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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59화 (159/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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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말씀하세요.”

“이걸 물어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강영웅이 말끝을 흐리며 주변의 눈치를 살피자 황수영이 재빨리 물었다.

“그냥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아까 저한테 부탁한다고 했던 게 기억나는데, 아무리 봐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아서요.”

“아, 그건 두 번째 프로젝트에 관련된 제안이에요.”

“두 번째라니 그게 무슨…….”

“저희가 제안할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였어요.”

“메이킹 필름하고 또 뭐죠?”

“트로트 k스타예요, 일단 보시죠.”

황수영은 리모컨을 다시 눌렀다.

동시에 기획서의 화면이 바뀌며 새로운 프로젝트가 나왔다.

정확히 2시간 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살짝 얼이 빠져 있었다.

편안하게 도훈의 집에 놀러 온 것인데, 갑자기 업무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오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한유라가 도훈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실장 혹시 이거 미리 계획한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우리가 한자리에 모일 걸 어떻게 알고 준비했어?”

“오늘 황수영 씨가 제안서에 대한 검토를 같이하자고 했는데 연락도 없이 쳐들어오신 거잖아요. 뭐, 모인 김이 같이 검토하자는 거죠.”

“검토? 검토하자고 하는 것 치고는 너무 치밀한데, 연습도 꽤 많이 한 것 같고…….”

살짝 눈을 흘기는 한유라는 주변을 바라봤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친 몇은 그 말이 옳다는 듯 고개를 까닥였다.

도훈은 지금이 상황에 대해서 대충은 알고 있었다.

황수영은 조금 전까지 도훈의 능력을 빌려 쓰고 있었다.

물론 도훈이 빌려준 것도 모른 채.

그 후 그들의 이야기는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강영웅이 트로트 K스타에서 맡을 역할은 심사위원 중 메인 포지션이었다.

설명을 모두 듣고 난 강영웅은 고개를 갸웃하며 황수영을 바라봤다.

“대충 들어보니 지금 MBS에서 진행하고 있는 스타플레이어 정도의 규모 같은데, 피디들은 어떻게 하려고요?”

“그것도 미리 준비해 뒀죠.”

“지금 SBC도 그렇고 케이블 채널도 그렇고 오디션 프로젝트를 경험해 본 피디들을 빼 오기가 힘들 텐데요. 그렇다고 이런 대규모 프로그램을 경험 없는 피디들로만 진행한다는 건 더 말도 안 되고요.”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말을 마친 황수영은 다시 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제작진들의 명단이 쫘르르 뜬다.

순간 강영웅의 눈이 커졌다.

강영웅도 알고 있는 이름이 화면에 나왔기 때문이다.

<임제호, 박창성…….>

대부분이 지금 스타플레이어를 기획한 피디들이었다.

명단을 확인한 강영웅이 재빨리 말했다.

“나도 합류하도록 하지요.”

“감사해요, 선생님.”

“아. 그 호칭은 제발……. 자꾸 그러면 다시 고려할 겁니다.”

“그럼, 오빠?”

황수영의 말에 주변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    *    *

한 달 후.

유레카의 별관 연습실.

강시혁이 팔짱을 끼고 결의에 찬 네 명의 연습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 명의 연습생들의 땀이 플로어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바로 바닥에 쓰러질 만큼 그들은 힘들어 보였다.

오전부터 시작된 격렬한 연습에 모든 진을 뺀 것이다.

하지만 숨소리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다.

눈빛은 실내를 비추는 전구보다도 더 밝게 빛났다.

그들 하나하나를 본 강시혁은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

“자, 이제부터 우리는 대한민국 탑을 향해서 달린다. 오늘은 이만하고 쉬도록.”

“네, 선생님.”

모두가 하나가 되어 답했다.

강시혁이 쓱 돌아서자 그들은 바로 바닥에 쓰러졌다.

강시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습실 문을 나왔다.

연습실 문 앞에서는 신서희가 기다리고 있었다.

“강 피디, 저러다 탈 나면 어떻게 해요?”

