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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18화 (118/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118)

이유는 간단했다.

매니저가 그런 무대를 보여 준다?

그럴 거면 직접 무대에 서지 매니저 생활은 왜 하고 있겠는가?

사실 말이 되지 않았다.

예선에서의 무대는 그냥 우연이었다.

연습생들의 춤을 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따라 할 때가 있지 않은가?

한 곡만 죽어라 판다면 이해 못 할 무대는 아니었다.

문제는 지금은 홀로 무대에 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문제도 해결하고.

마음에 안 드는 놈도 조롱거리로 만들고.

이것은 한마디로 일석이조였다.

정재원은 다급하게 달려갔다.

상대가 연회장을 빠져나갔으면 난감하기 때문이었다.

후다다닥 뛰어가는 정재원의 모습은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 연회장 어느 곳에도 정재원처럼 방정맞게 뛰어가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주의의 시선을 의식한 정재원은 속도를 줄었다.

그러고는 헛기침을 하며 주변을 바라봤다.

“흠.”

그는 살짝 뜨거워진 얼굴을 향해 부채질을 하며 눈매를 좁혔다.

그것도 잠시, 그는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입가에 미소를 장착했다.

이도훈이란 유레카의 실장이 아직도 자리에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 * *

황수영은 쉴 새 없이 대화를 이어 나갔다.

처음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호응을 해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상대가 연예계를 대하는 것은 진심이었다.

도훈을 바라보는 황수영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점점 진하게 묻어났다.

신기한 일이었다.

친구인 이보라를 제외하고 이렇게 연예인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남자로 보이기보다는 친구로 보인다.

연락처라도 달라고 할까?

그런데 직업이 뭘까?

실장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평범한 회사원인 것 같았다.

강영웅을 아는 것을 보면 재력을 과시하면서 돌아다니는 스타일일 수도 있었다.

보통 재력을 과시하며 연예인들과 친분을 맺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연예인을 좋아하는 평범한 재벌가의 사람.

그것이 황수정이 도훈을 보는 관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공통된 화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진심으로 즐거웠다.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황수영 쪽을 바라봤다.

황수영은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아까 봤던 사내가 서 있었다.

그는 천천히 다가와 도훈을 바라봤다.

황수영은 지금 대화를 끊는 그가 얄미웠다.

조금 더 수다를 떨면 미스트의 콘서트를 놓친 위안이 될 것만 같았었다.

그런데 방해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는 다짜고짜 도훈을 잡아끌었다.

도훈도 거부하지 않고 끌려가는 것으로 보아 지인 같았다.

황수영은 졸지에 혼자 남아 멀어지는 도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휴…….”

한숨의 끝에 황수영이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이렇게 아쉬워한 사람이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그것도 잠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쉬움의 정체에 대해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것은 호기심 때문일 것이 분명했다.

* * *

멍하니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황수영을 뒤로한 채 도훈은 정재원에게 끌려갔다.

억지로 끌려가는 것은 아니었다.

강영웅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말에 도훈도 놀라 따라가고 있던 것.

방송실에 도착한 도훈은 초조한 듯 다리를 떠는 사내와 마주쳤다.

순간 도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아는 얼굴이었다.

그의 이름은 양규현, 도훈의 사촌인 이도준의 친구였다.

그런데 그는 도훈을 몰라보는 듯 빤히 바라봤다.

그러고는 도훈에게 말을 건네는 대신 정재원에게 물었다.

“이 사람이야?”

“네, 맞아요, 형.”

정재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도훈 쪽으로 한 발 다가오는 양규현.

“무대에서 시간을 때워 줄 수 있나?”

“잠시만요, 지금 영웅이 형한테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왔습니다. 무슨 문제입니까?”

“지금, 영동대교가 막혀서 늦는다네. 거기서 사고가…….”

양규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훈의 재빨리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재빨리 버튼을 눌렀다.

