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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15화 (115/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115)

그러지 않아도 멘탈이 개복치 수준인 우시원이다.

“안 밀리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 말고.”

강시혁이 우시원의 어깨를 툭툭 쳤다.

우시원은 조용히 고개를 돌려 도훈을 바라봤다.

우시원은 이번 녹화가 시작되고 나서야 도훈이 가져다주는 안정감을 느꼈다.

지금은 서찬휘에게 의지한다고 하지만, 도훈이 주는 안정감은 아니었다.

친구인 서찬휘는 언제라도 기댈 수 있는 기둥과 같은 존재다.

그런데 도훈은 비바람을 막아 주고 안식을 주는 집과 같은 존재였다.

집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지 않는가?

우시원은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힐끔 도훈을 보던 우시원이 말했다.

“실장 형, 진짜 보고 싶었어요.”

“내 얼굴은 질리게 봤잖아. 지금 떨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그래도요, 제가 실장 형한테 많이 의지한 것 같았습니다.”

우시원은 갑자기 군대 말투를 쓴다.

합숙과 빈틈없이 설치된 카메라가 녀석을 긴장하게 만든 것이 분명했다.

도훈은 녀석의 긴장을 풀어 줄 겸 활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 무슨 의지를 했다고 그래. 다음 주부터는 질리게 볼 텐데.”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도 여기 출연진에 합류했어.”

도훈이 제작진이 있는 뒤쪽을 가리키자 우시원이 고개를 갸웃한다.

“네?”

“초반에 잠깐 합류하는 조건이긴 한데.”

도훈의 말에 우시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 잠시만요, 진짜 스타플레이어에 합류한다고요?”

도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

“그럼, 연습생으로 들어오시는 거예요?”

“헉, 무슨 연습생. 이 나이 먹고 춤추면 관절 다 나간다.”

도훈은 손을 휘휘 저었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서찬휘가 다급하게 끼어든다.

“에이,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서운하게 하세요. 지난번 무대에서 제일 뜬 게 누군데요. 다른 소속사 애들이 저희 견제하는 이유도 실장 형 때문이에요. 뭔가 초반의 화제성을 모조리 쓸어 가시는 바람에 애들이 안절부절못하잖아요.”

“음, 듣기 나쁜 얘기는 아닌데…….”

“저희를 견제한다는 거요?”

“아니, 내가 초반에 화제성을 모조리 쓸어 갔다는 대목.”

“너무 욕심이 많으신 거 아니에요, 매니저가 그렇게 다 쓸어 가는 법이 어디 있어요.”

“내가 뜨면 너희들도 뜨는 건 당연한 얘기 아니야? 이제까지 누구누구의 매니저 하면서 뜬 사람은 봤어도. 매니저 혼자 뜬 사람이 어디 있어.”

“아, 그런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당부 하나 할게.”

“그게 뭔데요?”

서찬휘가 모이를 기다리는 비둘기처럼 목을 길게 뺐다.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은 도훈이 말을 이었다.

“다른 건 아니고, 너무 무리하지는 마. 적당히 즐기다가 집으로 와.”

“네?”

서찬휘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왜 그렇게 놀라, 내가 전에 말했잖아.”

도훈은 서찬휘를 바라봤다.

도훈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적당히 즐기라고 했다.

서찬휘가 입을 쑥 내밀며 말했다.

“에이, 그건 저희 긴장 풀어 주려고 한 얘기였잖아요. 올라왔으면 승부를 봐야죠.”

“무리는 하지 말란 얘기야. 그건 찬휘나 시원이 다 똑같아. 어쨌든 내일 보자고.”

“헉, 가시게요?”

“나는 먼저 갈 테니 마저 얘기 나누다가 가.”

“왜 이렇게 빨리 가세요. 그래도 명색이 면회 이벤트인데, 이등병 면회 온 부모님 느낌은 내시고 가셔야죠.”

말을 마친 서찬휘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경례를 한다.

그 옆에 있던 우시원도 안경을 벗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경례를 했다.

