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37화 (137/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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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미는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혹시 고양미라고 기억나세요?”

“고양미 씨라면…….”

도훈은 눈을 크게 떴다.

고양미라면 도훈이 지원하는 작곡가 중 하나였다.

그녀와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고양미를 회유해서 유레카의 전속 작곡가로 만든 것이 얼마 전의 일이었다.

사실, 지금은 살짝 미안한 감이 있는 것이, 길고양이에 빠져 거리를 거닐던 때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 듣는다면 왜 그게 미안하냐고 물을 수도 있었다.

도훈이 미안해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작업에 미쳐서 집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한민국의 말에 따르면 그녀 책상에는 피자 박스가 쌓여 있다고 한다.

적극적인 지원이 고양미를 180도 변하게 만들 줄은 도훈도 몰랐다.

요즘은 건강이 걱정될 정도였다.

그런데 고운미가 왜 고양미를 묻는다는 말인가?

순간 둘의 이름이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다.

“혹시, 고양미 작곡가와는 어떤 사이세요? 이름이 비슷한 걸 보면 친척 맞죠?”

“친언니예요.”

“네?”

“사실 언니와 떨어져 지낸 이유가 길고양이들을 자꾸 데려와서 감당되지 않았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언니와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고양이 털에 알레르기가 있어서요.”

“…….”

“그런데 어느 날 언니가 이제 고양이를 못 기르겠다면 친한 분들에게 고양이를 다 분양한 거예요. 알고 보니 그 배경에 이도훈 실장님이 계셨더라고요.”

“제가요?”

도훈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고양미가 작곡에 미쳐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고양이를 내보냈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양이를 분양했다고요?”

“말 잘 듣는 놈 두 마리만 빼고요.”

“고양미 씨가 정말 그랬어요?”

“작곡에 방해된다고요. 지난번에 고양이들이 툴을 만져서 작업한 파일이 다 날아갔거든요. 언니한테 고양이보다 더 소중한 게 생긴 거죠. 정말 고맙습니다. 실장님.”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아니에요, 실장님은 우리 집의 은인이세요.”

“흠, 뭐 저도 좋은 곡을 받고 고양미 씨도 작곡에 전념할 수 있으니 윈윈이죠.”

“언니가 고맙다고 전해 달래요.”

“갑자기 이러시니 얼굴이 뜨거워지네요.”

“아니에요, 실장님은 진짜 제 은인이세요. 실장님 아니었으면 우리 언니가 정상적인 생활을 못 했을 거예요.”

“아닙니다. 저는 고양미 씨의 실력을 믿고 계약한 겁니다.”

도훈은 재빨리 손을 내저었다.

사실 몇 년 후 고양미의 위상을 생각한다면 헐값에 계약한 것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오버하니 도훈은 표정 관리를 하기 힘들었다.

“우리 언니가 작곡한 거 들어 보실래요?”

“지금은 좀…….”

도훈이 말을 맺기도 전에 고운미가 핸드폰을 조작했다.

띠디딩, 띠리.

귀에 익숙한 인트로가 핸드폰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순간 도훈의 눈이 커졌다.

이것은 고양미가 몇 년 후에나 제작할 곡이었다.

한마디로 미래가 앞당겨진 것이다.

길에서 방황하던 기간을 삭제해 버리니 몇 년 후에 나올 곡이 지금 나오고 있는 것이다.

도훈은 재빨리 말을 이었다.

“곡이 완성되면 제게 주기로 했는데, 그게 왜 고운미 씨한테…….”

“이거 미완성곡이래요. 실장님께는 좀 더 완벽한 곡을 들려드리고 싶대요. 이건 그냥 휴지통에 넣고 좀 더 완벽한 곡이 완성되면 보내 드릴 거예요. 참, 이건 어떠냐며 제가 보내온 곡이에요.”

“아.”

도훈은 입을 벌렸다.

오늘 일이 끝나면 고양미의 집에 방문해야 할 것 같았다.

그녀가 쏟아 낼 수많은 명곡들이 자칫하면 휴지통에 버려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도훈은 자신이 황금 알을 낳기도 전에 거위의 배를 가른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고양미에 대한 대화도 잠시, 다 차려진 밥상을 두고 떠나야 하는 임제호와 박창성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첫 회 시청률을 12%까지 올려놓은 효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총괄 피디를 퇴출시킨다라?

도훈은 예능국장과 MBS 대표의 결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    *    *

스타플레이어 촬영 현장에 마련된 회의실.

임제호와 박창성은 떠났지만, 회의실 내부의 변화는 없었다.

다만 인터뷰를 위해 뛰어다녔던 한지혜가 현장에 합류했다는 것이 작은 변화였다.

물론 회의 테이블 가장 위쪽은 임제호를 대신해서 문동훈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문동훈은 헛기침을 한번 한 후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술을 뗐다.

“임제호 총괄을 대신해서 스타플레이어의 지휘를 맡게 된 문동훈이라고 합니다. 저는 방송국보다는 여기 파주의 촬영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는 마치 대통령 취임사라도 되는 듯 근엄한 표정으로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힐끔 누군가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지금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보컬 트레이너인 정시건이 있었다.

실용음악과의 교수이기도 한 그는 한때는 무대를 주름잡던 가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보컬 트레이너로 유명한 그였다.

사실 MBS에서 그를 초빙하기까지는 큰 어려움이 있었다.

발라드에서부터 댄스까지.

