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102화 (102/250)
  •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102)

    임제호가 미간을 좁히며 박창성을 바라봤다.

    “박 피디.”

    “네? 말씀하세요.”

    “조금만 떨어져 줄래? 그렇게 바싹 붙으니까 부담스럽다.”

    “앗, 네.”

    “일은 잘됐다고 하네.”

    “잘됐다니요? 누구 관점에서 잘된 거예요? 국장님이요? 아니면 유레카요?”

    박창선이 귀를 쫑긋 세우자 임제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 우리 쪽이나 유레카나 다 잘된 것 같아.”

    “네?”

    박창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임제호의 말이 이해가 안 되었다.

    한재수 국장은 유레카를 도려내기 위해 협의회에 간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유레카와 한배를 탈 수 있단 말인가?

    그 모습에 임제호가 미소를 지었다.

    미소도 잠시 임제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유.”

    갑작스러운 태도의 변화에 박창성이 물었다.

    “선배님, 왜 그러세요?”

    “문제가 아예 없는 건 아니야?”

    “무슨 문제요?”

    “SW 쪽을 도려내라고 하신다.”

    “도려내요?”

    “표절을 한 건 그쪽인가 봐. 생각해 보면 같이 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그날 듣고 바로 그걸 표절해서 협회에 올렸으니 말이야.”

    “헉, 그런데 어떻게 그걸 밝혀낸 거예요?”

    “대충 들어 보니 미리 모든 자료를 협회 쪽에 등록해 놨다고 하네. 그것도 다른 제목으로 말이야.”

    “헉.”

    “나는 왠지 모르게 묘한 느낌이 들어.”

    “무슨 느낌이요?”

    “유레카의 이도훈 실장이 덫을 놓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설마요…….”

    “아니야, 내 감이 막 팔딱여.”

    “선배님 예감이 무슨 활어입니까, 팔딱이게요.”

    “살아 있다는 공통점은 있지. 어쨌든 이 바닥을 보는 감각도 그렇고…….”

    “네, 말씀하세요.”

    “내가 충고하는데, 그 친구는 등지지 마. 어떻게든 친구로 만들어.”

    “친구로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죠.”

    “그 방법이 뭔데?”

    “유레카에서 올라온 연습생들한테 잘해 주면 되잖아요.”

    “야, 이번 오디션은 무조건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했잖아.”

    “예선은 불투명하게 진행했잖아요, 유레카 하나 잡으려고요.”

    “이제 투명해졌잖아. 그나저나 SW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흠, 그쪽 인원이 일곱이던가?”

    “네, 맞습니다. 거기에 SW에는 미스트가 버티고 있으니 그냥 잘라 버릴 수는 없죠.”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박 피디는 그냥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

    “저는 선배님만 믿고 있을게요.”

    “그래, 믿어. 그런데 김 피디는 어디 갔어?”

    “요즘 외부 쪽으로 돌고 있잖아요. 부족한 분량 채우려고 기획사 심층 취재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수고하고 나중에 봐.”

    임제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일어나면서 창밖을 다시 한 번 바라봤다.

    그 모습에 박창성이 물었다.

    “표정이 왜 그러세요?”

    “한바탕 태풍이 몰아칠 것 같아서 그런다.”

    “태풍이요?”

    “경로가 우리 쪽은 아니니까 마음 놓고 있어, 박 피디.”

    “하하, 그럼 다행이죠.”

    박창성은 빙긋 웃었다.

    그도 태풍의 경로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 * *

    그날 저녁, sw엔터테인먼트의 대회의실.

    며칠 전과 마찬가지로 본부장 양대세와 팀장급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약간은 마른 체구의 양대세 본부장은 구석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이고 있었다.

    그 구석에는 1팀장 홍준수와 안소신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머지 팀장들은 어디를 봐야 할지 몰라서 고개를 계속 두리번거리는 중이었다.

    안제호가 말한 태풍이 지금 이 회의실 내부를 강타하고 있었다.

    모두가 마른침을 삼키고 있을 때 양대세 본부장의 입이 열렸다.

