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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54화 (15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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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당황한 것은 이승찬이었다.

이제는 국내 최고의 보컬이라는 이름보다는 오디션계의 고인물 혹은 프로 멘토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였다.

그런데 이번 오디션은 전혀 예측이 되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지금 무대 뒤에는 누가 나와 있는지도 몰랐다.

이승찬은 당황한 표정을 보일 수는 없었다.

어떤 상황이 와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표정을 짓고 있어야 했다.

그것이 오디션계의 고인물인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때 다시 목 푸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아아아!

이승찬은 영혼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절대자와도 같은 포스를 풍기는 이승찬.

여유 있는 이승찬을 본 한리나가 물었다.

“지금 무대 뒤에 있는 사람은 누구예요?”

“…….”

이승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몰랐기 때문이지만,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하지만 한리나는 눈치 없게 고개를 까닥이며 재촉했다.

“같이 좀 알아요.”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은 세계적인 아티스트야. 딱 거기까지만 말해 주지.”

“왜 혼자만 아는 거예요?”

“방송이잖아.”

말을 마친 이승찬은 근엄한 표정으로 PPL용으로 제공된 음료수의 뚜껑을 열었다.

한리나는 볼을 부풀리며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이승찬은 그녀의 호기심을 채워 주지 않았다.

한리나는 포기하고 한승범에게 물었다.

“무대 뒤에 있는 사람 혹시…….”

“네, 생각하신 게 맞아요. 외국인이에요.”

“앗, 저는 그거 물어본 게 아닌데!”

“그럼요? 아이돌인지 아닌지 궁금했어요.”

“아이돌은 아니죠. 제가 곡을 준 친구 중에 저런 음색을 가진 아이돌은 없었어요. 그리고 지금 발음을 자세히 들어 보세요. 약간 외국어 발음이 나잖아요.”

“허밍 소리에도 발음이 있어요?”

“아주 미세하게 차이 나요. 지금 허밍 소리를 들어보면 팝 쪽은 아닌 것 같아요. 거기에 우리가 아침부터 여기에 있었잖아요.”

“네, 아침부터 있었죠. 그런데 그게 저 사람의 정체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

“상관이 있죠. 왜냐하면 그게 저 사람의 실력을 증명하는 겁니다.”

“아니, 저희가 아침부터 있었던 것과 무대 뒤 아티스트의 실력이 무슨 상관이에요?”

“당연히 상관이 있죠. 한리나 씨는 현역 시절에 음악 방송 녹화가 있으면 보통 몇 시까지 갔었죠?”

“그야 새벽부터 가야죠. 대기실 자리도 그렇고 리허설도 해야 하니까요.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렇죠. 그런데 지금 무대 뒤에 있는 사람은 리허설 한번 안 했어요.”

“그야 전에…….”

“현역 시절 새벽에 나가서 리허설을 하는 이유가 뭐였죠?”

“그야 당연히 무대에 적응하기 위해서죠.”

말을 마친 한리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해 보니 지금 눈앞에 있는 무대는 누군가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계속 연습생들이 사용해 왔고 오늘은 심사위원들까지 이곳에 대기하고 있었다.

상대는 이곳의 음향 장비에 대해서도 모를 것이고 무대의 상태에 대해서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태연하게 목을 풀고 있는 것은 백전노장이란 말이었다.

무대와 음향 장비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 백전노장.

그 정도의 핸디캡 정도는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아티스트라?

한리나는 상대가 더욱 궁금해졌다.

그때였다.

드디어 막이 올랐다.

길게 드리워졌던 장막이 스르르 올라가자 조명이 환하게 무대 위를 비춘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무대에서 목을 풀고 있었던 사람은 자리에 없었다.

그때 뒤쪽 스크린에 자막이 올라왔다.

〈1등 보상을 지금 수여하겠습니다. 101번 연습생은 무대 위로 다시 올라와 주십시오.〉

뜻밖의 말에 연습생들은 다시 웅성대기 시작했다.

