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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12화 (112/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112)

덕분에 외국어로 장경자를 불편하게 만들 일은 없었으니까.

뭐, 지금의 반대로 엄지연은 장경자의 표정만 봐도 그녀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었었다.

엄지연은 장경자가 얼마나 자신을 믿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장경자가 요즘 들어 한 가지 일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것은 후계자를 새로 찾는 일이었다.

그룹의 모든 것을 물려줄 후계자는 아니었다.

각자의 분수에 맞는 지분을 나눠 줄 것이었다.

그 이유는 한 가지였다.

첫째인 이세훈 그리고 그의 아들이 이도준이 그룹의 전부를 이어 갈 그릇이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요즘 보이는 행보가 그랬다.

그 일부를 나눠 받을 후보 중 하나가 바로 도훈이었다.

도훈이 물망에 오른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그것은 요즘 들어 보인 그의 변화였다.

착하기만 해서 무기력하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던 도훈은 리더십과 야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도훈은 달랐다.

야망까지는 모르겠지만, 리더십과 목표가 분명했다.

이것은 장경자가 직접 한 말이었으며 엄지연도 동의하는 바였다.

그때 장경자의 목소리가 다시 엄지연의 귓가에 울렸다.

“엄 비서야, 계약서 내용 준비하도록 지시해라.”

“다 읽어 보셨어요? 그런데 그게 사실인지 미리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엄 비서야.”

“네, 회장님.”

“미리 다 알아봤다.”

“네?”

“정답을 모르게 문제를 내는 출제위원이 있겠나, 없겠나? 잘 생각해 봐라.”

“헉, 언제 알아보신 거예요?”

“내 귀와 눈이 되어 줄 사람이 엄 비서만 있는 건 아니지.”

장경자가 빙긋 웃으며 창밖을 가리켰다.

세상을 넓고 인재는 많다는 말이었다.

엄지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회장님.”

“그래도 엄 비서가 최고니까. 실망하지 말고.”

“실망 안 해요, 실장님.”

“내가 영웅이 콘서트 같이 가는 건 엄 비서밖에 없는 거 알지?”

“호호, 그러고 보니…….”

“그러니까, 빨리 준비해.”

“네, 그런데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며칠 전에도 가셨잖아요.”

엄지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장경자를 바라봤다.

그녀는 진심으로 장경자를 걱정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도 강영웅의 콘서트에 갔다 왔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공연 지역이었다.

오늘은 성남까지 이동해야 했다.

그 모습에 장경자가 피식 웃었다.

“내가 이때 아니면 언제 운동해? 안 그래 엄 비서?”

“뭐, 그것도 그렇네요.”

엄지연도 방긋 웃었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모두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던가?

* * *

다음 날 아침.

MBS 예능국.

편집실의 편집용 모니터에서 영상이 쉴 틈 없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 화면에 어떤 사내의 얼굴이 얼비친다.

그는 바로 스타플레이어의 총괄인 임제호였다.

임제호는 지금 며칠 간의 녹화분을 보고 미간을 좁혔다가 폈다가 하며 희로애락을 간접 체험하고 있었다.

그는 일생일대의 위기를 마주한 사람처럼 쉴 틈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박창성이 슬그머니 옆으로 오더니 고개를 삐쭉 내밀었다.

갑자기 들어온 그의 얼굴에 깜짝 놀란 임제호가 소리쳤다.

“와, 깜짝이야. 무슨 공포 영화도 아니고 왜 거기서 얼굴을 쑥 내밀어?”

“아, 선배님 너무 하세요. 제가 무슨 괴물입니까?”

“야, 지금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얼굴을 왜 내밀어? 무슨 예능국이 호러국 된 줄 알았잖아.”

“우리 방송국에 호러국이 어딨습니까? 그나저나 왜 인상을 쓰시고 그래요?”

“뭔가 빠진 것 같아서?”

임제호는 마치 밀실 살인 사건을 마주한 탐정처럼 심각한 눈으로 촬영분을 바라봤다.

그 모습에 박창성이 화면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팥 없는 찐빵 같은 느낌이요?”

“그보다는 재성 없는 재성팀 같은데…….”

“왜 또 그래요?”

