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67화 (167/250)
  • (167)

    “네, 어떻게 아셨어요? 대학 동기예요.”

    도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펜실베이니아 쪽 대학을 나오셨군요.”

    “앗, 그걸 어떻게 아셨나요?”

    황수민이 눈을 크게 뜨자 도훈이 손을 내저었다.

    “이쪽 바닥에서는 정보가 돈이잖아요. 그 정도는 외우고 다녀야죠.”

    황수민은 신기하다는 듯 도훈을 바라봤다.

    도훈은 살짝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도훈이 표정 관리를 하기 위함이었다.

    테슬라에다 머스크라니!

    놀람도 잠시 도훈은 일단 계산기를 두드렸다.

    테슬라 2003년부터 2017년까지 46억의 적자를 기록한다.

    지금은 앞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시기라는 점이었다.

    한참 동안 계산기를 두드리던 도훈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일단 그 얘기는 내일 협의하도록 하죠.”

    “네, 고마워요.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만으로 그냥 결정하신 건가요?”

    “지금 말씀하신 게 정확하다면 나머지는 내일 확인하면 되니까요. 가지고 계신 자료가 있으시면 그쪽에 적힌 이메일로 미리 부탁드립니다.”

    도훈은 황수민이 들고 있는 명함을 가리켰다.

    순간 기억나는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산하 그룹의 공금 횡령 사건.

    그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마도 지금쯤인 것 같았다.

    그곳의 주인이었던 것이 산하 그룹의 아들이었다는 것은 전생에서는 모두 알고 있던 사실.

    도훈은 쓴웃음을 삼켰다.

    자금만 제대로 뒷받침되었다면, 10년 후의 진정한 승자가 되었을 텐데…….

    도훈의 상념과는 관계없이 황수민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어, 감사해요.”

    그녀가 고개를 숙이자 도훈은 재빨리 손을 내저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도훈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가서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했다.

    테슬라가 부흥하는 시가는 앞으로도 한참 남았다.

    투자 시기와 더불어 한국의 업체도 함께 알아봐야 했다.

    라운지를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도중 황수영이 도훈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잠시 멈춰 고개를 돌려 보니, 황수영이 어색하게 웃고 있다.

    “왜 그러세요? 수영 씨.”

    “언니 때문에 미안해서요.”

    “뭘요, 덕분에 좋은 투자처도 잡았는걸요.”

    “혹시 이번에도 할머니께 돈을 빌리려고 하시는 거예요?”

    “아니요, 이번에는 제 비자금으로 쓰려고 해요.”

    “비자금이요?”

    “제가 숨겨 놓은 돈이 조금 있거든요. 그리고 언니 얘기라면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언니가 조금 푼수 끼가 있어서요.”

    “제가 보기에는 그 반대인 것 같은데요.”

    “반대라니요?”

    “야망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솔직히 우연히 여기에서 마주쳤겠어요?”

    “우연이 아니라고요?”

    “네, 돈이 필요해서 뛰어다니던 도중 저를 알게 됐을 겁니다. 그리고 저를 조사했겠죠. 거기에 수영 씨가 제 사업 파트너라는 걸 알게 됐으니 어느 정도 확신이 섰겠죠.”

    “그건 설명이 부족한데요. 이 실장님이 자금이 있는 줄 어떻게 알고…….”

    “제 자금이 아니라 할머니의 돈을 보고 왔겠죠. 그리고 미라클 쪽에서는 제가 제일 만만하잖아요. 소위 말하는 호구?”

    “에이, 그건 아니죠.”

    “뭐, 호구라도 좋습니다. 박씨를 물어다 주는 제비라면 더욱 환영이죠.”

    “제비라고요? 언니를 그렇게까지 생각하신 거예요? 제 사촌 언니지만, 언니의 사업 감각은 조금…….”

    “조금 너무 앞서나가는 것 같죠.”

    도훈이 피식 웃었다.

    전생의 기억에서는 둘째 아들이 횡령 사건에 휘말리지만, 그 뒤에는 황수민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투자한 기업은 휘청거리고 테슬라 쪽에 지분도 간당간당하고…….

    지금 시점에 테슬라와 연을 맺고 있다는 것은, 미래를 보는 눈이 있다는 것이다.

