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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83화 (18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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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도훈이 건넨 것이 눈에 보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도훈이 씩 웃으며 물었다.

“준비됐지?”

“네, 준비됐어요!”

우시원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표정만 보면 무대가 아닌 UFC 옥타곤에 나가는 파이터 같았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제이든은 혀를 찼다.

말 몇 마디에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겁먹은 토끼 같았던 그들이 지금은 먹잇감을 앞에 둔 맹수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제이든은 블랙홀의 멤버들과 도훈을 번갈아 봤다.

보이지는 않지만, 마치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서로 눈빛으로 뭔가를 주고받고 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믿음일 것이다.

제이든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오마이갓.”

그 목소리에 도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도훈이 고개를 돌리자 제이든이 재빨리 손을 흔들었다.

“미안합니다. 괜히 분위기를 깼군요.”

“아니에요. 괜찮으시면 무대 옆에서 응원해 주실 수…….”

도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요.”

제이든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도훈과 함께 있는 것은 그가 바라는 것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도훈을 작곡가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매니저라고 한다.

도저히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었다.

제이든은 옆에서 도훈을 지켜보고 싶었다.

제이든은 조용히 도훈의 뒤를 따랐다.

도훈은 걸음을 멈췄다.

이제 앞으로 한 걸음만 더 나가면 관객의 눈에 띄는 무대였기 때문이다.

도훈이 멈추자 앞서가던 서찬휘도 멈췄다.

“실장 형, 왜 그래요?”

“내 역할은 여기까지 이 선 밖으로는 너희들의 무대야.”

“아, 형이 항상 옆에 있는 게 버릇돼서요, 헤헤.”

서찬휘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 모습에 도훈이 말했다.

“세팅된 거 다 흐트러진다. 어서 나가 봐.”

“네, 가서 멋지게 휘젓고 올게요.”

서찬휘가 파이팅 포즈를 취하자 뒤쪽의 다른 멤버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

*    *    *

같은 시간.

올림픽 공원 내에 위치한 체조 경기장.

오늘 이곳에서는 한 보이 그룹의 콘서트를 앞두고 암표상들이 극성이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불과 3시간.

3시간이 지나면 휴지 조각이 될 티켓이지만, 암표상들은 배짱을 부리고 있었다.

서른 중반의 여자 둘이 팔짱을 끼고 암표상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혜지야, 이렇게까지 해서 들어가야겠어?”

“여기 오자고 한 거 너잖아.”

“그건 그래도 표가 너무 비씨//비싸잖아.”

“그럼 어떻게 해? 한 장도 겨우 티켓팅 성공해서 손에 넣은 건데…….”

“너 혼자 오든지, 그냥 취소할 걸 그랬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 그건 스타플레이어 오빠들에 대한 배신이야.”

“야, 걔네들이 어떻게 오빠야? 조금 과장하면 나이 차이가 두 배다. 두 배.”

“오빠는 나이순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거든.”

“어쨌든 그냥 우리 돌아가자. 15만 원짜리 좌석이 40이 말이 되냐?”

“남은 표는 어떻게 하고?”

“그냥, 너 혼자 들어가던가?”

“에이, 어떻게 한 혼자 공연을 보냐? 애초에 네 생일 때문에 티켓팅한 건데.”

둘을 모자라는 표 한 장 때문에 아옹다옹거렸다.

그때였다.

야구모자를 쓴 아저씨 하나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표가 모자라나 봐요? 몇 장이나 필요한데?”

“혹시…….”

“아, 그런 눈으로 보지 말고요. 내가 딱 반값에 해 줄 테니까. 살래요?”

“반값이면 7만 5천 원이요?”

“헉, 지금 무슨 소리를 해요? 지금 시세가 50만 원이에요.”

“앗? 아깐 분명히 40만 원이었는데…….”

그때였다.

옆에 친구의 핸드폰이 부르르 떨렸다.

그녀는 재빨리 핸드폰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순간 그녀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재빨리 친구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너, 잠깐 일루 와 봐.”

