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91화 (19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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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 두 개의 리서치 기관에서 나오는 공식 시청률이 나오겠지만…….

첫 번째 문자를 본 도훈은 주먹을 꽉 쥐었다.

1.2%

처음 시청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케이블 채널의 평균 시청률은 웃돌고 있었다.

이 정도면 효자 프로그램이라고 봐도 되었다.

거기에 더해 현재 케이넷의 프로그램 시청률 중에 꽤나 높은 편이었다.

지금 화면에서 나오는 영상은 도훈이 확인했던 것이다.

도훈은 이미 완성된 편집본까지 모두 시사회를 마쳤다.

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없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궁금해서 미칠 정도였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닌 진짜 시청자들의 반응 말이다.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이었다.

어떻게 보면 블랙홀의 데뷔 무대보다도 지금이 더 떨렸다.

도훈은 힐끔 장 비서를 바라봤다.

장 비서의 시선은 TV에 고정되어 있었다.

걱정 때문에 잠도 못 자는 장 비서가 이 정도로 빠져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었다.

살짝 올라가는 도훈의 입꼬리.

마치 방안에 초승달이 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미소는 정확히 10분이 지난 후까지 지워지지 않았다.

도훈의 미소는 임제호의 다음 문자가 왔을 때 지워졌다.

도훈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지고 경악이라는 감정으로 물들었다.

7.3%

순간 시청률이 치솟았다.

10분 만에 6.3%로 치솟았다.

누군가는 시청률은 과학이라고 말한다.

미디어공학이라는 별도의 학문도 있지 않은가.

10분 만에 변할 수 없는 수치였다.

뉴스 속보가 나온다고 해도 이 정도로는 치솟을 수 없었다.

시청률의 상승은 다른 프로그램에서 시청률을 빼앗아 오는 것이라고 봐야 했다.

누군가의 채널을 돌리려 한다면 그만큼의 자극을 만들어야 하는 법이었다.

그렇게 자극을 주면서 대박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게 된다.

여기서 ‘가파른’이라고 하는 표현은 10분에 몇 퍼센트씩 오르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한 번에 두 골을 넣을 수는 없는 일.

한 골씩 쌓아 승리하는 축구 경기의 룰처럼 시청률도 단계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이 정상이었다.

지금의 시청률 상승 곡선은 ‘불규칙’ 혹은 ‘예외’란 단어 이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잠시 경악이란 감정으로 물들었던 도훈의 얼굴이 살짝 꿈틀거렸다.

도훈은 보름달이 된 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방송국을 장악하라 연계 퀘스트: 시청률을 장악하라 3단계가 실행됩니다.]

[시청률 100,000% 달성 시 성공. 기간: 무제한]

도훈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기본 퀘스트의 문구였다.

잘하면 빠른 시일 내에 3단계도 클리어할 수 있을지 몰랐다.

3단계를 클리어한다면 보상으로 무엇이 떨어질까?

도훈은 요즘 들어 인생은 게임이라고 했던 누군가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그때였다.

화면이 바뀌며 잠시 중간 광고가 등장했다.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이 광고 뒤에는 뉴 키즈의 공연이 끝나고 블랙홀의 무대로 바뀐다.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릴까?

지금 생각 같아서는 세상의 모든 리모컨을 다 없애 버리고 싶었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지만, 마음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때 누군가 도훈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도훈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짓다 말고 웃었다.

이 방안에는 자신과 장 비서만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도훈이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왜 그래요? 장 비서님.”

“저, 유레카에서 일하겠습니다.”

“아깐 그렇게 망설이더니 왜 마음이 바뀌었어요?”

“저, 뉴 키즈 팬이거든요. 마이클 제이슨도 그렇고…….”

“단순한 팬심입니까? 뉴 키즈가 유레카 소속은 아니에요. 잠시 협업하고 있을 뿐이에요.”

“그건 저도 압니다. 문득 뉴 키즈만큼 유명한 그룹을 팝의 고향에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

도훈은 말없이 장 비서의 눈을 바라봤다.

