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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24화 (12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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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도훈은 머릿속으로 의문을 뭉게뭉게 피워 냈다.

모든 것이 자신 때문에 벌어진 나비효과였다.

황수영이 이전처럼 정신 못 차리고 덕질을 이어 나갔다는 건 전생과 똑같았다.

전생과 달라진 점은 황백석의 해결책이었다.

황백석은 장경자의 손자인 도훈이 달라진 점에 주목했다.

그는 도훈이 유레카의 대표가 되고 나서부터 달라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리에 올려놓고 나자 사람이 달려졌다고 판단한 그는, 케이넷을 팔아 버리는 대신 그 회사를 맡긴 것이다.

그래도 달라진 점이 크게 없자, 회사를 파는 대신 그녀를 출가시키려고 결심한 것.

그것이 바로 어제의 상황이었다.

수많은 혼처가 오갔고.

그 와중에 장경자와 연결된 것.

그 상황에서 정노해가 한번 들이대 본 것이 스쳐 지나갔던 사건들의 단편이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난 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 많은 일이 있었군요. 그런데 그 좋아하는 덕질을 못 해도 괜찮겠어요? 어제 분명히 그러셨잖아요. 이곳에 나와서 저를 돕겠다고요. 그리고 일을 배우겠다고요.”

“네, 맞아요. 그리고 도훈 씨가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돕겠어요. 나이가 무슨 상관이에요.”

“네, 편할 대로 하셔도 돼요.”

도훈은 씩 웃었다.

자신이 무대에 오를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지난번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이벤트였다.

그것도 잠시 도훈은 오싹한 기분을 느끼고는 옆을 바라봤다.

황수영은 눈에서 불을 뿜고 있었다.

거기에 주먹을 꽉 쥔 모습이 콜로세움에 설 전사 같았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은 도훈이 말을 이었다.

“너무 긴장 안 하셔도 돼요. 그냥 천천히…….”

그때였다.

누군가 황수영이 달려오던 것보다 두 배는 빠르게 달려왔다.

도훈은 눈매를 좁히고 그를 바라봤다.

그는 다름 아닌 한민국.

도훈의 앞에 선 한민국이 눈을 가늘게 뜨며 황수영을 바라봤다.

적의에 찬 눈빛으로 발끝에서 머리까지 스캔을 마친 한민국이 물었다.

“실장님, 저 잘리는 거예요?”

“헉, 네가 왜 잘려?”

“아니, 매니저를 또 뽑으셨다고 하셔서요.”

그때 황수영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저는 도훈 씨 매니저예요.”

“네?”

한민국이 황당한 듯 황수영을 바라보자 도훈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좀 걷자. 사실 늦었거든.”

도훈은 앞쪽을 가리켰다.

휘적휘적 앞서가는 도훈의 뒤를 황수영과 한민국이 따라갔다.

한참을 가던 도훈이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떴다.

도훈은 그 상태에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누가 봐도 경계하는 모습에, 황수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그러세요?”

“기분이 찝찝해서 그러는데…… 잠깐 바람 좀 쐬고 오죠.”

도훈이 뒤쪽을 가리키자 한민국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언제는 애들 빨리 봐야 한다고 하시더니 어딜 가세요?”

“작전 변경.”

도훈은 씩 웃고 몸을 돌렸다.

박창성의 출연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도훈은 날짜를 약속했지, 시간을 약속하지는 않았다.

지금 이렇게 일찍 온 것은 우시원과 서찬휘 때문이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얼굴을 본 순간 그 계획은 바뀌었다.

도훈이 본 건 누구일까?

그는 바로 이곳의 피디인 정재원이었다.

도훈은 그의 눈빛이 마음에 안 들었다.

얼굴을 빼꼼 내밀면서 슬슬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음모를 꾸미는 악당 같은 모습이었다.

상대가 여우든 호랑이든 저렇게 입을 벌리고 있는데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한민국은 승합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부릉.

승합차가 디젤 특유의 냄새를 토해 내자 도훈 씩 웃으며 문을 열었다.

