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42화 (14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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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우는 재빨리 자신의 입을 막았다.

자신도 모르게 도훈의 정체를 여기서 밝힐 뻔한 것이다.

도훈의 정체를 밝히는 것은 문동훈의 허락이 떨어져야 한다.

황제우는 입술에서 손을 뗐다.

그러고는 도훈을 한참 동안 노려봤다.

그것도 잠시 그는 뭔가 결심한 듯 말을 이었다.

“진짜 아마추어 맞습니까?”

“…….”

질문의 요지를 모르겠다는 듯 도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에 황제우는 고개를 돌려 우시원을 바라봤다.

뭔가를 말하려던 황제우는 입술을 달싹이기만 했다.

황제우는 오늘의 촬영 분량의 주인공이 정해졌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유레카의 멤버들이었다.

여기서 어떤 멘트를 해야 할까?

판타스틱 혹은 원더풀 같은 찬사를 남발해야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를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문동훈과 자신의 계획에서 완전히 벗어난 행동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들의 공연을 깎아내릴 수도 없었다.

문동훈과의 관계 전에 자신은 보컬 트레이너였다.

보컬 트레이너가 여기에서 헛소리한다면?

그것이 방송을 탄다면?

자신의 트레이너 생명은 끝장이 날 수도 있었다.

황제우는 슬쩍 고개를 들어 문동훈을 바라봤다.

멀리 있는 문동훈이 목을 긋는 시늉을 한다.

그 신호는 끝장내 버리라는 뜻이었다.

황제우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러고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시원 연습생, 시도는 좋았어. 그런데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 고음 파트에서 살짝 떨리는 거로 봐서 평소 연습이 부족한 것 같아. 그러니까 앞으로…….”

멘트를 이어 가던 황제우는 말끝을 흐렸다.

저 멀리서 문동훈이 더욱 세차게 목을 긋는 시늉을 했기 때문이었다.

전기톱을 표현하면 저리될까?

멀리서 신호를 보내는 문동훈의 손짓은 더욱 빨라졌다.

그 모습을 다른 제작진들이 못 볼 리 없었다.

그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중 한지혜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휴,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해? 그래도 임 CP님 있었을 때는 저러지는 않았는데…….”

“그러게요, 선배. 그런데 저건 무슨 뜻이에요?”

고운미는 문동훈의 동작이 이해 안 가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에 한지혜가 말을 이었다.

“딱 보면 보내 버리라는 거잖아.”

“보내요? 뭘 보내요?”

“독설로 연습생을 보내라는 뜻인 것 같아.”

“이번 무대에 지적할 게 있다고요? 지금 황 트레이너 얘기도 이상한데요. 어떻게 고음이 불안하다는 얘기가 나와요?”

“그러게, 그게 말이 돼? 저기 불안한 거면 나머지 연습생들은 아예 접싯물에 코 박고 죽어야 할 텐데.”

“선배가 좀 말려 보세요.”

“내가 무슨 힘으로 말려? 그거 말릴 힘 있으면 임 총괄님이랑 박 피디 나가는 것부터 막았겠지.”

“어휴.”

고운미가 한숨을 몰아쉬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에 한지혜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왜 그래? 고 피디.”

“다른 게 아니라 저기 저분 지금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누구…….”

고개를 돌리던 한지혜가 입을 딱 벌렸다.

그러고는 재빨리 손을 저었다.

“우린 모르는 체하고 있자, 고 피디.”

“아, 알았어요.”

고운미도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지금 촬영장의 한쪽에서는 메인 트레이너에서 밀려 세컨 트레이너로 포지션을 변경하게 된 정시건이 핸디캠을 들고 유레카의 멤버들을 찍고 있었다.

MBS의 방송 장비가 아닌 개인 캠을 들고 촬영장에 서 있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고운미의 머릿속에 유레카와 MBS가 맺은 계약 하나가 떠올랐다.

정확히는 도훈과 MBS의 계약이었다.

그것은 메이킹 필름에 관련된 조항으로 유레카의 멤버가 나오는 장면은 별로도 촬영을 허가한다는 특약이었다.