“지금, 바로 보상을 준다고?”

“그럼 아까 목을 풀던 사람이 세계적인 아티스트?”

“혹시 조상미 소프라노 아니야?”

“아, 그 선생님 이름이 왜 나와?”

“그럼 혹시 브리트니?”

“아니, 지금 딱 들어 봐도 남자잖아. 헛소리할 거면 그냥 나가.”

“야, 나 이래 봬도 B클래스 딱지 받은 남자야.”

“어쭈, A클래스 한데 덤비시겠다.”

모두가 웅성거리고 있을 때였다.

정장 차림의 한 남성이 천천히 걸어놨다.

순간 연습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김주성 아나운서잖아.”

“그러고 보니 4회부터 나오기로 했잖아. 지금이 4회고.”

“그럼, 모든 건 예정돼 있었다는 거네.”

“잠깐!”

“또 왜 그래?”

“김주성 아나가 나올 정도면 그 보상이라는 게 진짜라는 건데.”

“설마 이렇게까지 하는데 가짜겠어?”

“그런 거 있잖아, 모창 가수.”

“모창 가수라고? 그거 좀 일리 있는데…….”

연습생은 턱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돌려 무대를 바라봤다.

그때 우시원은 도훈의 등을 떠밀었다.

“형, 빨리 나가 봐요.”

“그래.”

도훈은 조용히 무대 위로 올랐다.

도훈이 무대 위로 올라가자 김주성은 활짝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조금 얼떨떨하시죠.”

“매니저인 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같아서 조금 부담스럽네요.”

“그런데 표정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으신 것 같은데요.”

“진짜 우리나라 최고의 진행자시네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잘 파악하니까요.”

“그럼, 부담스럽지 않다는 말씀…….”

살짝 도훈의 표정을 살피는 김주성.

도훈은 손을 흔들었다.

“부담스럽다기보다는 미안해요. 연습생들의 분량을 뺏은 것 같아서요. 어쩌다 보니 첫 번째로 곡을 선점하는 바람에 운 좋게 이런 기회도 얻은 것 같고요.”

도훈의 말 중 반은 진심이었다.

분량을 빼앗은 점은 미안하지만, 첫 번째 곡을 선점한 것은 무조건 도훈의 계획이었다.

그 보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문동훈이 이 프로그램을 편안하기 조작하는 것은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문동훈이 마련해 놓은 퍼즐 조각 중 하나 정도는 슬쩍 다른 곳에 숨기고 싶은 것이 도훈의 생각이었다.

도훈의 대답에 김주성은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뒤쪽을 가리켰다.

“지금 나오실 분은 세계적인 가수입니다. 일단 나와 주시죠.”

김주성의 멘트에 누군가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이상한 것은 세계 최고의 가수라고 소개한 사람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 모습에 심사위원석까지 들썩였다.

이승찬은 깜짝 놀러 가면 쓴 가수를 가리켰다.

“와, 이게 뭐야? 왜 가면을 쓰고 나왔어?”

그 모습에 한리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까는 아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지금 표정을 보니 아무것도 모르시는 것 같네요.”

“일단은 대본상 내가 놀란 척해 줘야지, 안 그래?”

“와, 뭔가 수상한데요.”

한리나가 눈을 흘기자 이승찬은 시선을 피했다.

가면을 안 썼다면 얼굴을 확인하고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는 드립을 치려고 했지만, 얼굴을 모르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가면을 쓴 가수가 도훈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건 이탈리아 말이었다.

하지만 스피커를 통해서 번역된 말이 바로 흘러나왔다.

―오늘 부를 노래는 한국의 곡입니다.

“한국 노래라는 거죠?”

―네, 지금부터 한번 맞춰 볼까요?

“네, 그러죠.”

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면 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들어 보니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다만 그가 왜 여기에 왔는지 그것이 궁금할 뿐이었다.

