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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76화 (176/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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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 보니 문 앞에 냉장고가 있을 이유가 없었다.

아니, 문 앞이 아니라 이곳에 냉장고가 있을 이유가 없었다.

이 창고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데 냉장고가 있다라…….

만약 냉장고에 음식이 있다면 썩어서 그 냄새에 숨도 쉴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도훈은 재빨리 냉장고로 달려갔다.

덜컹.

문을 열자 그곳에는 검은색 쇳덩이가 보였다.

검은색 쇳덩이는 분명히 자물쇠였다.

*    *    *

집으로 돌아온 도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전생에는 할머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자신을 위해서 유산을 준비해 놨었다.

오래된 창고를 봐서는 하루아침에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재미있는 것은 도훈의 부모님들이 아끼던 물건은 창고에 별도로 보관해 놨다는 것이다.

전생에도 창고에 있는 물건들과 재산을 도훈에게 물려주려 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 시기가 지금은 조금 더 빨라졌을 뿐이었다.

도훈은 장경자의 건강 악화만은 빨라지지 않기를 원할 뿐이었다.

도훈은 조용히 침대에 누웠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다 했다고 생각했다.

막 잠이 들려던 순간 도훈은 눈을 번쩍 떴다.

침대에서 스프링처럼 튀어 오른 도훈은 재빨리 노트북을 켰다.

도훈은 메모장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도훈이 정리하는 것은 간단했다.

그것은 장경자의 재산이었다.

장경자는 자신이 재산을 은행에 맡겨 놨을 것 같냐고 물었다.

장경자가 물려준 창고를 보니 든 확신이 하나 있었다.

장경자의 창고는 도훈에게 물려준 창고만이 아닐 것이었다.

그렇다면?

장경자의 맨탈을 흔들 사건은 바로……!

도훈은 재빨리 어디론가 문자를 보냈다.

*    *    *

다음 날, 아침.

도훈은 항상 혼자 아침 식사를 했었다.

전생에도 그렇고 이번 생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늘만은 시끌벅적한 상태에서 숟가락을 들었다.

물론 도훈이 식사하는 곳은 자신이 집이 아니었다.

도훈의 앞에는 최크루지라 불리는 최 회장이 앉아 있었다.

최 회장이 도훈을 황당한 듯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침 일찍 찾아올 줄은 몰랐네.”

“제가 성격이 좀 급하지 않습니까, 회장님. 회장님이 빚진 것도 좀 있으시잖아요.”

“까를로스의 공연 말인가?”

“네. 그런데 내가 자네에게 해 준 거로 치면 빚을 진 게 아니라 지운 게 되는 데…….”

“그럼, 저 갈까요?”

“아니야, 왔으면 밥은 먹고 가야지. 그나저나 내게 물어볼 것이 있다고 했는데, 뭐지?”

“이건 정말 만일인데요. 회장님이 숨겨 놓은 돈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 것 같나요?”

“뭘 어떻게 해? 범인을 잡아 족쳐야지.”

“범인이 가까운 사람이라면요?”

“그래도 잡아서 주리를 틀어야지.”

“…….”

도훈은 조용히 최 회장을 바라봤다.

아침 일찍부터 최 회장을 찾아온 이유는 간단했다.

그것은 장경자와 가장 닮아 있는 사람이 바로 최 회장이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현금 순위 1위가 장경자라면 최 회장은 대한민국의 달러 순위 1위였다.

원화로만 치면 장경자가 앞서지만, 달러라면 최 회장을 따라갈 사람이 없었다.

오죽하면 한국의 연방준비위원회로 불릴까.

그런 최 회장을 잘 살펴보면 장경자가 쓰러질 만한 상황을 유추할 수 있을지 몰랐다.

잠시 말없이 최 회장을 바라보던 도훈이 입을 열었다.

“회장님, 그렇다면요. 회장님이 목덜미를 잡고 쓰러질 일이 있을까요?”

“자네, 지금 나를 시험하나?”

