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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63화 (16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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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국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실장님?”

    “아니, 누가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그러지.”

    도훈이 아무렇지 않게 답하자 한민국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흠, 이도준 본부장이 실장님 얘기하는 거 아닐까요?”

    “하긴, 지금쯤이면 할머니 댁에서 한창 얘기가 진행되고 있겠네.”

    “무슨 얘기요?”

    한민국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묻자 도훈이 말했다.

    “유레카의 완벽한 독립.”

    “헉.”

    “이 정도 컸으면 독립하는 게 맞지.”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요?”

    “독립하는 게 맞아. 괜히 미라클하고 붙어 있다가는 불똥이 여기까지 튀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며칠 뒤 뉴스를 보면 알 거야.”

    도훈은 아무렇지 않게 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블랙홀의 연습을 바라보는 도훈의 옆으로 강시혁이 다가왔다.

    “이 실장, 시간 내줘서 고마워.”

    “매니저가 필요하다면 와야지. 고맙긴 뭘 고맙다고 그래?”

    “그래도 한창 바쁠 때 아니야?”

    “참, 나머지 얘기는 나가서 할까?”

    도훈은 밖을 가리켰다.

    지금 이곳에는 보는 눈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원래 있던 카메라에 아이돌 메이커 팀이 설치해 놓은 카메라까지 더하자 이곳에 사각지대는 없어졌다.

    잠시 후.

    휴게실에서 음료수를 들이켠 도훈이 강시후를 바라봤다.

    “강 피디, 지금 보니까 모두 열심히 하는데 뭐가 문제야?”

    “문제야 없지.”

    “그런데 왜 나를 이렇게 급하게 오라고 한 거야?”

    “얘들이 이 실장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너무 차이나.”

    “차이 난다고?”

    “안무나 보컬 모두가 미세하게 차이가 나. 그게 디지털의 영역이 아닌 아날로그의 영역이라고 할까.”

    “디지털은 뭐고 아날로그는 또 뭐야?”

    “숫자로는 정확하게 말할 수 없지만, 이 실장이 같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가 나거든.”

    “차이라면…….”

    “이 실장이 옆에 있으면 애들이 버프를 받는다고 할까? 이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닌데 그런 느낌이야.”

    “흠.”

    도훈은 살짝 침음을 흘렸다.

    사실 도훈도 이 상황을 알 수 없었다.

    그때 매니저의 비밀 수첩에서 메시지가 나타났다.

    [숨겨진 기능 보기가 자동으로 실행되었습니다. 숨겨진 기능을 보겠습니까?]

    도훈은 당연히 속으로 ‘예스’를 외쳤다.

    동시에 문구가 바뀌었다.

    [매니저의 역할은 배터리와도 같습니다. 매니저가 멀어지면 매니저에게 받았던 영향 중 일부가 약해집니다.]

    이해가 될 듯한 이야기였다.

    사실 매니저의 비밀 수첩으로부터 도훈도 도움을 받고 있었다.

    손바닥에서부터 심장으로 전해지는 빛은 분명히 에너지였다.

    거기에 더해 도훈이 블랙홀 멤버 넷이 준 영향은 적지 않았다.

    그때 다시 문구가 이어졌다.

    [배터리와의 연결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긍정적인 영향을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도훈은 순간 한 가지 결심을 했다.

    *    *    *

    그날 저녁 유레카의 기숙사.

    장선우와 주현빈이 합류하는 바람에 그들은 숙소를 옆 동으로 옮겼다.

    기숙사의 숙소 중 가장 큰 곳을 블랙홀이 차지하게 된 것.

    주현빈은 숙소의 내부를 둘러보더니 입을 딱 벌렸다.

    “여길 우리가 사용한다고요? 이거 숙소 비용도 엄청나겠는데요.”

    “와, 방이 다섯 개예요. 우리가 이런 곳 써도 되는 거예요? 원래 연습생은 반지하부터 시작하는 게 국룰 아니에요?”

    장선우도 질문을 던졌다.

    그들의 질문에 서찬휘가 근엄한 표정으로 한 발 앞으로 나갔다.

    “험, 이게 다 이 리더가 전생에 적립해 놓은 선행 때문이지.”

    “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 아까 실장 형이 가끔 들른다고 방이 여유 있는 여기로 옮기라고 한 거잖아.”