“자, 잠시만, 저 아저씨가 깎아 준다고 했단 말이야. 내가 살 테니, 넌 그냥 눈 딱 감아.”

“그게 아니라, 진짜 오빠들이 왔데.”

“그래, 오빠들은 지금 리허설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 당연히 벌써 와 있겠지.”

“그게 아니라 진짜 오빠!”

“그러니까…….”

“뉴 키즈!”

“뭔 키즈?”

“뉴 키즈 오빠들 말이야.”

“얘는 무슨 헛소리야, 해체된 지가 언젠데.”

“야, 너는 팬심도 없냐? 얼마 전에 재결성했잖아.”

“그래? 그런데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데?”

“뉴 키즈 오빠들이 장산 시청에서 하는 콘서트에 왔데//왔대.”

“에이,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너 유언비어 유포죄로 잡혀간다.”

“아니, 진짜고 해도…….”

“너 스타플레이어 콘서트에 가기 싫은 거지? 혹시 탈덕한 거 아니야?”

“스타플레이어는 나중에 보고 일단 장산 시청으로 가자.”

“아, 미치겠네.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해. 이상한 유언비어로 사람 복장 터지게 하지 말고.”

“이거 봐.”

친구는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 핸드폰 화면에는 공연 영상이 있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국민MC 유재성이 누군가를 소개한다.

뒤쪽에서 나오는 것은 어디선가 본 듯한 다섯 명의 중년 사내였다.

“혹시…….”

“그래, 그 혹시가 맞아.”

“자, 잠시만.”

그녀는 재빨리 뒤돌아 암표상 아저씨에게 뛰어갔다.

야구 모자를 쓴 아저씨의 앞에서 숨을 몰아쉰 그녀는 재빨리 표를 꺼냈다.

“아까 얼마라고 했죠?”

“흠, 그러니까…… 반값 할인해서 25만 원. 살래요?”

“그럼 제가 원가에 드릴 테니 사세요.”

“원가에?”

“제가 시간이 없어서요.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그래요. 사실래요? 말래요? 안 사신다고 하면 그냥 다른 사람한테 넘기고요.”

“흠, 그거 가짜 표 아니죠?”

“에이, 표에 대해서는 아저씨가 더 잘 아실 거 아니에요.”

“…….”

암표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바라봤다.

그녀는 다시 외쳤다.

“진짜 시간이 없어서 그래요. 10만 원! 더는 안 돼요. 손해 보고 파는 거 아시잖아. 안 사면 그냥 다른 사람한테 물어볼 거예요. 그래도 안 되면 그냥 휴지통에 버리고 갈 거니까 빨리 답해주세요.”

“자, 잠시만.”

암표상 아저씨는 본능적으로 지갑을 열었다.

지금 남은 시간은 3시간.

아직 팔지 못한 표가 조금 있긴 했다.

하지만 스타플레이어의 인기를 고려하면 충분히 정리할 수 있었다.

암표상은 황급히 달려가는 상대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배탈이라도 났나?”

그는 그녀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간도 많은데 이렇게 손해 보고 넘길 필요가 없었다.

혹시나 해서 티켓을 다시 살펴봤는데 가짜는 아니었다.

“사람이 참 바보 같네.”

그는 멀어져 가는 상대를 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암표상 아저씨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은 바로 직후였다.

갑자기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웅성이던 그들 중 몇은 황급하게 자리를 빠져나왔다.

이상한 것은 그들의 연령대였다.

비교적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그대로 머물러 있는데 나이가 들어 보이는 관객들은 대기열에서 속속 이탈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오늘은 지정 좌석제가 아니었다.

그런 이유로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섰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기득권을 포기하고 저렇게 급히 자리를 떠난다고?

그는 불길한 느낌이 등골을 타고 스멀스멀 올라왔다.

불길한 예감을 느낀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나온 SW의 관계자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미간을 좁혔다.

그의 이름은 이용찬.