    말이 좋아 40억 달러의 적자지 국내에 그것을 감당할 기업이 있을까?

    무너져도 벌써 무너져야 할 기업이었다.

    그 기업과 연을 맺는다면 심각한 경영난을 불러올 수 있었다.

    단순한 자금의 유출이 아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투자 행태로 비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도훈에게는 다른 일이지만 말이다.

    그때였다.

    황수영이 고개를 갸웃하며 엘리베이터 앞에서 멈칫했다.

    그 모습에 도훈이 물었다.

    “또, 왜 그러세요?”

    “뭔가 중요한 걸 까먹은 것 같아서요.”

    “저희가 잊은 게 뭘까요?”

    “그러게요, 실장님은 뭔지 기억 안 나세요?”

    “흠, 수영 씨 언니하고 얘기도 잘 끝냈고…….”

    도훈은 순간 손가락을 튕기며 돌아섰다.

    “왜 그래요? 실장님.”

    “수호 어머니를 그냥 놔두고 왔네요. 여기에 온 게 박수호 때문에 온 거잖아요.”

    말을 마친 도훈은 다시 라운지 쪽으로 걸어갔다.

    *    *    *

    일주일 후.

    블랙홀의 연습실.

    살짝 찬 바람이 연습실의 창문 틈으로 불어왔다.

    하지만 연습실의 열기 덕분인지 한여름이라고 착각이 들었다.

    덕분에 도훈은 외투를 벗어 놓은 채 그들의 연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주일간 주변 환경은 많이 변했다.

    일단 MBS의 경우는 자체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렇게 마무리되나 싶더니 다음에 터진 것이 바로 시청자 투표의 조작이었다.

    덕분에 박창성과 한지혜는 참고인으로 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문동훈이 구속되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될 것 같았다.

    재미있는 것은 마지막에 남은 아이돌의 경우에는 전혀 타격이 없다는 것이다.

    시청자 투표가 조작되긴 했지만, 마지막에 남은 인원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이 팬들의 반응이었다.

    보름 뒤부터 시작되는 콘서트도 매진된 상태로 열기는 점점 세지기만 했다.

    거기에 황수민이 물어다 준 박씨를 도훈은 하나하나 까기 시작했다.

    물론 테슬라의 투자 건은 조심스러웠다.

    이번 건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미래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만큼의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상념에서 깨어난 도훈은 블랙홀의 멤버들을 바라봤다.

    녀석들의 티셔츠는 본래 색감보다 진하게 보였다. 그것은 그들이 뿜어낸 땀 때문이었다.

    그때 신서희가 손뼉을 치며 연습의 끝을 알렸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부터는 한 번 틀릴 때마다 연습시간이 10분씩 늘어날 테니 명심하고.”

    짝. 짝.

    손뼉을 치며 연습의 끝을 알리던 신서희는 빙긋 미소를 짓고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100분간의 연습이 끝났지만, 오늘의 연습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안무 연습만 끝났을 뿐 랩, 보컬 연습이 남아 있었다.

    그중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보컬 쪽이었다.

    데뷔 디데이가 정확히 한 달이 남았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모두 연습실에 큰대자로 누워 있었다.

    뭐, 며칠 동안 이 모습은 계속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그전과 다른 점은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는 것이다.

    큰대자로 뻗어 있는 녀석 중 하나가 스프링처럼 튀어 올랐다.

    그러고는 도훈에게 달려왔다.

    달려오는 친구는 다름 아닌 마지막에 합류한 박수호였다.

    도훈이 앞에 선 박수호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어때 적응하기는 괜찮아?”

    “그럼요. 적응할 게 뭐 있나요? 스타플레이어 촬영 때도 형들하고 같이 있었잖아요.”

    “에이, 그때는 강제였고.”

    “아니에요. 그때가 제일 행복했어요. 솔직히 제 얘기를 들어 주는 사람들은 형들밖에 없었어요.”

    박수호가 짧게 자른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왠지 정신연령은 서찬휘보다도 더 위인 것 같았다.

    제법 부유한 환경에서 데뷔를 꿈꿨지만, 부모님의 간섭 때문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바람에 마음고생했다고 한다.

    박수호가 도훈에게 다가오자 나머지 멤버들도 재빨리 뛰어올랐다.