장 비서의 눈빛은 고요했다.

마치 득도한 고승의 눈빛 같았다.

돌을 하나 던진다면 파문이 일 것 같은 그런 고요함이었다.

장 비서가 말을 이었다.

“사실 이도준 본부장의 지시를 받아 유레카를 꽤나 깊이 조사했습니다. JK엔터 시절 유레카는 아무 기반도 없었죠. 그런데 갑자기…….”

장 비서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꽤 자세했다.

도훈과 관계있는 주변 인물들까지 포함한 이야기였다.

쉴 틈 없이 내뱉는 움직이던 장비서의 입술을 도훈이 멈췄다.

“잠시만요, 장 비서님.”

“왜 그러십니까?”

“혹시, 이도준 본부장도 그 얘기를 알고 있었나요?”

“전부는 아닙니다. 초기에 한 보고 이외에는 모두 저만 알고 있습니다.”

“이유를 들어 봐도 될까요?”

“제가 보고해도 해결책이 없었으니까요.”

“해결책이라니요?”

“제가 보고하면 저보고 해결책을 만들어 오라고 하는데 어떻게 합니까? 해결책이 없으면 단번에 무능한 비서가 되어 버리고요. 제가 비서지 제갈공명은 아니잖습니까?”

“하하.”

“제가 너무 당당하게 말씀드렸나요?”

“아닙니다. 그럼, 같이 일하시는 걸로 하죠.”

“네? 그렇게 간단한가요? 제가 알기로는 황수영 대표와도 상의를…….”

“아닙니다. 이건 유레카의 일이니, 황수영 씨와는 상관없습니다.”

도훈이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자 장 비서가 맞잡았다.

그것도 잠시, 광고가 지나가자 장 비서는 재빨리 손을 뿌리치고 침대 쪽으로 달려갔다.

장 비서는 다급하게 가방 하나를 들고 왔다.

그곳에서 꺼낸 것은 노트북이었다.

장 비서는 탁자에 노트북을 놓고 전원 버튼을 눌렀다.

탁. 탁.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가 몇 번 들리자 노트북 화면에서는 황토색 배너가 보였다.

장 비서의 눈은 포털 사이트 오른쪽에 고정되었다.

그곳은 실시간 검색어가 위치한 공간이었다.

도훈이 물끄러미 보고 있자 장 비서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부터 유레카 직원인데 밥값 해야죠. 그렇다고 월급을 오늘부터 달라고 하지는 않을 테니 마음 놓으십시오. 대표님.”

장 비서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편해 보였다.

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음 달부터 드리겠습니다.”

“네? 다음 달이면 내일이잖습니까?”

“서류는 메일로 보내 드릴 테니 일정에 맞춰서 준비해 주세요.”

“헉.”

장 비서가 탄성을 터뜨렸다.

도훈의 말 때문이 아니었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순위를 도배한 키워드 때문이었다.

―1위 뉴 키즈

―2위 추억을 소환하라

―3위 케이넷

…….

―10위 블랙홀

블랙홀은 등장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실시간 순위에 올랐다.

그것은 시청자들이 키보드가 휘어질 정도로 검색에 열중했다는 증거였다.

*    *    *

다음 날 아침.

도훈은 모처럼 장경자와 마주 보고 있었다.

이렇게 둘만이 시간을 가지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들의 앞에는 커피 대신 전통차가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었다.

오늘만큼은 평소에 들리던 음악도 TV 소리도 없었다.

엄지연의 목소리도 사라진 지 오래.

모든 것이 장경자의 지시였다.

지금의 장면이 뉴스에 나온다면 정상회담으로 오해하기에 딱 맞을 분위기였다.

착각이 아닌 것이 도훈도 묘하리만큼 억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제부로 이세훈의 손발이 꽉꽉 묶였기 때문이다.

이세훈의 손발을 묶는다는 것은 미라클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는 것.

어느 정도 말을 해 놓긴 했어도 장경자의 입장에서는 씁쓸할 것이다.

