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46화 (146/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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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훈의 말에 한민국이 번개처럼 노트북을 들고 나타났다.

한민국의 동작이 어찌나 빠른지 한유라가 깜짝 놀랐다.

“민국 씨 무슨 초능력이라도 생겼어. 왜 그렇게 빨라? 혹시 민국 씨 실버맨이야?”

실버맨은 영화에 나오는 히어로의 이름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구를 열 바퀴 돈다는 히어로.

한민국은 그 정도로 빨랐다.

“뭐, 기본이죠.”

씩 웃은 한민국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황수영을 바라봤다.

한민국의 동작이 빨라진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일종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도훈의 운전기사로 입사했지만, 지금은 유레카의 매니저.

매니저라면 밤낮없이 뛰어다니기 마련인데, 유레카는 근무 시간을 철저히 지켜 줬다.

뭐, 유레카가 아니라 도훈이 지켜 준 것이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야근하면 다음 날 휴식 시간까지 챙겨 줬다.

유레카는 이전보다 높아진 기본급에 강영웅과 이지유의 사인을 언제든 받을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는 신의 직장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경쟁자가 나타난 것이다.

기분 좋게 노트북을 펼친 한민국은 재빨리 노트북의 전원을 눌렀다.

순간 노트북의 화면이 정지하며 소용돌이 표시와 함께 알림 하나가 나타났다.

<전원이 부족합니다.>

그 문구에 한민국은 재빨리 돌아섰다.

다른 노트북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때 황수영이 노트북 하나를 내밀었다.

“이건 충전을 빵빵하게 해 놨어요, 안심하고 쓰셔도 돼요.”

노트북을 연 황수영이 전원을 켜자, 한민국의 표정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것처럼 바뀌었다.

도훈은 가져온 노트북이 켜지자 툭툭 마우스를 클릭했다.

그러고는 화면에 뜬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가리켰다.

모두는 고개를 갸웃하며 노트북과 도훈을 번갈아 봤다.

아무리 봐도 도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 중 도훈의 행동을 이해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한유라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

“지금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왜 가리키는 거예요?”

“잘 보세요, 10위 안에 스타플레이어에 관한 검색어가 몇 개인지요.”

“흠, 그리니까…… 5위에 스타플레이어 구두 발자국. 7위에 스타플레이어 래퍼. 10위에 스타플레이어 BGM…….”

한유라는 말끝을 흐리며 도훈을 바라봤다.

자신이 스타플레이어에 관한 검색어 순위를 나열하기는 했지만, 유레카와는 아무리 봐도 관련이 없었다.

한민국과 황수영을 제외한 모두는 고개를 갸웃하며 도훈을 바라봤다.

그때 도훈이 품에서 USB 하나를 꺼냈다.

그러고는 슬쩍 노트북에 밀어 넣었다.

난데없는 행동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하자 도훈이 말을 이었다.

“한민국! 내가 클릭까지 해야 해?”

“아닙니다, 실장님.”

한민국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슬쩍 동영상 파일을 재생했다.

순간 스타플레이어 20호실의 광경이 흘러나왔다.

그들은 도훈을 중심에 두고 열심히 랩 가사를 짜고 있었다.

잠시 뒤 장면이 바뀐다. 그들은 마치 시험을 앞둔 수험생처럼 암기 과목을 외우듯 계속 쉬지 않고 흥얼거리고 있다.

그들의 랩이 합쳐지자 귀에 익은 라임이 술술 흘러나온다.

―새벽에 뒤척뒤척…….

―구두 굽 소리는 터벅터벅…….

순간 한유라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혹시 이 곡, 이 실장이 부른 거야?”

“저는 아니고 시원이와 찬휘 그리고 장선우라는 친구가 같이 짠 랩 가사예요, 좋죠?”

“그럼, 유명 래퍼가 아니라…… 신인이?”

“신인도 쌩 신인이죠.”

“헐, 그런 지금 실시간 순위에 올라 있는 게 전부…….”

“맞아요, 이번 회차는 유레카를 홍보하기 위해서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래도 유레카는 나오지 않잖아, 이 실장.”