“설마요. 다만, 우리 할머니의 건강이 걱정돼서 여쭤보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거 하나만은 확실히 말해 줄 수 있어. 자네 할머니나 나는 돈을 앞에 두고 쓰러질 일을 없을 거야.”

“잃어버리면요.”

“찾으면 되지, 왜 쓰러져. 범인을 찾고 돈도 찾아야지.”

“그렇군요.”

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 회장과의 대화는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그때 도훈이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물었다.

“만약에 그 돈을 찾을 수 없다면요?”

“그럴 경우가 어디 있어.”

“회장님도 현금으로 숨겨 놓지 않았나요?”

“그래도 없어질 일은 없지.”

“화재라도 나면 잿더미가 될 수밖에 없잖아요.”

“자네는 내가 금고에 불이 날 일을 만들 것 같나?”

“그렇겠군요.”

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훈은 어제 들렸던 창고에 왜 전기가 안 들어왔는지를 알 것 같았다.

어찌 보면 그 창고 자체가 금고였다.

그러니 안쪽에서 불이 날 염려도 없고 물건을 잃어버릴 염려도 없다는 것이다.

순간 도훈의 눈이 커졌다.

뭔가 깨달은 것이다.

장경자가 쓰러지려면 그 조건은 딱 한 가지였다.

돈을 잃는 것이 아니라 돈이 사라지게 된다면?

도훈은 자신이라면 어떻게 돈을 사라지게 할까, 생각해 봤다.

그 경우는 딱 두 가지였다.

화재를 일으키거나 제삼자에게 발각되게 만들면 되었다.

순간 도훈의 머릿속에 전생에 봤던 수많은 뉴스가 떠오른다.

사실 화재 사건의 경우는 하도 많아서 그것이 장경자의 재산과 관련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기억나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경기도의 어느 과수원 근처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의 현금이 과수원 근처에서 발견된 것이다. 마늘밭에서 발견된 현금과 더불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놨던 사건이었다.

어찌 보면 황당한 사건 중의 하나이지만, 그것이 장경자가 쓰러지기 시점에서 나온 기사라는 점이었다.

도훈의 의문은 딱 하나였다.

장경자가 과수원에 현금을 묻어 놨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아니었다.

불이 날 것이 무서워 창고의 전원을 차단해 놓은 그녀였다.

그런데 세상에 노출된 곳에 현금을 묻어 놨다고?

도훈의 표정을 본 최 회장이 물었다.

“왜 그러는가?”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때였다.

최 회장의 비서가 조심스럽게 들어와서 쪽지를 전한다.

쪽지를 펴 본 최 회장이 재미있다는 듯 도훈을 바라봤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혹시 할머니가 여기에 오셨습니까?”

“예끼! 그 할망구가 여기에는 왜 와?”

“그럼, 누가 온 건가요?”

“까를로스와 마이클이 왔다네.”

“어? 부른 건 전데 왜 회장님에게…….”

“부른 건 자네지만, 한국에 들렀으면 내 구역을 벗어날 수는 없지.”

“아, 생각해 보니 그렇겠네요.”

도훈이 알겠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 회장이 한 말은 사실이었다.

최 회장은 달러 부자임과 동시에 호텔 업계에도 큰손이었다.

자신의 호텔뿐 아니라 여기저기 지분을 가지고 있는 호텔이 꽤 되었다.

그러니 한국에 와서 호텔에 묵게 되면 최 회장의 구역에서 머물게 되는 것과 같았다.

최 회장은 비서를 바라봤다.

“그 친구들 스위트룸으로 넣어 주고 내가 찾아갈 테니 꼼짝 말고 있으라고 전해 줘.”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비서가 살짝 고개를 숙이고 사라지자, 최 회장은 다시 도훈을 바라봤다.

“같이 갈 텐가?”

“아닙니다. 저는 급하게 가 볼 곳이 있어서요. 저는 오후에 들르겠다고 전해 주세요.”

“오후에 들르겠다고…….”

“네. 제가 불렀으니 바로 달려가는 건 맞지만,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죠.”

“그 불이 뭔지 물어봐도 될까? 내가 소방차를 빌려줄 수도 있잖나.”