    우시원이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자 서찬휘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야, 우시원 너는 조금 좀 장단 좀 맞춰 주면 덧나냐?”

    “자꾸 유언비어를 퍼뜨리니까 그렇죠.”

    그때였다. 주현빈이 손을 번쩍 들었다.

    “형들 저는 숙제 좀 해도 되죠?”

    “아, 숙제…… 해야지, 그럼.”

    서찬휘가 주현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찬휘와 우시원은 취업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수업을 뺄 수 있었다.

    하지만 주현빈과 우시원은 상황이 달랐다.

    아직 2학년이 그들은 졸업장을 위해서는 학교 수업 일수를 채워야 했다.

    주현빈은 자신의 가방을 내려놓더니 공책과 교과서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러고는 어디론가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 모습에 서찬휘가 물었다.

    “주현빈 어디가?”

    “공부하러요. 공부해도 된다고 형이 얘기하셨잖아요.”

    “그래도 방 배정이 안 끝났잖아. 일단 스톱.”

    서찬휘가 손바닥을 보였다.

    주현빈이 가려고 하던 방은 마루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바로 밖이 보이는 곳이었다.

    소위 말하는 햇볕 잘 드는 명당자리였다.

    주현빈은 막은 서찬휘는 재빨리 그의 앞에 가서 그 방에 자신의 가방을 던져 놨다.

    “형,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방 배치하잖아. 내가 리더니까. 일단 내가 고르고 연장자순으로 고르기로 하자고.”

    “흠,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인데…….”

    우시원이 미간을 좁히고 서찬휘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서찬휘가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야, 십 년 우정에…… 방 하나 양보 못 하냐?”

    “일단 이건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에 어긋나거든…….”

    우시원의 말이 끝나기 전에 서찬휘가 손을 휘휘 저었다.

    “아, 이거 너무하네. 거기에서 왜 법이 나오냐고!”

    사실 장난 반 진심 반의 방 쟁탈전이었다.

    젊은 블랙홀 멤버들에게는 이것도 하나의 게임이었다.

    먹을 것은 양보해도 게임은 양보 못 하는 것이 그들의 심리였다.

    그들이 아웅다웅하며 방을 목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을 때였다.

    딩동!

    현관에서 벨 소리가 들리자 장선우가 잽싸게 뛰어나갔다.

    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도훈.

    순간 보다가 꿀 먹을 벙어리가 되어 서로를 바라봤다.

    그때 주현빈이 눈치를 보더니 게걸음으로 도훈에게 다가섰다.

    그 모습에 도훈이 물었다.

    “주현빈, 할 말 있어?”

    “지금 방 배정을 하려고 하는데…… 찬휘 형이 막 마음대로 하려고 해서요.”

    “에이, 서찬휘.”

    “네, 실장 형.”

    “방 배정을 그렇게 마음대로 하고 그러면 안 되지. 일단 내가 방을 둘러볼게. 내가 공평하게 배정해 주면 상관없지?”

    “네. 실장 형이 배정해 주면 우리는 인정해야죠.”

    “그래, 잘 생각했다. 어디 보자…….”

    도훈은 방을 하나하나 살폈다.

    그러고는 멤버들에게 질문을 하나하나 던지기 시작했다.

    “저건 현빈이 가방이라고 했지?”

    “네, 숙제하려고 자리 잡으려다가 찬휘 형한테 방 빼앗겼어요.”

    “아무래도 공부하려면 조금 밝은 환경이 필요하겠지?”

    “정말로요?”

    “그런데 선우도 2학년이잖아.”

    “저는…….”

    “너도 졸업장 못 따면 그길로 데뷔 보류니까 그렇게 알아.”

    “헉.”

    “그럼, 너도 제일 밝은 방이 필요하겠군.”

    “제일 밝은 방이 어떻게 두 개가 될 수 있죠?”

    주현빈이 고개를 갸웃하자 장선우가 끼어들었다.

    “실장 형이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그래 선우 너, 생활 점수 1점이다.”

    “네?”

    “내가 옆에 있으면서 너희들 생활 체크도 좀 하려고.”

    “진짜로요.”

    “뭐, 같이 지내면서 조금 미안한 일도 있겠지만, 내가 옆에 있는 게 안심이 된다면서?”