“괜찮아요. 저건 쟤네들이 원한 거예요.”

“진짜로 원했다고요?”

“네, 자기들이 흐트러지지 않게 군기 좀 불어넣어 달래요. 솔직히 이렇게 빡빡하게 진행하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잖아요.”

“호호, 얘들이 대견하네요.”

“그렇죠, 저도 저렇게까지 열성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오디션 결과가 충격적이었나 봐요.”

“아무래도 그렇죠. 아마 예상도 못 했을 거예요.”

“다 좋은데 당근도 잊지 마요, 강 피디.”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    *    *

연습실 밖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연습생들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모두는 아예 대자로 누웠다.

그들은 천장을 바라본 상태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 동안 같은 자세로 있던 중 장선우가 입을 열었다.

“찬휘 형!”

“왜 그래?”

서찬휘는 아직도 회복이 안 되었는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

장선우도 마찬가지였다.

천장을 올려다본 상태 그대로 말을 이었다.

“혹시, 후회 안 돼요? 내가 봤을 때는 실력으로 봐도 그렇고, 시청자들 반응을 봐도 그렇고 형이 떨어진 건 말이 안 돼요.”

“그거 나 먹이는 거 맞지?”

“아니 진심이라니까요. 제가 제일 먼저 떨어졌잖아요. 덕분에 온라인 커뮤니티 뒤지면서 시청자 반응 샅샅이 뒤졌거든요. 솔직히 찬휘 형이 떨어진 건 말이 안 돼요.”

“말이라도 고맙다. 그래도 나는 그때 떨어진 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왜 다행이에요?”

“그때 떨어져서 너희하고 같이 데뷔할 수 있잖아.”

“형!”

장선우가 몸을 돌려 서찬휘를 바라봤다.

시선이 마주친 서찬휘는 재빨리 일어났다.

“눈빛이 왜 그래? 징그럽게.”

“아니, 이건 존경의 눈빛입니다.”

그때였다.

그들의 옆에서 바지를 툭툭 털고 일어난 주현빈 장선우를 쏘아봤다.

“장선우, 넌 내가 떨어진 건 안 아쉬워?”

“당연히 아쉽지. 저희 중에 억울하게 떨어지지 않은 연습생이 누가 있어? 다, 누명을 쓰고…….”

“야, 우리가 무슨 범죄자냐? 누명을 왜 써? 왜 CSI 찍냐고.”

“주현빈, 거기서 CSI가 왜 나와? 장르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장선우와 주현빈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톰과 제리처럼 연습실에서 추격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서찬휘는 그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우시원이 멍하게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서찬휘가 물었다.

“너는 또 왜 그러는데?”

“우리가 떨어진 게 시청자 투표 때문이잖아. 그러면 남은 연습생들보다 실력이든 매력이든 뭐든 간에 부족하다는 거잖아. 혹시 안경 때문일까?”

우시원은 자신의 안경을 가리켰다.

그 모습에 서찬휘가 피식 웃었다.

“부족하면 조금이라도 더 연습해야지. 저 친구들은 체력 훈련이라도 하고 있잖아.”

서찬휘는 아직도 추격전을 펼치고 있는 주현빈과 장선우를 가리켰다.

그 모습에 우시원은 빙긋 웃었다.

“그 말도 맞네.”

고개를 끄덕인 우시원은 다시 창문을 바라봤다.

창공을 부유하는 뭉게구름을 배경으로 스타플레이어에 참가했던 기억이 동영상처럼 재생된다.

스타플레이어에서 가장 먼저 탈락한 것은 장선우였다.

장선우는 탈락하자마자 유레카와 계약했다.

거기에 장선우의 아버지인 장진수까지 연기 파트 강사로 유레카로 들어왔다.

그 때문인지 장선우는 유레카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장선우는 힘든 티를 하나도 내지 않는다.

그다음으로 탈락한 것은 바로 주현빈이었다.

주현빈은 아쉽게 시청자 투표가 이루어지기 바로 전 단계에서 탈락했다.

