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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206화 (206/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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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도훈은 바바로티가 극찬했다는 그 음식을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그때 마리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리나는 조용히 도훈 쪽으로 걸어오더니 슬며시 상체를 숙였다.

“저 부탁이 있는데요.”

“음식이라면 조금 더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말씀하시죠.”

“저 사람들 좀 저한테 빌려줄 수 있어요?”

“저 사람들이라니요?”

“오늘 저와 같이 한 무대에서 공연했던 사람들이요. 가필드와 블랙홀 그리고 그 여자분 말이에요.”

“네?”

도훈의 눈이 커졌다.

이건 도훈도 예상하지 못한 부탁이었다.

팝의 여제가 가필드와 블랙홀을 원하고 있다.

거기에 아마추어인 윤장미와 장소담까지…….

도훈은 슬쩍 매니저의 비밀 수첩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아직도 내비게이션이 실행 중이었다.

내비게이션을 확인한 도훈이 답했다.

“바로 결정 내릴 수는 없고 조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혹시 저 까인 거예요?”

마리나가 황당한 듯 눈을 크게 떴다.

더 황당한 것은 도훈이었다.

지금 마리나는 어설프지만, 한국어를 쓰고 있었다.

“한국어는 언제 배우신 거예요?”

“어, 내가 언어의 천재였나 보네요. 아까 저분들과 공연하면서 배운 것 같은데…….”

슬쩍 말끝을 흐리며 사람들을 바라보는 마리나.

그 옆에서 라셀이 잔을 들어 올렸다.

“천재 마리나를 위해!”

“위하여.”

모두가 잔을 들어 올렸다.

그때였다.

도훈의 곁으로 임제호가 뛰어왔다.

“이 실장.”

“왜 그러세요?”

“큰일 났어!”

“왜요?”

“지금 시청자 게시판에 불났어.”

“왜 불이 나요? 불이 났으면 119로 전화를 하셔야지, 왜 여기로…….”

“아. 이 실장, 농담할 때가 아니라고.”

“일단 보죠.”

말을 마친 도훈은 태블릿을 꺼내 시청자 게시판을 확인했다.

순간 도훈의 눈이 커졌다.

가장 놀라운 것은 게시글의 숫자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천 번대였던 게시글 숫자가 지금은 만 단위로 바뀌어 있던 것.

거기에 게시글의 앞에는 약속한 것처럼 똑같은 말머리를 달았다.

<소환해 주세요!>

이런 말머리를 달고 뒤에 자기가 원하는 스타를 섭외해 달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도훈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내용을 확인하고 있을 때 마리나가 다가왔다.

“그게 뭐예요?”

“오늘 마리나가 우리 프로그램에 나왔다는 소문이 퍼졌나 봐요.”

“오! 반응이 어때요?”

“다른 스타들도 불러 달라고 난리예요.”

“저건 뭐예요?”

마리나가 게시글 하나를 가리켰다.

프로그램의 게시글에 호기심이 동한 듯 보였다.

도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

“카이클 존슨을 불러 달라네요.”

“음, 제가 요청해 볼까요?”

“괜찮습니다.”

출연시킬 수만 있다면 그 화제성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였다.

마리나는 출연료로 바바로티가 극찬했던 음식을 원했지만, 카이클도 똑같은 출연료를 줄 수는 없었다.

카이클의 출연료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이었다.

오죽했으면 카이클의 내한 공연 전 이상한 헛소문이 떠돌았을까.

나중에는 오해로 밝혀졌지만, 그가 출연료로 원한 것이 제주도였다는 헛소문까지 퍼졌었다.

그가 시간을 내어 온다고 해도 그 출연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터였다.

아니 감당할 수 있어도 콘셉트에 맞지 않는다.

거기에 ‘추억을 소환하라’의 시즌1에 대한 출연자는 모두 꽉 찬 상태.

시즌2가 진행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시청자들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조금 더 강한 자극을 원한다.

자극은 2회까지면 충분했다.

2회까지가 액션물이었다면 3회부터는 힐링물로 가는 것이 맞았다.

추억을 소환하라는 하나의 콘셉트가 아닌 다양성으로 시청자들의 추억을 자극할 테니까.