    “네, 맞아요.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강 피디한테 들었어. 일단 방 배정부터 빨리 마무리 지어야겠지. 일단 창가 방은…….”

    도훈이 잠시 말을 끊자, 모두가 마른침을 삼켰다.

    창가에 있는 방은 그만큼 모두가 탐을 내는 방이었다.

    도훈은 그 모습에 피식 헛웃음을 지었다.

    모든 것을 공평하게 분배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었다.

    아니, 데뷔를 하게 되면 더욱더 그 불공평함을 느낄 것이 분명했다.

    들어오는 광고부터 TV에 출연하는 횟수까지 모든 부분에서 비인기 멤버와 인기 멤버가 차이가 난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되고 팀은 한순간에 무너지는 법이었다.

    도훈은 지금부터 그 감정의 골을 없애기로 했다.

    “이 방은 내가 쓴다.”

    “네? 제일 밝은 방을 주시기로…….”

    “내일쯤이면 여기가 제일 밝은 방이 되어 있을 거야.”

    도훈은 방 두 개를 가리켰다.

    주현빈뿐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도훈의 말이 무슨 뜻인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우시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실장 형, 마술도 아니고 어떻게 이 방 두 개가 제일 밝은 방이 돼요?”

    “그야, 내가 관리팀한테 이 방 전구를 갈라고 말할 테니까.”

    “헉.”

    우시원이 낮은 비명을 터뜨리자 도훈이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도훈이 이 집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쪽에 싱크대에는 식기세척기……. 그리고 그 옆에는…….”

    도훈은 마치 여행 가이드처럼 술술 그들이 앞으로 지낼 숙소에 대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참, 중요한 게 있는데! 화장실이 두 개잖아.”

    “네, 그렇죠.”

    이번에는 서찬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는 내가 쓰고 나머지는 너희가 쓴다.”

    “앗, 이건 독재 아닙니까?”

    “예방주사라고 생각해.”

    도훈이 씩 웃으며 돌아섰다.

    그 모습에 서찬휘가 쪼르르 달려가 물었다.

    “이제 퇴근하시게요?”

    “아니.”

    “그럼, 여기에서…….”

    “오늘부터 여기에서 지내려고.”

    “헉.”

    비명을 뱉어 낸 서찬휘의 표정이 절망이라는 두 단어를 그렸다.

    우시원은 좋은 것 같으면서도 살짝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말을 마친 도훈은 어디론가 문자를 보냈다.

    그 후 1분도 안 되어 다시 벨이 울렸다.

    그 모습에 도훈이 외쳤다.

    “막내가 손님 받아.”

    “옛썰.”

    장선우가 경례하며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문을 여는 순간 장선우의 눈이 커졌다.

    “대체 이건…….”

    갑자기 바퀴 끄는 소리와 함께 등장한 이삿짐센터 직원 때문이었다.

    그 뒤에는 유레카의 직원 겸 도훈의 매니저를 자처하는 황수영이 씩 웃고 있었다.

    도훈은 재빨리 그들에게 손짓했다.

    “어서 오세요.”

    “네, 짐은 어디로 들일까요?”

    “일단 이 방으로 몰아주세요.”

    도훈이 창가에 있는 방을 가리켰다.

    도훈이 짐을 정리하는 동안 넷은 구석 방에 모였다.

    슬쩍 밖의 상황을 바라보던 서찬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실장 형을 여기로 이사 오게 만든 거야?”

    “저는 아니에요.”

    장선우가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저도 아닙니다.”

    주현빈도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우시원이 손가락으로 서찬휘를 가리켰다.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나 때문이라고?”

    “네가 강 피디님한테 실장 형이 없으니까 힘이 안 난다고 했잖아. 그래서 오늘도 실장 형이 연습실에 온 거고.”

    “설마…….”

    “그 설마가 사람 잡은 것 같은데?”

    말을 마친 우시원이 주먹을 말아 쥐자 주현빈과 장선우도 눈을 가늘게 떴다.

    멀리서 그들을 바라보던 도훈은 은근한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사소한 행동이 왠지 모르게 그들을 하나로 만드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도훈의 핸드폰이 다급하게 울렸다.

    디딩디딩.

    도훈은 핸드폰에 적힌 이름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화면에 뜬 이름은 다름 아닌 미디어 패스의 한수진 기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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