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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31화 (13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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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도 안 되는 고음이 무대 위에서 울려 퍼졌다.

    도훈의 입술을 타고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은 사람이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고음의 영역이나 아름다움의 영역이 아니었다.

    도훈의 목소리는 무대 앞을 쓸어 버리듯 끝없이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흔히 절대음감이란 말을 쓰곤 한다.

    미세한 영역까지 인간의 한계를 넘어 들을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은 절대음감과는 달랐다.

    도훈의 목소리는 마치 바다와도 같았다.

    바닷속에는 수많은 생명이 살 듯 도훈의 목소리에는 한 가지 특색이 아닌 여러 특색이 꿈틀거리며 나왔다.

    한마디로 무한음감의 영역.

    도훈의 목소리를 현실적으로 정의한다면?

    대체재가 없지만, 가장 비슷한 비유를 찾는다면 아마도 오케스트라를 예로 들 수 있었다.

    여러 악기가 조화롭게 흘러나오는 연주의 결정체.

    파티 공간을 뒤덮은 도훈의 목소리.

    그 아래 있던 진행 요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은 자신이 들고 있는 소음 측정기 때문이었다.

    소음을 측정하는 규칙은 간단했다.

    소음은 무대의 시작부터 공연자가 내려갈 때까지의 데시벨을 측정한다.

    당연하게도 이 소음 측정기는 최고 데시벨을 측정하도록 세팅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데시벨이 무한히 올라가고 있었다.

    지금은 무려 116데시벨.

    자동차의 경적이 110데시벨은 한참 뛰어넘었고.

    전투기가 이착륙할 때 내는 소리가 120데시벨에 가까워지려 하는 순간이었다.

    진행 요원은 고개를 갸웃하고 관객들을 바라봤다.

    사람이 110데시벨 이상의 소음을 낼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했다.

    진행요원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고함으로 데시벨을 높이는 실험을 본 적 있었다.

    사람의 목소리로 올릴 수 있는 데시벨의 한계는 100데시벨 근방이었다.

    그런데 115데시벨이라고?

    관객들을 바라보던 진행요원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관객들의 입술이었다.

    대부분 관객은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저 입을 벌린 채 멈춰 있었던 것이다.

    진행 요원이 보기에는 놀라움에 입을 벌린 채 석상이 되어 버린 상태.

    그런데 115데시벨이라고?

    그때였다.

    소음 측정기의 수치가 117데시벨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지금의 수치는 모두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공연자가 내는 목소리였다.

    진행요원은 문득 자신을 비롯한 현장 직원들만이 넋을 놓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행 요원은 자신의 귀를 만져 봤다.

    양쪽 귀에는 인이어가 있었다.

    한쪽 둘 다 노이즈캔슬 기능이 있는 인이어였다.

    물론 상대와 말할 때는 인이어 중 하나를 대화 모드로 바꾸면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 무선 통화 모드로만 돌려놓은 상태.

    즉, 최 회장의 지시와 다른 직원들 간의 소통만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진행 요원은 조심스럽게 대화 모드로 인이어의 기능을 바꿨다.

    동시에 그의 눈이 커졌다.

    귀에 똑똑히 들려오는 공연자의 목소리는 넋을 놓게 했다.

    ‘아윌비! 아윌비!’

    소음 때문에 소음 측정기의 수치가 높아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풍부한 성량 때문이리라…….

    클라이맥스를 향해 솟구치는 도훈의 목소리에 진행 요원도 입을 딱 벌렸다.

    그때였다.

    탕!

    도훈이 긴 공연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스텝을 밟았다.

    그것은 마지막 스텝.

    도훈의 흰색 셔츠가 온통 땀에 젖어 있었다.

    마이크에서 스피커로 도훈의 숨소리가 쌔근쌔근 흘러나왔다.

    이 무대가 라이브라는 증거였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침묵이 현장을 덮자 그제야 정신 차린 황수영이 무대로 나왔다.

    “이제 마지막 무대가 끝났네요. 여러분들의 평가가 남았습니다. 지금부터 함성을 질러 주시죠.”

    그 외침과 동시에 객석에서 함성이 흘러나왔다.

    와아!