    “홍준수 팀장.”

    “네, 본부장님.”

    “홍준수 팀장이 나와서 보고해.”

    “네?”

    “나와서 직접 보고 하라고.”

    “네, 알겠습니다.”

    홍준수는 독약이라도 먹은 표정으로 인상을 한껏 찌푸리며 앞으로 나왔다.

    홍준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협의회에 참석 결과를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그의 보고에 회의에 참석한 팀장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홍준수의 이야기만 들어 보면 유레카의 뒤통수를 치려다 실패한 것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닥쳐온 태풍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어떤 이는 고개를 흔들고 어떤 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홍준수의 설명이 끝나자 팔짱을 끼고 있던 양대세 본부장이 눈매를 좁혔다.

    “홍준수 팀장, 지금 문제가 뭔지 몰라?”

    “회사에 먹칠을 했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먹칠이라고 했어? 똥칠이 아니고?”

    “…….”

    “지금 그런 문제가 아니야. 어떻게 그렇게 간 큰 생각을 했어?”

    “…….”

    “당일 날 곡을 듣고 표절을 할 생각을 해? 그리고 그 표절 곡을 당당히 협회에 등록하고?”

    “…….”

    “그것도 모자라서 상대에게 이의 제기를 하고? 그래 그게 사실이라고 치고 일을 하려면 똑바로 했어야지. 미리 등록된 곡인지 확인도 안 해 봤어?”

    질문을 던진 양대세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쉴 틈 없이 홍준수를 공격하는 양대세의 모습에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그중 고개를 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였다.

    홍준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휴,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목이 달라서 확인을 못 했습니다.”

    “그게 변명이야?”

    “나오지 않는 걸 어떻게 합니까?”

    “가사로 검색하면 나오잖아.”

    “허, 그게…….”

    “그래, 양심을 팔아먹는 데 실패했다고 쳐. 그럼 해결이라도 하고 왔어야지? 거기서 폭탄을 던지고 오면 회사는 어떻게 하라는 거지? 회사가 무슨 쓰레기통이야? 사고를 쳐 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면 어떻게 하라는 거지?”

    “…….”

    “문제는 너희 둘 때문에 SW의 아티스트 전체가 욕먹게 생겼어.”

    “본부장님, 이건 조금 억울합니다. SW에서 표절하지 않은 작곡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십시오. 모방은 창작의 어머니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깟 일 가지고 제게 이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동안의 제 공은 다 어디 가고요?”

    “공이라고 그 얘기도 좀 해 보지.”

    “네, 저는 당당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까방권’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미스트를 이 정도로 키운 공으로 치면 이 정도 일로 까이는 건 좀 억울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으로 미스트를 키운 건 누구지?”

    “…….”

    홍준수는 아무 말 없이 양대세를 노려봤다.

    하지만 양대세는 아무렇지 않게 계속 말을 이었다.

    “강시혁 아닌가? 홍 팀장은 둘을 이간질해서 최고의 그룹을 꿀꺽한 거지. 그건 여기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 안 그래?”

    “…….”

    “미스트가 지금의 이미지를 굳히게 된 건 강시혁 덕분이지.”

    양대세는 홍준수를 쏘아봤다.

    그것은 양대세의 진심이었다.

    SW를 대표하는 미스트를 키운 것은 강시혁의 프로듀싱과 철저한 관리 덕분이었다.

    그 중간에서 매니저였던 홍준수는 둘 사이를 이간질해서 미스트의 노선을 바꾸게 했다.

    덕분에 강시혁은 SW에서 퇴사를 결심했고 말이다.

    그때 홍준수가 테이블을 양손으로 내리쳤다.

    팍!

    덕분에 테이블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홍준수는 양대세를 쏘아봤다.

    “본부장님, 대표님 없다고 이러시면 안 됩니다. 대표님만 돌아오시면…….”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양대세가 올려놓은 핸드폰이 테이블 위에서 거칠게 진동음을 토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이잉, 지이잉.

    핸드폰 화면을 본 양대세 본부장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잡았다.

