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99화 (199/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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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20분 후 촬영팀은 로티 월드에 도착했다.

티켓을 보여 주고 입구로 들어간 블랙홀 멤버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어 있었다.

모두가 한 번씩 보고 지나치긴 하는데 ‘뭐지?’ 하는 호기심만 나타내고 사라졌다.

그 모습에 우시원의 옆에 머플러로 얼굴을 가린 사내가 속삭이듯 말했다.

“도와줄까?”

“괜찮아요, 장혁 선배님.”

그들의 모습에 한지혜가 활짝 웃었다.

신인 그룹과 탑 아이돌 그룹의 리더인 장혁의 절묘한 조화.

그 후 상황도 비슷했다.

장혁이 도와주려는 모습에 우시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빠져나가려 애썼다.

물로 놀이공원에 온 사람 중 몇은 블랙홀을 알아보고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다.

그때마다 장혁은 머플러를 내리고 속삭였다.

“도와줄까?”

그렇게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박창성이 블랙홀 멤버들에게 외쳤다.

“이제 한 시간 남았습니다. 여러분!”

한 시간 후.

박창성은 스톱워치를 눌렀다.

찰칵.

“시간이 다 지났습니다. 이제 모두 철수합니다.”

“아! 전단지가 이렇게 남았는데…….”

우시원이 아쉬운 듯 머리를 감싸 쥐었다.

서찬휘도 허탈하게 줄을 선 이를 바라봤다.

그때였다.

그때 옆에 머플러로 얼굴을 가린 장혁이 우시원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가 도와줄까?”

“선배님이 도와주신다고요?”

“와, 사람 차별하네. 이 선생님한테는 형이라고 부르고 나는 왜 선배라고 하는데? 솔직히 누가 더 어려 보여?”

“흠.”

“앞으로는 형이라고 불러! 그렇게 안 부르면 알지?”

장혁이 주먹을 말아쥐며 악당 같은 미소를 지었다.

우시원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혁이 형. 그런데 도와주신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시간도 다 지났잖아요.”

“너희는 시간 제약이 있잖아. 그런데 나는 그런 규칙을 지킬 필요가 없잖아.”

“…….”

우시원이 뭔가 말이 된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그때 옆에 있던 서찬휘가 고개를 흔들었다.

“장혁 선배님, 그건 말이 안 되잖아요.”

“너도 형이라고 불러.”

“저도요?”

“그래. 서찬휘라고 했나? 너까지는 내가 동생으로 인정하마!”

그 말에 뒤쪽에 있던 장선우와 주현빈 그리고 박수호가 걸음을 멈췄다.

마치 삼 일은 족히 굶은 아기 고양이처럼 서글픈 눈으로 장혁을 바라봤다.

그 모습에 장혁이 한숨을 쉬었다.

“휴, 그래, 너희 모두 날 형으로 불러도 좋다. 내가 호형호제를 허락하마!”

“앗, 감사합니다. 장혁 대형!”

장선우가 무협 영화에서나 볼 법한 포권까지 했다.

옆에 있던 주현빈은 목소리를 깔고 답했다.

“감사합니다, 형님.”

그들의 모습에 장혁이 한숨을 쉬었다.

“휴, 블랙홀도 참 힘들겠다. 카메라에 좀 적응되면 막 날뛰겠어. 다들 캐릭터가 참신하네.”

씩 웃는 장혁의 모습에 서찬휘가 입맛을 다셨다.

“쩝, 그래도 형이 제일 강렬하시잖아요.”

“내가 강렬하다고? 어떤 면에서 강렬하다는 거지?”

장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서찬휘는 흠칫하며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지금 서찬휘가 했던 말은 가끔은 미친개라 언급되는 장혁의 성격을 두고 한 말이었다.

여기서 그 말을 했다가는 두 시간 뒤 자신이 있을 곳은 무대가 아니라 응급실이 될지도 몰랐다.

사실, 가필드와 친해지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선배 중에서도 가장 무섭다는 것이 바로 가필드였다.

물론 마주친 적은 이번에 처음이기에 소문으로만 들었다.