    그 함성에 황수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객석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너무 작았다.

    의문도 잠시 황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경민을 시작으로 수많은 공연자가 있었다.

    관객들은 앞쪽에서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기에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던 것.

    거기에 더해 도훈의 엄청난 공연이 그들의 넋을 빼놨기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사람까지 있었다.

    황수영은 속으로 혀를 찼다.

    진심으로 도훈의 잠재력에 놀랐다.

    그녀가 미스트에 푹 빠져 있었던 것은 멤버 개개인이 발산하는 아우라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매력을 도훈은 혼자 다 가지고 있었다.

    황수영은 역시 도훈의 매니저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행복도 잠시, 그녀는 조심스럽게 진행요원을 바라봤다.

    시선이 마주치자 진행요원이 재빨리 달려온다.

    소음 측정기의 수치를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네, 수고하셨어요.”

    소음 측정기를 건네받은 황수영은 조심스럽게 숫자를 확인했다.

    마치 시상식의 수상자가 든 봉투를 여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숫자를 확인하던 황수영은 입을 벌렸다.

    “헉.”

    그 탄성이 컸기 때문일까?

    도훈의 공연에 넋이 나가 있던 관객들이 하나둘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갑자기 파티에 참석한 관객들이 들썩이기 시작하자 황수영은 재빨리 멘트를 이었다.

    “118데시벨입니다. 오늘의 우승자는 바로…… 이도훈 참가자입니다.”

    그녀의 외침에 모두가 손뼉을 쳤다.

    인정하지 않으려고 해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단한 무대였다.

    하지만 누군가가 무대 아래로 달려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는 다름 아닌 이경민이였다.

    황수영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소음 측정기가 고장 난 거 아닌가요? 어떻게 118데시벨이란 숫자가 나오죠?”

    “이상하면 여기 보시죠.”

    황수영은 허리를 숙이고 이경민에게 소음 측정기를 내밀었다.

    이경민은 소음 측정기를 빼앗듯 낚아챈 후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고는 바로 입을 벌렸다.

    소음 측정기에 나와 있는 수치는 황수영이 말했던 것과 똑같았다.

    과연 기계를 조작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하지만 조작이 아닌 에러라면?

    이것은 단순한 장기자랑이 아니었다. 물론 자신과 도훈 사이에는 말이다.

    이경민은 아직 무대 위에 남아 있는 도훈을 바라봤다.

    걸려 있는 돈이 무려 50억이었다.

    둘 사이에 아무렇지 않게 오간 내기라면 모른 척할 수도 있지만, 이곳은 재계의 내놓으라 하는 재벌가의 자식들은 다 모인 자리였다.

    그런데 약속을 어긴다고?

    그것은 말이 안 되었다.

    거기에 더해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내기의 승자는 자신이었다.

    이경민은 계단이 아닌 무대 난간을 잡고 뛰어올랐다.

    펄쩍 뛰어오른 이경민은 황수영에게 소음 측정기를 가지고 갔다.

    “아무래도 이건 고장 난 것 같은데요?”

    “고장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지금 시험해 봐도 되겠습니까?”

    “시험이라뇨?”

    아무리 MC 특성을 받은 황수영이라도 무대에 난입한 이경민에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경민은 황수영에게 답도 듣지 않고 천천히 가 도훈의 앞에 있는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바로 마이크를 통해 외쳤다.

    “제가 시험 한번 해 보겠습니다. 지금부터 하나, 둘, 셋 하면 최대한으로 함성을 외쳐 주세요. 물론 여기 있는 이도훈 공연자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요.”

    순간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뭐야?”

    “그러게 말이야?”

    한편 재벌가의 친구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저래도 되는 거야.”

    “이경민이라면 가능하지. 저런 도전 정신도 없이 어떻게 기업을 물려받겠어?”

    “흠, 그런가?”

    이경민을 아는 친구들은 그저 그러려니 하며 팔짱을 꼈다.

    그때 이경민이 외쳤다.

    “하나, 둘, 셋!”

    순간 터져 나오는 함성.

    와아!

    이경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소음기를 바라봤다.

    함성이 끝나자 이경민은 소음 측정기를 들고 외쳤다.

