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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34화 (13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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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훈의 생각은 간단했다.

    지금 몰려드는 재벌가의 친구들을 보자 이들이 과연 자신의 적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이경민과 친하다고 해서 적이라 판단할 수는 없었다.

    적이 아니라면?

    도훈은 이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번 해 보았다.

    지금 도훈에게는 막강한 무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도훈이라는 점이었다.

    도훈은 지금 핸드폰을 들고 있는 친구를 바라봤다.

    그의 이름은 신경호.

    그는 핸드폰을 든 채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칠성그룹의 외손자로 이곳에서도 어깨를 펴고 명함을 내밀 만한 친구였다.

    아마도 도훈이 단칼에 거절할 줄은 몰았을 것이다.

    그를 바라보던 도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정작 침울해하는 인물을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신경호의 옆에서는 그의 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자 도훈은 관자놀이를 툭툭 치며 전생이 기억을 떠올렸다.

    한참 동안 기억을 더듬자 그녀의 이름이 떠올랐다.

    신경호의 동생은 신소라라는 이름을 썼었다.

    도훈이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는 모습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신경호가 봤을 때는 마치 적의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였다.

    신경호는 미안한 듯 멋쩍게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상황을 신경호는 잘 알고 있었다.

    모두가 눈앞에 있는 도훈에게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그런데 입이 딱 벌어지는 공연을 펼치자 모두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까를로스와의 관계도 그들에게는 관심사였다. 거기에 대해 최 회장과 나눈 대화도 그들에게는 중요했다.

    모두의 관심이 도훈에게 몰린 상황에서 갑자기 들이대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마치 속물의 표본 같지 않은가?

    신경호는 힐끔 옆을 바라봤다.

    사실 그가 도훈과 사진을 찍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의 동생 신소라가 계속해서 졸랐기 때문에 도훈의 앞에 선 것이었다.

    신소라는 지금 대학교 1학년.

    본래 낯을 많이 가리기 편이었다.

    그 때문에 신광호는 부모님에게 부탁해서 이곳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런데 도훈의 공연을 보자 눈을 빛내는 동생이었다.

    덕분에 이렇게 도훈의 앞에 선 신광호였다.

    누군가 이 광경을 본다면 재벌 집의 자제가 뭔 호들갑을 떠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경호는 어렸을 적부터 돈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지 않는다는 것을 배워 왔다.

    그리고 지금 도훈에게 부탁하는 것은 바로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이었다.

    자신이 아닌 동생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너무 섣불리 접근했다 판단한 신경호는 어색하게 웃었다.

    “미, 미안하다, 이도훈.”

    “누가 안 찍는다고 했어?”

    “그럼, 그건 무슨 말이야?”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왜 사진을 한 번만 찍어? 친구라면 두세 번은 찍어야지.”

    “그래, 연예인도 아니고 같이 사진을…….”

    고개를 흔들던 신경호가 말끝을 흐리며 도훈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재빨리 다시 물었다.

    “지금 뭐라고 했어?”

    “친구끼리 사진 한 장 찍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참, 너 경호 동생 소라지?”

    도훈은 신경호의 옆에서 고개를 숙인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가 고개를 들더니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네, 네, 맞아요. 그런데 그래도 돼요?”

    “응, 이쪽으로 와.”

    도훈이 사람 좋은 얼굴로 손짓했다.

    순간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파티장에 포토존이 생긴 것은 순식간이었다. 물론 배경은 도훈이었다.

    도훈은 피식 웃으며 밤하늘의 별을 바라봤다.

    순간 어릴 적 읽었던 동화의 한 줄이 생각나는 것을 왜일까?

    도훈은 이 순간만큼은 낯선 행성에 온 이방인이 된 느낌이었다.

    그만큼 오늘의 변화는 파란만장했다.

    도훈이 사진 한 장으로 아군을 만들고 있을 때였다.

    멀리 있던 이경민이 게걸음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는 도훈의 옆에 오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내가 미안했다, 이도훈.”

    “뭐가? 혹시 내기 제안한 거?”

    “그것도 그렇고…….”

    “괜찮아, 덕분에 난 돈을 벌었잖다.”

    “돈을 벌다니?”

    “너하고 내기했잖아.”

    “최 회장님한테 돈을 빌리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약속했잖아. 기억 안 나 50억?”

    “그야, 빌렸을 때였지. 얼굴만 보는 거로는…….”

    “여기 최 회장님한테 빌려온 돈이야, 확인해 봐.”

    도훈은 자신의 테이블 위에 흰색 봉투를 내려놨다.

    탁.

    그 모습에 친구들이 다시 도훈의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중 신경호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도훈의 옆에 찰싹 달라붙으며 물었다.

    “이도훈, 그게 진짜야?”

    “응, 빌린 건 사실이야. 저기에 내가 돈을 빌렸다는 증거가 있지.”

    “내가 봐도 될까?”

    신경호가 나서자 이경민이 발끈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왜 네가 나서?”

    “증인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

    신경호가 봉투를 가리키자 여기저기서 수군대기 시작했다.

    “약속은 약속이지.”

    “당연하지. 이경민, 쟤는 저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러게 말이야.”

    갑자기 도훈을 두둔하는 아군이 많아졌다.

    사실 이경민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최크루지라 불리는 최 회장에게 돈을 빌린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최크루지와 돈 관계를 튼다는 것 하나만으로 가문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성과였다.

    그런데 도훈이 최 회장에게 돈을 빌렸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경민은 재빨리 봉투를 열어 봤다.

    봉투를 열자, 만 원짜리 한 장이 툭 튀어나왔다.

    순간 이경민이 실소를 흘렸다.

    “하하, 이게 뭐야? 혹시 만 원을 빌린 건 아니겠지?”