마리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카이클을 깐 거예요? 혹시 전화해도 돼요?”

마리나가 라셀을 바라봤다.

살짝 취기가 오른 라셀이 눈치 없게 마리나의 핸드폰을 건넸다.

마리나는 말릴 틈도 없이 전화를 걸었다.

순간 핸드폰 스피커에서 나오는 연결음.

동시에 커다란 연회장이 조용해졌다.

거기에 더해 모두의 시선이 마리나에게 전해졌다.

마리나가 팝의 여제라면 카이클은 팝의 황제.

지금 여제가 황제에게 전화하는 것.

사실 스타들끼리의 통화가 뭔 대수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상징성이 문제였다.

그들의 눈은 처음 마리나를 봤을 때만큼 커졌다.

잠시 카이클과 통화를 나누던 마리나가 핸드폰을 건넸다.

“잠깐 통화하고 싶다는데요.”

“저하고요?”

“네.”

마리나가 핸드폰을 건네자 도훈이 반사적으로 받았다.

도훈은 핸드폰을 들고 구석으로 걸어갔다.

점점 멀어지는 도훈의 목소리에 이제 연회장 안에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통화는 제법 길었다.

십 분 정도가 지나자 도훈이 돌아왔다.

“핸드폰 잘 썼습니다.”

“그런데 무슨 얘기를 그렇게 길게 했어요?”

마리나가 상체를 기울인다.

이건 그녀의 진심이었다.

사실 카이클에게 전화한 것은 장난이 반이었다.

카이클은 한국에서 공연한 적이 있었다.

항상 가 보라고 권하던 나라가 한국이었다.

마리나가 한국 무대에 갑자기 선다고 하자 가장 놀란 것이 친구인 카이클이었다.

마리나가 기대한 것은 당황한 도훈의 모습이었다.

이것은 친밀감을 나타내는 마리나 특유의 장난.

그런데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장시간 동안 카이클과 통화를 이어 가는 모습에 도리어 마리나가 놀랐던 것.

호기심 가득한 마리나의 표정에 도훈이 웃었다.

“별 얘기는 아니었어요. 음악에 대해서 잠시 대화를 나눴을 뿐이에요.”

“오마이갓. 음악이라니!”

“왜 그러세요?”

“지금 카이클하고 음악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다고요? 혹시 제안 같은 거 받으셨나요?”

“뭐,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대체 정체가 뭐예요? 그냥 매니저가 아니죠?”

“저 매니저 맞는데요.”

도훈이 어깨를 으쓱하자 마리나가 자신의 매니저 라셀을 바라봤다.

“라셀, 카이클하고 몇 번 봤죠?”

“뭐, 적어도…….”

라셀이 손을 접었다가 펴기를 반복한다.

대충 봐서 마흔 번은 넘은 듯 보인다.

그 모습에 마리나가 말을 이었다.

“그중에 몇 번이나 음악에 관한 얘기를 나눴죠?”

“음악에 관한 얘기라면…….”

“한 번도 없었죠.”

“그렇죠. 카이클은 딱 몇 명하고 만 음악을 토론하잖아요. 그중에서…….”

라셀은 카이클과 음악적 교감을 나누는 몇몇 프로듀서 이름을 댔다.

모두가 카이클의 음반에 참여했던 최고의 작곡가들이었다.

그들의 대화에 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나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마리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볼 수 있을까요?”

“보다니요?”

“도훈의 곡 말이에요.”

“흠.”

도훈은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사실 도훈도 카이클과 통화하며 적잖게 놀랐다.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카이클이 다짜고짜 반갑다고 할 줄은 몰랐다.

카이클은 이미 도훈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대충 사연을 들어보니 까를로스와 LA 오케스트라의 마이클 윌에게 들었다고 했다.

그러지 않아도 수소문하던 끝에 뉴 키즈의 제이든까지 도훈에 대해서 말했다고 한다.

물론 그들이 극찬한 것은 도훈의 작곡 실력이었다.

덕분에 카이클이 도훈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

재미있는 것은 도훈에게 메일을 몇 번씩 보냈다고 했다.

사실 도훈도 그 메일이 기억났다.