그에게 지도를 받은 가수들은 단기간에 성장을 이루어 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보컬계의 단타꾼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에게 지도를 받고 시간이 지나면 본래의 폼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아이돌 개개인의 성장을 보여 줘야 하는 스타플레이어에서는 안성맞춤인 트레이너였다.

하지만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한사코 거절하던 것을 인맥을 통해서 끌어들일 수 있었다.

그 인맥이라는 것은 바로 유레카의 도훈이었다.

도훈도 정시건을 바라보는 문동훈이 눈빛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시선을 받은 정시건은 멋쩍게 웃으며 먼저 말을 건넸다.

“제게 하실 말씀이라도…….”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동훈은 은밀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정시건 씨의 명성은 잘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군요.”

“죄송하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정시건 트레이너께서는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참가자를 찾아다니며 비공식적으로 트레이닝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머지는 오늘부터 합류할 황제우 씨가 맡아 주시겠습니다.”

말을 마친 문동훈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170cm에 문동훈과 판박이인 사내가 서 있었다.

“황제우 트레이너는 이쪽으로 와 주시죠.”

문동훈이 손짓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제작진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일이 조금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의도를 보면 카메라가 없을 때 이루어지는 비공식적인 지도는 정시건이 맡고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황제우가 가져간다는 것이다.

황제우는 앞에서 자신을 소개하고 문동훈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앉았다.

황당한 상황에 정시건은 고개를 돌려 도훈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는 원망이 섞여 있었다.

도훈은 그를 보며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진정하라는 신호였다.

그때 문동훈이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 그가 보고 있는 것은 도훈이었다.

이번에는 문동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도훈 실장이라고 했죠?”

“네.”

도훈이 짧게 답하자 문동훈이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이도훈 실장님께도 제가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저는 이도훈 실장님이 조커 역할을 해 주길 원합니다.”

“조커 역할이라면 정확히…….”

“출연 계약서에 의하면 이도훈 실장님은 전반적인 참가자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시잖아요.”

“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해야 할 일도 친구들을 케어하는 거고요.”

“그런데 시청률을 놓고 보면 재능이 아깝지 않습니까?”

“재능이라니요?”

“지난번에 방영된 예선 무대 덕분에 시청률이 급상승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이도훈 실장님이 있고요. 오죽하면 ‘아저돌’이라는 신조어가 생겼겠습니까?”

“아저돌이요?”

도훈이 고개를 갸웃하자 옆에 있던 한지혜가 작게 속삭였다.

“아저씨와 아이돌의 합성어예요, 실장님.”

“네.”

그들의 대화에도 문동훈은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들은 설명 그대로입니다. 저는 이 실장님이 히든카드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셨으면 합니다.”

“히든카드라니요? 조금 더 정확히 말씀해 주시죠.”

“아이돌 틈에 끼어 같이 경쟁하는 겁니다.”

“스타플레이어의 경쟁에 참여하라고요? 저는 매니전데요.”

“자격은 충분합니다. 스타플레이어에는 나이 제한이 없는 거 아시죠? 거기에 더해 이 실장님은 누가 뭐라 해도 예선 통과자입니다.”

“음.”

도훈은 턱을 괴고 상대를 바라봤다.

문동훈은 이도준이 보낸 자객이 분명했다.

목숨을 노리는 자객이 아닌 도훈을 흠집 낼 자객이었란 말이다.

그런데 왜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민도 잠시 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동훈을 잡으려면 그가 걸어 놓은 덫에 한 발 정도 디디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 맞았다.

“감사합니다.”

“고민하시는 것 같더니…….”

“아닙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도훈의 말에 제작진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럼 이 실장님이 추가되는 거야?”

“그러네 그럼 100명이 아니라 101명이잖아.”

“흠.”

“그럼 자막도 다시 고쳐야겠네.”

그들은 분주히 의견을 주고받았다.

*    *    *

스타플레이어 녹화가 이루어지는 실내 세트에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100명의 아이돌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쉴 새 없이 가사를 외우고 있었다.

어떤 친구는 손바닥에 가사를 써 놓은 채 힐끔거리고 있다.

이들이 이러는 이유는 한 가지였다.

오늘은 랩 파트를 테스트하는 날이었다.

랩 파트를 담당했던 참가자들은 여유 있게 팔짱을 끼고 무대를 바라보고 있지만, 나머지는 참가자들은 계속 입술을 달싹이며 자신이 보여 줘야 할 프리스타일 랩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들이 모두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손뼉을 쳤다.

짝짝.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모였다.

그곳에는 스타플레이어의 멘토 중 하나인 한리나가 있었다.

한니라는 앞쪽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앞쪽에 서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모두를 바라보던 그녀가 말을 이었다.

“자, 집중. 제가 여러분께 소개할 사람이 있습니다. 새로운 참가자 이도훈 연습생입니다. 이쪽으로 와 주세요.”

한리나가 손짓하자 도훈이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자신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100명의 연습생을 바라봤다.

수백 개의 조명이 그들을 비추고 있을 때 구석에서는 문동훈이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황제우 교수님.”

“네, 총괄님.”

“저기 이도훈 보이시죠?”

문동훈은 손을 들어 다른 연습생과 마찬가지로 유니폼을 입고 있는 도훈을 가리켰다.

“네, 당연히 보이죠.”

“일단 저 사람의 이미지를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뜨려 놔야 합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황제우는 고개를 꾸벅 숙인 뒤 자신을 소개하는 도훈에게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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