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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95화 (95/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95)

한참 동안 말없이 바라보던 이승찬과 한리아.

그중 이승찬이 마이크를 들었다.

“하나도 긴장 안 하신 것 같은데요.”

“아, 그렇게 보였나요?”

“네, 그렇게 보였습니다. 살짝 어딘가 불편하게 보이시는 것 같은데…….”

“아닙니다, 쓰러져도 무대 끝나고 쓰러지겠습니다.”

도훈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이승찬이 웃음을 지었다.

“매니저님이 진짜 연습생 같네요, 하하.”

“지금 이 무대에서만큼은 연습생과 똑같죠.”

“음악은 유레카에서 만든 게 맞죠?”

“네, 맞습니다. 작곡은 머니 윌이란 분이 했고…….”

도훈이 말끝을 흐리자 이승찬이 물었다.

“작사는요?”

“……제가 했습니다.”

도훈이 살짝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 모습에 이승찬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매니저님은 못 하는 게 뭡니까? 연습생과 함께 무대에도 오르시고 작사까지 하시고요.”

사실 순수한 칭찬은 아니었다.

오죽하면 연습생 대신 무대에 오르고.

작사가 대신 작사를 하냐는 비난이 섞여 있는 말이었다.

“뭐, 그렇습니다.”

도훈이 어색하게 웃었다.

자신이 연습생이라면 이 질문에 대응할 멘트를 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우시원과 서찬휘를 돕기 위해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 그들보다 튀어서는 안 되었다.

물론 둘 다 탈락하겠지만 말이다.

그때 멀리서 지켜보던 조연출이 손목을 가리킨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진행하라는 신호였다.

그 모습에 이승찬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키우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왜 끊으래?”

“적당히 하라는 거죠.”

한리아가 조용히 조언했다.

그 말에 이승찬이 말을 이었다.

“그럼, 일단 군무부터 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이승찬은 손뼉을 쳤다.

짝.

그러고는 의자에 몸을 맡겼다.

누가 보면 집에서 편하게 음악 감상을 하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편안히 의자에 기댄 이승찬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절대 웃지 마.”

“제가 왜 웃어요?”

한리아가 눈을 흘기자 이승찬이 말했다.

“너 머니 윌 들어 봤어?”

“아니요.”

“그럼 저 실장이 작사했다는 건 믿겨?”

“아니요.”

“누가 봐도 규칙에 맞춰서 급조한 거잖아. 그러니까 웃지는 말라고. 창작의 자유는 있는 거니까.”

말을 마친 이승찬은 편안한 자세와는 다르게 의미심장한 눈으로 무대를 바라봤다.

이승찬은 사실 유레카를 응원하고 있었다.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는 저 상황은 자신이 처음 음악계에 발을 들여놨을 때와 너무 똑같았다.

덕분에 저렇게 열정적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친구들을 보면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은 것이 그의 마음이었다.

특히 연습생을 위해 무대에 오른 매니저처럼.

그때 무대 옆의 스피커가 울렸다.

둥둥, 따다닥.

인트로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순간 이승찬의 눈이 커졌다.

원래 첫인상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다.

사람의 경우는 그 첫인상이 종종 빗나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음악의 경우는 그 첫인상에 대한 느낌이 빗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특히 이승찬의 경우는 더욱 그랬다.

자신이 작곡한 곡도 첫 소절을 듣고 나면 이것이 얼마만큼 히트를 칠 것인지가 판별이 되었다.

그런 능력이 이승찬을 이 바닥에서 살아남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들려오는 인트로는?

대박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었다.

인트로가 끝나고 본격적인 아윌비백의 첫 소절이 시작되었다.

―i will be back. run, run…….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신서희의 친구인 머니 윌이 녹음했다고 하며 전해 준 음악이었다.

목소리 없는 밋밋한 음악보다는 가사가 있는 편이 좋기에 노래까지 부탁해서 가져온 게 바로 어제였다.