가필드, 그곳도 장혁에게 동생 타이틀을 얻기는 하늘의 별 따기.

장혁은 최대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대에서 강렬하시잖아요.”

“오, 어떤 면에서 그렇게 생각하는데?”

“칼 같은 군무와 보컬 그리고 형님의 미소. 그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서찬휘를 말끝을 흐렸다.

임펙트를 주기 위함이 아니라 생각이 나지 않아서였다.

서찬휘의 이마에서 땀 한 방울이 봄날 새싹처럼 피어났다.

그때 우시원이 말을 받았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처럼요. 외모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요. 솔직히 무대보다는 앨범이 강렬하다고 생각해요.”

“앨범이?”

“네, 앨범을 들어 보면 얼마나 고심했는지가 보이더라고요.”

우시원이 씩 웃자 장혁이 한걸음 다가왔다.

본능적으로 뒷걸음치는 우시원.

장혁이 우시원의 손을 꼭 잡았다.

“내 외모보다 음악을 칭찬해 주는 동생은 네가 처음이다, 고맙다.”

“제 진심인데요, 뭘.”

우시원이 어색하게 웃자 옆에 있던 서찬휘가 주막을 꽉 쥐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정답을 놓쳤기에 저리 아쉬워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때 장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런데 내가 왜 도와주면 안 된다는 거지?”

장혁의 질문에 우시원과 서찬휘는 입술만 달싹였다.

그 모습에 한지혜 피디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가필드는 우리 프로그램 출연자가 아니잖아요.”

“제가요? 벌써 나오고 있잖아요. 지금 카메라가 저를 찍고 있는데 왜 제가 출연자가 아니라는 겁니까?”

“그래서 얼굴 가리고 있잖아요. 이건 블랙홀의 성장기를 담은 아이돌 메이커도 같이 겸해서 촬영하는 거예요. 그런데 대한민국 탑돌인 가필드가 딱 나오면 뭔가 이상하잖아요.”

“아, 그럼 제가 도와줄 방법은 없는 건가요?”

“아무래도…… 가필드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장혁 씨가 화면에 나오면 시선이 분산되니까요.”

“많이 분산될까요?”

“네, 많이 분산돼요. 장혁 씨 현재 위치를 생각하셔야죠.”

“아쉽네, 저도 오늘 도와주고 싶었는데…….”

그때 도훈이 슬쩍 말을 낚아챘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죠.”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 실장님?”

“장혁이란 아티스트가 눈에 띄지 않게 도와줄 방법이요.”

“눈에 어떻게 안 띌 수가 있어요?”

“지금처럼 얼굴을 가리면 눈에 띄지 않을 거 아니에요.”

“그럼 얼굴을 가리고 신인의 매니저가 된다는 거네요.”

“네, 콘셉트 자체가 그런 거죠.”

“와, 그거 괜찮은데요. 실장님 말씀대로 하면 고정으로 해도 될 것 같아요. 마스크 매니저 어때요?”

“아…….”

도훈이 입을 벌렸다.

마스크 매니저란 프로그램은 전생의 기억에는 없었다.

마치 마스크를 하고 나오고 암막 뒤에서 노래를 부르고 하던 프로그램은 있었다.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은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처음이라는 점.

그때 한지혜가 물었다.

“그런데 마스크를 해도 정체가 들통나지 않을까요? 일반 회사면 모르겠지만요.”

“뭐, 음성변조기를 쓰면 되고요. 반드시 선배가 아니라 후배가 지인이 나와도 되니까.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일반 회사에서 신입으로 좌충우돌하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갑자기 프로그램 아이디어가 샘솟죠?”

한지혜가 눈을 빛냈다.

그녀의 상상 속에는 벌써 시청률이 치솟고 있었다.

그때 장혁이 말했다.

“어떻게 해요?”

“그냥 도와주면 되지요. 대신에 오늘 하루는 다른 사람들에게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될 것 같은데요.”

도훈이 씩 웃자 장혁이 눈을 빛냈다.

그러고는 재빨리 핸드폰을 들었다.

장혁은 뒤에 떨어져서 걸어오며 계속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촬영팀은 그를 잠시 기다려 주기로 했다.