마치 어린아이처럼 투정 부리는 한유라를 본 도훈이 씩 웃었다.

“홍보 중에 가장 고단수가 뭔지 아세요, 한 팀장님?”

“흠, 괜히 스무고개 하지 말고 그냥 말해 봐.”

“바로 신비주의 전략이죠. 생각해 보세요. 지금 저렇게 실시간 순위에 버티고 있어도 저 곡을 누가 불렀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카메라 앵글에서는 나오지도 않더니만, 목소리는 풀버전으로 내보내다니!”

“그건 누군가의 실수겠죠.”

도훈은 씩 웃었다.

정확히 말하면 문동훈의 실수였다.

문동훈은 유레카 멤버의 모습에만 집중한 나머지 목소리는 신경을 못 썼다.

사실 한지혜와 고운미라는 든든한 아군이 없었다면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도훈은 내친김에 보컬 파트 레슨의 영상까지 틀어줬다.

순간 회의실 내부는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유레카 멤버가 펼치는 화음만이 실내를 가득 채웠다.

그 영상이 끝나자 강영웅이 다가왔다.

“이거 싱글로 내도 되겠는데? 그런데 이걸 방송분에서 쳐 냈단 말이야?”

황당하다는 듯 도훈을 바라보는 강영웅.

도훈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에게는 행운이죠.”

“행운이라니?”

“이 영상은 나중에 모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될 거거든요.”

“MBS가 아니라 케이블 채널에서?”

강영웅이 고개를 갸웃하자 도훈이 말을 이었다.

“그냥 놔두기에는 아깝잖아요.”

“이건 MBS에 저작권 있잖아.”

“그건 맞아요. 그런데 이건 특약 조건이 들어있는 내용이에요.”

“특약이라고?”

“우리 애들하고 제가 출연하는 파트는 메이킹 필름으로 가져가기로 협의했어요. 어차피 초반 탈락시킬 거니 아마 쉽게 승낙했겠죠.”

“참, 아까 누가 탈락했다고 하지 않았어? 서찬휘도 아니고 우시원도 아니면…….”

“물론 저도 아니죠.”

“그럼 대체 누구야?”

“장선우라고 있어요.”

“장선우? 아까 랩을 주도적으로 만든 친구?”

“네, 맞아요. 뭐, 정확히 말하자면 그 친구도 유레카 식구예요.”

“우리 소속이라고?”

“며칠만 지나면요.”

도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도훈은 조용히 고개를 돌려 매니저의 비밀 수첩을 바라봤다.

[돌발 퀘스트 부전자전이 발생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만남으로 당신의 팀은 더욱 완벽해집니다. 보상: ?? 남은 시간 : ?? 남은 시간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기회는 신기루와 같습니다. 사라지기 전에 잡으세요.]

장선우와 랩 파트를 연습하면 뜬 돌발 퀘스트였다.

장선우와 깊이 대화를 해보니 그의 아버지는 미라클 그룹과 악연이 있었다.

정확히는 유레카의 전신인 JK엔터테인먼트의 전속 배우였다.

지금처럼 배우에 대한 케어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을 시기.

장선우의 아버지는 회사에서 버림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이름은 장진수.

장진수가 JK엔터테인먼트에서 계약 해지를 당한 이유는 바로 음주 운전 때문이었다.

일간지에 난 장진수 음주 운전이라는 대문짝만한 기사.

그 기사가 배우 장진수를 죽였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 음주 운전한 것은 야구 선수 장진수였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시기에는 소문을 무마하기도 힘들었다고 했다.

JK엔터에서는 장진수를 변호하기는커녕 계약을 해지했다고 한다.

계약을 해지당하자 그는 음주 운전을 한 것으로 영화계에서도 오해를 받았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모두 오해가 낳은 나비효과였다.

그 결과 장진수는 스크린에서 모습을 감췄다.

나중에 그와 친분이 있던 배우들과 감독이 그를 찾아갔지만, 그는 결코 영화계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채 지방으로 이사 갔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다른 동료들도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그가 배우 생활을 접은 뒤 가정이 기울어졌다는 점이다.

