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06화 (106/250)
  •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106)

    현장에 나와 있는 듯한 효과음이 영상에서 흘러나왔다.

    효과음이 서재후의 멘트와 딱 맞아떨어지자 마치 현장에 나와 있는 착각이 든다.

    도입부를 본 도훈은 일단 안심했다.

    도훈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전생에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임제호와 박창성의 입김이 약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었다.

    도훈은 그것이 기우였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강렬한 도입부를 확인하고 나니 지금의 프로그램이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서찬휘와 우시원이 이 프로그램에서 얼마나 얼굴을 알리느냐가 남아 있었다.

    도훈은 우시원을 바라봤다.

    저 정도 외모라면 바스트 샷 한 컷만 잘 잡아 줘도 평생 따라다닐 ‘움짤’이 온라인에 퍼질 것이었다.

    서찬휘도 마찬가지였다.

    서찬휘의 춤을 보고 반하지 않을 시청자가 있을까?

    딱 거기까지만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면 되었다.

    화면에서는 심사위원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이승찬과 한리나는 고정이고 새롭게 작곡가 하나가 합류했다.

    인페르노 스튜디오의 한승범.

    인페르노 스튜디오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들이 모여서 차린 회사였다.

    이제는 작곡을 넘어서 아티스트까지 육성하며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발돋움하려는 곳이었다.

    그가 등장하자 연습생들이 모두 환호성을 지른다.

    그가 이렇게 유명한 것은 국내 최고의 보이 그룹 중 하나인 미스트를 현재 위치로 올려놓은 곡이 바로 한승범이 작곡한 ‘잠잘 때’였기 때문이다.

    화면에 열기가 스며드는 착각마저 들 정도의 함성에 한승범이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카메라가 뒤쪽 배경을 비춘다.

    그때 나오는 내레이션.

    ―100명의 전사가 처음부터 100명이었을까요? 그들은 수많은 경쟁을 뚫고 100명에 들었습니다. 100명의 전사는 가시밭을 뚫고 여기에 섰습니다. 그런 그 과정을 지금부터 보시도록 하죠.

    지금부터 여러분들이 보실 장면은 그들의 헤쳐 온 가시밭길입니다.

    이어서 바로 정신없는 체육관의 전경이 펼쳐진다.

    화면이 빠르게 감기며 무대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자리 배치 장면을 보여 준다.

    화면을 지켜보던 강시혁이 말했다.

    “뭔가 밋밋한데…… 안 그래? 이 실장.”

    “시원이와 찬휘가 나오는 장면은 뒤쪽이니까.”

    “왜 사돈 남 말 하듯 그래?”

    “그게 무슨 말이야? 강 피디.”

    “이 실장도 출연했잖아. 그날 아주 난리였던 거 나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하하.”

    “임제호 총괄님이 가능하면 내가 나오는 장면은 살짝 쳐 낼 거라고 약속했어. 그러니 그날 봤던 건 강 피디 머릿속에만 넣어 둬.”

    그때 우시원이 깜짝 놀라서 끼어들었다.

    “헉, 그거 진짜예요? 실장 형.”

    “너 표정이 왜 그래?”

    도훈이 미간을 좁히며 묻자, 우시원은 슬쩍 말끝을 흐렸다.

    “저 그 장면 다시 보고 싶었는데…….”

    순간 서찬휘가 스크린을 가리켰다.

    “이제 우리 차례다.”

    “정말?”

    우시원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모두가 입을 굳게 다물고 스크린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눈빛이 얼마나 강렬한지 레이저를 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생각보다 유레카가 나오는 장면은 상당했다.

    임제호의 말대로 도훈이 나왔던 장면은 대부분 편집되었다.

    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매니저.

    저들은 연습생.

    서로 해야 할 일이 달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목받아야 할 것은 우시원과 서찬휘였다.

    매니저가 연습생을 위해 출연했다는 사실로 저들의 빛을 감추기 싫었다.

    유레카의 분량이 거의 끝나 갈 때였다.

    서재후의 내레이션이 튀어나왔다.

    ―시청자 여러분, 여기에서 퀴즈입니다. 유레카의 무대에서 특이한 점을 못 느끼셨나요?

    나레이션이 끝나자 카메라가 누군가를 클로즈업했다.

    화면을 바라보던 도훈은 입을 크게 벌렸다.