“문제가 뭔지를 모르겠다는 말이야. 대충 분량을 뽑은 것 같긴 한데, 왠지 임펙트가 좀 부족하단 말이야. 이러면 시청률이 불 보듯 뻔한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저요? 저는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니, 1회분에 비해서는 뭔가 이상하지 않아?”

“음.”

“이번 녹화 분 다음 주부터 풀고 나서 딱 3주면 생방송이야. 그때까지는 여기 나온 연습생들 팬덤도 어느 정도 만들어져야 하고.”

“흠, 그러게요. 1회 방영되었을 때.”

“이번 주 광복절 특집 없었으면 지금까지 편집한 거 그냥 내보내야 해. 일단 광복절 특집 덕분에 시간은 벌었으니 생각 좀 해 보자고. 게시판이나 온라인 분위기는 어때?”

“뭐, 팬카페라고 만들어지기는 했는데…….”

“오호, 일단 초기 팬덤이 형성되었다는 거네.”

임제호가 눈을 빛냈다.

초창기의 흥행몰이는 팬덤이 형성되는 것이 먼저였다.

사람이라는 건 참 다양해서 방송에 출연하는 것만으로 누군가의 관심을 받게 마련이었다.

그런데 연습생들은 남의 관심을 끄는 것의 전문가들이 아니던가?

남에게 동작 하나 노래 한 소절을 보여 주기 위해 몇 년을 갈고 닦은 친구들이었다.

그런 친구들이 방송에 나왔다면 분명히 반응이 있어야 했다.

뭐, 기존에 팬덤을 보유한 연습생들도 몇몇 보이는 것은 사실.

임제호가 말하는 것은 방송으로 인한 새로운 팬의 유입이었다.

열성 팬층이 어느 정도 형성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대중성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 대중을 열성 팬층에 편입시킨다.

이것이 바로 선순환이었다.

무대에서는 연습생들이 전쟁을 벌이지만, 그 전쟁에 감정이입을 하는 것은 팬들, 즉 시청자가 되어야 했다.

임제호가 침을 꿀꺽 삼키자 박창성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뭐, 기존의 팬카페 제외하면 그게 딱 하나예요.”

“하나? 그게 누군데?”

“최강 매니저라는 이름인데…….”

“흠…… 거기서 아이돌이나 보이 그룹이 아닌 매니저란 단어가 왜 나와?”

“그야 당연하죠, 유레카의 이도훈 실장 팬카페니까요?”

“헉.”

“왜, 그렇게 놀라세요?”

“그냥 단발 출연이었잖아. 앞으로는 화면에 나오지도 않을 거고.”

“그런데 그만큼 강렬했잖아요.”

“아, 강렬하긴 했지…….”

임제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화면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임제호는 왜 이 영상들이 그리 임펙트가 없어 보였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1화에서 강한 임펙트를 보여 줬던 유레카의 이도훈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화면을 보던 임제호가 혼잣말을 뱉었다.

“아, 미치겠네.”

“왜요?”

“잠시만 기다려 봐.”

임제호는 손을 들어 박창성의 입을 막은 뒤 편집실 옆에 있는 공용 컴퓨터를 켰다.

그러고는 바로 스타플레이어의 시청자 게시판에 들어갔다.

그 모습에 박창성을 고개를 갸웃하며 그의 옆에 바싹 붙었다.

표정이 심각한 것이 뭔가 떠오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옆에서 뚫어지라 바라보는 박창성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클릭하며 게시글을 뒤졌다.

그러고는 다시 한숨을 몰아쉬었다.

“휴.”

“왜 그러는지 말씀 좀 해 주세요.”

“여기 봐 봐, 모든 게시글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키워드가 뭔지 봐 봐.”

“흠.”

“바로 매니저야.”

“진짜 그렇네요.”

“우리는 단단히 착각했어.”

“무슨 착각이요.”

“1화가 어느 정도 흥행 몰이를 했잖아. 우린 그걸 보고 본격적인 본편이 방송되면 시청률이 타오를 거로 예측했잖아.”

“그야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그 불씨가 사라졌어.”

“그러니까. 이도훈 실장이 그 불씨라는 거죠? 그런데 어떻게 끌어와요? 지금 유레카의 다른 연습생들도 간당간당하잖아요. 뭐, 자기들 실력 때문은 아니지만요.”