    다 큰 놈들이 한꺼번에 뛰어오자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울렸다.

    모두가 도훈의 옆에 털썩 주저앉아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털어놓았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서찬휘였다.

    “실장 형, 그거 아세요?”

    “또 뭔데?”

    “애프터 걸즈. 소희랑 이번에 스타플레이어의 강찬이 사귄대요.”

    그 말에 옆에 있던 우시원이 끼어들었다.

    “찬휘야, 너 그런 얘기 하다가 등짝 맞는다.”

    “뭐, 못 할 말 했나? 둘이 사귀는 건 모두 다 알잖아.”

    “그게 아니라 걔들 어제 헤어졌단다.”

    “헉, 언제 또…….”

    “뭐, 강찬이 녀석이 복 받은 거지.”

    “그게 무슨 말이야. 헤어졌는데 왜 복을 받았다고 그래? 우시원 너 인성 파탄자야?”

    “와, 너 그거 몰라?”

    “또 뭔데 그렇게 정색을 하고 그래?”

    “소희가 한 성깔 한다고 하잖아. 너 요즘 매 맞는 아이돌 들어 봤어?”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돌?”

    “아재 개그 하지 말고 지난번에 비밀 데이트하다가 맞았다는 아이돌 말이야. 맞은 게 남자고 때린 게 여자였어. 그런데 그게 소희잖아.”

    “왜 맞았는데?”

    “둘이 사귀는 거 담당 실장한테 들켰대.”

    “헉. 맞을 만하네. 조심 좀 하지.”

    서찬휘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의 눈치를 본다.

    서찬휘는 블랙홀의 소식통이긴 한데, 항상 반 박자 느렸다.

    도리어 우시원은 의외로 최신 소식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에 도훈이 물었다.

    “나도 모르는 걸 너희는 어떻게 아는 거야?”

    “실장님 그건 비밀이에요.”

    “하, 하나도 안 궁금하다. 그런데 너희들은 여자 친구 없어?”

    “저희가 여자 친구가 어디 있어요. 있던 여자 친구들도 다 도망갈 판이잖아요. 솔직히 한 달 뒤면 데뷔라고 해서 아침 일곱 시부터 자정까지…… 아니, 그러고 보니 촬영은 꼭 자정 이후에 잡으셔서 잠도 못 자게 괴롭히셨잖아요.”

    서찬휘가 손을 휘휘 저었다.

    그때 우시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찬휘야, 말은 바로 해야지. 너 원래 여자 친구 없잖아. 외모가 딸려서 여자 친구 없는 거잖아.”

    “우시원 너는 말을 해도…….”

    그때 장선우가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형들 싸우지 마세요. 솔직히 이런 얘기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찬휘 형 정도 외모면 대한민국 1%예요.”

    “그렇지, 우리 선우가 오랜만에 바른말 하는구나. 역시 내가 키운 보람이 있어.”

    서찬휘가 장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에 우시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이었다.

    “선우야. 그럼 이거 하나만 묻자. 찬휘가 여자 친구가 없는 건 왜라고 생각해?”

    “그야 당연히 성격이죠. 외모는 대한민국 상위 1%인데, 성격은 대한민국 하위 1%잖아요, 헤헤.”

    장선우가 해맑게 웃자 우시원도 마저 웃었다.

    그 모습에 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고 요즘은 이렇게 긴장을 풀고 있다.

    데뷔까지 한 달 남았다.

    블랙홀이 멤버 모두의 남은 인생이 결정되는 날이었다.

    사실 도훈도 긴장하고 있었다.

    전생에는 강시혁이 서찬휘를 중심으로 국내 최고의 보이 그룹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과연 이번 생에도 같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

    변수라면 시기의 문제가 제일 클 것 같았다.

    일단 기간이 삼사 년 정도는 앞당겨졌다.

    그리고 살짝 멤버의 변화도 있었다.

    모든 걸 고려한다고 해도 도훈은 이들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들을 카메라로 잡던 박창성이 도훈에게 뛰어왔다.

    손짓하는 것이 카메라를 멈추라고 신호하는 것 같았다.

    도훈의 앞에 온 박창석은 숨을 몰아쉬며 자신에게 온 메시지를 도훈에게 보여 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