SW의 홍보팀장이었다.

그는 이번 콘서트에 합류해서 그룹의 홍보를 돕고 있었다.

MBS가 만들고 SW가 밀고 있는 최고의 아이돌 스타플레이어.

오늘은 그들의 두 번째 콘서트였다.

티켓은 이미 한 달 전 매진이었다.

SW에서 걱정하는 것은 바로 분위기였다.

팬심이 달아오르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하지만 얼마나 달아오르냐가 중요했다.

이용찬은 그 팬심이 쇳덩이를 녹일 정도라고 파악했다.

물론 SW의 대표에게 직접 보고까지 끝마쳤다.

상황 파악이 끝나고 체조 경기장에 마련된 사무실로 돌아가려는데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이다.

그가 보는 지금의 현상은 마치 댐의 한가운데에 뚫린 조그만 구멍 같았다.

별거 아닌 것처럼 졸졸 흐르고 있지만, 언젠가는 댐을 무너뜨릴 그런 구멍 말이다.

사실 바로 몇 분 전까지도 이런 징조는 없었다.

새벽부터 이어지던 분위기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조금 전까지는!

스타플레이어를 향한 팬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텐트까지 치고 좋은 자리를 맡으려는 열성 팬들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그것에는 TV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아이돌이라는 배경이 한몫했다.

지상파의 힘 없이는 그렇게 다양한 연령의 팬을 끌어모을 수 없었다.

열성 팬들을 보면 해병대 모자를 쓴 아저씨부터 토익책을 든 취업 준비생 그리고 갓 대학에 입학했을 것 같은 앳된 신입생까지 다양했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SW에서는 스타플레이어가 최고의 아이돌 대열에 합류했다 생각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팬층을 보유한 그룹치고 장수하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

이 정도의 열기면 최고라는 말보다는 명품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자리를 이탈하더니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상한 것은 모두가 핸드폰을 보더니 자리를 벗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는 재빨리 자리를 벗어나는 사람을 따라잡았다.

“잠시만요, 지금 어디 가시는 거예요?”

“아, 바쁘니까 말 걸지 마세요.”

“궁금해서 그래요. 새벽부터 줄을 섰는데, 갑자기 다들 어디로 가시기에 혹시 여기 문제라도 있는 거 아닌가 해서요.”

“아저씨는 친구도 없으세요?”

“무슨 친구요?”

“지금 친구들 사이에서 핫한 정보가 쫙 퍼졌어요.”

상대는 답하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용찬도 당연히 같이 걸어가며 물었다.

“무슨 정보냐고요, 제가 불안해서 그래요.”

“뉴 키즈가 왔대요.”

“뉴 키즈요?”

“아, 90년대 오빠들이요.”

“헉.”

이용찬은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검색을 시작했다.

검색창을 실행하자 눈에 들어온 것은 실시간 검색 순위였다.

1. 뉴 키즈.

2. 장산시청.

3. 서프라이즈

…….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이용찬은 재빨리 해당 기사를 눌렀다.

기사 내용은 다소 난잡했다.

마치 일반인이 적어 놓은 문장을 짜깁기한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그들이 전하려는 정보는 읽을 수 있었다.

이용찬은 재빨리 체조 경기장으로 뛰어갔다.

*    *    *

장산시청 행사장 입구.

통제 업무를 맡고 있는 의경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안쪽에서는 환호성이 연신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임무는 시민의 안전을 위한 통제였다.

물론 그들이 이해 안 가는 점도 있었다.

이런 종류의 업무를 끝내고 나면 완전히 녹초가 되기 마련이었다.

밀고 들어오려는 사람들과 실랑이가 필수였기 때문이다.

시민의 안전을 지킨다면서 그들을 다치게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가해도 너무 한가했다.

자신들뿐 아니라 사설 경호 업체와 이벤트 업체에서도 나와서 주변을 경호하고 있었다.

이렇게 한가한데 왜 이렇게 많은 인원을 동원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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