“그러고 보니 그 너튜브 영상들은 어떻게 됐어?”

“모르겠어요. 그렇게 비난하던 댓글들이 어제부터 자취를 감췄어요. 웃기는 게…….”

“웃기는 게 뭔데?”

“처음에 비난 여론을 만들어 갔던 채널이 그냥 사라졌어요. 지금은 그 이슈를 끌어온 채널들만 남았고요. 거기에 여론도 바뀌었어요.”

“뭐라고 바뀌었는데?”

“근거 없다! 딱 이 한마디죠.”

“이상하네, 그러면 유레카 쪽 연습생은 원래대로 진행하면 되잖아. 박 피디.”

“네, 선배님.”

“유레카의 이 실장하고 친하지?”

임제호는 친근한 표정으로 박창성을 바라봤다.

박창성은 재빨리 손을 좌우로 저었다.

“에이, 제가 무슨 친해요. 지난번에 배신까지 때렸는데 날 어떻게 보겠어요?”

“그건, 국장님 압력이었고. 우리 마음은 그렇지 않았잖아.”

임제호가 고개를 젓는다.

사실 박창성도 당시 상황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국장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한 것은 바로 자신들이었다.

박창성이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국장님 압력인지 우리가 그랬는지 이 실장이 어떻게 알아요.”

“알게 만들어야지.”

말을 마친 임제호의 표정은 살짝 비장함이 감돌았다.

그 모습에 박창성이 반색하며 물었다.

“선배님이 직접 이야기하시게요?”

“어허, 창성아.”

“네, 선배님.”

“이쯤 됐으면 네가 알아서 해야지. 안 그래? 나는 편집본 좀 마저 확인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그나마 시간이 좀 남는 네가 해야지.”

“아, 선배님, 오늘은 저 파주 쪽 내려가야 하잖아요.”

“아, 합숙소 가는 날이구나.”

“네, 그쪽 피디와 스태프들하고 회의 진행하기로 했어요.”

“그럼 더 잘됐네.”

“뭐가 잘돼요?”

“면회 제도 있잖아. 오늘 유레카 보고 오라고 해. 그럼 되잖아.”

임제호는 눈매를 좁혔다.

그의 말대로 스타플레이어에는 면회 제도가 있었다.

만약 소속사에서 면회를 오게 되면 합숙 기간 동안 딱 한 번 4시간의 휴식이 주어진다.

마치 군대에서 부모님이 면회를 오면 외박을 나가는 것과 흡사했다.

아직까지 면회 제도를 쓴 소속하는 아무도 없었다

제도는 있지만, 눈치가 보여서였다.

면회 가는 날 하필이면 중요한 레슨이라도 있다면?

그러면 연습생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었다.

박창성이 팔짱을 끼고 물었다.

“흠, 그러다 이 실장이 안 오면요?”

“그때 봤잖아. 자기 연습생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거. 그런데 안 오겠어?”

“오면 뭐라고 해요. 합숙에 참여해 보실래요 하고 그렇게 말하나…….”

박창성을 말끝을 흐리며 임제호를 바라봤다.

임제호가 눈을 크게 뜨며 손바닥을 보였다.

“잠깐만!”

“왜요?”

깜짝 놀란 박창성이 되묻자 임제호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거 좋은 아이디언데!”

목소리를 높은 임제호가 손뼉까지 쳤다.

짝!

손뼉을 치며 눈을 빛내는 임제호의 모습에 박창성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슬그머니 물러났다.

“자, 잠시만요. 저는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너, 튀려는 거지?”

“아, 아니에요. 진짜 화장실만 갔다 올게요.”

“딱 보니까 튀려는 것 같은데.”

“진짜 화장실만 다녀온다니까요.”

박창성이 미간을 좁히자 임제호가 화장실 쪽을 가리켰다.

“그럼, 같이 가자.”

“뭘 같이 가요?”

“화장실 같이 가면서 얘기 좀 하자고. 이도훈 실장을 어떻게 잡아 올지.”

“아니, 어떻게 잡아 와요. 그날도 우리가 이상한 짓 안 했으면 무대에도 안 오를 사람이었잖아요. 솔직히 선배님보고 갑자기 사극에 출연하라고 하면 하겠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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