    “맞아.”

    “만원이라…….”

    “왜, 이상해? 우리가 얼마 이상 빌려야 한다고 내기한 건 아니잖아.”

    도훈의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건, 이도훈 말이 맞지.”

    “나도 분명히 들었어, 얼마 빌리겠다고 한 적은 없어.”

    “정확히 나도 들었어.”

    여기저기서 도훈을 두둔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이경민이 말했다.

    “이게 최 회장님께 빌린 돈이라는 걸 어떻게 믿지?”

    이경민은 도훈을 노려봤다.

    그가 한 말은 진심이었다.

    솔직히 만 원이라는 금액을 보고 이경민은 살짝 놀랐다.

    이경민은 최 회장에게 돈을 빌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딱 만 원이라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만 원이란 금액에 이경민은 살짝 충격을 받았지만, 다른 의문 하나가 떠올랐다.

    최 회장이 누군데 애들 장난도 아니고 만 원짜리 한 장을 빌려주겠는가?

    이경민은 웃음기를 머금고 당당하게 말했다.

    “나도 봉투 하나 구해서 만 원짜리 넣고 최 회장님께 빌렸다고 하면 되겠네.”

    “봉투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마저 확인해 봐.”

    “그게 무슨 말이야? 마저 확인해 보라니?”

    이경민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였다.

    옆에 앉아 있던 신경호가 봉투를 집어 들고는 흔들었다.

    그곳에서는 얇은 종이 한 장이 쓱 흘러나왔다.

    바람에 날려 가려는 종이를 다급하게 잡은 신경호는 천천히 내용을 살피기 시작했다.

    내용을 살피려던 신경호는 눈을 크게 떴다.

    큼지막하게 박힌 제목 하나가 보였기 때문이다.

    <차용증>

    분명히 제목에는 차용증이라고 되어 있었다.

    차용증의 내용을 다 읽고 난 신경호가 이경민을 바라봤다.

    “네가 졌다, 이경민.”

    “그게 무슨 말인데, 내가 왜 져?”

    “이건 차용증이야. 그리고 이 만 원은 분명히 최 회장님께 빌린 돈이고. 그러니까…….”

    “그럴 리가 없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자세히 봐 봐.”

    신광호는 이경민의 앞에 차용증을 내밀었다.

    차용증을 본 이경민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이경민은 재빨리 주변을 바라봤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때 도훈이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보너스 조건이 하나 있었지?”

    “…….”

    “진 사람은 이긴 사람 부탁을 들어주기였나?”

    “흠…….”

    “나는 뭘 부탁해야 할까나?”

    “그냥 없던 일로 하자, 내가 나중에 밥 한번 사지.”

    “50억하고 부탁 하나를 이렇게 퉁 치시겠다.”

    도훈이 딱 잘라 말했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신광호가 눈매를 좁혔다.

    “그건 절대로 안 되지.”

    “오빠 말이 맞아요,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우리 할아버지가 그랬어요.”

    신광호의 동생 신소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누군가 술잔을 들었다.

    “자, 오늘은 마시자, 50억을 위하여. 이경민의 보증은 내가 선다.”

    도훈은 그를 바라봤다.

    녀석의 이름은 기억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에게 호의를 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도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말없이 다시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은 꽤 많이 튄 것 같아서였다.

    생각해 보니 재벌가의 친구 중 꽤 재미있는 녀석들이 맞았다.

    먹이사슬이 존재해, 천적도 존재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생태계.

    그때 도훈은 고개를 숙여 손바닥을 바라봤다.

    온기가 느껴져서였다.

    [돌발 퀘스트. ‘전생의 적을 만났습니다’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이 산정됩니다.]

    [실버급 룰렛이 지급되었습니다. 룰렛 사용법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매니저의 비밀 수첩은 또 한 번의 수다를 쏟아 냈다.

    [보상 인벤토리1: M, C, A, Y]

    [보상 인벤토리2: 실버급 룰렛(1)]

    룰렛 사용법은 간단했다.

    지금 돌려도 되고 나중에 돌려도 된다.

    룰렛은 일반,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순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룰렛 두 개를 합성하면 상위 룰렛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방송국을 장악하라 퀘스트가 끝나면 받을 룰렛이 바로 골드 등급이었다.

    골드 하나에 실버급 룰렛은 이미 수령했다.

    이젠 실버 하나만 있으면 합성을 통해 골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얻을 골드와 합성을 해서 플래티넘까지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던 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지금 보니 실버 등급의 룰렛은 그리 힘들게 얻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실버 두 개면 골드가 하나가 아니던가?

    그런데 골드를 하나 얻으려고 도훈은 지금 케이블 방송국 두 개를 인수했다.

    도훈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확한 계산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    *    *

    잠시 후.

    이경민은 자리에서 바람처럼 사라졌다.

    도훈은 이경민에게 부탁 하나와 50억의 빚을 지운 상태로 파티장을 빠져나왔다.

    파티장을 빠져나와 황수영과 약속한 장소로 향할 때였다.

    중간에 황수영이 팔짱을 끼고 길목에 서 있었다.

    그런데 인상을 잔뜩 쓴 채 콧김을 뿜어 대고 있었다.

    도훈은 순간 자신의 손바닥에 나와 있는 매니저의 비밀 수첩을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첩이 주는 능력의 부작용 같아서였다.

    “왜 그래요? 수영 씨.”

    “뭔가 허전해서 급하게 달려 나왔네요.”

    “허전하다니요?”

    “제가 실장님 매니저를 하면서 실수한 것 같아서요.”

    “실수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음, 다른 건 아니고…… 공연비를 입금 못 받았어요.”

    황수영은 시무룩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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