    동시에 홍준수를 비롯한 모두가 마른침을 삼켰다.

    양대세가 핸드폰을 집어 드는 모습에서 상대가 누군지를 대충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양대세는 공손하게 핸드폰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대표님.”

    통화를 시작한 양대세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상하 운동을 하던 양대세의 고개가 멈춘 것은 오 분 후였다.

    그는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홍준수를 바라봤다.

    “홍 팀장.”

    “네, 본부장님.”

    홍준수의 말투가 고분고분해졌다.

    방금 통화한 것이 SW의 대표였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양대세 본부장의 입을 통해서 나올 이야기는 대표의 지시가 분명했다.

    홍준수는 그것을 거부할 권리가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대표의 지시는 아무 말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홍준수는 숨도 쉬지 않았다.

    그때 양대세가 입을 열었다.

    “딱 이 주 줄 테니 그동안 수습해. 수습 못 하면 회사에서 떠나고.”

    “헉.”

    홍준수가 입을 벌렸다.

    그 모습에 양대세가 손짓했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끝내고 다들 볼일 봐.”

    그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회의실에서 거친 탄성을 흘러나왔다.

    말이 회의지 이것은 벌을 받는 장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모두가 자리를 뜨자 양대세는 홍준수에게 다가갔다.

    “대표님이 말씀하시길, 이번 일은 최대한 무마시킬 거라고 하셨다.”

    “감사합니다.”

    “일단 MBS 대표 쪽에 연락한다고 하니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 같고 협회 쪽도 다시 연락을 취하신다고 했어. 대신, 아까 말한 대로 딱 이 주야. 그동안 수습 못 하면 알지?”

    “어떻게 그걸 해결합니까?”

    홍준수를 억울하다는 듯 두 팔을 벌렸다.

    그 모습에 양대세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만약 지시를 어기면 홍 팀장이 이제까지 사고 쳤던 거 FM으로 처리한다고 하시니 그렇게 알라고.”

    그 말을 마친 양대세는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는 조용히 SW의 사옥 옥상으로 올라가서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 *

    유레카의 별관 연습실.

    그곳에서는 졸지에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우시원은 펄쩍펄쩍 뛰며 손뼉을 치자 서찬휘가 황급히 그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야, 그러다가 목뼈 부러진다.”

    “헉, 왜 나의 댄스파티를 방해하는 거야?”

    “그게 댄스냐? 점프지? 그리고 너 머리 천장에 닿으려고 한다.”

    “에?”

    “그렇게 좋냐? 지금 높이면 덩크슛도 가능할 판인데.”

    “에이, 당연히 좋지.”

    “어차피 이렇게 될 줄 알았잖아.”

    “솔직히 나는 몰랐어.”

    “그러면 너는 실장 형을 못 믿었던 거야?”

    “실장 형은 믿는데, 상황이 좀 그렇잖아. SW가 보통 회사야? 거기서 그렇게 들이밀 때는 뭔가 있을 줄 알았지.”

    “하긴, 이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잖아. 하룻강아지와 범의 싸움. 그런 싸움, 싸운드, 하운드, 그렇게 우리는…….”

    서찬휘는 갑자기 흥이 돋았는지 랩을 쏟아냈다.

    그때 뒤쪽에서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랩을 이어 가던 서찬휘가 이상한 느낌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도훈이 활짝 웃고 있었다.

    “헛, 실장 형.”

    서찬휘가 깜짝 놀라 뒷걸음쳤다.

    그 모습에 도훈이 물었다.

    “그런데 누가 하룻강아지고 누가 범이지?”

    의미심장한 도훈의 미소에 서찬휘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당연히 범은 유레카죠.”

    “그렇지? 그런데 표정은 왜 그래? 서찬휘.”

    “아, 아니에요.”

    서찬휘는 뒷걸음쳤다.

    그때였다.

    도훈의 뒤로 강시혁이 들어왔다.

    강시혁을 본 도훈이 물었다.

    “통화는 잘 끝났어?”

    “그래, 그쪽은 양 본부장이 알아서 처리하겠다더군.”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