“하하, 아닙니다. 양동이로 끄더라도 제힘으로 끄겠습니다, 어르신.”

“그래, 젊긴 젊네. 나 같으면 무조건 도움을 받았을 거야.”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게 되면 주저 없이 손을 내밀겠습니다. 그때는 바로 잡아 주십시오.”

“알았네.”

최 회장은 조용히 도훈을 바라봤다.

그는 도훈의 얼굴에서 자신 양녀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말은 안 했지만, 최 회장의 마음은 장경자와 비슷했다.

그는 도훈을 마치 친손자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    *    *

두 시간 후.

도훈은 파주에 있는 어느 미술관에 도착했다.

JK 아트홀.

미술관과 공연장이 있는 종합 아트홀로 장경자의 이름을 따서 만든 지역의 명물이었다.

도훈은 이곳에 차를 댄 뒤 조용히 뒷산을 바라봤다.

아트홀의 직원들은 차를 세우고 뒷산을 바라보는 사내를 힐끔 바라봤다.

이곳은 등산객들이 제법 몰려드는 산자락의 입구였다.

거기에다가 지금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사내의 모습은 평범한 등산객이었다.

물로 그 사내는 도훈이었다.

주황색 방풍 재킷에 모자까지 눌러쓰고 스틱을 짚은 도훈의 모습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등산객이었다.

직원 하나가 슬쩍 밖으로 나가려 하자 고참으로 보이는 직원이 나섰다.

“지금 어디 가려고요?”

“차를 여기에 대면 좀 그렇잖아요. 아무래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회장님 말씀 못 들었어요? 회장님이 지역 주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라고 그러셨잖아요.”

“주임님, 저분은 지역 주민도 아닌 것 같은데요. 등산복을 입은 것으로 봐서 아트홀 방문객도 아닌 것 같고요.”

“오늘은 단체 관람도 없고 공연도 없으니 그냥 두세요.”

“네, 알겠습니다. 주임님.”

그들은 등산복을 입은 도훈에게 신경을 껐다.

*    *    *

도훈은 조용히 산을 올랐다.

전생에 나왔던 신문 기사에는 과수원 부근이라고 했지만, 정확히는 JK 아트홀의 인근이었다.

JK 아트홀과 발견된 돈다발을 연관시키지 않고 기사를 내보낸 이유는 간단했다.

기자들이 장경자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돈과 권력이 있는 자의 눈치를 안 보는 기자가 있을까?

아마 몇몇은 이런 말을 한다면 발끈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도 권력과 금력의 눈 밖에 나기를 원하는 자는 없다.

그런 이유로 그 사건은 미라클 그리고 장경자와는 연결 지으려 하지 않았던 것.

그렇다면 장경자는 왜 그 돈의 주인이라고 주장하지 못했을까?

그것도 의외로 당연했다.

아무리 대한민국의 현금 부자라고 하지만 그 정도로 대서특필된 상황에서 나서기는 힘들었을 것이었다.

도훈이 생각하기에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이곳에서 발견된 돈다발은 500억가량이었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기에는 충분한 돈이었지만, 장경자가 가지고 있는 현금의 대부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적었다.

사실 장경자가 500억에 쓰러질 사람인가?

이곳에는 더 큰 비밀이 있을 터다.

도훈이 천천히 산을 오르고 있을 때였다.

측량 기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산 중턱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대체 저 사람들은…….”

도훈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들의 곁으로 다가갔다.

도훈이 다가가자 깃발을 꽂고 측량하던 사람들은 슬금슬금 도훈의 눈치를 봤다.

그 모습에 도훈이 그중 한 명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방해가 된 것 같네요.”

“아닙니다. 저희가 통행에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지요.”

“그런데 어디서 나오신 분들이십니까? 혹시 군청에서 나오신 분들인가요? 제가 군청에 좀 아는 분들이 많아서…….”

“아닙니다. 저희는 사설 업체입니다. 측량 요청이 들어와서요. 그럼 바빠서 이만.”

측량기사는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그들의 말에 도훈은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도훈의 눈은 그 어느 때 보다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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