    “어? 저게 왜?”

    “실장 형을 크게 잡았는데요?”

    우시원이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화면을 가리킨다.

    그의 말대로 아직까지 도훈을 크게 잡고 있었다.

    100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한 명을 이렇게 비춘다니?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때 다시 내레이션이 시작되었다.

    ―여기 보이시는 분이 매니저입니다. 오프닝 특별편으로 매니저가 무대에 오르게 된 사연을 보시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화면이 빠르게 뒤로 감긴다.

    화면이 감긴다는 것을 보여 주는 효과음과 함께 화면은 무대가 시작되기 전으로 돌아갔다.

    영상은 간단했다.

    피디들이 돌발 미션을 모두에게 전달했고.

    그것을 전달받은 연습생들은 비상이 걸린 것이다.

    그중에서도 유레카는 연습생이 둘밖에 안 되기에 자칫 잘못하면 무대에도 오르지 못할 상태.

    영상에서는 이것이 모두 제작진이 던져 준 돌발 미션으로 표현된다.

    영상을 보던 강시혁이 투덜대기 시작했다.

    “저거 완전히 사기 아니야? 우리 떨어뜨리려고 규칙 바꿔 놓고 자막에는 왜 미션이라고 나와? 뭔 대처 능력을 확인한다는 거야?”

    “강 피디가 이해해요. 오디션 프로그램의 반은 조작인 거 모르세요? 오케이?”

    신서희가 치킨 하나를 집어서 강시혁에게 건넸다.

    강시혁은 치킨을 잡고 씩씩거리며 뜯었다.

    모두가 웅성거리는 가운데 유일하게 도훈만은 침묵을 지켰다.

    피디들을 믿는 것이 아니었다.

    임제호의 말대로 편집한 것은 맞았다.

    그런데 편집한 것을 따로 떼서 하나의 코너를 만들 줄은 몰랐다.

    계속 터지는 함성.

    물론 효과음이었다.

    도훈은 자신이 분량이 그리 호응을 끌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불길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순간 손바닥에서 먼가가 번뜩였다.

    도훈은 재빨리 손바닥을 확인했다.

    뭐지?

    도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번쩍한 것 같은데 손바닥에는 새로운 글자는 없었다.

    도훈이 잠시 딴생각하는 동안 유레카의 모든 분량이 끝났다.

    그와 동시에 불이 켜졌다.

    탁.

    도훈은 한민국을 바라봤다.

    “불은 왜 켰어?”

    “유레카 분량 다 끝났으면 이제 불 켜도 되잖아요.”

    한민국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시선을 한곳으로 모았다.

    물론 그들의 시선이 모인 곳은 도훈의 얼굴이었다.

    도훈은 모두의 얼굴을 보았다.

    그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도훈을 뚫어지라 보고 있었다.

    “하, 그렇게 보지 마세요.”

    도훈이 신서희를 보며 손을 내저었다.

    그때였다.

    짝.

    갑자기 울려 퍼진 손뼉 소리에 도훈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한민국이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난데없는 상황에 모두가 한민국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한민국 씨 왜 그래요?”

    강시혁이 묻자 한민국이 노트북의 화면을 가리켰다.

    한민국이 가리키는 곳은 스타플레이어의 시청자 게시판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모이자 한민국이 말을 이었다.

    “이것 보세요. 게시글 제목이 다 비슷해요.”

    “진짜네. 유레카의 아이돌, 유레카의 매니저, 유레카의…….”

    강시혁이 랩을 하듯 제목을 읽어 나갔다.

    화면에는 유레카의 이야기들도 가득 차 있었다.

    ―유레카가 어디야?

    ―유레카에 보이 그룹이 있었어?

    ―왼쪽에 있던 사람이 매니저였어?

    ―유레카에서 공연한 곡 이름이 뭐야? 생각보다 좋은데(냉무)

    ―사연이 기가 막히네. 그런데 이거 조작 아닌가?

    갖가지 게시글들이 화면을 채우고 있었지만, 그들의 관심은 동일했다.

    앞서 보여 줬던 다른 그룹의 글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도훈과 우시원 그리고 서찬휘가 보여 줬던 무대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 우시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유레카가 꼭 블랙홀이 된 것 같아요.”

    “블랙홀이라…… 그거 맞는 것 같은데.”

    서찬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도훈이 말했다.

