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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35화 (13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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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영의 모습에 도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공연비요?”

“제가 실장님 매니저 해 주겠다고 했잖아요.”

“그건 저도 알고 있죠.”

도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수영이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매니저가 되면서 할아버지가 조건 하나를 걸었거든요.”

“황 회장님이 조건을 걸었다고요”

도훈이 눈을 가늘게 떴다.

대충 둘 사이 약속은 알고 있었다.

황백석 회장이 황수영에게 매니저 일을 허락한 이유는 한 가지였다.

도훈의 옆에 있다 보면 느끼는 것이 있지 않겠냐는 의도였다.

도훈은 황수영의 할아버지인 황백석 회장과 조용히 독대한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황백석 회장은 도훈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단기간에 유레카를 키웠던 저력을 황수영에게 보여 주라는 것이었다.

웅크리고 있던 유레카가 미라클 그룹 내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를 경영자 교체로 본 것이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직원들 사이에 녹아든 도훈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사실 그것은 황백석 회장의 착각이었다.

자신의 연예인을 키우기 위해서 직원들 사이에 녹아든 것이고.

소속 연예인이 목소리를 대변하다 보니 유레카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었다.

도훈은 그런 황백석 회장의 착각에 그저 웃기만 했었다.

남들이 그렇게 높이 평가한다는데 마다할 도훈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당시 조건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은 없었다.

도훈의 표정을 본 황수영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별건 아니에요. 제가 이곳에서 일하면서 딱 한 가지는 지키기로 했거든요.”

“그 한 가지가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유레카에 손해를 끼치지 말라는 것이 할아버지의 조건이었어요.”

“흠, 그건 당연한 이야긴데…… 왜 그렇게 고민하시는 거죠?”

“제가 손해를 끼친 것 같아서요.”

“손해라니요?”

도훈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황수영이 매니저 일을 하는 것은 다소 우스운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녀가 손해를 끼친 적은 없었다.

오늘만 해도 최 회장과 자신을 연결해 주지 않았는가?

이 정도면 한 달 월급이 안 아까웠다.

그 모습에 황수영이 손을 내저었다.

“이것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말씀드린 손해는 공연비에요. 최 회장님께 공연비를 받지 못했어요. 어떻게 하죠?”

“괜찮아요, 꽤 많은 공연료를 미리 받았으니까요.”

“혹시 매니저도 모르게 받으신 건가요?”

“그건…… 비밀입니다.”

도훈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도훈이 받은 것은 돈뿐이 아니었다.

이번 만남을 통해 기억 저편에 사라졌던 추억까지 돌려받았다.

도훈은 사람 좋은 얼굴로 웃을 때였다.

뒤쪽에서 누군가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뛰어오는 사람은 바로 한민국이였다.

“한민국 왜 그래?”

도훈의 외침에도 한민국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성난 들소처럼 도훈에게 달려왔다.

도훈의 앞까지 온 한민국이 다급하게 외쳤다.

“실장님, 빨리 도망가요.”

“지금 무슨…….”

도훈은 말을 잇지 못했다.

한민국이 도훈의 소매를 잡아끌었기 때문이다.

한민국은 도훈을 끌고 재빨리 뛰었다.

옆에 있던 황수영도 영문도 모른 채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호텔 정문으로 나가기 위해서 미니 아쿠아리움으로 된 복도를 뛰었다.

밀폐된 공간이 덕분에 발걸음 소리는 천둥처럼 울렸다.

타다닥.

타다닥.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호텔 로비까지 온 한민국은 그때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다행이다.”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마피아가 쫓아와서요.”

“마피아?”

“제가 조금 실수했거든요. 그런데…….”

한민국은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간단했다.

주차 후 한민국은 도훈과 황수영이 있는 파티장으로 향했다고 했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들었던 것이다.

가장 운이 없었던 것은 그들의 은밀한 거래를 한민국이 목격했다는 점이었다.

여기까지 말한 한민국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았다.

그때 황수영이 한민국에게 생수 하나를 건넸다.

생수를 받은 한민국은 정신없이 물을 들이켰다.

잠시 숨을 고른 한민국은 다시 말을 이었다.

“더 운이 없었던 건요, 제가 명함을 떨어뜨렸다는 거예요.”

“명함을 떨어뜨렸다고?”

“네, 그런데 그 마피아들이 명함을 보더니 막 우리 회사 이름을 부르며 따라오는 거예요.”

“음, 대체…….”

“그러니 겁이 안 나겠어요? 보통 영화 속에서 목격자는 대부분 죽잖아요.”

말을 마친 한민국은 비 맞은 강아지처럼 처량하게 도훈을 바라봤다.

도훈은 그 시선에 무표정하게 대꾸했다.

“넌 살아 있잖아.”

한민국의 말은 애초에 말이 안 되었다.

어떤 범죄 조직이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거래를 하겠는가?

떨떠름한 도훈의 표정에 한민국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자기 일 아니라고 그러시면 어떻게 해요?”

“그 사람들이 마피아라는 증거는. 그리고 그게 범죄 현장이라는 증거는?”

“검은색의 각진 서류 가방이 오갔으면 뻔한 거 아닌가요? 그리고 목격자의 최후는 뻔하죠.”

한민국은 손으로 네모를 그리며 침을 튀겼다.

도훈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럼 도망쳐야지, 왜 여기서 멈춘 거야?”

“한국인데 설마 여기에서 총질하겠어요.”

그때 옆에 있던 황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겠네요. 큰일 날 뻔했어요, 한 매니저님.”

“역시 걱정해 주는 건 황 매니저님밖에 없네요. 감사합니다.”

둘의 대화에 도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였다.

