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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33화 (13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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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람도 잠시 도훈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도훈은 마치 탐정처럼 추리를 시작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 회장의 말은 이해가 안 되었다.

어릴 적 기저귀를 갈아 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도훈의 눈은 호기심으로 빛났다.

사막을 비추는 태양만큼이나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것을 눈치를 채지 못한 최 회장이 아니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자네의 어머니에 대해서 얼마나 아나?”

“네?”

도훈의 눈빛이 다시 바뀌었다.

마치 한강의 물을 다 부어도 채워지지 않을 듯 도훈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것은 슬픔이었다.

도훈의 부모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정확히는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이였다.

물론 부모님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부모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는 못한다고 생각했다.

도훈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기억은 그저 웃으며 자신을 안아 주던 어머니의 모습뿐이었다.

도훈의 모습을 본 최 회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네 엄마는 내 수양딸이었다. 네 할머니인 장 여사와 난 오랜 친구고.”

“헉.”

도훈이 헛숨을 토하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표정을 숨기고 싶어서였다.

놀란 건 맞지만, 최 회장의 이야기를 모두 믿을 수 없었다.

도훈은 최 회장의 이야기가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때 최 회장이 말을 이었다.

“자네는 지금 의심하고 있겠지.”

“네, 맞습니다. 솔직히 이제까지 할머니께 듣긴 했어도 뵙는 것도 처음인데 제 기저귀를 갈아 주셨다니요? 거기에 우리 어머니의 양부시라니…….”

“모두 맞네, 이쯤 되면 자네는 이런 의심을 하겠지?”

최 회장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는 도훈의 표정을 살폈다.

도훈은 영혼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의심은 당연합니다. 왜 이제껏 연락 한번 없으셨죠?”

“나는 자네가 사람 구실 할 때가 되기를 기다렸네.”

“사람 구실이라니…….”

“자네 어머니의 유산에 손해를 안 끼칠 정도의 능력 말일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수양딸이긴 해도 내겐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었네. 그러니까…….”

“흠.”

도훈은 최 회장이 표정을 살폈다.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도훈도 전생에는 수많은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며 살았다.

거짓과 진실쯤은 대충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최 회장이 표정에는 기쁨보다 슬픔이 담겨 있었다.

어머니가 수양딸이라고 한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수양딸의 자식을 만난 기쁨보다는 당시 사고로 수양딸을 떠나보낸 슬픔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넘쳤다.

대충 대화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도훈의 어머니에게 물려주기로 한 재산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 재산은 건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도훈에게 물려준 후 그 재산이 녹아내리기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까지 모른 척했던 것이라고 했다.

대화를 다 듣고 난 도훈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최 회장을 바라봤다.

그것은 전생이 기억 때문이었다.

전생에 큰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후 아등바등하며 연예계에서 꽃을 피웠다.

배신자에게 뒤통수를 맞을 때 약간의 사업 자금만 있었다면 그렇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런데 왜 그때는 나타나지 않았단 말인가?

아쉬움보다는 의문이 컸다.

순간 도훈의 머릿속에 하나의 가정이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장경자와 똑같은 경우였다.

장경자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후 도훈은 가문에서 쫓겨났다.

그렇다면 최 회장의 건강에도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닐까?

도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고는 최 회장의 안색을 살폈다.

안색은 젊은이라 해도 될 정도로 멀쩡하다. 중요한 점은 전생에도 최 회장의 부고 소식은 못 들었다는 것이었다.

도훈이 회귀하기 바로 전에도 최 회장의 활동 소식은 가끔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최 회장을 본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도훈은 한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최 회장의 정신에 이상이 생길 거라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은 일어나지 않은 일. 즉 앞으로 일어날 일이었다.

도훈의 표정에 최 회장이 손을 저었다.

“얼굴 닳겠네.”

“죄송합니다, 회장님.”

“그냥 편하게 할아버지라 부르게…….

“네?”

“안 내키면 할 수 없고. 뭐, 손자도 아닌 친구에게 재산을 물려줄 생각은 없네마는…….”

“어차피 할아버지라 부르려 했습니다, 할아버지.”

“역시 엎드려 절 받기가 제일 재미있지.”

“…….”

도훈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도훈은 지금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정확히는 신체의 변화까지 포함되었다.

갑자기 심장이 울렁거리더니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경험을 해 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힘이 쭉 빠지고 상실감이 몰려오는 것이 영혼이 빠져나간다면 이런 기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바로 손바닥에 빛나는 매니저의 비밀 수첩을 본 것이다.

[보상 인벤토리1: M, C, A, Y]

보상 인벤토리에서 빠져나갔던 능력이 모두 돌아왔다.

지금 허탈감을 느꼈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라 도훈은 확신했다.

자신이 미친 듯 무대를 누볐던 것도 어찌 보면 인벤토리 속 능력을 이용한 것이었다.

황수영이 진행을 볼 수 있었던 것도 매니저의 비밀 수첩에 있는 능력 덕분이었다.

이 능력을 누구에게나 심을 수 있지만, 영구적인 것은 아니었다.

다만, 수첩에 적혀 있는 친구들에게는 영구적으로 증여할 수 있는 것이 분명했다.

도훈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이것이 형평성에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렇게 두 번째 삶을 사는 것은 모두의 모두 빈소를 지켜 준 친구들 덕분이었다.

이 능력은 당연히 그들에게 돌아가야 정상이었다.

그때 최 회장의 말이 귓전을 때렸다.

“많이 놀랐나 보네.”

“아닙니다.”