그 뒤에도 몇 가지 특약이 더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도훈을 잡기 위해 임제호와 강창성이 힘을 쏟을 결과였다.

그들은 나갔지만, 계약은 계약.

지금 그 계약을 지켜야 할 것은 문동훈이니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모두가 웅성거리는 가운데 황제우는 할 수 없다는 듯 힘겹게 입을 열었다.

“어쨌든 실망스러운 무대였어. 그리고 서찬휘 연습생의 목소리는 너무 튀어서 넬라 판타지라는 명곡의 훼손시켰다는 느낌까지 들었어. 아무래도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았나 봐. 내일은 좀 더 분발하도록. 평가는 여기까지로 하고 다음 연습생 준비하도록.”

그의 말에 여기저기서 연습생들의 비명이 터졌다.

“아, 지금 내가 뭘 들은 거지?”

“지금 평가가 일반적인 건가? 아메리칸 아이돌 본선에 나가도 될 정도였는데…….”

“아니, 본선이 아니라 결선이라고 해야지. 지금 정도면 폴포트의 넬라 판타지보다 더 충격적이었어. 그런데 평가가 저렇다고? 다음에 부르는 사람은 어떻게 하라고?”

폴포츠는 한 번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핸드폰 판매원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영국의 가수였다.

“이건 아닌 것 같다. 솔직히 이게 평균이라면 내가 받았던 클래스 A 예약 티켓은 반납하는 게 백번 맞아.”

“벌써 반납했잖아.”

“그래, 시원하네.”

대형 기획사들의 연습생들까지 웅성거리자, 황제우는 재빨리 손뼉을 쳤다.

짝. 짝.

“자, 이제 유레카 멤버들은 들어가고. 남은 SW 멤버들 준비하십시오.”

제작진들을 향해 신호를 보내는 황제우.

빨리 진행하겠다는 듯 손에 모터가 달린 듯 급하게 손짓했다.

제작직의 재촉으로 나온 것은 전에 우시원과 대립각을 세웠던 박찬우였다.

박찬우는 이 상황이 못마땅한지 지나가며 우시원을 쏘아봤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다른 연습생이 소매를 잡아끌었다.

황제우의 앞에 선 박찬우를 비롯한 SW 출신의 멤버들은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중 박찬우는 잔뜩 화가 난 얼굴이었다.

박찬우는 이곳에 출연하면서 은밀하게 제안을 받았었다.

그것은 결선까지 올려 준다는 약속이었다.

문제는 그 약속을 했던 팀장은 지금 회사에서 쫓겨났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실망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새로운 연락을 받았다.

그 약속을 지켜 줄 수 있는 제작진으로 교체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박찬우는 SW 대표의 조카였다.

그 정도 권리는 충분히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말을 듣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유레카 멤버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 준 것이다.

상황을 보면 그들이 싫다고 하는데도 억지로 중창 테스트를 봤다.

억지로 시킨 중창 테스트에서 무대를 찢을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 주고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갔다.

심사평이 안 좋았다지만 눈이 달려 있고 귀가 열려 있는 사람이라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었다.

박찬우는 지금 이 상황을 만들어 준 제작진이 미웠다.

거기에 유레카의 다음 무대라고?

분명히 그들과 비교될 것이 뻔했다.

자신이 무시하던 우시원과 비교된다?

그것만 해도 기분 나쁜데 중요한 점은 이 무대가 끝나고 나면 한참 아래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거기에 넬라 판타지 같은 곡을 준다면…….

망신당할 바에 그냥 포기하는 것이 나았다.

그러고 보니 넬라 판타지의 가사는 어떻게 다 외우고 있던 거지?

박찬우는 본능적으로 우시원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때 황제우가 마이크를 잡았다.

“SW의 연습생이 부를 노래는 시월이 밤입니다.”

시월의 밤은 가곡 스타일의 노래였다.

잔잔하게 시작해서 하이빔을 쏘듯 쭉쭉 뻗는 전개 방식으로 소위 말하는 팝페라에 가까운 곡이었다.

순간 연습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오, 갑자기 난이도가 확 떨어지는데. 아, 괜히 긴장했네.”