    “제가 확인한 수치는 89데시벨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118이란 수치가 나오죠?”

    말을 마친 이경민은 슬쩍 도훈에게 고개를 돌렸다.

    도훈은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도훈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관객들은 내 공연에 모든 함성을 쏟아부었지. 덕분에 지금 더는 소리 지를 힘도 남아 있지 않은 거고. 그런데 그걸 걸고넘어지겠다고? 기록경기에서 측정 도구 탓을 하는 사람도 있나? 단거리 선수가 기록에서 졌다고 스톱워치 탓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지.”

    도훈은 마치 랩을 하듯 의견을 쏟아 내었다.

    순간 이경민은 슬쩍 당황하며 소음 측정기를 들었다.

    “이게 잘못되었다면?”

    “거기에 네가 소리 질러 봐, 그럼 잘못되었는지 알 거 아니야?”

    “흠.”

    헛기침한 이경민이 소음 측정기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심호흡을 하더니 샤우팅을 내질렀다.

    “아아와우!”

    순간 관객들은 귀를 막았다.

    대책 없이 내지른 샤우팅은 그들의 고막을 불쾌하게 만든 것이다.

    구경하던 외국인들도 귀를 막는다.

    그는 다른 이들의 표정에는 관계없이 끝까지 샤우팅을 이어 나갔다.

    한바탕 혼을 담아 샤우팅을 쏟아 낸 이경민은 측정기를 확인했다.

    99데시벨.

    이전 자신의 기록과 같은 수치였다.

    그때 도훈이 그의 마이크를 뺏었다.

    “네가 들고 측정해 봐.”

    도훈은 이경민의 손을 가리켰다.

    그가 고개를 갸웃할 때 도훈이 입을 열었다.

    “너는 곧 떠나리, 사랑에 빠진 귀여운 나비야…….”

    도훈의 목소리에 모두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경민은 이해가 안 가는지 고개를 저었다.

    데시벨을 올리려고 하면 짧은 시간에 샤우팅을 내지르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노래라니?

    지금 나오는 곡은 모차르트의 피가로 결혼이었다.

    난데없이 오페라의 한 소절을 부르는 도훈의 모습은 마치…….

    이경민이 봤을 때는 그냥 또라이였다.

    콧김을 내뿜던 이경민이 입을 한계까지 벌린 것은 소음 측정기를 봤을 때였다.

    소음 측정기가 마구 올라가고 있었다.

    도훈은 당황한 이경민의 모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노래를 이어 나갔다.

    “……이 여인의 붉은 홍조를…….”

    순간 다시 들썩이는 관객들.

    거기에 따라 올라가는 소음 측정기의 수치.

    115데시벨.

    그때였다.

    도훈의 목소리가 끊겼다.

    도훈은 마이크를 스탠드에 꽂아 넣고 말을 이었다.

    “얼마지?”

    “115데시벨 그런데 이건 고장 난 것 같아…….”

    “지금 확인했잖아.”

    “흠.”

    이경민은 침음을 삼키며 고개를 돌렸다.

    그때 도훈이 말을 이었다.

    “이제는 인정하는 거지?”

    “그런데 관객의 함성이라고 했지, 네 함성이라고는 안 했잖아. 이건 무효야.”

    계속 꼬투리를 잡는 이경민의 모습에 도훈은 고개를 흔들었다.

    50억이란 내기.

    과연 실효성이 있는 내기일까?

    법적인 근거가 있을까?

    그렇게 묻는다면 아니었다.

    다만, 자존심이 강한 이경민의 성격상 약속을 지키리라 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인정하지 않는다면?

    지금 상황은 소모전에 불과했다. 이 내기의 목적은 따로 있으니까.

    그때였다.

    어디선가 굵직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

    “아아아!”

    그 함성을 멈출 줄 몰랐다.

    계속 이어지는 함성.

    그런데 그 목소리는 묘한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

    “아아!”

    마치 성악가가 목을 풀 듯 누군가가 함성을 내질렀다.

    단 한 번의 호흡에 말이다.

    그 한 호흡이 아직도 끊기지 않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목소리가 나오는 곳으로 일제하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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