부모님이 이혼을 한 덕분에 그의 아들인 장선우는 혼자 자급자족을 해야 했다고 한다.

이것은 도훈이 장선우에게 들었던 이야기였다.

도훈은 장선우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미라클 그룹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실 그 뒤를 보면 JK엔터의 단독 결정은 아니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체면을 중시하는 이세훈의 결정이 한몫했다고 들었다.

어찌 보면 장선우와 도훈은 같은 적을 둔 사람이다.

하지만, 먼저 미라클에 대한 반감은 없애 줘야 한다. 정확히는 장선우에게 빚을 하나 지운다고 하는 편이 맞았다.

그 생기 들자마자 퀘스트가 뜬 것이다.

이번 퀘스트는 한마디로 도훈에게는 기회였다.

재능있는 장선우를 끌어들이면서 보상도 받을 수 있는 일석 이조의 찬스를 도훈이 마다할 리 없었다.

퀘스트를 바라보던 도훈은 김민석에게 다가갔다.

“부사장님.”

“어, 이 실장 왜 그래?”

김민석 부사장의 연기도 많이 늘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호칭인데 지금은 편안히 실장이라 부른다.

도훈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사장님, 혹시 여기 소속이었던 장진수 배우라는 분 아십니까?”

“장진수 배우…….”

김민석 부사장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도 잠시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떻게 하지?”

그때였다.

정여진이 눈을 빛내며 끼어들었다.

“이 실장, 장진수 배우는 왜 찾아?”

“아, 선생님은 혹시 그분을 아시나요?”

“흠, 알아보려면 알아볼 수도 있어. 진수가 원래 우리 일사천리 멤버였거든.”

“일사천리요?”

도훈이 눈을 크게 떴다.

일사천리는 배우들의 사적인 모임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나이와 성별 그리고 유명세와는 상관없는 순순한 모임으로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이 모임 소속의 배우들이 지금은 모두 영화계에서 힘깨나 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제작사 하나 정도는 찜 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을 가진 모임이었다.

도훈이 알기로는 일사천리가 처음에 시작할 때는 모두 조연 혹은 단역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가 톱클래스로 올라가 있는 상태.

그중에는 배우가 아닌 상업 영화의 감독으로 성공한 이도 있었다.

그게 바로 박찬수 감독이었다.

그러니 일사천리를 모르는 매니저는 있을 수 없다.

도훈이 눈을 크게 뜨자 정여진이 말을 이었다.

“내가 알아봐 줄 수도 있어.”

“그럼 부탁드릴게요, 선생님.”

도훈은 넙죽 고개를 숙였다.

*    *    *

삼 일 후. 서울 일원동의 대한병원.

도훈은 병원의 별관 입구에서 서성이다가 시계를 확인했다.

그때였다.

멀리서 누군가가 허겁지겁 뛰어온다.

그는 도훈의 앞에서 멈추더니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기를 반복했다.

얼마나 급하게 왔는지 그의 머리를 엉클어졌다.

오늘따라 바람이 좀 강한 편이었디.

그는 머리가 휘날리는 것도 모르게 달려온 것이 분명했다.

그는 다름 아닌 정여진이였다.

겨우 호흡을 가다듬은 그녀는 도훈을 바라봤다.

도훈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묘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소풍 가기 전날의 초등학생과도 같은 묘한 설렘을 담고 있었다.

눈에서부터 시작된 떨림은 천천히 아래쪽으로 내려왔다.

그 떨림은 도훈도 볼 수 있었다.

도훈도 먼저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조용히 정여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잠시 눈빛이 오가고 정여진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이 실장, 진짜지? 내가 알아봐 준다고 해 놓고 이 실장 신세를 졌네.”

“괜찮습니다, 선생님.”

도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여진이 다시 물었다.

“대체 어떻게 찾았어? 나도 일사천리 친구들을 통해서 찾으려고 해 봤더니 연락이 완전히 끊겼더라고.”

“네,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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