검은색 정장의 외국인들이 도훈의 시야에 들어왔다.

도훈은 한민국의 어깨를 톡톡 쳤다.

“한민국, 네가 말한 사람이 혹시 저들이야?”

“그게 무슨 말…….”

말을 맺지 못한 한민국이 눈빛을 살짝 떨었다.

그러고는 재빨리 도훈의 뒤에 숨었다.

도훈은 그제야 한민국의 말이 기억났다.

그들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오른손에 든 것은 흔히 007가방이라 불리는 서류 가방이었다.

저 정도의 차림이라면 마피아로 오해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뒤쪽에 있는 한민국이 도훈의 등을 건드리며 속삭였다.

“저 사람들 맞아요, 제발 고개 좀 돌리세요.”

한민국의 말에도 도훈은 그들을 뚫어지라 바라봤다.

그중 한 명이 눈에 익었기 때문이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사람들의 위쪽에서 명함을 든 흑발의 남자였다.

딱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동양인이었다.

앞에 서 있는 금발의 사내들은 마치 그를 호위하는 것으로 보였다.

도훈의 시선을 느꼈는지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고개를 돌렸다.

순간 뒤쪽에 동양인이 도훈을 가리켰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외국인들이 도훈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저벅저벅.

그들의 구두 굽 소리가 크게 느껴지는 것은 착각일까?

그때 뒤쪽에서 동양인이 금발의 사내들 틈에서 나와서 다가왔다.

키는 180cm 정도에 선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누가 봐도 마피아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도훈의 앞에 와서 외쳤다.

“미스터 리?”

“저를 아십니까?”

도훈이 고개를 갸웃하자 동양인은 손을 쓱 내밀었다.

“저는 제이슨이라고 해요.”

“제이슨이라…….”

도훈은 그의 이름을 되새김질해 봤다. 하지만 묘하게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도훈이 고개를 갸웃하자 제이슨은 정장 안쪽에 손을 집어넣었다.

순간 뒤쪽에 있던 한민국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조심하세요, 실장…….”

하지만 그는 말을 맺지 못했다.

정장의 안쪽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명함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명함을 공손하게 건넸다.

명함을 받은 도훈은 재빨리 내용을 확인했다.

영어로 된 명함에는 제이슨의 이름과 회사명이 적혀 있었다.

〈글로벌 가드〉

‘그 아래는 당신의 안전을 책임집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도훈은 문구와 사내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문구를 확인하고 보자 사내들이 마피아가 아닌 경호원으로 보였다.

“경호업체 분들이군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 이름을 알고 계시는 거죠?”

“최 회장님께 부탁을 받았습니다. 운전에서부터 경호까지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최 회장님이요?”

“저기 위쪽에 계신 분이요.”

제이슨은 위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최 회장이 가끔 묻는 스위트룸이 있었다.

“최 회장님이 경호를 부탁했다고요?”

“네, 맞습니다. 그럼 혹시 그 서류 가방에 있는 것이?”

“계약서와 선금입니다.”

“아.”

도훈은 탄성을 터뜨리며 한민국을 바라봤다.

놀라움보다는 어이없다는 시선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한민국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실장님.”

“…….”

도훈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크게 뜨며 제이슨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도훈이 이리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제이슨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3년 뒤에 제이슨은 국내에 들어와서,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그의 연예계 활동은 그것이 시작이었다.

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우시원과 서찬휘가 주축이 될 신생 그룹, 블랙홀에 딱 어울리는 외모였다.

그때 제이슨이 손을 내밀었다.

“그럼 저희가 경호해도 되겠습니까?”

“잠시만 기다리시죠.”

“네?”

제이슨이 고개를 갸웃하자 도훈은 사람 좋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제이슨 씨가 직접 해 주시는 건가요?”

“저는 계약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갈 거라…….”

“그러지 말고 제이슨 씨가 직접 해 주시면 어떻습니까?”

“그건 제 아버님께 여쭤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결론이 나오면 다시 연락해 주시죠.”

도훈은 그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그러고는 활짝 웃으며 돌아섰다.

한민국과 황수영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듯 계속 뒤쪽을 힐끔 돌아봤다.

그 모습에 도훈이 말했다.

“지금, 민국이 직장 잘릴 뻔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경호해 주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제가 잘려요?”

“너, 저 옆에 있던 금발 양반 직업이 뭔지 알아?”

“경호원이라면서요?”

“전직 카레이서야.”

“카레이서가 왜 경호를 해요?”

“뭐, 그야 나도 모르지.”

도훈은 조용히 천장을 올려다봤다. 모든 것이 자신을 걱정하는 최 회장 때문이라는 것을 도훈을 알고 있었다.

*    *    *

다음 날 파주의 스타플레이어 촬영 현장.

전날 멤버 그대로 도훈 일행은 검은색 승합차에서 내렸다.

모두가 내리자 한민국이 잠금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저 운전 실력 많이 늘었죠?”

“아침부터 왜 그래?”

“불안해서 그렇죠.”

어제 경호 회사 직원을 만난 후 많이 불안한 것 같았다.

사실 도훈은 그 경호 회사를 유레카의 안전 요원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떠먹여 주는 건 감사히 받는 것이 도리였다.

“그건 걱정하지 마, 내가 너를 왜 잘라. 유레카의 지박령으로 만들어 주지.”

“뭔가 안심되면서도 찝찝한 제안인데요.”

한민국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때였다. 한민국이 고개를 갸웃하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한민국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제작진들이 모여 있었다.

특이한 것은 대부분의 제작진들이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의 한숨을 모두 모아 놓으면 증기기관차 한 대 정도는 너끈히 돌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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