도훈도 갑자기 여기저기 전화를 하는 장혁의 행동이 궁금했다.

오 분이 지나도 통화가 계속되자 도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지금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았다.

지금 출발하면 공연 시작 전까지 2시간가량이 남는다.

블랙홀은 주 경기장 앞에서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했다.

오늘 무대에 등장할 스페셜 게스트의 리허설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시간이니 말이다.

게스트의 리허설이 모두 끝난 후.

블랙홀은 그때부터 리허설을 시작하면 되었다.

도훈이 조용히 장혁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가서 보니 표정이 심상치 않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미간이 자글자글하다.

불만이 가득하다는 증거였다.

가끔 언성도 높이는 것이 뭔가 터질 듯한 분위기였다.

정확히 10분이 지났을 때 장혁은 핸드폰을 ‘탁’ 하고 닫았다.

그러고는 미안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조금 전 통화할 때와는 완벽하게 다른 표정이었다.

마치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가 현신한다면 저런 표정이 아닐까 도훈은 생각했다.

그때 장혁이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선생님.”

“괜찮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기에 언성을 높인 건가요?”

“아니, 우리 가필드 멤버들이 못 온다잖아요.”

“네?”

“얼굴 가리고 매니저 하는 건 좋은데, 이 좋은 걸 혼자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 가필드 전체 다 소집했어요.”

“각자 스케줄이 있을 텐데…….”

“없어요. 오늘은 원래 공식적인 휴일이었습니다.”

씩 웃는 장혁의 모습에 도훈이 미소로 답했다.

참, 재미있는 친구였다.

아무래도 멤버들에게 이곳으로 오라고 한 것 같았다.

각자의 사생활을 깡그리 무시하고 내리는 리더의 지시라…….

과연 그게 먹힐까?

도훈은 100% 먹힌다고 봤다.

그것은 가필드의 수익 구조 때문이기도 했다.

가필드는 무조건 수익을 동일하게 나눈다.

그것은 장혁이 제안한 내용이다.

재계약 때도 그 조건은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가필드 매출의 50%가 장혁의 개인 CF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끼워 팔기는 별도로 장혁의 개인 매출이 그 정도이다 보니 그가 가필드를 먹여 살린다고 봐도 되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수입을 양보하는 리더라…….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가필드가 해체되면 가장 아쉬워할 사람은 장혁을 제외한 나머지였다.

그러니 장혁의 입김이 막강할 수밖에 없었다.

장혁이 자신의 이익을 양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음악이라고 했다.

여기까지가 도훈이 알고 있는 장혁과 가필드의 사정이었다.

도훈이 앞쪽을 가리켰다.

“그럼, 일단 돌아가 보죠.”

“저는 여기에 남겠습니다. 남은 전단지나 주세요, 선생님.”

“여기에 남겠다고요?”

“일단 남은 전단지는 우리가 돌리고 갈게요.”

“네?”

“여기가 사람이 제일 많잖아요. 우리 멤버들도 마스크 쓰고 오라고 했어요. 선생님.”

“참, 그냥 형이라고 불러도 됩니다. 선생님이란 호칭은 조금 부담스럽네요.”

“진짜 그래도 돼요?”

“물론입니다.”

“그럼, 선생님도 말씀 낮추세요.”

“그럴까요? 그런데, 괜히 가필드의 리더한테 하대했다가 팬들한테 폭탄 맞는 거 아니에요?”

“그건 걱정 마세요. 제가 오늘 팬카페에다가 이도훈 작곡가님과 도원결의 맺었다고…….”

“정말 올리게요?”

“벌써 올라갔는데요.”

장혁이 씩 웃는다.

동시에 도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거리를 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이건 말로만 듣던 무데뽀였다.

그러고 보면 이제까지 일간지의 사회면에 한 번도 안 나온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행동하다 보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장혁은 소문만 무성했지 대중에게 사과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것은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있다는 말이었다.

“정말 혼자 있어도 돼요?”

“그럼, 형은 여기 남아 주시든가요.”

“흠, 그러죠. 촬영팀은 일정이 있으니 보내고 저는 남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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