잠시 신호음이 가고 강영웅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에 도훈이 재빨리 물었다.

“형, 괜찮아?”

대화 도중 도훈은 계속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강영웅은 무사했다.

앞쪽에서 사고가 크게 나는 바람에 차들이 통제된 것이라 했다.

이곳과는 불과 10분 거리.

하지만 그 10분이 문제였다.

그렇다고 무대 의상을 입고 뛰어올 수도 없는 일.

강영웅도 난감한 것처럼 보였다.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에 눈에 훤했다.

“알았어요, 이쪽은 내가 해결할 테니 천천히 와요.”

도훈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툭.

그때 양규현이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빨리 준비해야지. 재원이한테 못 들었어?”

도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유유상종이라고 묘하게 같은 부류끼리 모이는 것 같았다.

재벌 3세라고 다 개차반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도준의 곁에는 묘하게 같은 놈들만 모여 있었다.

도훈이 답했다.

“못 들었습니다. 저를 끌고만 왔지, 설명은 안 해 주더라고요.”

“정재원.”

양규현이 나지막이 그를 불렀다.

정재원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정신이 없어서 일단 데려오기만 했습니다.”

“됐고.”

양규현이 손을 들어 정재원의 말을 막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도훈을 바라봤다.

“지금 통화해 봤으니 알겠지만, 지금 문제가 심각해. 최악의 경우에는 손해배상도 각오해야 할 거야.”

“계약서 보셨나요?”

“계약서?”

“계약서에 예외 조항이 있을 텐데요.”

“무슨 예외 조항?”

“천재지변.”

“이게 무슨 천재지변이야?”

“앞에 사고가 났다잖아요. 영웅이 형은 그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고요. 그런데 영웅이 형에게 책임을 묻겠다고요?”

“…….”

양규현을 할 말이 없었다.

보통은 자신이 소리를 지르면 고개를 숙이고 들어와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놈은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며 사람의 속을 긁어 놓는다.

양규현이 미간을 좁히고 있을 때 도훈이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공연은 유레카의 책임이죠. 최대한 시간을 끌어 줄 테니 이쪽 장비 담당자 좀 불러 주세요.”

“담당자는 왜?”

“어서요.”

도훈이 외치자 뒤쪽에 있던 유니폼을 입은 사내가 조심스럽게 나왔다.

그가 도훈에게 걸어오자 양규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도훈은 그가 이곳을 담당하는 기사라는 것을 알아챘다.

“기사님, 부탁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시죠.”

장비를 담당하는 기사가 답하자 도훈이 재빨리 물었다.

“음향하고 조명 둘 다 맡으시는 거죠?”

“네, 강영웅 씨 공연에 맞춰 세팅해 놨습니다.”

“그럼, 메인이 하나 이동식으로 두 개를 쓰겠네요.”

“네, 맞습니다.”

“그럼, 이동식 조명은 꺼 주시고 무대를 비추는 메인은 세팅되었던 그대로…….”

도훈은 속사포처럼 설명을 쏟아 냈다.

기사는 이해했다는 듯이 그것을 받아 적었다.

둘의 대화를 보던 양규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도훈의 얼굴이 낯에 익었기 때문이다.

그때 도훈이 품에서 USB 하나를 꺼내 기사에게 내밀었다.

“음악은 이걸로 부탁드립니다.”

“네?”

“음악은 그냥 이걸로 재생해 주세요. 그리고 첫 번째 곡이 끝나면 딱 1분 쉬고 두 번째로 들어갈 테니, 간격 맞춰 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 * *

황백석 회장은 멍하니 있는 손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의 기척을 느낀 황수영은 고개를 돌렸다.

“할아버지.”

“멀리서 보니 꽤 마음에 드는 눈치더구나.”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네가 남자와 이렇게 오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더냐?”

“할아버지, 아니에요.”

“뭐가 아니냐?”

