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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20화 (120/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120)

한편, 무대를 바라보지 않는 관객도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황수영이었다.

황수영은 화장이 지워지는 것도 모르고 관자놀이를 세게 눌렀다.

분명히 무대 위의 모습을 어디서 많이 봤기 때문이었다.

혹시 미스트?

분명 아니었다.

미스트라면 혼자 행사를 뛰지 않는다.

조명 한가운데에서 저렇게 완벽하게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는 아이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대체 누굴까?

지금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강영웅도 좋지만, 지금은 호기심이 드릴처럼 머리를 파고들었다.

대체 누구지?

어디서 봤더라?

자신에게 질문을 이어 나가던 황수영은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튕겼다.

분명히 스타플레이어에서 나온 매니저가 분명했다.

아이돌 뺨치게 잘생겼으며 아이돌보다 더 춤을 잘 추는 매니저.

사실 황수영은 스타플레이어의 본방을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친구인 이보라가 그 매니저에게 흠뻑 빠져 있다.

오죽하면 팬카페까지 개설했을까.

덕분에 황수영도 어느 정도 세뇌당한 상태.

그녀도 친구인 이보라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한 상태였다.

매니저지만, 연예인보다 진한 아우라를 발하는 사람이었다.

분명히 이도훈이라고 했었다.

연예인이 아닌 매니저이기에 본명을 쓰고 나왔을 것이라고 친구인 이보라가 말했었다.

이도훈이라…….

순간 황수영의 눈이 커졌다.

할아버지가 소개해 준 이도훈과 유레카의 이도훈.

이름이 똑같았다.

거기에 외모도 비슷한 것 같았다.

설마…….

황수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할아버지가 소개해 준 이도훈은 장경자 회장의 손자였다.

즉, 재벌 3세라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재벌 3세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춤을 춘다고?

그렇게 완벽하게?

아니, 완벽한 것을 넘어서 절실하게 추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는 다른 연습생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였다.

그런데 그런 무대를 보여 준다고?

그것도 라이브로.

황수영이 보기에 매니저 이도훈은 완벽한 아이돌의 표상이었다.

매니저만 하기에는 아까운 인물이었다.

지금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지 않았던가.

분명히 그는 완벽한 매니저가 아닌, 완벽한 아이돌이 될 수 있었다.

“이참에 기획사나 차려 볼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는 황수영.

그때였다.

―그때는…… 그때는…….

중간이 음정이 살짝 삐끗했다.

남들은 못 느꼈겠지만, 라이브만 일 년에 몇십 번 듣는 황수영은 알 수 있었다.

지금 살짝 음정이 불안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음이 제자리를 찾았다.

주변을 보니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다.

황수영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조명이 들어왔다.

메인 조명이 중앙을 비추자 나머지 조명들이 박자에 맞춰 움직인다.

메인 조명이 있는 곳에는 강영웅이 활짝 웃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뭐지?

황수영은 계속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그것이 뭔지 알 수 없었다.

다시 고개를 쳐든 호기심.

그때 그녀는 누군가가 연신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마치 자신과 같은 의문을 품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 많은 사람 중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은 단둘밖에 없었다.

황수영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저기…….”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고개를 갸웃한 사람은 다름 아닌 장경자였다.

황수영은 재빨리 말을 바꿨다.

“죄, 죄송합니다, 회장님.”

“아니야, 그런데 표정이 왜 그려?”

“그, 그게…….”

“뭐, 말하기 싫으면 관두고. 그런데 목소리가 조금 이상한데…….”

“누구요?”

“누구긴, 강영웅이지. 맨 처음 목소리는 분명히 몇 년 전에 또랑또랑했던 목소리였거든. 그런데 한 곡을 부르고 나서 중간에 목소리가 원래대로 돌아왔어. 보약이라도 지어 줘야 하나?”

장경자의 말에 황수영은 눈을 크게 떴다.

그제야 그녀가 느꼈던 어색함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다.

그녀는 기쁨에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맞아요, 저도 그게 이상했어요.”

“나만 느낀 게 아니구먼.”

“네, 회장님, 저도 이상했거든요. 제가 미스트하고 강영웅 씨 콘서트는 빠지지 않고 가서 알아요.”

“공연 도중에 목소리가 바뀌는 건 안 좋은 징조인데…… 내 손주 놈한테, 좀 주의를 줘야겠어.”

“왜 도훈 씨한테 주의를 줘요?”

“몰랐어?”

“네?”

“내 손주가 유레카 대표잖아. 그러니까 영웅이 잘못되면 모조리 내 손주 책임이지.”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모르면 됐고. 궁금하면 손주 놈한테 직접 물어봐.”

장경자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강영웅의 공연에 빠진 것처럼 어깨를 들썩인다.

순간 황수영의 머리에 번개가 쳤다.

하나의 가설이 떠오른 것이다.

어둠 속에서 노래하던 것이 강영웅이 아니라면?

그가 다름 아닌 유레카의 매니저라면…….

그녀는 슬쩍 방송실을 바라봤다.

그곳에 정답이 있을 것이었다.

* * *

개그만 황기철은 지금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시작은 강영웅의 차를 얻어 타고 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영동대교의 중간에서 일어난 사고로 차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

황기철은 TV 프로그램보다 이런 행사를 뛰면서 먹고사는 개그맨이었다.

이번에 열린 것은 양사단 회장이 주최하는 경제인의 밤.

황기철은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여기에서 회장들의 눈에 들면 기업 행사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그런데 사고가 일어난 것이었다.

천재지변에 준하는 사고라지만 행사에 늦은 자신을 다시 받아 줄 기업은 없었다.

물론 강영웅은 달랐다.

강영웅 정도 되면 시간을 타이트하게 잡은 주최 측의 실수를 물고 늘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황기철은 달랐다.