도훈은 그 경례를 받았다.

뒤쪽에서 촬영을 지시하던 피디 하나가 자신도 모르게 폭소를 터뜨린다.

이후에 진행된 대화는 간단했다.

그들이 힘들었던 이야기.

그래도 촬영을 하면서 재미있던 이야기.

도훈은 팔짱을 끼고 힐끔 누군가를 바라봤다.

그는 방금 폭소를 터뜨렸던 피디였다.

순간 도훈은 눈매를 좁혔다.

사실 스타플레이어의 제작진 중 그나마 믿음이 가는 것은 임제호와 박창성 그리고 한지혜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지혜는 계속된 외부 촬영으로 모습을 보이지를 않고 임제호는 MBS에서 녹화분을 체크하고 있다.

박창성도 도훈을 섭외하는 일이 끝나자 바로 MBS로 들어갔다.

지금 이곳의 왕은 바로 이곳 천막을 지켜보는 피디였다.

문제는 도훈의 기억 속에 있는 이름이라는 것이다.

매니저의 비밀 수첩에는 없는 이름이지만,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는 않은 피디.

소위 말하는 악마의 편집으로 출연자 몇 명을 그냥 골로 보내 버린 전력을 남길 피디였다.

물론 지금은 아니었다.

그것은 나중에 일어날 문제.

하지만 대충 들은 이야기로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했다.

그렇다면 좋은 영향은 미치지 않을 터.

도훈은 냅킨에 몇 마디를 적어 우시원에게 건넸다.

거기에는 이곳 촬영장을 담당하고 있는 피디인 장주원을 조심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냅킨을 받아 든 우시원은 깜짝 놀라 도훈을 바라봤다.

하지만 도훈의 눈빛을 보고는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도훈은 냅킨 한 장을 더 건넸다.

우시원은 그 냅킨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그곳에는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이것은 한지혜가 말해 준 정보였다.

출연자들의 가족 관계나 과거 이력 등 모든 사항에 대한 조사가 끝난 상태라고 했다.

그중에 우시원의 가족 사항이 특이하다고 했다.

그 때문에 생방송 혹은 녹화 도중 불시에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 했다.

우시원은 냅킨에 적인 글자를 보고는 떨리는 눈빛으로 도훈을 바라봤다.

도훈은 한쪽 눈을 찡긋하며 검지를 들었다.

검지를 살짝 흔드는 도훈의 모습에 우시원은 대충 알아들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아버지에 관해 전해 들은 것 같았다.

사실 우시원도 아버지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

우시원은 자신의 아버지가 외국에 나가 있다고만 들었었다.

그런데 왜 도훈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는 재빨리 도훈을 바라봤다.

순간 주변에 번쩍이는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직접 물어보려던 우시원은 표정을 수습했다.

도훈이 여기에서 직접 말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 텐데 카메라 앞에서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가끔은 큐시트에 없는 질문도 나오기도 한다.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일 수도 있었다.

만약 준비도 안 한 상태에서 아버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면?

엄청나게 당황했을 것이었다.

우시원은 도훈이 준 냅킨을 손에 쥔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던 도훈은 우시원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나중에 같이 한번 보자.”

“네?”

“뭐 하시는지는 알아야지, 안 그래?”

“잘 살고 계신 거 아니었어요?”

묘하게 주어가 빠진 대화였다.

주어가 없는 건조한 대화는 편집에서 빠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 후 대화는 진짜 면회를 하는 것처럼 이어졌다.

도훈과 강시혁은 마치 형처럼 우시원과 서찬휘를 다독였다.

* * *

멀리서 그 모습을 보던 피디 한 명이 실소를 터뜨렸다.

“저게 뭐 하는 거지? 면회라고 해서 진짜 면회인 줄 아나 봐, 어떻게 보면 이건 작전타임하고 똑같은데, 작전타임을 이렇게 허무하게 흘려보낸다고?”

말한 이는 유레카를 비웃듯 바라보고 있던 피디였다.