“그런 게 아니라고요. 취미가 우연히 같아서 그냥 대화를 나눈 것뿐이라고요.”

“그러니까 취미가 같아서 마음에 든다는 얘기 아니냐?”

“할아버지!”

황수영이 소리를 지를 때였다.

뒤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허, 그놈 참. 태어날 때도 우렁차더니 목소리는 여전하네.”

순간 황백석의 눈이 커졌다.

할아버지의 표정을 본 황수영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평범하게 보이는 할머니 하나가 웃고 있었다.

황수영이 멍하니 있자 황백석이 그녀의 등을 툭하고 밀었다.

“수영아, 인사드려라, 미라클의 장경자 회장이다.”

“앗, 안녕하세요, 회장님.”

“그래, 많이 컸네. 내가 너 태어날 때 옆에 있었던 거 알지?”

“네?”

황수영이 놀라자 황백석이 나섰다.

“장 회장, 얘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건 그렇지, 그나저나 우리 도훈이는 어디 있어?”

“아까 누가 급하게 끌고 가던데.”

황백석은 방송실 쪽을 가리켰다.

“여기서 급한 일이 있을 리가 없는데…… 뭐, 화장실 갔나 보네.”

“지금 손주 보러 온 거야?”

“아니.”

“그럼 내 손녀 보러 온 거군.”

“허, 그건 당사자끼리 알아서 하는 거고, 나는 강영웅 보러 왔지.”

“아직도 안 변했네.”

“팬심이 어디 가나?”

둘의 대화에 황수영은 눈을 크게 떴다.

이런 대화는 할아버지 황백석에게서 평소 볼 수 없었다.

항상 근엄하고 진지하기만 한 할아버지 황백석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이런 면이 있다고?

그때였다.

누군가가 연회장의 무대 위로 걸어 나왔다.

그가 마이크를 잡았다.

마이크를 잡은 이는 음향을 담당하는 기사였다.

기사는 마이크를 옆으로 옮겼다.

그 모습에 모두는 고개를 갸웃했다.

기사가 마이크를 치워 놓고 무대에서 내려가자 갑자기 조명이 꺼졌다.

순간 연회장에 모인 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이제 오늘의 공연이 시작될 것 같아서였다.

경제인들끼리 모임이라고 해도 어떻게 비즈니스 얘기만 하겠는가?

분위기를 풀어 줄 초대 가수는 필수였다.

모두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장경자도 눈을 가늘게 뜨고 무대를 바라보며 작게 외쳤다.

“오늘 돈 많이 썼겠네.”

“그러게 말일세.”

황백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둘 사이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내가 우리 손주 시켜서 준비를 좀 했지, 그놈이 일 하나는 잘하잖아.”

말을 마친 그는 얼굴에 미소를 피우며 장경자와 황백석을 바라봤다.

그는 다름 아닌 양규현의 할어버지 양사단.

그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장경자를 바라봤다.

그가 오늘 강영웅을 초대 가수로 섭외한 것은 모두 장경자 때문이었다.

장경자는 강영웅이 초대 가수로 나오는 모임에는 빠진 적이 없었다.

그가 장경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은 그룹의 신사업 때문이었다.

그 신사업을 위해서는 장경자의 돈이 필수였다.

연회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이렇게 나타난 것은 모두 미리 계획된 것이었다.

이제 강영웅의 공연이 끝나면 그는 장경자에게 자신의 신사업 이야기를 흘릴 것이었다.

양사단은 팔짱을 끼고 무대를 기다렸다.

그때였다.

무대의 불이 꺼진다.

연회장에는 최소의 불빛만이 남아 있었다.

어둠 속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쿵, 쿵, 쿵.

이건 강영웅의 노래가 아니었다.

양사단은 다급하게 자신의 손주가 있는 방송실을 바라봤다.

살짝 켜진 조명 아래 손주인 양규현이 당황하는 표정이 드러났다.

양사단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

“왜 그러나?”

황백석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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