황수영이 아무렇지도 않게 뒤쪽에 올라타자 한민국이 룸미러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도훈을 슬쩍 보더니 물었다.

“뒤쪽에 저분은 왜 타신 거예요?”

그 물음에 황수영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다급하게 얼굴을 쑥 내밀었다.

“제가 실장님이 매니저거든요. 그러니까 운전 빼고 나머지는 저한테 맡기세요.”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 실장님이 그러시는데, 서울 근교 맛집은 훤히 꿰뚫고 계신다던데…….”

황수영이 살짝 말끝을 흐리자 한민국이 물었다.

“어디로 갈까요?”

“아침 메뉴는 시원한 황탯국으로 하죠.”

“혹시 어제 과음하셨어요?”

“와, 한 매니저님, 진짜 눈치 빠르시다.”

황수영이 손뼉을 치자 한민국이 도훈을 바라봤다.

괜찮겠냐는 신호였다.

메뉴가 아니라 이 여자를 태워도 되겠냐는 걱정스러운 눈빛.

도훈은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두 시간 뒤.

도훈 일행이 떠난 파주 스타플레이어 촬영장.

은색 SUV에서 사내 둘이 내렸다.

먼저 내린 사내는 촬영장을 바라보고는 깊이 심호흡을 했다.

“휴.”

그는 다름 아닌 오랜만에 현장에 온 임제호였다.

그의 한숨에 시동을 끄고 내린 박창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렇게 한숨을 쉬세요?”

“몰라서 물어?”

뽀로통한 표정으로 되묻는 임제호의 모습에 박창성이 답했다.

“진짜 몰라서 그래요, 선배님. 이 실장 섭외 건도 끝났잖아요. 그럼 다 끝난 거 아닌가요?”

“이 실장이 몇 시에 오기로 했어?”

“그야 알아서 오겠지요.”

“유명한 야구 선수가 한 말이 있지.”

“무슨 말인데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거 요기 베라가 한 말이잖아요. 이게 무슨 야구에요?”

“야구가 아니니까 문제지. 너 이 실장하고 오늘 통화해 봤어?”

“아니요, 계약서에 서명까지 했는데 오겠죠.”

“아니야, 뭔가 불안해.”

임제호는 관자놀이를 톡톡 치며 촬영 장소를 향해 걸어갔다.

그때였다.

앞쪽에서 누군가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그는 다름 아닌 촬영 현장의 막내 스태프였다.

그는 임제호의 앞까지 달려오더니 입술을 달싹였다.

그 모습에 임제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이지?”

“그게…….”

막내 스태프는 손을 꼼지락거린다.

그녀는 힐끔 임제호의 표정을 살폈다.

막내 스태프가 말하려는 것은 현재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정재원 피디의 행실이었다.

며칠 전 박창성 피디가 협상을 마치고 나갔지만, 그 뒤에 정재원이 깽판을 친 것은 모르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으름장을 놨는데 과연 나올까?

그것이 막내 스태프의 생각이었다.

막내 스태프의 이름은 고운미.

MBS에 입사한 지 딱 2년 차인 직원이었다.

그녀는 오늘 걱정이 되어서 주차장에서 도훈을 기다렸다.

그때 본 것이 다른 곳에서 기다리는 정재원이었다.

정재원은 이도훈 실장이 올 장소를 예상하고 몰래 숨어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 정재원은 기회를 엿보는 듯 보였다.

기다렸다가 이도훈 실장에게 해코지할 것이 분명했다.

며칠 전 그렇게 으름장을 놓고.

오늘 출연을 위해 나온 이도훈 실장에게 다시 위협을 가한다면?

잘못하면 이도훈 실장의 출연은 무산된다.

이것이 고운미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었다.

이도훈 실장의 출연이 무산된다면?

아마 시청률은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었다.

그만큼 첫 화에서 이도훈 실장의 등장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돋웠다.

다행히도 정재원 피디와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문제는 촬영장에 들어오려던 이도훈 실장 일행이 어디론가 훌쩍 떠난 것이었다.