그때 가면 사내가 신호를 보냈다.

순간 뒤쪽에 곡명과 악보가 나온다.

<시월의 마지막 밤>

도훈은 이 노래를 같이 부르기로 한 사람을 한 명 알고 있었다.

이 노래를 부르기로 한 것은 바로 최크루지라 불리는 최 회장의 부탁이었다.

그 부탁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세계 3대 테너라고 불리는 까를로스였다.

주변을 살펴보니 까를로스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자신밖에 없는 것 같았다.

도훈은 입 모양으로 까를로스에게 물었다.

어떻게 여기에 왔냐는 내용이다.

도훈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문동훈을 바라봤다.

도훈의 머릿속에는 ‘설마?’라는 생각뿐이었다.

도훈과 유레카에는 아직 제거되지 않은 꼬리표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표절이라는 단어였다.

아윌비백 때문에 생긴 꼬리표.

사실 지금은 쑥 들어간 상태지만, 완벽하게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원작자인 머니 윌이 마이클 윌이라는 것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

굳이 해명하지 않은 이유는 딱 하나였다.

도훈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진 자가 언젠가는 미끼를 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물 줄 도훈도 몰랐었다.

도훈은 문동훈과 까를로스를 번갈아 봤다.

까를로스와 마이클 윌의 관계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나이 차이는 있지만, 그들은 둘도 없는 친우였다.

하지만 도훈과 마이클 윌 그리고 까를로스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정확한 관계를 아는 사람은 최크루지, 즉 최 회장밖에는 없었다.

도훈이 가장 궁금한 것은 어떤 방법으로 까를로스를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불러들였을까 하는 점이었다.

까를로스가 누구던가?

그의 하루를 사는 것은 빌게이츠의 하루를 사는 것보다 비싸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 오디션에 그를 불렀다는 것은 그의 하루를 샀다는 것이었다.

도훈의 고민과는 관계없이 까를로스는 설정 놀이에 취했는지 근엄하게 말을 이었다.

“일단, 잠시 맞춰 보도록 하죠.”

“네, 그래요.”

도훈은 할 수 없다는 듯 까를로스의 말에 따랐다.

고개를 끄덕인 도훈은 조심스럽게 매니저의 비밀 수첩을 살폈다.

다시 매직아이를 바라보듯 남은 알파벳을 바라봤다.

[보상 인벤토리 1: M, C, A]

Y는 사용 쿨 타임이 돌아오지 않았고 지금 쓸 수 있는 것은 C와 A였다.

하지만 C와 A가 뭔지 떠오르지 않았다.

정확히는 눈이 피곤해도 너무 피곤했다.

눈이 시린 것이 아까 Y의 정체를 밝혀내며 너무 능력을 쓴 느낌이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냥 C와 A를 털어 넣기로 했다.

손에서부터 황금색 빛이 반짝인다.

두 개를 털어 넣었더니 손바닥이 발전소라도 된 듯 반짝이기 시작했다.

손바닥에서 나온 황금빛 실선이 다시 심장 쪽에 모인다.

이제 능력을 사용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 까를로스가 말을 걸었다.

“일단 가볍게 가 보죠.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말을 마친 까를로스는 손가락을 튕겼다.

동시에 스피커에서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깊은 음색으로 깔리는 오케스트라 반주.

꿍따다, 딴딴따!

전주가 끝나갈 때쯤 까를로스가 마이크를 들었다.

―나이가 들다 보면…….

외국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정확한 한국어 발음이 나왔다.

순간 연습생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대체 누구지?”

“꼭 유명한 성악가 같은데…….”

심사위원석도 첫 소절이 시작되자, 웅성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이승찬이였다.

“한국어는 맞는데 감성이 조금…….”

이승찬의 말에 한리나와 한승범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도훈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거울 뒤로 떨어지는…….

순간 이승찬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이전과는 다른 음색이었다.

이건 분명히 도훈의 목소리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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