    “이참에 그룹 이름 정할까?”

    “뭘로요?”

    우시원이 목을 길게 빼며 묻자.

    도훈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블랙홀.”

    “헉, 그게 뭐예요?”

    “지금 들어 보니까 좋은 것 같지 않아? 관심을 쭉쭉 빨아들이잖아.”

    우시원이 고개를 갸웃한다.

    “블랙홀이라…….”

    “저는 좋아요.”

    서찬휘는 손을 번쩍 들었다.

    강시혁도 손뼉을 치면서 동의했다.

    “나도 찬성이네, 하하.”

    그때 한민국이 외쳤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뭐가 문젠데?”

    도훈이 고개를 갸웃하며 한민국을 바라봤다.

    그 모습에 한민국이 다시 노트북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더 신기한 건 뭔지 아세요? 잘 보세요.”

    한민국이 노트북의 F5를 눌렀다.

    순간 화면이 새로 바뀌었다. 하지만 화면을 가득 채운 제목들의 변화는 없었다.

    고개를 갸웃한 강시혁이 물었다.

    “똑같잖아, 뭘 보라는 거야? 한민국 씨.”

    “페이지가 바뀌었잖아요. 벌써 두 페이지가 늘었어요. 그런데 제목은 거의 비슷하잖아요.”

    “헉, 진짜네.”

    “한마디로 터졌다는 거죠. 유레카도 그리고 이번 곡도…….”

    “이번 곡이라?”

    도훈이 고개를 갸웃하자 한민국이 물었다.

    “왜 그래요?”

    “아직 녹음도 안 한 곡인데, 떴다고 하기에는 그렇지 않나 해서.”

    그때 강시혁이 환한 얼굴로 한민국 대신 답했다.

    “뭐, 어때. 작곡 머니 윌에 작사 이도훈, 편곡 이도훈이잖아. 노래는 우리가 나중에 부르면 되고. 미리 곡부터 띄워 놓고 우리가 녹음하면 땅 짚고 헤엄치기 아닌가?”

    “맞습니다.”

    한민국이 눈을 빛냈다.

    그 모습에 도훈이 피식 웃었다.

    요즘 들어 연예계 사업에 진심인 한민국이었다.

    처음에는 이지유에 대한 팬심과 도훈의 강요에 의해 발을 들여놓은 기획사 일이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진심을 보여 주는 한민국의 모습이 도훈은 기특하기만 했다.

    그때였다.

    신서희가 잔을 건넸다.

    “일단 축하주 한잔해야죠, 안 그래요?”

    “좋습니다, 선생님.”

    강시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마주 보고 대화하는 도중이었다.

    도훈은 그들의 대화에 끼지 않고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훈이 바라보는 곳은 다름 아닌 자신의 손바닥이었다.

    마치 몰래 손바닥에 적어 놓은 답안지를 확인하는 아이처럼 도훈은 힐끔 자신의 손바닥을 확인했다.

    순간 도훈의 눈은 커졌다.

    [1단계 – 시청률을 장악하라! 달성률: 12%]

    [……14%]

    달성률이 계속 오르고 있었다.

    이건 대체?

    사실 도훈은 이번 퀘스트를 포기할까 생각했었다.

    시청률 100%가 가능한 수치던가?

    이건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한 수치였다.

    하지만 지금 계속 오르는 시청률을 바라보자 한 가지 가능성이 보였다.

    퀘스트에서 제시한 달성률이 1회가 아니라 누적이라면?

    생각을 바꾸자 도훈인 지금 희망은 봤다.

    다만, 기간이 무제한이지만, 그것은 진정한 무제한이 아닐 수도 있었다.

    스타플레이어가 방송되는 기간 중에만 산정될 수 있으니 말이다.

    만약 매뉴얼이라도 있으면 살필 테지만, 수첩에 대한 매뉴얼은 없었다.

    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뱉었다.

    “이거 재미있네.”

    “지금 뭐라고 했어? 이 실장.”

    강시혁이 바로 태클을 건다. 그 모습에 도훈이 손을 내저었다.

    “우리 프로그램이 재미있다고 그랬어.”

    “어? 언제부터 우리 프로그램이야?”

    “우리가 기획했으면 우리 프로그램이지, 뭐.”

    “헉, 비위도 좋네. 그 꼴을 당하고도 우리라는 소속감이 들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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