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97화 (197/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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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강천이 눈썹을 꿈틀대자 그의 비서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이사님, 일단 참으시고……. 보는 눈이 많습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나한테 그러면 안 되잖아.”

“지금 사람들 보세요. 다들 카메라 들고 있잖습니까? 이사님.”

비서가 주변을 가리켰다.

순간 황강천의 표정이 변했다.

“제 얘기는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가필드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거기서 또 하시려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대체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투자자님.”

장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눈썹이 꿈틀대는 것을 봐서 뭔가 일이 터질 분위기였다.

“그게 아닙니다. 저도 순서를 기다리려고 하는 중이었거든요.”

황강천이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재빨리 장혁의 옆에 섰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건 장혁이었다.

순간 터지는 플래시.

찰칵.

장혁이 뭐라 하기도 전에 황강찬은 뒤로 물러났다.

순간 팬들은 바로 장혁에 집중했다.

덕분에 팬 사인회는 무리 없이 이어졌다.

도훈은 황강천을 바라봤다.

문송의 막내라…….

전생에 그가 이 바닥에 발을 디뎠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

대체 무슨 일일까?

정확히는 문송 그룹 자체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는 관심이 없었다.

뭔가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거기에 저 캐릭터!

왠지 개연성이 없는 모습이었다.

재벌가에서 자란 놈이 연예인에게 고개를 숙인다고?

그건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었다.

아무리 날고 긴다는 연예인도 돈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미래의 광고주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고 해야 정확할 터다.

그것이 이 바닥의 생태계였다.

그런데 생태계의 가장 위쪽이 있는 맹수가 이빨을 숨기고 웃음을 보인 것이다.

물론 잠시 감정을 드러내긴 했지만, 바로 얼굴을 바꾸고 천연덕스럽게 셀카를 찍는 모습은 만렙 연기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맹수가 이를 드러내지 않고 웃음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더 구미가 당기는 사냥감이 앞에 있을 때밖에는 없었다.

가필드는 미끼고 사냥감은 유레카라는 것이다.

도훈은 황강천의 선전포고를 흘려듣지 않았다.

멀어져 가는 황강천을 바라보던 도훈이 입맛을 다셨다.

그가 자신을 노린다면 도훈도 황강천을 노리는 것이 수순에 맞았다.

왠지 연예계의 판도가 전생과 비교하면 경천동지할 만큼 달라질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때였다.

장혁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곡 저를 주시죠, 선생님.”

“제가 얘기한 내용에서 바뀌는 건 없을 것 같네요.”

“그럼 제 팬들한테 선생님이 저를 때렸다고 할 겁니다.”

“네?”

“제 성격은 들어 보셨죠?”

장혁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사실 장혁은 최후의 수단을 쓴 것이다.

그가 이렇게 도훈은 협박하는 이유는 올림픽 공원에서 고양미가 흥얼거렸던 노래 때문이었다.

장혁은 커피숍에서 그 노래를 듣고 바로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러고는 문에 귀를 갖다 대고 노래를 들어 봤다.

얼마나 문 앞에 귀를 대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장혁이 그날 스토커로 오인당하여 경찰에게 연행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곳에서 작곡가인 고양미를 볼 수 있었다.

고양미와 경찰은 그가 가필드의 리더 장혁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스토커 사건은 일단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후 고양미와 곡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었다.

물론 그 곡을 자신에게 달라는 부탁이 대화의 핵심이었다.

고양미는 그 곡의 작곡가는 별도로 있다고 했다.

그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당시 그렇게 만난 것이 도훈이었다.

그날 도훈이 말해 준 곡명을 듣고 난 장혁은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곡의 제목이 바로 ‘앨리스’였기 때문이다.

사실 자신이 도훈과 만나게 된 것은 토끼 때문이었다.

고양미와 도훈을 만나게 된 계기가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와 똑같았다.

엘리스도 토끼를 쫓다가 이상한 나라로 가니 말이다.