도훈은 장경자의 손에 회초리가 들려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장경자가 회초리를 든다면 다리를 걷어 올릴 결심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장경자의 입을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이젠 찻잔의 김도 사라지도 침묵이라는 중력이 어깨를 짓누른다.

가끔씩 도훈의 마른침 넘기는 소리만이 들릴 뿐.

어색함이 한계까지 다다랐을 때야 장경자가 입을 열었다.

“내 다 알아봤다.”

“…….”

도훈은 답할 수 없었다.

어디까지 알아봤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게 우연은 아니겠지?”

“…….”

아직도 도훈은 답할 수 없었다.

그때 장경자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 한 점이 잡혔다.

“됐다, 긴장 풀어도 좋다.”

“네?”

“내가 다 알아봤대도 안 믿는구나.”

“어디까지 알아보셨나요?”

“말하는 게 전자상가에 온 것 같구나.”

“하하.”

도훈이 그제야 웃자 장경자가 말을 이었다.

“한 놈은 아무래도 죗값을 치러야겠고……. 한 놈은 줬던 과자를 빼앗는 선에서 마무리해야겠구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네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를 말하는 게다.”

“네?”

도훈의 눈이 커졌다.

큰아버지인 이세훈이야 이미 알고 있던 일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왜 작은아버지인 이세영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훈이는 오늘부로 미라클 그룹의 대표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네. 알겠습니다.”

“불만이냐?”

“아닙니다.”

도훈은 고개를 흔들었다.

재벌이 아들의 경영권을 빼앗은 전력이 있던가?

아마 장경자가 최초일 듯싶었다.

어디까지 알아봤기에 이런 결심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때 장경자가 다 식은 찻잔을 들어 입술을 축인다.

장경자의 눈가가 미세하게 떨린다.

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 모습에 장경자가 피식 웃더니 천장을 올려다봤다.

마치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숨기려는 것 같았다.

그것도 잠시, 장경자는 다시 말을 이었다.

“네 작은아버지는 아마도 죗값을 치를 것이다. 자신의 지은 죄만큼은 아니지만…….”

살짝 말끝을 흐리며 도훈에게 아침 신문을 내밀었다.

신문은 곱게 접혀 있어 볼 수 있는 것은 일부분밖에 없었다.

도훈은 자연스럽게 보이는 기사를 읽었다.

“……화재 사건이라면?”

신문 기사에 나온 화재 사건이 난 지역은 장경자가 물려준 창고가 있는 지역이었다.

아무래도 자신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때 장경자가 일어났다.

뒤돌아 조용히 이 층이 있는 계단 쪽으로 걸어가는 장경자.

도훈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훈이 내는 기척을 들은 장경자가 고개를 돌렸다.

“됐다, 너는 그만 쉬어라.”

“아니에요. 제가 이 층까지 모셔다드릴게요.”

도훈은 장경자의 팔을 부축했다.

오늘따라 장경자의 몸에 힘이 없다고 느껴졌다.

도훈은 장경자의 부축하고 계단을 올랐다.

사실, 장경자는 나이로 봐서 일 층에서 생활하는 것이 더 편했다.

굳이 이 층으로 잡은 것은 자기 관리를 위해서였다.

도훈은 조용히 계단을 올려다봤다.

묘하게 계단이 높게 느껴진다.

도훈은 바로 돌아가지 않았다.

체온계에서부터 시작해서 혈압계까지.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꺼내 장경자에게 들이댔다.

그 모습에 장경자가 말했다.

“괜한 걱정하는구나. 너한테는 솔직하게 말해 주마. 할머니의 재산에서 미라클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 된다고 보느냐?”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비중을 말하는 게야. 그냥 솔직히 말해 봐라.”

“한 50% 정도요?”

도훈이 장경자의 현금 보유 능력을 생각해서 평가한 것이다.

장경자가 피식 웃는다.

“그 정도로 대한민국 최고의 현금 부자라고 불렸겠느냐?”

“…….”

도훈이 말없이 바라보자 장경자가 손가락을 다섯 개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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