“그러게 말이야.”

“에이, 그건 아니지, 넬라 판타지하고 시월의 밤하고 어떤 곡이 힘들다고 단정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건 그렇지.”

그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들 때 피디들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지혜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차별이 너무 심한데.”

“차별이라기보다는 선곡의 다양성 아닐까요?”

“아니야. 고 피디는 혹시 시월의 밤 가사 기억나?”

“오늘이 바로…… 이렇게 시작하잖아요.”

“그래, 그럼 넬라 판타지 가사 한번 불러 봐.”

“아!”

고운미는 그제야 탄성을 터뜨렸다.

한지혜가 왜 차별이 심하다고 하는지 알았던 것이다.

갑작스러운 레슨 변경에 프롬프터도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

프롬프터란 관객이 볼 수 없는 무대 아래쪽에 가사나 대사 등을 알려 주는 사람 혹은 장비를 말한다.

이렇게 무작위 곡에서는 프롬프터가 필수였다.

더욱이 넬라 판타지처럼 흔히 듣기는 하지만, 흔히 불리지 않는 경우는 누군가 가사를 알려 주지 않는다면 완창하기가 힘들었다.

고운미는 탄성을 멈추고 조용히 도훈과 우시원 그리고 서찬휘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고운미는 아무리 생각해도 저들은 보통 연습생들이 아닌 것 같았다.

처음에는 자신의 언니를 도와줬다는 것에 호감을 느끼고 바라봤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피디의 관점에서 저들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그때였다.

SW 멤버들의 시월의 밤이 절정으로 달하고 있었다.

―나를 기억해 줘, 마지막 가을…….

시원하게 뻗는 고음.

그때였다.

―빠암…….

갑자기 목청 긁히는 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졌다.

아슬아슬하게 한계까지 몰아붙였지만, 결국은 음 이탈을 해 버린 것이다.

클라이맥스에서의 음 이탈에 충격을 받았는지 SW의 박찬우는 입을 벌리고 있다.

그들을 바라보는 한지혜를 힐끔 옆을 보며 속삭였다.

“저 정도로 충격받을 실수는 아니잖아? 고 피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아니 쟤들 정도면 마스크도 그렇고 보컬도 그렇고 SW에서 갈아서 나온 거 아닌가? 저 중에 찬우란 친구는 최후 10명까지도 보고 있던데…….”

“저도 그건 아는데, 앞쪽의 무대가 너무 완벽했잖아요.”

“완벽한 건 맞지, 앞쪽에서 너무 센 게 나와 버렸어. 오늘 분량은 이걸로 쫑이네.”

“그래도 비교군을 찍으려면 신경 써야죠.”

고운미는 앞쪽의 무대를 가리켰다.

둘의 이야기대로였다.

그 후 나온 팀들은 별다른 임펙트를 주지 못하고 픽픽 쓰러졌다.

마치 태풍에 넘어진 벼처럼 의지가 꺾여 버렸다.

제작진들은 유레카의 퍼포먼스에 놀라워했지만, 뒤쪽에 기가 꺾여서 제대로 실력을 보여 주지 못한 나머지 팀을 보며 아쉬워했다.

한지혜는 이것을 두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어야 하는 법이라며 자신을 위로했다.

그렇게 도훈이 합류한 첫날 일과가 끝났다.

*    *    *

일과가 끝나자 한지혜는 도훈을 숙소로 안내했다.

“여기에요, 실장님. 그리고 이거는 왼쪽 가슴에 다시면 돼요.”

한지혜는 도훈에게 번호표를 건넸다.

도훈은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가슴에 달고는 장난스러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실장은 무슨 실장이요! 그냥 백일 번 연습생이라고 불러 주세요.”

“에이, 제가 어떻게 그래요? 받은 게 얼만데요.”

“기억해 주시면 고맙고요.”

“그럼…….”

“잠시면요, 혹시 저 혼자 쓰는 숙소인가요?”

“아니에요. 원래는 8인실인데 촬영 장비를 넣느라고 5인실로 끊었거든요. 요기는 장비 하나 빼고 6인실로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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