장혁은 이 곡이 자신의 귀에 들어온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훈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등장인물보다도 더 이상한 사람이었다.

도훈이 말하길 그 곡이 마음에 들면 그냥 갖다 쓰라고 했다.

뭐, 정식으로 곡을 준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어떤 조건도 없다는 점이었다.

어떤 절차도 없이 그냥 가져다 쓰라고 했다.

마치 온라인에 떠다니는 오픈 소스라고 생각하고 쓰라 했다.

완성된 곡을 그렇게 가져다 쓴다는 것은 장혁의 DNA에 각인된 아티스트의 영혼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때 도훈이 답했다.

“그럼, 팬 사인회 끝나고 다시 얘기해 보죠.”

“약속입니다.”

“네. 약속하죠.”

“진짭니다. 약속해 주세요.”

장혁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순간 주변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진짜 무슨 사이야?”

“지금 선생님이라고 하잖아. 혹시 저 매니저가 작곡가 아니야?”

“설마?”

“아윌비백도 저 매니저가 편곡과 작사를 담당했다고 했어.”

“정말?”

“기사에 다 나온 건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어떻게 이 복잡한 세상에 신문까지 보면서 사냐? 그냥 가필드 오빠들만 챙기면 되지.”

“하긴 그렇다.”

“그런데 저 매니저 오빠가 우리 장혁 오빠 다음 앨범을 프로듀싱할 모양이네.”

“그러게, 잘됐으면 좋겠다.”

“잠깐만!”

“왜 또 그런 표정을 짓고 그래?”

“그러면 매니저 오빠도 응원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힘이 남으면 당연히 응원해야지.”

“팬 사인회 끝나면 우리 지부 애들한테 블랙홀 음원도 좀 스공하라고 알려 줘.”

“알았어.”

그들의 대화는 점점 산으로 가고 있었다.

아마 이 상황이 날씨라면 기상 캐스터는 이렇게 말할 것 같았다.

가필드는 여전히 맑음.

블랙홀은 흐렸다가 맑음.

스타플레이어는 맑은 하늘에 날벼락.

대충 상황은 이런 분위기였다.

*    *    *

다사다난했던 코엑스 던전 공략은 그렇게 끝났다.

도훈은 그들을 모두 코엑스 건너편에 있는 한정식집으로 초대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었다.

도시락을 준비했다고 했지만, 밖에서 도시락을 까다가는 체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도시락을 까는 장면은 별도로 찍기로 했다.

조작 방송은 아니었다.

한정식의 식사 장면은 블랙홀 몰래 삽입할 것이다.

가짜로 도시락을 까는 장면은 히든 카레라의 형태로 편집될 것이다.

제작진들까지 들어서자 한식당의 이 층은 그들이 전세 내는 꼴이 되었다.

*    *    *

대규모 인원의 주문에 한식당 사장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표정이었다.

많은 인원이 몰려와 이렇게 매상을 올려 주는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보통 그들이 나갈 때 생긴다.

사실 이런 많은 인원이 식사를 하다 보면 외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카드를 긁으려다 보면 법카 한도가 초과되기 때문이다.

그때 다른 누군가 개인 카드를 내밀며 나눠서 결제해 달라고 하면 문제는 깨끗하게 해결된다.

하지만 그때 카드를 내미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 대부분의 상황이었다.

나중에 들은 말에 의하면 대신 카드를 긁을 때는 쉬운데 돈을 돌려받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카드 한도가 초과되면 외상을 하고 나간다.

식당 사장은 신분이 확실한 사람이니 떼이진 않겠거니 안심한다.

방송국에서 나온 사람에게 음식값을 떼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다 맞은 뒤통수가 벌써 열 번이었다.

그때 식당 사장 앞에 직원이 왔다.

“사장님 주문 확인하셨어요?”

의미심장한 목소리에 식당 사장은 화들짝 놀라 모니터 화면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주문이 떠 있었다.