눈치를 보니 정재원 피디가 숨어 있는 것을 눈치채고 돌아간 것 같았다.

여기까지가 고운미가 목격한 사실이었다.

그때 누군가 다급하게 뛰어왔다.

타다닥.

방정맞은 발걸음 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막 말을 꺼내려던 고운미도 몸을 돌렸다.

순간 고운미의 눈이 커졌다.

지금 다급하게 뛰어오는 것은 다름 아닌 정재원이었다.

오늘 이도훈 실장이 오늘 길을 막고 해코지하려던 바로 그 정재원.

고운미는 힐끔 정재원을 바라봤다.

한참 동안 정재원을 바라보던 막내 스태프는 고개를 갸웃했다.

안하무인 정재원이 손톱을 물어뜯고 있다.

왠지 불안에 떨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막내 스태프는 그런 정재원의 모습에 불안해졌다.

안하무인 정재원이 저렇게 불안에 떨 이유는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프로그램 폐지.

파일럿만 나가고 뒤집히는 경우가 요즘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정재원은 그녀의 눈빛을 보지 못했다.

그가 불안해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정재원은 경제인의 밤에서 도훈의 정체에 대해 알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날 도훈은 양규현의 할아버지 양사단의 마음까지 사로잡아 버렸다.

거기에 양사단과 거래까지 오갔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날 이도훈이라는 인간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은 양사단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앞에서 공연하던 것이 이도훈이라는 것이 밝혀진 순간 경제인의 밤에 참석했던 회장들은 부러운 눈으로 장경자를 바라봤다.

그들의 이야기는 동일했다.

그것은 자신이 돈을 가져가려는 놈은 있어도 무대에 선 도훈처럼 할머니를 위해 재롱을 부리는 손자는 없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떠나 버린 이도훈.

문제는 자신이 이도훈과 척을 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왜 잠시의 객기를 주체 못 하고 촬영장에서 그런 말을 뱉었을까.

그때로 돌아간다면 자신의 입에 파스를 붙여 놓고 싶었다.

정재원이 경제인의 밤에 나가서 어른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그들에게 잘 보이는 길만이 자신의 살길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살길은 이곳 방송국에 있지 않았다.

정재원이 앞으로 물려받을 회사에 있었다.

회사가 잘되려면 제일 중요한 것은 회장들의 도움이었다.

그중에서도 국내 최고의 현금 부자인 장경자 회장의 도움은 필수였다.

장경자의 ‘채권 회수’ 한마디면 그가 물려받을 회사는 공중분해된다.

그런 이유로 정재원은 도훈에게 사과하려고 했다.

덕분에 오늘은 새벽에 나와 길목에서 기다렸다.

중간에 양규현에게 문자까지 왔다.

양규현의 생각도 똑같았다.

사과를 못 하면 다시는 안 보겠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이 느낀 것을 양규현도 느낀 것이었다.

정재원은 길목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딱 한 번 눈을 뗀 적이 있다면 양규현의 메시지를 확인하는 도중이었다.

지금 이렇게 뛰어온 이유는 하나였다.

그것은 이도훈 실장이 언제 오는지를 물어보려고 함이었다.

정재원도 임제호를 바라보고 입술을 달싹였다.

그 모습에 임제호는 채점표를 받은 심판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둘을 확인했다.

임제호는 고운비가 정재원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둘을 번갈아 보던 임제호가 결심한 듯 외쳤다.

“정 피디는 일단 회의실에 가 있어.”

“네?”

정재원은 이해 안 된다는 표정으로 임제호를 바라봤다.

그 표정에 임제호가 다시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일단 들어가 있어.”

“아니, 하나만 물어보고…….”

“그건 나중에 묻고 들어가 있어.”

임제호의 호통에 정재원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본 임제호는 손짓하며 재촉했다.

정재원이 사라지자 임제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지? 눈치를 보니까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것 같던데.”

“다른 게 아니라요. 그러니까…….”

눈을 빛낸 고운미가 설명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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