그의 이름은 정재원.

스타플레이어 피디진 중에는 삼인자였다.

그때 옆에 있던 제작진이 미간을 좁히며 낮은 목소리로 말린다.

“장 피디님, 다 들리겠어요.”

“들려 봤자지, 지네들이 어쩔 거야. 끽해 봐야 매니저잖아.”

“그래도…….”

“에이, 여기서 잘리면 방송국 하나 차리지, 뭐.”

“방송국을 차려요?”

“그깟 케이블 방송국 얼마나 한다고? 그냥 사 버리면 되지.”

“…….”

직원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정재원의 별명은 안하무인이었다.

서열로는 세 번째지만, 재력으로는 첫 번째.

그의 아버지가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제과 회사의 사장이었다.

말이 제과 회사지 종합 식품 회사라고 보면 되었다.

그는 누가 주의를 줄 때마다 말버릇처럼 회사를 관둔다는 이야기를 한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라면 헛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재원이 하는 이야기는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그는 그 정도로 금수저였다.

사실 그는 유레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도훈을 싫어하는 것이었다.

도훈을 싫어하는 이유도 확실했다.

그것은 도훈이 이곳 녹화 현장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것은 임제호와 박창성과는 전혀 반대의 입장이었다.

정재원은 이번 방송의 시청률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도 않는다.

도훈이 이번 방송에 들어와 잘되는 것보다 도훈이 들어와서 일거리가 느는 것이 싫었다.

정재원은 콧김을 내뱉으며 돌아섰다.

“에이, 오늘은 그만 들어가 봐야겠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피디님.”

“짜증 나서!”

“그렇다고 지금 들어가시면…….”

“임 총괄님에게는 내가 따로 전화할 테니 염려 마.”

“제가 지금 그걸 걱정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럼, 너도 일찍 들어가 보든지.”

정재원인 스태프에게 손짓을 했다.

그 모습에 스태프는 황당한 표정으로 정재원을 바라봤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던 스태프의 눈이 순간 커졌다.

그 모습에 정재원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왜 그렇게 놀라?”

“그게 아니라…….”

“피곤해서 들어가는 것도 안 돼? 내 허락도 없이 막 출연자 꽂아 넣고 그러니 내가 더 피곤하지, 안 그래?”

“그게 아니라…….”

스태프가 다시 손짓했다.

하지만 정재원은 짜증 난다는 듯이 스태프를 바라봤다.

“왜 그렇게 난리야?”

“그게 아니라 뒤에…….”

스태프의 말에 정재원은 그제야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도훈이 서 있었다.

눈이 마주친 정재원은 미간을 좁혔다.

“왜 남의 이야기를 듣고 그러십니까?”

“제가요?”

도훈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정재원은 탄산음료 김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풉, 그럼 누굴 말하는 거겠어요?”

“저는 아까 박 피디님이 끝나면 정 피디님한테 얘기하라고 해서 왔을 뿐인데요.”

“흠.”

“와서 얘기하려는데 대화 중이시라 기다린 거고요. 뭐, 엿들은 것도 없습니다. 어쨌든 오늘은 그만 가 보겠습니다.”

“들었습니까?”

“제가 난청이 좀 있어서…….”

도훈읜 자신의 귀를 가리키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정재원이 표정을 풀었다.

도훈은 살짝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돌아선 도훈의 얼굴은 지진이라도 난 듯 군데군데 주름이 잡혀 있었다.

자신의 연예인을 세계 최고로 만들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괜히 적을 만들어 싸우는 것은 도훈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묘하게 호승심이 끓어오른다.

피디와 출연자의 관계는 어찌 보면 을과 갑의 관계였다.

거기에 더해 연예 기획사와 방송국의 관계라면 개미와 매머드의 대결과도 같았다.

* * *

도훈은 촬영장을 빠져나오며 그의 이름을 나지막이 토해 냈다.

“정재원이라…….”

그 말에 강시혁이 물었다.

“지금 뭐라고 했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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