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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66화 (166/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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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소리에 장미령이 눈을 크게 떴다.

상대를 확인한 장미령은 바로 표정을 바꾸었다.

조금 전 도훈에게 보인 미소와는 전혀 다른 영업용 미소였다.

“아, 사모님이 여긴 웬일이세요.”

“나야, 시간 나서 잠깐 둘러보러 왔죠.”

“자, 잠시만요. 제가 모실게요, 사모님.”

장미령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모님이라 불린 여자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저는 혼자서 봐도 되니 걱정하지 마세요. 손님도 계시는데 얘기 마저 나누세요.”

“아니에요, 제가 모셔야죠.”

“아이, 괜찮다고 해도 그러네요. 뭐, 그럼 할 수 없죠. 전 밖에서 기다릴 테니 손님께 인사하고 나오세요.”

그러곤 사모님이라고 불린 여인이 고개를 갸웃하며 황수영을 바라봤다.

순간 황수영은 다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한 박수호의 엄마 장미령은 고개를 갸웃하며 짐을 챙겨서 일어났다.

그녀가 점점이 사라지자 도훈이 물었다.

“혹시 아는 사람이에요?”

“아니요, 박수호 어머니는 오늘 저도 처음 봐요.”

“아니, 지금 왔다 간 사모님이라는 분요.”

“아, 산하 그룹 쪽 둘째 며느리…….”

“아, 그렇군요. 그런데 황수영 씨는 마당발인가 봐요.”

“제가 모임에는 빠지지 않고 다녀서요, 헤헤.”

해맑게 웃는 황수영은 뭔가 생각난 듯 점점 표정을 굳혔다.

그 모습에 도훈이 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요?”

“박수호는 어떻게 해요? 한 명 추가로 영입할 거 생각하고 안무 동선도 맞추고 있잖아요.”

“뭐, 다른 친구 구하던가…….”

도훈은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장미령이 사라진 곳을 바라봤다.

“아까 그분이 산하 그룹 쪽 사람이라고 했죠?”

“네, 맞아요.”

“그런데 왜 저쪽에 붙었을까요? 혹시 저쪽에 기획사가 있나요? 제가 넘겨받은 알로 TV가 산하 그룹 계열이었잖아요.”

“연예 관련 기업은 알로밖에 없었어요. 그러고 보니…….”

“왜요?”

“박수호 연습생이요, 성이 박 씨잖아요.”

“박수호니까 박 씨지, 이 씨겠어요? 황수영 씨도 가끔은 실없네요, 하하.”

“그게 아니라…… 그쪽 부사장 이름이 박형범이잖아요.”

“진짜네요, 산하 그룹에 딱 붙는 걸 보니 아무래도 감이 오네요.”

“무슨 감이요?”

“불안하니 산하 그룹 쪽에 줄을 대려고 하는 거 아니겠어요? 내가 믿음을 못 줬나 보죠.”

“에이, 이 실장님은 믿음을 충분히 줬어요. 그쪽 경영에 대해서는 당분간 손 안 댄다고 했잖아요. 지금은 실제로도 지금 케이넷 정상화에만 힘을 쓰고 있지 알로 쪽은 눈길도 주지 않잖아요.”

“그건 그렇죠, 이제 일어나죠.”

도훈이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을 때였다.

갑자기 나갔던 장미령 일행이 들어왔다.

아까와 다른 점은 사모님이라 불린 여인이 활짝 웃으며 도훈이 있는 쪽으로 걸어온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그 모습에 황수영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여인은 아무렇지 않게 황수영의 맞은편에 앉았다.

“혹시 수영이 아니야?”

“아, 안녕하세요, 언니.”

“와, 진짜 오랜만이네.”

“네,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죠?”

“그럼, 잘 지냈지. 이쪽은 누구?”

여인은 도훈 쪽을 바라보며 황수영에게 턱짓했다.

빨리 소개를 하라는 뜻이었다.

신호를 받은 황수영이 마지못해서 입을 열었다.

“이쪽은 이도훈 실장이에요.”

“아, 그 유명한 유레카의 대표님이시구나!”

말을 마친 여인은 도훈을 바라보며 손뼉을 쳤다.