진행자로 꼭 그를 불러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그런 무난한 개그맨일 뿐이었다.

황기철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였다.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두 대의 오토바이였다.

그 오토바이는 유레카의 대표가 보낸 것.

황기철은 신기했다.

하지만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

그때 간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연회장 근처에 도착하니 흥겨운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무대가 펼쳐진 것.

그리고 이어지는 강영웅의 무대.

순간 황기철은 자신도 모르게 옆에 있던 강영웅의 얼굴을 만졌다.

강영웅은 옆에 있는데 무대 위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으니 이건 대낮에 도깨비한테 뺨 맞은 기분이었다.

그것도 잠시, 황기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브가 아닌 음원을 틀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것이 음원이 아니라는 것을 안 것은 바로 노래의 중간 부분이었다.

노래의 중간에 강영웅이 무대 위로 올라간 것.

두 개의 마이크가 교차하는 순간, 살짝 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황기철은 이건 음악이 아니라 마술이라 생각했다.

짭영웅이라고 불리는 장영웅보다 더 강영웅 같은 가수라?

아니, 혹시 이곳에 우연히 장영웅이?

황기철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때 강영웅과 교대를 한 젊은 친구가 천천히 걸어왔다.

저벅저벅.

점점 가까워지는 사내의 얼굴.

그때 황기철의 눈이 커졌다.

짭영웅이 아니었다. 그는 훤칠한 키의 젊은 사내였다.

그가 황기철을 향해 반갑게 고개를 숙인다.

마치 자신을 아는 사람처럼…….

하지만 황기철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가 황기철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의 주변에서 풍기는 스타의 분위기.

황기철은 스타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그는 눈칫밥으로 이 바닥에서 살아남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사내에게 이상한 점이 있었다.

스타의 분위기라는 게 일정하게 마련인데, 사내에게서는 여러 가지의 분위기가 풍겨 나왔다.

뭐지?

그때 음악이 멈췄다.

강영웅은 아직 세 곡을 더 불러야 했다.

지금은 자신이 무대에 올라 솜씨를 뽐내야 할 때.

황기철은 잽싸게 무대의 중앙으로 뛰어갔다.

* * *

무대를 마친 도훈은 숨을 돌리기 위해 방송실로 내려왔다.

도훈의 검은색 슈트는 온통 땀범벅이 되었다.

거기에 이마에는 아직도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는 상태.

마치 콜로세움에서 살아남은 검투사의 분위기를 풍기는 도훈.

그가 들어오자 방송실에 있던 양규현이 다가왔다.

양규현은 만면에 미소를 짓고는 재킷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수고했어, 꽤 하는데.”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기…….”

양규현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도훈이 고개를 갸웃하자 양규현이 말을 이었다.

“부담 느끼지 말고 넣어 둬. 내가 고마워서 그래.”

양규현은 봉투를 도훈의 주머니 속에 넣었다.

도훈은 봉투를 보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봉투를 슬쩍 열어 봤다.

조금 얇다 싶었는데 십만 원짜리 수표가 열 장이 들어가 있었다.

사실 금액만 조금 크면 그냥 받을까도 생각했었다.

공짜를 마다할 도훈이 아니었다.

표정을 숨긴 도훈은 다시 봉투를 돌려줬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정재원이 한 발 앞으로 나왔다.

“밥값 하기에 그냥 두려고 했는데, 매니저 주제에…….”

정재원의 말을 양규현이 끊었다.

“됐어, 그래도 내게는 은인이야.”

말을 마친 정규현은 봉투에 십만 원짜리 수표를 더 넣었다.

그러고는 도훈에게 건넸다.

도훈은 손바닥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돈이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사실 반은 거짓이었다.

만약 두둑했으면 받았을 터.

지금은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얻어야 할 때였다.

양규현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그럼 뭐가 문제지?”

“그냥 제게 빚 한 번 진 걸로 하죠. 정확히는 반 개 정도 분량입니다. 강영웅 씨의 성대모사는 사실 우리 할머니를 위해서 한 거니까요. 영웅이 형이 늦으면 우리 할머니가 걱정하시거든요.”

“할머니?”

양규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할머니란 단어가 나오자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강영웅과 할머니.

뭔가 감이 잡힐 듯도 했다.

하지만 양규현은 설마설마했다.

그때 도훈이 말을 이었다.

“맞아요, 할머니. 그리고 그 돈 중 반은 그냥 영웅이 형 주세요. 솔직히 대표가 행사 자리에서 봉투 받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대표?”

양규현은 갑자기 현기증이 밀려왔다.

불길한 느낌이 등골을 타고 스멀스멀 밀려 들어왔다.

그의 표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훈은 아무렇지 않게 소매로 땀을 닦아 냈다.

그러더니 조용히 돌아섰다.

방송실을 빠져나가려는 도훈을 양규현이 다급하게 불렀다.

“저기, 말 하나만 묻지.”

“네?”

도훈이 고개를 돌리자 양규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할머니 성함 물어봐도 될까요?”

갑자기 말투가 변하는 양규현.

도훈이 말했다.

“장, 경 자, 자 자 되십니다.”

“혹시 장경자 회장님?”

“네, 맞아요.”

도훈이 사람 좋은 얼굴로 웃었다.

살짝 벌어지는 양규현의 입술.

벌레가 들어가도 움직이지 않을 표정으로 방송실을 나가는 도훈을 바라보기만 했다.

* * *

방송실에서 나온 도훈은 미간을 좁혔다.

누군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었다.

도훈을 가로막은 것은 황수영.

그녀는 양팔을 벌리고 도훈을 막아섰다.

황당한 상황에 도훈이 작게 말했다.

“지금 무슨 짓이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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