주현빈도 탈락한 후 소속사로 돌아가지 않고 유레카로 이적했다.

주현빈이 유레카로 오게 된 이유는 다소 황당했다.

주현빈은 도훈의 옆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며 기존 소속사에 이적을 요청했다.

재미있는 것은 기존 소속사에서도 주현빈을 잡아 두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사실 장선우의 소속사나 주현빈의 소속사나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어서 스타플레이어에 내보낸 것까지는 좋지만, 회사를 계속 유지할 자금은 바닥난 상태였다.

덕분에 원만한 이적이 이루어졌다.

그 후에는 시청자 투표가 반영된 서바이벌 규칙이 적용되었다.

첫 시청자 투표에서 탈락한 것은 바로 서찬휘.

하지만 서찬휘는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그것은 강시혁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강시혁과 함께하지 못한다면 데뷔는 그다지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다음 주에 우시원도 탈락했다.

우시원이 이렇게 기가 죽은 이유는 바로 시청자 투표의 결과 때문이었다.

우시원은 압도적인 심사위원 점수와 현장 관객 점수를 얻었다.

하지만 ARS로 진행된 시청자 투표에서 큰 격차로 떨어지게 되었다.

처음 나갔을 때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한 단계씩 올라가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재능에 대해서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시청자 투표에서 탈락이 결정되자 아직도 멘탈을 회복하지 못하는 우시원이었다.

연습할 때는 아무 생각도 안 들다가 지금처럼 조금 여유가 생기면 그때 자신이 왜 떨어졌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안경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가 생각지도 못한 심사위원들의 질문이었다.

그 질문조차 도훈이 미리 이야기해 준 것이었다.

그 질문은 우시원의 아버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때였다.

서찬휘가 우시원의 어깨를 톡톡 쳤다.

“잘 생각해 봐, 우리가 실장 형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이런 기회도 없었을 거야. 형을 안 만났으면 지금 뭐 하고 있었을 것 같아?”

“공무원 시험 준비?”

“그렇지, 나도 강 선생님하고 여기저기 기획사 알아보러 다녔을 테고.”

“이번 리벤지 매치에선 이겨야지.”

“리벤지 매치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이번에 스타플레이어에서 10명 나올 거 아니야? 거기에 그 친구들은 SW 소속으로 활동할 거잖아.”

“그야 그렇지.”

“우리가 조금만 서두르면 비슷한 시기에 데뷔할 수 있어.”

“흠.”

“그래서 선생님한테도 내가 부탁해 놨어. 우리 군기 좀 잡아 달라고.”

“그럼, 우리가 지금 이렇게 구르는 게…….”

“오해는 하지 말고, 다 우리를 위해서 부탁해 놓은 거니까.”

서찬휘는 자신이 가슴을 팍팍 치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도 잠시, 서찬휘는 묘한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주현빈과 장선우가 눈을 가늘게 뜨고 서찬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 장선우가 입을 열었다.

“강 피디님의 태도가 바뀐 게 형 때문이었어요?”

“음, 뭐 그렇다기보다는…….”

“와, 형 그렇게 안 봤는데 완전히 악마네요. 저는 이제까지 강 피디님이 악마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진짜 악마는 여기 있었네.”

“허, 그건 오해다.”

“지금 다 자백하셨잖아요.”

“내가 언제 자백을…….”

“여기에 다 녹음 되어 있거든요.”

주현빈이 손뼉을 쳤다.

짝, 짝.

그 소리에 옆에 벽 쪽에 있던 장선우가 버튼 하나를 눌렀다.

동시에 스크린에서 그들이 오전에 연습했던 동영상들이 재생된다.

순간 서찬휘는 힐끔 연습실 안쪽을 둘러봤다.

생각해 보니 이곳에는 연습 동작을 촬영하기 위한 카메라들이 빼꼼히 들어차 있었다.

연습이 끝난 후에 카메라를 정지시켜야 했는데 깜빡 잊고 계속 켜 뒀던 것이 불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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