첫 소절과 동시에 도훈을 포함한 세 명은 태엽을 풀어 놓은 인형처럼 무대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찬휘는 슬쩍 도훈을 바라봤다.

서찬휘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역시 도훈이었다.

그때였다.

서찬휘의 뒤로 돌던 우시원이 살짝 삐끗했다.

그 모습에 도훈이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봤다.

스텝이 살짝 꼬인 것 같았다.

문제는 스텝이 꼬인 이유였다.

우시원의 안경에 땀이 차 있었다.

우시원은 화들짝 놀랐다.

안경을 쓰고 나서부터 안무 파트에서 일취월장한 그였다.

땀 때문에 다시 앞이 흐릿해지자 트라우마가 떠오른 것이다.

우시원의 이마에는 땀이 점점 더 많이 흘러나왔다.

다음 라운드에 반드시 오르겠다고 다짐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경험으로 참가해 본다는 것이 강했다.

자신의 팀원을 구할 겸 말이다.

하지만 남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복도에서 만난 SW의 후배가 저 앞에서 비웃는 것만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물밀 듯이 그의 머릿속에 밀려들어 왔다.

그때였다.

휘청.

생각이 많아지자 다시 다리가 꼬였다.

그때 누군가 우시원의 어깨를 잡았다.

탁.

순간 우시원의 눈이 커졌다.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한 것은 머릿속에 아윌비백의 안무가 일목요연하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제 간주 부분으로 접어들었다.

살짝 숨을 돌릴 수 있는 틈이 생긴 것.

우시원은 동작을 멈춘 상태에서 안경을 잡았다.

그러고는 무대 옆으로 과감하게 던졌다.

휙.

안경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두둥, 따다, 단.

다시 시작되는 후렴구.

안무가 격해진다.

순간 우시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다닥.

과감한 스텝으로 우시원이 무대 위를 누볐다.

조금 전 드러냈던 두려움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안경을 벗자 드러나는 외모는 별책부록과 같은 존재였다.

마치 조명이 흡수하는 것과 같은 그의 모습에 모니터로 바라보고 있던 피디들이 입을 벌렸다.

“헉.”

가장 먼저 탄성을 토한 것은 임제호였다.

그 옆에서 박창성이 모니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봐요. 제가 말한 게 이건데 왜 떨어뜨리라고…….”

“정확히 말했어야지. 손이나 치워.”

그들의 대화에 한지혜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한지혜는 무대를 바라봤다.

조명 때문인지.

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들의 무대는 유난히 빛나 보였다.

오죽하면 무대 아래의 연습생들도 그들의 무대에 환호하고 있을까.

무대 위에 있는 세 명의 연습생은 그야말로 혼연일체가 되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한지혜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제야 도훈이 연습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한지혜는 눈을 가늘게 떴다.

도훈도 나머지 두 명과 마찬가지로 무대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십 년만 젊었어도…….”

한지혜는 아쉬움을 담아 혼잣말을 뱉었다.

그 말에 임제호가 끼어들었다.

“그건 안 되지.”

“왜, 안 돼요? 선배. 십 년만 젊었으면 아이돌로 활동했어도 손색없을 실력이잖아요. 요즘 연습생 중 저 정도로 다듬어진 친구들이 있나요?”

“내 말은 그게 아니야.”

“그럼 뭔데요?”

“지금 이 실장이 가지고 있는 무기가 나이와 업무야. 생각해 봐. 연습생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우리 프로그램에는 딱 일 분짜리 분량이야. 그런데 매니저가! 저 나이에! 자신이 케어하는 연습생을 위해 무대 위에 올랐다는 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 만하지.”

“아, 부장님, 어차피 여기서 떨어뜨릴 거잖아요. 그런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어 봤자 뭐 해요?”

“흠.”

임제호는 살짝 헛기침한 뒤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조용히 무대를 바라봤다.