식당 사장은 주문한 금액을 보고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무려 금액이 육백만 원에 가까웠다.

그것도 잠시 직원을 바라봤다.

“혹시, 주문 잘못 받은 거 아니야?”

“아니에요. S코스로 50인분 정확해요. 거기에 사이드 메뉴도 있고요.”

“아, 미치겠네.”

“그죠. 아무래도 이번에도 냄새나죠.”

“네가 가서 선결제해야 한다고 넌지시 말해 놓고 와.”

“사장님이 집적 가세요. 저는 주방에 보류하라고 해 놓을게요. 솔직히 저 사람들 보기에만 멀쩡하지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가잖아요.”

“그래, 그럼 너는 장 쉐프한테 일단 보류하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직원은 바람처럼 주방으로 달려갔다.

식당 사장은 다시 메뉴를 확인했다.

“아, 많이도 시켰네. 그냥 정식 하나씩만 먹고 가지…….”

그때였다.

누군가 그의 앞에 카드를 내밀었다.

갑자기 눈앞에 보이는 카드에 식당 사장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

“몇 번 방에서 식사하셨죠?”

질문을 던진 식당 사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상대의 얼굴이 낯이 익어서였다.

“저쪽 방으로 들어가신 분들 식사 좀 대신 결제하고 싶어서요. 그리고 1인분 더 추가해서 계산해 주세요.”

“호, 혹시…….”

“네,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사람 맞습니다.”

“와, 진짜 장혁 씨가…….”

“그렇죠, 맞습니다. 제가 바로 대한민국의 탑 아티스트 장혁입니다. 혹시 사인 필요하시면 말해 주세요.”

“그럼, 사진도 가능하실까요?”

“뭐, 얼마든지요.”

“제가 연예인 할인도 해 드리겠습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아닙니다. 별건 아니지만, 할인해 드릴 테니 사인에 잘 먹고 갔다는 말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이죠.”

그 말에 주인은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고 카드를 긁었다.

장혁은 주인이 내민 사인지에 정성스럽게 펜을 그었다.

사사삭.

장혁의 사인이 다 완성되었을 때 주인이 영수증을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그럼 즐거운 식사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장혁 씨.”

“네.”

장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추억을 소환하라 제작진들이 모여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

몇 발짝 걷던 장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카드 영수증을 확인했다.

그는 다시 돌아가 식당 사장에게 물었다.

“사장님, 이 금액 잘못 나온 거 아닌가요?”

“그 금액 맞습니다.”

“점심부터 술을 마실 리도 없는데 왜 금액이 이렇게…….”

“저 방에 계신 분들이 전부 S코스를 주문하셨더라고요.”

“혹시 이게 할인 들어간 금액인가요?”

“네, 맞습니다. 장혁 씨가 드신다는 1인분만 할인 넣었습니다.”

“아.”

장혁은 입을 벌렸다.

도훈을 만나기 위해 평소 꺼내지 않던 카드를 검처럼 뽑았다.

사실 그는 카드를 쓸 일이 별로 없었다.

그의 유명세와 카드 지출은 반비례했다.

옷은 대부분 협찬으로 때웠고 전자제품도 마찬가지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협찬에 가끔 돈을 쓰려면 상대방에서 손을 휘휘 저으며 자신보다 먼저 카드를 빼 들었다.

간만에 빼 든 카드에 심장이 아려 오니 난감할 따름이었다.

무슨 먹깨비도 아니고 가볍게 먹어야 할 점심에 1인당 10만 원짜리 정식이라니!

그것도 잠시, 장혁은 표정을 수습했다.

그는 사람 좋은 얼굴로 사장에게 인사를 건넨 뒤 도훈이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

장혁이 가필드 멤버와 떨어져 여기까지 온 이유는 도훈이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팬 사인회가 끝나면 곡에 대해 상의하겠다고 한 도훈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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