 확답을 내린 건가요?”

“제가 김주현을 끌어다 쓰려고 하니 TVL 쪽에서 먼저 낚아채려고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걱정이 안 되신다는 건…….”

“어차피 게임이 안 되거든요. 저희는 그쪽 못 이겨요. 이건 머니게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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