도훈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안녕하세요. 유레카의 이도훈 실장이라고 합니다.”

“에이, 실장은 무슨 실장이요. 이 바닥에서 소문 쫙 나셨는데.”

“무슨 소문이 났나요?”

“돈을 쫙 긁어 가신다고 소문났어요. 참, 취미로 기획사 하신다는 소문도 덤으로요.”

“그거 다 헛소문입니다.”

“지금 미라클에서도 대표님 때문에 난리라던데요? 그러지 않아도 한번 뵙고 싶었는데…… 참 명함이 어디 있더라…….”

여인은 핸드백을 뒤지더니 재빨리 명함 한 장을 꺼냈다.

<산하 그룹 미래전략실 황수민>

명함을 받은 도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시간이 남아서 백화점에 놀러 온 부잣집 며느리인 줄 알았더니 의외의 직책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도훈이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황수민이 손을 내밀었다.

“저도 명함 한 장 주셔야죠.”

“네, 여기 있습니다.”

도훈이 명함을 내밀자 황수민은 재빨리 받아서 확인하고는 말을 이었다.

“진짜 실장이네요. 와 너무 신기해요. 그럼 매일 히든 보스 찍는 거예요?”

히든 보스는 사장이 직원인 척하는 깜짝 카메라 프로그램이었다.

도훈은 어이기 없다는 듯 황수민을 바라봤다.

뭔가 황수영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사람이었다.

황수영의 발랄함에 수다를 얹어 놓은 업그레이드판 같은 느낌으로 감정이 상당히 과장된 것처럼 보였다.

도훈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답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중에 따로 인사드리기로 하고 저는 이만…….”

“벌써 가시게요? 저 수영이하고 보는 것도 오랜만인데 좀 더 있다가 가시면 안 돼요?”

“자, 잠시만요.”

도훈도 당황해서 옆을 힐끔 바라봤다.

황수영은 고개를 숙인 채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살짝 낯빛을 보니 뺨이 붉은 노을처럼 벌게져 있었다.

그 후에도 황수민은 자리에서 떠날 생각을 안 했다.

도훈은 그녀에게서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활짝 웃으며 끝없이 수다를 떨고 있지만,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 눈치였다.

재미있는 것은 박수호의 어머님 장미령도 마찬가지였다.

박수호와의 계약 때문에 왔는데 뭔가 물고 물리는 이 분위기는 뭐란 말인가?

도훈은 조용히 고개를 들어 어딘가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벽시계가 있었다.

오늘따라 시간이 왜 이리 안 가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때 황수민이 힐끔 장미령을 바라봤다.

“수호 어머님은 어떻게 이 대표님을 아신 거예요?”

“우리 수호 계약 때문에 만났어요. 그런데 저분이 대표라니…….”

“아니, 그것도 모르게 만나셨어요? 현대 사회에서는 정보가 생명인데, 어떻게 상대도 모르고 만나실 수가 있어요.”

“저는 지금 이해가 안 되는 게 여기 계신 매니저분이 TV에서도 나온 건 알아요. 그런데 사모님이 왜 이분을 대표님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미라클 그룹은 아시죠?”

“네, 미라클이요?”

“이분이 장경자 회장님 막냇손자분이에요.”

“헉.”

장미령이 입을 막았다.

그 모습에 도훈도 재빨리 표정 관리를 했다.

도훈은 왜 황수영이 그녀를 모른 척했는지를 이제야 알았다.

그녀는 약간의 푼수 끼가 있었다.

유레카와 박수호의 계약 관계에 있어서 미라클이라는 배경이 끼어들면 판단이 흐려진다.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유레카와 연습생의 문제가 아닌, 미라클, 아니 장경자와 연습생의 문제로 착각할 수가 있다.

물론 상대가 그렇게 착각한다는 이야기였다.

도훈은 일단 상황을 진정시키기로 했다.

“수영 씨 언니라고 하니 제가 그냥 누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네? 언니라고는 해도 나이 차이는 꽤 나서…….”

“외모로 봐서 그냥 누님이라고 부르는 게 딱 맞는 것 같은데요.”

“어머. 갑자기!”

“누님, 솔직히 물어볼게요. 여기 지나가다 들르신 거 아니죠?”