도훈이 고개를 들고 손을 내젓자, 최 회장이 희미하게 웃었다.

“필요한 돈은 바로 입금될 걸세, 벌써 인수할 회사의 자금 담당자에게 전화를 넣어 뒀네.”

“헉,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그런데…….”

“혹시 다른 부탁이라도 있나?”

“천 원짜리 한 장만 빌려주실 수 있나요? 차용증서는 쓰겠습니다. 아니 꼭 써야만 합니다.”

“허허,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는데 어떻게 내 성격과 그리 판박이일꼬…….”

최 회장이 웃었다.

그 뒤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가 이어졌다.

출생의 비밀에 버금가는 이야기 속에 나온 것이라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지만, 다음 주제도 제법 재미있었다.

최 회장은 도훈과 용건이 끝나자 까를로스를 바라봤다.

그리고 튀어나온 유창한 이탈리아어.

“자네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어 불렀네마는…….”

살짝 말끝을 흐리며 분위기를 보는 최 회장.

하지만 모두는 최 회장의 능숙한 이탈리아어 얼이 빠져 있었다.

마이클도 그렇고.

도훈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오직 까를로스만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말씀하시지요.”

“다른 건 아니고. 이번 세종문화회관 공연 말이네. 레파토리는 정해졌나?”

“네, 정해졌습니다.”

“그래도 부탁 한번 함세.”

“무슨 부탁이신지요?”

“한국 노래 중 첫사랑이란 노래가 있네, 그걸 불러 주면 안 되겠나?”

“첫사랑이라…….”

까를로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최 회장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최 회장의 말에 모두는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은 도훈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최 회장의 수양딸은 첫사랑이란 노래를 좋아했다고 했다.

첫사랑은 1990년대 초반에 발표된 히트곡.

그리고 수양딸이 좋아하는 가수는 전 세대의 세계 3대 테너 중 한 명인 라이넨하프.

최 회장은 수양딸을 위해 큰돈을 들여 라이넨하프를 한국에 초청했고 그에게 첫사랑을 공연해 줄 것을 부탁했다고 했다.

모든 것은 순조로웠고 그 깜짝 선물은 완벽하게 준비되었다고 했다.

공연을 보러 오는 도중 수양딸이 교통사고를 당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도훈은 왜 그 차에 자신이 타지 않았는지를 이제야 알았다.

공연에 아이를 데려갈 수는 없는 법이었다.

덕분에 도훈은 혼자 살아남았던 것이다.

모든 설명을 듣고 난 까를로스는 도훈을 바라봤다.

물론 둘의 대화는 도훈도 빠짐없이 들었다.

중간에 마이클이 통역을 해 줬기 때문이다.

까를로스의 시선이 도훈이 물었다.

“왜 저를…….”

“이건 도훈이 선택해야 할 문제일 것 같아요.”

“부탁드립니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그 노래를 듣는다면 좋아하실 거예요.”

“제 뜻을 잘못 이해하셨군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는 도훈이 제 공연에 참석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그런 파워풀한 무대는 처음 봤습니다. 마이클 제이슨에게도. 퀸에게도 느끼지 못한 전율을 당신에게서 느꼈습니다.”

“…….”

“싫습니까?”

“아닙니다, 좋습니다.”

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생긴 할아버지의 소원은 어찌 보면 도훈의 소원이기도 했다.

*    *    *

도훈이 접객실에서 빠져나오자 황수영이 휘적휘적 달려왔다.

그런데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거기에 걷는 모습이 바람 빠진 풍선 인형 같았다.

누가 본다면 중환자로 착각할 정도였다. 도훈의 앞까지 온 그녀는 휘청하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도훈은 재빨리 그녀를 부축하며 물었다.

“수영 씨, 왜 그래요?”

“몸이 이상해서요. 아무래도 전 그만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알았다. 능력이 빠져나간 부작용이었다.

“그럼 민국이랑 같이 가요.”

“실장님은 안 가요?”

“저는 경민이라 할 말이 남아 있어서요.”

“혹시…….”

“그 ‘혹시’가 맞습니다. 50억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꼭 받아야죠.”

“헉.”

황수영이 입을 벌리자 도훈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일단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요. 그런데 차는…….”

“참, 그러고 보니 차를 안 가져왔네요. 그럼 민국이랑 잠시만 기다려요. 따뜻한 차 한잔하면서 기다리세요.”

“네.”

“차가 식기 전에 다녀오겠습니다.”

“앗, 실장님이 무슨 관우에요?”

“제가 관우는 아니지만, 이건 청룡언월도보다 더 날카로운 무기죠.”

도훈은 봉토 하나를 흔들었다.

조명을 받은 흰색 봉투는 도훈의 말대로 날카로운 기운을 띠고 있었다.

*    *    *

도훈은 이경민이 속해 있는 재벌가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저벅저벅.

어찌나 티를 내고 걸었는지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도훈을 알아본 재벌가의 친구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도훈에게 달려왔다.

“야, 이도훈, 대체 어떻게 한 거냐?”

“뭐야? 이제까지 이런 능력을 숨기고 있었던 거야?”

“진실 한 번만 말해 주라.”

어떤 친구는 애원하듯 도훈에게 말했다.

그때 어떤 친구는 핸드폰을 꺼내며 친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훈아, 사진 한 번만 찍자.”

“내가 무슨 연예인이야? 왜 사진을 찍어.”

도훈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도훈은 이전에 이들과 교류가 많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지금 도훈에게는 중요한 일이 있었다.

그때였다.

도훈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번뜩하고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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