만약 저 정도인 줄 알았다면 한재수 국장을 어떻게든 설득시켜서 스타플레이어의 다음 라운드에 유레카의 연습생을 합류시켰을 것이다.

무대 위를 누비던 서찬휘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의아했다.

초반에 살짝 실수했던 우시원이 지금은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보다 더 황당한 것은 호흡을 맞춰 볼 기회도 없었던 도훈도 원래 한 팀이었던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라라라, 당당.

이제 음악이 끝나가자 세 명은 원래 시작했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마지막 스텝을 밟았다.

탕.

정확히 한 번의 발소리가 무대 위에 울려 퍼졌다.

그만큼 정확한 타이밍에 마지막 동작을 펼친 것.

서찬휘는 마지막 포즈를 풀고 숨을 몰아쉬었다.

“휴.”

그러고는 힐끔 양옆을 바라봤다.

도훈이나 우시원이나 살짝 넋을 놓고 있었다.

그때 심사위원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고했어요, 여러분.”

한리아의 목소리였다.

한리아는 옆을 힐끔 봤다.

멘트를 쳐야 할 이승찬이 아무 말도 없었기 때문이다.

옆을 본 한리아는 눈을 크게 떴다.

이승찬은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탁자를 튕기며 박자를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그는 헤드폰까지 쓰고 있었다.

그 헤드폰은 군무에 쓰이는 음악이 직접 송출되는 단자에 연결된 장비였다.

슬쩍 보니 이제까지 무대는 확인 안 하고 음악에만 집중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지금이 녹화 중이란 걸 잊은 것 같았다.

한리아는 잽싸게 이승찬의 허리를 톡톡 쳤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

하지만 이승찬은 아무 대꾸도 없었다.

최면에 걸린 듯 계속해서 손가락으로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선생님!”

한리아가 목소리에 날을 세워 그를 불렀다.

그제야 이승찬은 헤드폰을 벗고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지금, 무대 끝났어요.”

한리아는 다급한 듯 계속 눈짓했다.

“아, 무대가 끝났어?”

질문을 던진 이승찬은 고개를 돌려 무대 위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어색하게 웃고 있는 한 명의 매니저와 두 명의 연습생이 있었다.

이승찬은 그제야 마이크를 들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수고했어요. 그리고 이도훈 연습생, 아니 매니저라고 했죠?”

“네.”

“이따 나 좀 보고 가요.”

“네?”

도훈은 이승찬의 뜬금없는 제안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표정에 이승찬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곳이 오디션 무대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던 것이다.

이승찬이 하려던 말은 음악에 대해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 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심사평 대신 그런 제안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승찬이 재빨리 말을 바꿨다.

“뭐, 별건 아니고 사연이 있을 것 같아서요.”

“사연이라니…….”

“이렇게 무대에 올라서 연습생과 호흡을 맞추는 매니저가 흔한가요? 그렇게 간절한 이유가 있겠죠.”

이승찬은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그 모습에 도훈이 웃으며 답했다.

“성공할 친구들이니까. 더 간절한 거죠.”

“정답이네요. 매니저는 자신의 아티스트에 확신이 있어야죠. 일단 합격이에요.”

“네?”

“매니저님 합격이라고요.”

이승찬이 씩 웃자 옆쪽에 한리아가 당황한 듯 심사표를 살폈다.

그러고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입 모양으로 말했다.

“선생님.”

“왜?”

하지만 이승찬은 목소리를 내서 되물었다.

한리아가 황당한 듯 말했다.

“지금, 합격이라는 거 매니저로서 합격이라는 거죠?”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저 매니저님을 다음 라운드로 올릴 생각은 아니신 거죠?”

“그럴 건데.”

“대체 왜요?”

“노래가 좋잖아. 저 정도 작사 능력이면 다음 무대도 봐야지.”

“지금 여기 아이돌 뽑는 곳이라고요.”

“아이돌에 나이 제한이 있어?”

이승찬이 한리아를 가리키며 웃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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