“네?”

“뭔가 제게 할 말이 있잖아요.”

“아, 그게…….”

“그냥 편하게 말씀하세요.”

“자, 잠시만요.”

황수민은 당황한 채 살짝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정곡을 정확히 찌른 느낌.

잠시 틈을 주자 표정을 수습한 황수민이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있긴 있었어요. 그게 초면에 조금 어려운 말이라서요.”

“그냥 편히 말씀하세요.”

“돈 좀 빌려주세요, 그렇게 큰돈은 아닌데…….”

황수민은 말을 멈췄다.

도훈이 하마처럼 입을 벌렸기 때문이다.

“아!”

“놀라셨구나.”

“네, 초면에 할 이야기치고는 조금 과한 면이 있네요.”

“그래서 제가 밖에 나갔다 왔잖아요. 그러니까 구면이죠.”

“하하, 구면이 맞긴 하네요.”

도훈이 웃자 옆에서 구경만 하던 황수영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황수민의 소매를 잡았다.

“언니!”

“괜찮아요, 일단 이야기나 들어 보도록 하죠.”

“실장님도 돈 없어서 할머니한테 빌렸다면서요.”

“뭐, 그때는 없었는데 지금은 있습니다.”

도훈이 씩 웃자 황수민의 얼굴색이 바뀌었다.

“휴, 다행이네요. 다른 데서는 얘기도 안 들어 준다고 하시던데.”

“얘기해 보세요.”

“저희가 회사 하나 만들려고 하거든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투자받기 좋았는데, 지금은 시중에 자금이 말라서요.”

“어떤 회사인지 들어봐도 될까요?”

“정확히는 배터리 쪽이에요. 벌써 납품 업체까지 정해져 있어요. 그러니까…….”

한번 말문이 트이자 황수민은 끝없이 설명을 쏟아 냈다.

그녀는 눈앞에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펼쳐 놓은 듯 쉬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녀의 설명은 간단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를 인수 중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일이 벌써 진행 중이라는 점이었다.

진행 중에 자금이 막혀서 도훈을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황수민이 끝까지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래서 납품할 곳은 어디인가요?”

“미국 캘리포니아 쪽에 있는 회사예요!”

“캘리포니아요?”

도훈이 눈을 가늘게 뜨자 황수민이 살짝 눈치를 봤다.

이쯤 되자 도훈도 감이 왔다.

사실 회귀해서 연예계 쪽 말고 다른 분야에서 돈을 벌 생각은 없었다.

하고 싶은 것만 다 하고 살아도 부족한 수명이었다.

그런데 돈을 벌자고 여기저기 뛰어다닌다면 다시 사는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누군가가 밥상째 들고 온다면 그것은 전혀 달랐다.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도 올려놓지 못한다면 그것은 과거로 자신을 돌려보낸 신적 존재에게도 미안한 일이었다.

입에 넣어 주는 것도 못 받아먹는 것은 고구마를 입에 가득 넣는 것과 똑같으니까.

도훈은 표정을 굳히며 다시 말을 이었다.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는다면 다음 얘기는 들을 필요도 없는 거죠. 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자, 잠시만요. 캘리포니아에 있는 자동차 업체가 지금은 적자긴 해도 앞으로 유망한 회사거든요. 저는 그쪽 지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쪽 지분이라고 하셨나요?”

“네. 그쪽 지분도 가지고 있고 그쪽에 납품할 회사도 거의 반은 넘겨받았어요. 캘리포니아에 있는 회사 이름은 테슬라예요.”

“테슬라라…… 거기는 만성 적자 기업 아닌가요?”

“네, 맞아요. 그런데 제 촉이…….”

“저도 한 발 걸쳐도 되겠습니까?”

“네?”

“저도 누님이 인수하려는 회사에도 한발 걸치고 테슬라에도 투자하고 싶어서요.”

“헉.”

“싫으시면 이 얘기는 없는 것으로 하죠.”

“아니에요. 제 친구도 그 얘기를 들으면 좋아할 거예요.”

“친구분 이름이 혹시 머스크?”

질문을 던진 도훈이 팔짱을 끼고 상대의 대답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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