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40화 (140/250)

(140)

그는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 하나를 오늘 치우기로 결심했다.

황제우는 장애물을 치울 도구였고 말이다.

문동훈이 생각하는 장애물은 다름 아닌 유레카의 이도훈이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것은 이도훈의 모호한 포지션 때문이었다.

유레카의 이도훈은 매니저 주제에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다 받고 있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존재는 연습생과 멘토들이었다.

그런데 매니저라는 포지션으로 들어와서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친구인 이도준의 부탁이었다.

문동훈은 미라클의 이도준과는 오래된 친구 사이였다.

그런데 그 친구가 요즘 사촌 동생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고 한다.

재벌 3세가 매니저를 하고 있다고?

거기에 현란한 무대까지 소화한다고?

그것도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문동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무대를 바라봤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도훈이라는 인간은 철저하게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것도 두 겹, 세 겹으로…….

“그걸 혼자 다 가지고 태어난 인간은 없어.”

그는 나지막이 혼잣말을 뱉었다.

문동훈은 친구를 돕는 동시에 이도훈이 쓰고 있는 가면을 벗겨 주기로 했다.

그 가면을 바닥에 던져 주고 잘근잘근 씹어 줄 것이다.

물론 그것을 물고 뜯고 맛보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었다.

이런 계획의 이면에 사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시청률 때문이었다. 시청률을 위해서는 희생양이 필요했다.

시청률 상승의 제물이 될 첫 번째 연습생이 바로 이도훈이였다.

슬쩍 입꼬리를 올린 황제우에게 손짓했다.

시작하라는 표시였다.

*    *    *

우시원의 보컬 테스트를 하려던 황제우는 문동훈의 손짓에 입을 굳게 닫았다.

그것도 잠시, 그는 재빨리 표정을 수습했다.

한순간이라도 카메라용 미소를 벗어던지면 어찌 되는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엄격해야 할 때는 엄격하게.

그 외의 경우는 무조건 삼촌 미소를 장착해야 했다.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린 황제우는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시간이 없으니 유레카의 연습생 세 명이 테스트를 받는 것은 어떤지 물어봐도 될까?”

“세 명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

“간단하게 세 명이 한 번에 같이 테스트를 보자는 이야기야. 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그건 제가 결정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선생님.”

우시원이 울상이 되어 뒤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서찬휘와 도훈이 있었다.

도훈은 피곤한지 고개를 숙인 상태고 서찬휘만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황제우는 서찬휘를 바라봤다.

“서찬휘 연습생!”

“네, 선생님.”

“내 제안 어떤가?”

“왜, 저희만 단체로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서찬휘가 살짝 튕기자 황제우가 바로 반응했다.

“흠, 자신이 없다는 건가?”

“그게 아니라…….”

서찬휘는 살짝 말끝을 흐렸다. 여기서 따지고 들자면 두세 시간 항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도움이 안 된다.

이건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전에 도훈이 신신당부한 말이었다.

서찬휘는 슬쩍 도훈을 바라봤다.

도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시, 실장님.”

작은 목소리로 불렀지만, 도훈은 침묵하고 있었다.

사실 도훈은 졸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서찬휘의 생각과는 달리 놀라움에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방송국을 장악하라 연계 퀘스트: 시청률을 장악하라 2단계가 완료되었습니다.]

[시청률 10,000%를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이 골드 등급 룰렛이 지급됩니다.]

연속으로 뜨는 알림음에 도훈은 황홀한 눈빛으로 매니저의 비밀 수첩을 보고 있었다.

도훈은 이미 실버 등급 룰렛을 가지고 있었다.

그 결과가 눈앞에 나타났다.

[보상 인벤토리2: 실버급 룰렛(1), 골드급 룰렛(1)]

결과를 손에 넣었으나 도훈은 고민하고 있었다.

본래 계획은 실버 룰렛 한 개를 더 모아 골드 룰렛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다음 골드 두 개를 합쳐서 상위 룰렛을 생성하기로 결심했었다.

하지만 결과가 눈앞에 나타나자 도훈은 손이 근질거렸다.

본래 사람이란 도박에 약한 법이었다.

예를 들어 즉석 복권을 가지고 있는데 주말까지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도훈의 룰렛은 한마디로 즉석 복권과도 같았다.

언제라도 긁어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실버 등급 룰렛 하나를 더 얻을 수 있다면 당첨금을 확 올릴 수 있는 즉석 복권이라는 이야기였다.

복권이라?

도훈은 복권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당첨금이 오른다고 해서 그것이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룰렛을 돌려서 어떤 능력이 나올지는 도훈도 알 수 없었다.

만약 골드 등급 룰렛의 효과가 상위 등급 룰렛보다 더 크다면?

갈등하던 도훈이 재빨리 골드 등급 룰렛을 바라봤다.

순간 손바닥 위에 룰렛이 뜬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손바닥 위에서 팽이처럼 빙글빙글 도는 황금빛 룰렛.

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빛의 속도로 돌던 룰렛이 점점 느려졌다.

그러고는 12시 방향의 바늘을 한번 튕기더니 멈췄다.

그때였다.

도훈의 앞에 찬란한 글귀가 나타났다.

[골드급 룰렛의 결과로 스킬, ONE FOR ALL(원포올)을 획득하셨습니다.]

[ONE FOR ALL(원포올): 스킬 원포올은 팀원을 하나로 만듭니다. 자세한 효과는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속 시간: 15분.]

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뱉었다.

“아, 꽝이네!”