도훈은 그 메일이 진짜 팝의 황제 카이클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카이클에 직접 메일을 보낼 것이라고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아마 누구라도 그것을 스팸 메일로 착각했을 것이다.

낯선 곳에서 계속 보내온 스팸 메일을 도훈은 과감하게 차단했다.

카이클은 대한민국의 콧대 높은 작곡가에게 까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도훈은 10분간의 대화에서 그 오해에 대해서 풀었다.

마지막에는 조만간 한국에 방문해서 도훈을 찾아온다고도 했다.

그때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겠다는 약속을 한 후 대화를 종료시켰다.

그때 마리나가 미간을 좁혔다.

“지금 사람 차별하는 거 아니요?”

“하하, 아닙니다.”

“그럼, 제게도 보여 주시죠.”

“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알았어요.”

그때였다.

구경만 하던 가필드의 장혁이 번개처럼 튀어 왔다.

얼마나 빠른지 총알이라 착각이 들 정도였다.

뭐, 분위기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갑자기 뛰어와서는 도훈의 앞에 멈춰 선 장혁이 다급하게 외쳤다.

“제가 찜한 건 다른 사람에게 주시면 안 됩니다, 형.”

“…….”

깜짝 놀란 마리나가 장혁과 도훈을 번갈아 봤다.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마리나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무슨 곡이에요?”

“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미스터 장과 같이 작업하기로 한 곡이 있어서요.”

“들어 볼 수 있을까요?”

“뭐, 어렵지는 않은데…….”

“그럼, 잠깐 들려주세요.”

“갑자기 이러면 미스터 장이…….”

도훈은 말끝을 흐리며 장혁을 바라봤다.

준비됐냐는 듯 눈짓하자 장혁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가사도 모르잖아요.”

“흠, 어쩐다…… 미스터 장이 모른다고 하네요.”

“그럼 직접 불러 주시면 되잖아요.”

마리나가 도훈을 바라봤다.

그 모습에 도훈이 난감한 듯 주변을 살폈다.

그런데 도훈의 예상과는 달리 모두가 뜨거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조용히 있던 우시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래해!”

그 모습에 장혁이 손뼉을 쳤다.

“노래하세요!”

마치 초등학교 교실의 장기 자랑 시간이 되어 버린 연회장.

모두는 도훈을 향해 손뼉을 쳤다.

짝. 짝.

마지막에는 마리나마저 그 외침에 동조했다.

“노래해요!”

“듣고 싶다.”

라셀도 일어나서 손을 흔들었다.

도훈이 조용히 무대 쪽으로 걸어갔다.

물론 마이크도 없었다.

하지만 도훈은 당연하다는 듯 무대 위에 섰다.

가수로서 서는 것은 아니었다.

이곳의 대표로서 무대에 선 것이다.

전생에도 콘서트나 시상식 뒤풀이에서 자주 마이크를 잡았었다.

사실 뒤풀이는 제작진들의 무대가 맞았다.

몇 시간 동안 열창을 했던 가수들에게 마이크를 잡으라고 하는 것은 연장 근무를 하라는 것과 같았다.

몇 시간 동안 공연을 하고도 흥에 겨워 마이크를 잡는 가수도 있지만, 그들 대신에 도훈이 나서는 게 맞았다.

도훈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고는 재빨리 수첩의 인벤토리를 바라봤다.

사실 이런 무대에서 수첩의 비밀 스킬을 쓴다는 게 이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도훈은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힘으로 오늘 고생했던 아티스트의 피로를 풀어 주고 싶었다.

알파벳의 모든 능력은 이미 도훈의 인벤토리로 다시 돌아온 상태.

도훈은 모든 능력을 한 번에 쏟아부었다.

이렇게 오버하는 데는 알코올의 화학 작용도 있었다.

손가락을 튕기던 도훈이 제작진을 밟기 시작했다.

딱. 딱.

구두를 신고 있는 덕분에 마치 탭댄스를 추는 것 같은 분이기가 되었다.

도훈의 스텝에 모두가 어깨를 들썩인다.

순간 마리나의 눈이 커졌다.

도훈에게 아우라가 보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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