이것은 진심이었다.

팀원을 15분 동안 하나로 만들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가?

더욱이 지금 오디션에서는 무용지물인 스킬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하루 한 번의 무대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십 번의 연습 무대를 가져야 한다.

15분 동안 무적이 된다고 해도 다음에 죽을 쑤면 테크닉에 문제가 있는 팀으로 오해받게 된다.

거기에 15분이라는 효과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15분이라…….

도훈은 실망한 눈빛으로 매니저의 비밀 수첩에서 시선을 거뒀다.

그때였다. 도훈의 귓가에 서찬휘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일장님!”

도훈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서찬휘를 바라봤다.

항상 웃고 있는 서찬휘가 죽을상을 하며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마치 똥 마려운 강아지, 아니 여우 같은 모습이었다.

“표정이 왜 그래?”

“저기, 황제우 선생님이 제안하신 게 있어서요.”

“제안? 그건 너희가 알아서 결정하면 되잖아.”

“그러니까 저희 셋이…….”

서찬휘는 지금의 상황을 조곤조곤 설명했다.

설명을 다 듣고 난 도훈은 고개를 갸웃하며 황제우를 바라봤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그것은 치열한 눈싸움이었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은 황제우였다.

“결정했습니까?”

그의 말에 도훈이 혀를 찼다.

그것은 그의 말투 때문이었다.

황제우는 모두에게 말할 때는 살짝 말을 높였다.

하지만 연습생 개개인을 대할 때는 편안하게 말투를 사용했다.

그런데 도훈에게는 다시 말을 높인 것이다.

이것은 방송에 흠이 잡히지 않게 사전에 충분한 연습을 했다는 것이었다.

속마음과는 상관없이 도훈은 웃으며 답했다.

“그러니까, 저희만 셋이 테스트를 받으라는 건가요?”

“네, 어떻습니까?”

“조건이 있습니다.”

“무슨 조건이요?”

“아예 기획사별로 중창 테스트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건 불가능…….”

“생각해 보십시오, 선생님께서는 지금 이 무대가 테스트라고 하셨죠?”

“네, 그렇습니다.”

“테스트를 번역하면 시험이 아닌가요?”

“그렇죠.”

“시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도훈의 거침없는 말에 황제우는 표정 관리가 안 되었다.

황제우는 생수를 따더니 그대로 벌컥 들이켰다.

카메라가 그를 잡는 것도 잊은 채 말이다.

둘의 대화에 다른 연습생들까지 숨을 죽였다.

묘한 상황에 서찬휘는 도훈의 소매를 살짝 잡아끌었다.

그러고는 상체를 기울이며 도훈에 귀에 속삭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악마의 편집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랬지.”

“표정 하나 혹은 음절 하나만으로도 빌런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편집이라고도 하셨잖아요.”

“그것도 맞는 말이지.”

“그런데 여기서 이러시면 어떻게요? 전 국민의 적이 될 수도 있어요, 실장님.”

“그건 아니야.”

도훈은 작게 속삭였다.

악마의 편집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촘촘하게 짜여 있는 그물 때문이었다.

그 그물이란 바로 출연 계약서였다.

계약서에는 ‘비밀 유지’라는 단어가 백 개도 넘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 계약서는 연습생들에게 해당하는 계약서였다.

도훈에게는 그것을 무마시킬 수 있는 계획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이렇게 할 말을 다 하는 것이다.

조그만 생수 한 통을 다 들이켠 황제우가 다시 말을 이었다.

“조건이 뭔가요?”

살짝 꼬리를 내리는 황제우의 모습에 도훈이 말을 이었다.

“솔직히 백 명의 연습생이 완창한다는 것은 저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요?”

“저도 선생님이 생각하신 중창이 이번 맛보기 테스트에는 적합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도훈은 턱을 어루만지며 주변을 둘러봤다.

마치 시사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진행자같이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는 도훈.

카메라는 도훈을 클로즈업하고 있었다.

그것은 당연했다.

갑자기 끼어들어 연습생이 된 매니저가 지금 판을 엎어 놓고 있었다.

누가 봐도 갑자기 텐션이 쭉 치고 올라간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니 모든 카메라가 도훈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모이자 도훈이 고개를 돌렸다.

도훈이 바라보는 곳은 먼저 테스트를 끝낸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도훈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A 클래스 티켓을 포기할 수 있겠어요?”

“…….”

그들은 눈치만 보고 아무 말도 못 했다.

그 모습에 도훈이 말을 이었다.

“테스트라는 건 동일한 상황에서 치러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 앞에 있었던 테스트는 무효.”

“헉.”

“지금 무슨 말을…….”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이 모인 자리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튀어나오자 도훈이 고개를 돌려 황제우를 바라봤다.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다면 중창 보컬 테스트에 응하겠습니다.”

“…….”

황제우도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모든 시나리오가 문동훈에게 전달받은 것이었다.

여기서 응한다면 판이 뒤집히게 되는 것이었다.

황제우는 멀리 있는 문동훈을 바라보며 입 모양으로 물었다.

당황도 잠시, 황제우는 결심했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네, 그럼 좋습니다. 그럼 중창은 저희부터 하면 되겠죠. 저희가 불러야 할 곡명이 뭐죠?”

“넬라 판타지아입니다, 준비해 주시죠.”

순간 우시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코알라처럼 동그랗게 뜬 우시원은 고개를 돌려 도훈을 바라봤다.

우시원은 도훈의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도훈은 묘하게 웃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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